소설방/아하루전

<190> 31화 실마리 (6)

오늘의 쉼터 2014. 6. 14. 08:31



<190>  31화 실마리 (6)




"정말입니까?" 아하루전

아하루가 조금은 난처하면서도 의외라는 듯한 얼굴로 눈 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하루의 표정은 비단 아하루 뿐 아니라 곁에 있는 다른 용병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호르텝 만이 빙글 빙글 거리며 눈 앞의 사태가 당연하다는 듯이 지긋이 웃고 있었다.

"정말입니다. 왜 안되겠습니까?"

눈앞의 사내는 조금은 튀기는 듯이 말했지만 실상 눈가가 자르르 떨어대는 것이 
다급한 심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아하루가 내심 한숨을 내쉬며 손에 쥔 서류를 다시금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기에 단장님 단장님의 용병단 노들길이라면 
그래도 유차레의 하코네에서도 어느정도 통하는 용병단일텐요? 굳이 저희 쪽과..."

아하루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기에가 손을 들어 아하루의 말을 끊었다.

"아아, 여러 말 할 것 없고 받아들이겠소? 가부만 말해주시오. 그리고.."

말기에가 말을 잠시 멈추고 씩 웃었다.

"사실 방금 총단장님도 말씀하셨다시피 우리 노들길은 하코네에서 
그래도 어느 정도 입지를 세운 편이오. 그리고 우리와 친교를 맺은 귀족들만 하더라도 
백작급만 열 서넛이 되고 상인단에서도 제법 용명을 쌓아왔다고 자부하오. 

따라서 이번의 합병으로 유차레 지방에서는, 
적어도 하코네에서는 탄탄한 기반이 되어 있단 말이오.

아 물론 그렇다고 우리 용병단만 특별하게 해달라는 말은 아니오. 
단지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저기 저 떠벌이네 용병단 만큼만 대우해 달라는 겁니다. 
그래 그것도 못해주겠소?"

말기에가 슬쩍 호르텝을 바라보았다. 
호르텝이 말기에와 시선이 마주치자 모른 척 천장을 바라보았다.

말기에가 다시금 아하루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하루가 고개가 어렵게 끄덕여지자 말기에의 얼굴에 희색이 돌기 시작했다.

"좋습니다...."

아하루가 나직히 말하여 고급 양피로 만든 종이를 하나 내밀었다.

"하하, 좋아 좋아. 젊은 사람.... 아니지. 하하 총대장이 아주 화끈하군 그래? 
앞으로 잘 부탁드리리다."

말기에가 희색을 지으며 아하루가 내민 종이에 얼른 서명을 하고는 흐믓한 웃음을 지었다.

"후우, 어찌되었건 세부적인 사항은 좀더 논의가 되어야 합니다만"

말기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야지요. 내 조만간 찾아가리다. 어디로 가면 되리까?"

"현재 저희는 레폴트령의 미노에 머물고 있습니다. 
전원이 오실 필요는 없고 다음달 안으로 단장님과 및 핵심인사 몇분만 같이 오시면 되겠습니다."

아하루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호르텝이 말기에의 말에 답했다. 

"아 그래 그래. 내 알겠소. 그럼 내 그때 보리다. 설마 그때 딴소리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말기에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하루 역시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희 용병단은 아직 신의를 어긴적이 없습니다."

"좋아요. 아주 좋습니다."

말기에가 호탕하게 웃으며 아하루에게 목례를 하고 난 후 문 밖으로 나갔다.

"후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아하루가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며 탈진한 듯이 자리에 앉으며 능글맞게 웃고 있는 
호르텝을 바바보았다. 
다른 용병들도 그런 아하루와 같은 심정인지 얼굴 가득 의혹의 시선으로 호르텝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호르텝이 그런 아하루와 용병들의 시선에도 오히려 왜그러냐는 듯 멀뚱하게 바라보자 
오히려 아하루와 다른 용병들이 힘이 빠지는지 어깨가 축 쳐졌다.아하루전

"호르텝, 대체 이게 어떻게 된일입니까?"

아하루가 조금은 짜증스런 물음을 던지자 호르텝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일이요? 무슨일이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문제지요. 문제. 대체 이게 어떻게 된일입니까"

아하루가 도톰한 한 묶음의 양피지 더미를 책상에 소리나게 내려놓으며 으르렁 거렸다.

"대체... 상호 평화 협약만 맺자고 연락했고. 다들 그렇게 알고 있었을텐데 
갑작스런 합병은 어디에서 튀어나온겁니까?

방금 나간 노들길 용병단, 아루무치, 카친, 돌개바람, 잠브루, 아자린, 마프르, 돌만... 
오늘 온 22개 용병단 중 5개 용병단을 뺀 남은 17개 용병단이 전부 합병을 원해 왔습니다.

아니 설사 그런 말이 나왔다손 치더라도 그들도 엄연한 일개 용병단의 단장들인데 
그래 남 밑에 들어오려 하다니 이게 무슨 일 입니까? 
설사 그럴마음을 품고 있더라도 아니 그래 용병단이 무슨 어린애 장난도 아니고 
그게 잠시 잠깐 사이에 정해질 그런 일이랍니까?

호르텝, 무슨 말 좀 해보시죠?"

아하루의 추궁에 오히려 호르텝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다섯 개 용병단이 거절했나요? 호오 의외네요?"

"호르텝!"

결국 아하루의 입에서 큰소리가 나오자 호르텝이 찔끔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뻔뻔스런 얼굴로 되돌아가서는 마치 자신은 죄가 없다는 듯 두 팔을 벌렸다.

"이렇게 되는 것도 당연하지요."

"어째서지요?"

"자 생각해보십시오. 
용병들은 원래 자기 잘난 멋에 살고 또 자유스러운 맛에 사는 놈들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목숨 정도는 지킬만한 그런 코와 눈이 있고 머리가 잇는 놈들이죠. 
그런 것이 없으면 험한 용병질을 못할테니 말입니다."

"그런데요?"

호르텝이 나직히 한숨을 내셨다.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에게 평화 협상 제의를 해서 이곳에 오기는 왔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맘에 어느 정도 우리 허수아비 용병단이 자리를 잡고 잇다는 말이겠지요.

그런데 와보니 얼에 이건 또 뭡니까? 
다른 용병단도 숱하게 나왓다 이겁니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일개 용병단이 평화 협상을 하자고 오냐 하고 덥석 받아들인다는게 
어지간한 용병단 같으면 통할 일입니까? 

하지만 허수아비니깐 가능햇던 겁니다. 
그러니 일단 그들도 어? 이거 장난이 아닌데 하는 생각을 가졌겠지요.

그런데다가 그 무시무시하다는 친위 기사단마져도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오오 점점? 하는 생각이 들겟지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레드 콘돌의 직속 방게라고 알려진 붉은 수염단의 타니안까지 와 있다 이겁니다. 
사실 방계라고 무시한다면 무시할수도 있으나 적어도 타니안을 비롯한 여섯 개의 직속 방계는 
다릅니다.

좀전에 슐만님께서도 말하셨다시피 직속 방계라는 것은 그 하나 하나가 각자의 무게를 지닙니다. 
그들은 각자가 붉은 콘돌과는 다른 핏빛 도끼 사이먼님의 또 다른 의지입니다.

그리고...."

호르텝이 잠시 말을 흐리고 슐만을 바라보았다. 
슐만이 호르텝의 의도를 아는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차기 붉은 콘돌의 수장 자리를 놓고 싸우는 자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으음..."

"그렇군..."

여기저기서 다시한번 무거운 탄식과 신음이 흘러나왔다.

"큼큼"

호르텝이 헛기침을 했다. 무거웠던 방안의 공기가 호르텝의 기침소리에 순식간에 
호르텝에게로 시선이 모였다.

호르텝이 일순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자 빙긋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방금 슐만님께서 말씀하신 사실들은 비밀이긴 하지만 사실 널리 알려진 비밀입니다. 
아마 이곳에 계신 분들중 몇몇은 이미 그러한 사실들을 알고 계신분들도 있었을 겁니다."

호르텝이 그렇게 말하며 좌중을 의미있는 시선으로 둘러보았다. 
미켈과 하냐냐의 고개가 어렴풋이 끄덕여지고 있었다.

"그리고 밖에 있는 용병단이라고 해서 이러한 사실들을 모를리는 없겠지요. 
아마도 그들 중 어느정도 귀가 잇거나 눈치라도 있는 치들은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잇을 겁니다.

그런데 핏빛 도끼 사이먼의 의지라고 할만한 타니안이 이곳에 왔다? 
더욱이 혼자서? 이것은 그들의 뇌리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여러 가지로 고민하겠죠. 그리고 때마침 제가 허수아비 용병대와 합류한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제 하나의 새로운 길이 그들에게 다시금 제시된 셈이죠."

"그게 뭡니까?"

미켈이 물어왓다. 솔직히 미켈로서도 호르텝의 행동에 의문이 많앗던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연것이었다.

호르텝이 다시금 얼굴 가득 미소를 배어 물었다. 
어찌 보면 장난 가득한 미소 같기도 했고 또 어찌 보면 잔인한 미소 같았다.

"자 다시 정리해보죠. 지금까지 그들의 선택은 무시, 주시, 협상, 협력이 다였을 겁니다. 
물론 그중 무시하거나 주시하는 치들은 아예 이곳에 오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허수아비 용병단의 힘을 아는 이들이라면 최소한 자신의 영역에 대한 
상호 불가침이라든지 그러한 형태로 평화안을 제시하거나 어느 정도 상호 협력을 위한 
조약 정도를 체결하려는 치들이 대부분이엇을 겁니다.

그렇다는 것은 그들의 마음 속에는 어느 정도 허수아비 용병단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자리잡고 잇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이제껏 대략적인 감을 잡고 왔던 이들에게 새로이 거부 할수 없는 증거가 제시되었습니다.

첫 번째가 황실 친위대의 출현이며 둘째가 붉은 수염 타니안의 등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큰바위 용병단의 전격적인 합류입니다.

방금 말한 세가지 조건이 그들에게 더해졌을 때 그들의 마음은 급격히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즉 다시 말해 자신들 뿐 아니라 허수아비 용병단은 앞으로 제 4의 용병단으로 
발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신 뿐 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이 내린 판단이 옳다고 생각할 겁니다."

호르텝의 열띤 연설에 다른 용병들이 곰곰이 자신만의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만일 자신이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급박하게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요? 과연 허수아비 용병단이 그들 모두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거기에 들어갈 막대한 재정은?"

아하루의 나직한 말소리가 방안에 있는 용병들의 상념을 다시금 깨웠다. 
호르텝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글세요? 그거야 총대장님과 챔버린 상인단주님께서 정하실 나름이겠지요? 
그저 저들을 형식적인 산하에 둘것이냐. 아니면 진정으로 저들을 포용할 것이냐는 말입니다."

호르텝이 그렇게 말하자 탁자위에 둔 손을 마주 잡고 잇던 아하루가 잠시 침묵속에 빠졌다. 
그리고 아하루의 침묵과 함께 다른 용병들도 아하루의 다음 말만 기다리는 듯 
조용히 아하루의 입을 바라보며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심지어 호르텝 마저도 바늘하나 떨어지는 소리마저도 크게 들릴 것 같은 정적을 참아내며 
아하루의 다음 말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한참을 고심하던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뭔가 결단을 내린 듯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이왕 이리된 것 오히려 우리에게는 기회입니다. 
물론 미노에 남아있는 다른 대장들과도 의논을 거쳐야 하겠지만 우리의 목표를 수정하겠습니다."

아하루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다시금 입을 열었다.

"우리 허수아비 용병단은 전국 4강을 목표로 합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나갈 것입니다.

더 자세한 상황은 미노로 되돌아가면 그때 회의를 통해 결정하겠습니다."

아하루의 말이 끝나자 호르텝을 비롯한 다른 용병들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일종의 각오가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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