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아하루전

<180> 29화 신성전투의 마지막 (3)

오늘의 쉼터 2014. 6. 13. 21:10




<180>  29화 신성전투의 마지막 (3)





보통의 넓직한 막사를 몇 개를 연이어 이은 듯 막사는 1개 전대를 모두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넓었다. 
더욱이 그 넓은 곳을 단지 몇 개의 기둥으로 처리한 덕분에 그 안의 막사는 높이도 굉장히 높았고 
또한 눈에 거슬리는 것이 없었다. 
또한 막사 내의 장식들 또한 호화스럽기 그지없는 것들이라 마치 도성의 궁전 일부를 
통째로 옮겨다 놓은 착각마저 일으키게 만들었다.

그 넓고 화려한 막사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화려한 옷을 차려 입은 귀족들이었다. 
그리고 모여선 사람들의 가운데에 커다랗고 화려하게 치장된 의자에는 
두 사람이 의자 바로 앞에 서있었다.

바로 이제 제1황태자가 된 파이넬 황태자와 듀코브니 대공이었다. 
둘은 이번 전투에 수훈을 세운 기사들과 용병단장들을 치하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자린 용병단의 아자린 대장 이옵니다."

뒤쪽에서 시종이 말하자 용병대장 중 한사람이 절도 있는 걸음으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한 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전하 아자린이라 하옵니다."

"오, 수고 많았네"

파이넬이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아자린이 황공하다는 듯 더욱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황공하옵니다."

파이넬이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듀코브니 대공이 곁에 있는 시종이 든 쟁반위의 물건을 하나 짚어 
아자린에게 내주었다.

"이것은 전하께서 그대에게 내리는 선물일세"

아자린이 두손으로 물건을 받쳐들고는 더욱 황공하다는 듯 고개를 조아렸다.

"성은에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아자린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다시한번 조아리고 일어나자 
시종이 다시금 새로운 이름을 불렀다.

"허수아비 용병단의 아루 대장 이옵니다."

아하루가 자신의 이름이 불리워지자 앞으로 천천히 나섰다. 
순간 모여든 사람들의 가운데서 술렁거림이 일었다.

"오오 저 사람이 그 허수아비 용병단의 대장?"

"호 아직 젊은 듯한데요?"

"듣기로는 저번 짐보만에서도 놀라운 일을 했다고 전해지더군요"

아하루가 그런 술렁거림의 목소리를 담담히 뚫고 파이넬 황태자 앞에 
조용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전하 아루라 하옵니다."

파이넬이 아하루의 모습을 보고 잠시 눈에 이채를 띄었지만 이내 모르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오 그래, 수고했네. 그런데 그 가면은 왠건가?"

아하루가 고개를 숙인채 담담하게 말했다.

"실은 소인이 어릴적 과민한 탓으로 얼굴을 심하게 다쳤나이다. 
그리하여 남들의 눈에 거슬릴까 싶어 일부로 가면을 쓰게 되었나이다."

아하루의 말에 파이넬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 고생이 많았구나. 그래 내 너에게 선물하나 주랴?"

파이넬의 장난 같은 말에 아하루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네?"

파이넬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에 대기하고 있던 케인즈를 향했다.

"케인즈 경? 전에 얘기했던 그 물건을 주시오"

"아니 전하 어찌 그런 귀한 것을 이처럼 미천한 자에게 주시려 하옵니까?"

케인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파이넬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나와 공에게는 필요가 없는 것 어쩌면 저자에게는 소용이 닿을지도 모르지 않그렇소?"

"하지만 전하"

"어서 주시오"

파이넬의 말에 케인즈가 할 수 없다는 듯이 조그마한 빨간 색의 가죽 주머니를 
품안에서 꺼내서는 파이넬에게 건넸다.

파이넬이 그 주머니를 받아 들고는 바로 아하루의 무릎 꿇은 발치 앞으로 던졌다.

"받게나"

아하루가 자신의 눈 앞에 떨어진 조그만 주머니를 두손으로 주워 들고는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숙였다.

"황공하옵니다."

파이넬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아 별거 아닐세. 
그건 대신전에서 나온 것으로 마법진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게 허락 받은 증표일세. 
비단 자네가 신관은 아니지만 그 증표를 지니고 있으면 자유로이 마법진을 이용할 수 있을 게야"

파이넬의 말에 주위에 잇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귀족들도 웬만큼 지체가 높은 귀족이 아니라면 함부로 이용하기 힘든 것이 마법진의 이용이다. 

그 어려운 마법진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당금에 있어서는 어지간한 보물이나 
재화보다도 더욱 큰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아하루도 자신의 두손에 든 주머니의 가치를 깨닳았는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하루가 천천히 그것을 두손으로 앞으로 내밀었다.

"황공하옵지만 전하 이것을 받을 수 없겠나이다."

"네 이놈 감히 전하께서 내린 것을 거절하다니 죽고 싶은게냐?"

아하루에게 주머니가 간 것을 못마땅 한 눈으로 쳐다보던 케인즈가 오히려 아하루가 
그것을 거절하자 불같이 노하며 외쳤다. 
그의 한쪽 손은 자신의 옆구리에 있는 칼자루에 닿아 있어서 여차하면 당장이라도 
아하루를 내려칠 기세였다.

"아아 그만"

파이넬이 손을 들어 그런 케인즈를 만류하고는 호기심이 어린 얼굴로 아하루를 바라 보았다.

"받을 수 없다? 어째서 인가?"

아하루가 고개를 숙인채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전하 소인은 이제 겨우 평민이기 때문에 이 것을 받게 된다면 전하 곁에서 머물러야 하옵는데 
그렇게 된다면 전하의 이름에 누를 끼칠까 두려옵고, 
또한 제 동료들 또한 미천한 자가 많아 전하의 심기를 거스를까 하옵니다.

더욱이 제 동료들 또한 오로지 저와 피같은 맹세를 나눈지라
제가 그들의 곁을 떠나기도 힘드옵니다.

하오니 제가 이것을 받는다면 한편으로는 전하의 이름을 어지럽힐까 두려옵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료들과 함께 하기로 한 맹세를 저버릴까 두렵사옵니다."

"이 미천한 것이 어느 안전이라고 그따위 망발을 내 뱉느냐? 
전하의 은총이 네까짓 천한 것의 맹세와 비교하다니"

케인즈가 더욱 화난 음성으로 그렇게 폭갈을 터뜨렸다. 
하지만 파이넬은 그렇게 기분이 상하지 않았는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높고 화려함보다 당장 동료간의 우애를 택하다니 실로 갸륵하구나. 
알겠다. 
나를 모시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것은 내 그냥 너에게 상으로 주는 것이니 그다지 부담 갖지 말라."

파이넬의 말에 아하루가 두손을 내민채 다시 한번 고개를 조아렸다.

"황공하옵니다."

그런 아하루를 케인즈가 잡아먹을 듯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하 실로 태자 전하의 그런 자상하신 마음은 앞으로 이 땅 만물에게 참으로 홍복이로소이다.

흠흠 그나저나 황태자 전하께서 그런 거창한 선물을 주시다니 
이 몸도 신하된 입장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군요?"

듀코브니가 노안 가득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품에 있던 것을 뒤져서 아하루의 앞으로 던졌다.

"이것은 내 선물일세. 아 사양말게나.
 전하께서 놓아준 사람을 내 어찌 거두겠는가? 그러니 걱정 말고 받게나."

아하루가 다시금 조심스럽게 듀코브니가 건네준 물건을 주워 들었다. 
듀코브니가 건넨 것 역시 자그마한 주머니였다. 
파이넬의 빨간 주머니와는 달리 노란 색 금테가 가운데 쳐져 잇는 황갈색의 주머니였다.

"그것 역시 대신전에서 나온 것으로 그것을 보이면 어느 영지를 통과하던 영지의 통행세를 
물지 않아도 될뿐더러 자네가 머무는 근처의 신관에 부탁하면 자네와 자네의 동료들에게 
쉴곳과 잘곳을 마련해 줄걸세"

"오오"

듀코브니의 말이 끝나자 여기 저기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지와 영지를 오가는데는 많은 영지를 지나야 했고 대개의 경우 영지를 지나는 길목에 
초소를 두어 평민 이하의 모든 사람에게 통행세를 무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왔었다.

다만 만일 저 증표만 보이게 된다면 전국 어느 곳이던지 통행세를 물지 않고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록 같은 귀족들 끼리야 통행세를 물지 않았지만 그들 역시 평민들이 각종 통행세로 인해 
불편해 한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앗던 터였다. 
그들 역시 각종 통행세로 자신들의 부를 늘려왓던 터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신전에서 숙식을 제공 받는 것은 더욱 나름대로의 의미가 컷다. 
비록 신전이 전국 각 영지 마다 고루 퍼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전에서 머물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매력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편안함과 아늑함은 도시의 여관이나 그런 시설들에 비할바는 못되겠지만 
신전에서 머문다는 것은 그들의 손님으로 간다는 의미요. 
그것은 사적인 부탁과 청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은 그것을 가진자의 신분과 능력에 따라 좌우되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황공하옵니다."

듀코브니의 말에 아하루가 다시한번 머리를 조아리고는 천천히 두 개의 주머니를 받잡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뒷걸음으로 물러 나왔다.

물러 나가는 아하루의 모습을 바라 보면서 듀코브니의 시선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흘러나왓지만 
이내 그 시선을 거두고 말았다. 

"케인즈 어떻게 내가 잘한거야?"

파이넬이 자신의 시녀에게 자신의 옷 입는 것을 시중 받으며 그렇게 말했다. 
파이넬의 뒤에는 케인즈가 조용히 시립한 채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훌륭하셨습니다. 전하. 이로써 듀코브니 공작은 한마디로 물먹게 된 것이옵지요"

케인즈의 말에 파이넬이 실실 웃음을 쪼겠다.

"큭큭 그 노친네가 분해 하는 얼굴을 봤어야 했는데 말이야. 
그런데 그딴 놈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리 탐을 냈는지 모르겠군?"

"글세요? 아마도 대공 어르신께서 심심 하셨던 모양이옵지요. 
가끔 그 어르신께서 특이한 것을 모은다는 소문이 있사옵니다."

"과연 그럴까? 어쨌건 자네의 그 계책은 반만 맞았군 그래?

하하 일국의 황태자의 성의를 그렇게 거절하다니 말이야. 
어쩌면 나로서는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르지. 
그깟 놈 하나 받아봐야 내 세력이 더 커지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오히려 
그 늙은이들의 반감만 더 사게 될지도 모를일이니 말이야.

더욱이 그녀석을 받아봐야 오히려 더 골치가 아플거야. 
기사 작위를 주자니 다른 녀석들이 근본도 모르는 녀석을 대우한다고 불평할게고 
그냥 두자니 내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될테니 말이야.

그리고 혹시 알아? 어쩌면 그 노친네들이 꾸민 간세일지"

파이넬이 문득 자신의 옷을 입히는 시녀의 가슴으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시녀의 얼굴이 순간 벌개졌으나 워낙 이런 일을 자주 경험 했는지 
그다지 동요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쨌거나 건방진 놈이옵니다. 
나중에 한번 따끔한 맛을 보여야 할 줄로 압니다."

하지만 파이넬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지 손을 흔들었다.

"아아 그까짓 천민 하나갔고 뭘 그래? 
오히려 그보다는 난 이런 소문을 기대하는데? 
황태자 전하께서는 평민들에게도 관대하시고 인자하시다. 
그리고 평민들의 친구이시다 하고 말이야. 
평민들에게 그런식으로 소문이 돌면 다른 귀족 놈들도 의식 안 할 수 없겠지.

안그런가?"

파이넬의 말에 케인즈가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영명하신 말씀입니다. 지금 즉시 조처 하도록 하겠습니다."

케인즈의 말에 파이넬이 씩 하고 미소를 지었다.

"소문이란 자연스럽게 나는 것을 더 잘 받아들인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해. 
그리고 소문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내가 아니라 
그 녀석이어야 해. 내 이야기는 그저 곁다리로 끼여 들어야 듣는 이로써도 
반감이 없을 테니 말이야.

사람이란 이상해서 처음에 나오는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귀를 귀울이고 듣으면서도 
정작 머릿속에 남는 것은 그 뒷이야기를 남기지"

"명심하겠사옵니다."

케인즈가 다시금 허리를 숙였다.

"아 그런데 말이야"

파이넬이 문득 몸을 돌렸다. 
덕분에 파이넬의 바지 춤의 허리 끈을 묶던 시녀가 허탕을 치고 말았다. 
시녀가 얼른 몸을 움직여 다시금 파이넬의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그 듀코브니놈 여간 간사한 놈이 아니야?"

케인즈가 파이넬의 말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햇는지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쳇 경도 봤을거 아냐? 
내가 준 물건을 봤을때는 귀족들이 경탄을 하긴 했지만 듀코브니가 물건을 꺼냇을 땐 
아예 입을 벌리고 말도 못하더라고.

하여간 그것마저 이겼으면 그 늙은이의 코를 완전히 납작하게 만들 수 있는건데 그랬어"

케인즈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전하 일단 그 듀코브니 대공의 계획을 막으신 것만으로도 만족하셔야 하옵니다. 
아직은 전하의 힘이 듀코브니 대공을 능가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옵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조금씩 듀코브니 대공이나 듀만 대공의 일을 틀어 놓으신다면 
항차 그들이 감히 전하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될 것이옵니다."

"알아, 하지만 분한건 분한게지. 
아참 그리고 혹시 모르니깐 그녀석에 대해서 좀더 알아봐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파이넬이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허리끈을 묶어가는 시녀의 손을 잡았다. 
시녀가 당황한 듯 손을 멈칫 거렸다.

"그만 됐다."

파이넬이 시녀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케인즈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파티가 저녁 8시부터라고 했던가? 
한 한시간 정도 더 늦는다고 전해"

파이넬이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허리끈을 묵던 시녀의 손을 이끌어 방안 한쪽에 마련된 
침실방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시녀가 파이넬의 손에 자신의 손목을 잡힌채 고개를 숙이며 말없이 뒤따라갔다.

케인즈가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밖으로 나가는 순간 문도 닫지 않은 침실 방에서 
옷을 찢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전하도 참, 너무 젊으신게 탈이야"

케인즈가 거칠게 옷을 찢는 소리, 
그리고 시녀의 것임에 틀림없는 나직한 억눌린 신음소리를 들으며 쓴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방 박으로 빠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