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아하루전

<70> 11화 탈출 (2)

오늘의 쉼터 2014. 6. 9. 14:50



<70> 11화 탈출 (2)



"오 잘오셨습니다."

아미란은 라디엔이 올줄 알았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벌려 라디엔을 맞아 들였다.

하지만 라디엔은 노를 풀지 않고 다짜고짜 말했다.

"이제 무슨짓이요?"

라디엔의 말에 아미란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무엇을 말입니까?"

라디엔이 솟구치는 화로 인해 말도 제대로 못하고 손을 들어올려 밖을 가르켰다.

아미란이 그런 라디엔을 보면서 짐짓 아무것도 모르겟다는 듯한 얼굴을 지었다.

"그쪽에 뭐가 잇습니까?"

라디엔이 결국 큰소리로 분노를 터뜨렸다.

"지금 병사들이 남은 주민들을 생매장 시키고 잇어요, 


어쩜 내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러실수 잇습니까?"

라디엔의 말에 그제서야 아미란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무슨 말인지 알겟습니다. 마을 서편에서 벌어지는 일 때문이시군요?"

라디엔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소, 지금당장 그들의 행위를 중단 시켜주시오"

아미란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왜요?"

아미란의 말에 라디엔이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잠시 짖더니 얼굴을 오만상으로 찌푸렸다.

"왜냐니? 애초에 그들을 나중에 사용하기로 하지 않앗습니까?"

아미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죠"

"그런데 어째서 제게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저런짓을 저질를수 있습니까?"

라디엔이 거칠게 말하자 아미란이 서서히 얼굴을 굳혔다. 


아미란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지기 시작하자 라디엔이 멈칫했다.

아미란은 천천히 자리에 앉더니 입을 열었다.

"애초에 남자들 100명은 같이 묻기로 한거니 그것은 문제가 없으실테고, 


문제는 여자들 100명이군요?"

라디엔이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여자들 역시 어차피 일 끝나면 병사들의 회포를 풀어준 다음 죽을 목숨 아니었습니까? 


설마 그들을 저번처럼 노예로 팔생각은 아니셨겠죠?"

라디엔이 아미란의 말에 인상을 구겼다.

"아..아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미란이 조용히 미소지었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제가 라디엔님과 상의도 없이 독단으로 처리한 일때문이겟군요?"

라디엔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그렇습니다."

아미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 문제는 제가 사과를 드리도록 하지요"

'네?"

일순 라디엔의 표정이 멍하니 바뀌었다.

"제가 사과드린다고 했소"

아미란이 재차 말하자 라디엔의 얼굴에선 분기가 가시고 대신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아..아니 별말씀을요, 오히려 제가 너무 성급했니다."

아미란이 라디엔의 모습을 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이번에 그놈들이 테실리아 산맥을 타고 도주했다는 사실을 유추할수 있게 되었소. 


따라서 이곳에 머물고 잇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여 


그놈들을 쫓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급박하게 하느라 미처 부교구장님께 연락도 못드리게 되었습니다."

라디엔이 아미란의 이런 말에 황송하다는 듯 말했다.

"별말씀을 그런 급박한 일이었다면 응당 그렇게 하셔야지요. 


이 늙은 것이 제 욕심에 그만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고 설쳐대기만 했군요"

아미란이 그런 라디엔에게 쐐기를 박는 듯이 말했다.

"고맙습니다. 참, 그리고 나중에 저희 부대의 성례집전에 라디엔 사제님을 미리 추천해 놓았습니다."

"오~ 칼버린 기사단의 성례집전이요? 하지만 그것은 정초에나 있을텐데..."

라디엔이 활짝 펴진 얼굴을 하다가 다시 어두워 졌다. 

"아니요, 이번에 칼버린의 전우들이 많이 상했답니다. 


그래서 특별히 축복 성회를 따로 집전키로 했습니다. 


이번에 잇는 특별 성회에 직접 집전해 주시겠지요?"

라디엔이 활짝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럼요, 그럼요, 그런 일이라면 제가 발벗고 나서야지요. 


참, 지금 출발하신다고 했으니 저희 호위 기사들도 준비 시켜야 겠습니다."

아미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주시겟습니까? 그런데 한가지.."

아미란이 말을 흐리자 라디엔이 나가려다 말고 다시금 아미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혹시 뭡니까?"

"혹시 그자들이 어디 은밀한 곳에 신도로 변장하고 있지나 않을지... 


그럼 저희 군으로써는 쉽사리 그들을 수색하기 어려울까 걱정입니다."

그러자 라디엔이 자신의 가슴을 탕탕쳐댔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지금 곧 지역 교구에 절대적인 협조를 바란다는 공문을 


보내도록 하겟습니다."

그제서야 비로서 아미란의 얼굴도 같이 활짝 펴졌다.

"그래주시겠소? 그렇다면 제가 따로 봉헌물을 바치도록 해야겠군요. 


펠리온의 신전 앞으로 말입니다."

라디엔이 호탕한 듯 웃었다.

"하하하, 경께서 그런 마음을 품고 계시니 신께서도 반드시 경의 행사를 지켜주실 것입니다." 

아하루가 손을 내밀자 하얀 손이 아하루의 손을 마주 잡았다.

"영차"

아하루의 손에 이끌려 르네가 바위위로 올라섰다. 


르네가 올라서자 먼저 올라가 잇던 일행들이 바위에 앉아 가쁜 숨을 잠시 돌리고 잇었다.

비록 계곡이라 양쪽으로 웅장한 산맥들에 가려 경치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제한된 시야로도 끝없이 펼쳐지는 테실리아를 둘러싸고있는 널따란 숲이 한눈에 보였다.

아하루 일행들은 드디어 테실리아 산맥의 정점을 지나온 것이다. 


저멀리 지평선 끝까지 숲으로 뒤덮여 있는 광경은 마치 태고의 밀림으로 착각될만큼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잇었다. 


만일 아침이었다면 숲 사이로 피어오르는 숲의 안개에 도취되어 스스로의 자신마져 


잊었을지 몰랐다. 


하지만 아하루 일행에게는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이제 어디로 가지요?"

잠시 숨을 돌리고 잇던 카미야가 아하루에게 다가와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아하루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아하루는 끝없이 펼쳐져 있는 숲을 끊임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아하루님?"

카미야가 재차 묻자 그제서야 아하루가 얼굴에 싱긋 미소를 짓고는 고개 돌렸다. 


실로 아하루에게서 오랜만에 보여지는 미소였다.

"이곳에서 똑바로 가면 아파루 북부지방이 나와, 하지만 도중에 차렌의 영지들을 통과해야해. 


위쪽으로 가면 우리와는 적대적인 발바로토국이 나오지 


그리고 왼쪽으로는 유차레 지방인데 레폴드 공작령과 그 영향을 받는 귀족들의 영지가 잇을거야."

카미야가 잠시 지형을 머릿속에 그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유차레 지방인가요?"

차렌의 코즈히 공작과 유차레의 레폴드 공작간의 불화는 유명한 것이었다. 


코즈히가 갈로쉬 대공파에 들게 된것도 레폴드가 듀만 대공을 지지하자 


그 반발로 갈로쉬파로 돌아섰다는 이야기는 유명했다. 


그만큼 둘은 영지가 인접해 있으면서도 유차레와 차렌이라는 지방색을 띄어 


앙숙 관계로 발전해 있었다.

따라서 만일 코즈히측이 그어떤 정당한 이유를 붙여 군사를 파견하고 싶어도 


감히 유차레지방으로는 접근할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카미야는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아하루에게 물었던 것이다.

아하루가 카미야를 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카미야 만일 네가 저들이라면 어떤 조치를 취할거 같아?"

아하루의 난데 없는 말에 카미야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말했다.

"만일 저라면 일단 '품안이 더 어둡다'는 격언을 따라 먼저 이곳에서 아파르간의 


모든 영지에 통보를 하고 모든 통로와 요소요소를 막아 두겠습니다. 


그리고 발바토르로 통하는 수비대에 연락하여 국경 수비를 더욱 강화 시킬 것입니다. 

하지만 유차레 지방으로 대규모의 군대를 파견하는 것은 괜한 오해를 살수 잇으므로 


소수 정예를 투입하겠지요?"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아마 저들도 그럴꺼야. 그러면 카미야가 길을 간다면 어느쪽으로 갈거 같아?"

카미야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한참을 고민하더니 비로서 입을 열었다.

"저라면 아파르 지방으로 가는 길을 택할 것 같습니다. 


일단 카리에와 레이첼이 동행하고 있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편안한 관도로 들어서는게 


좋을 것 같기 때문이죠, 


더욱이 비록 중간에 코즈히의 영향하에 있는 귀족들의 영지가 있지만 


이곳에서 아파르 북부는 비교적 짧은 거리입니다. 


그들이 우리를 쫓으려면 이 산맥을 넘지 않는 이상 상당한 거리를 돌아와야 하죠

또한 아무리 아파르 사이의 영주들에게 우리들을 수배한다고는 하지만 


어쩔수 없이 '품안이 더 어두운 법'이죠"

"그렇다면 발바토르쪽으로 넘어가는 것은 어때?"

카미야가 고개를 저었다.

"발바토르는 우리와 적대적인 입장이며 우리와 생활방식도 많이 차이가 납니다. 


국경은 어떻게 돌파된다 하더라도 눈에 띄게 차이나는 일행이 저들의 눈마져 속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겠죠, 


더구나 그쪽에서 다시 이곳으로 넘어오려면 몇 번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혹여 우리가 저쪽으로 넘어갔던 사실이 나중에라도 알려진다면 


첩자라는 누명까지 써야 할 판입니다."

아하루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유차레는 어때?"

카미야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유차레라. 그건 어느 정도 가능하겠죠. 


굳이 따진다면 아파르쪽과 비교해서 반반의 확률? 


하지만 삼엄한 정예들의 포위망에 혹여 조금이라도 걸린다면 


그때는 그곳에서 뼈를 묻을 각오를 해야 할겁니다. 

더욱이 유차레로 넘어가는 테실리아 산맥은 이제껏 넘어간 자가 드믈정도로 힘든 길이라고 합니다.

카리에와 레이첼이 견뎌줄까 걱정이군요"

"하지만 아파르쪽은 길은 편할지 몰라도 너무 위험할 것 같다는게 내 생각이야. 


아무래도 거리가 짧은 만큼 더 많은 인원수를 배치해 놓지 않겠어? 


비록 힘들기는 하지만 유차레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좋을 듯 해, 


정 안된다면 나중에 중간에 방향을 틀면 될거고"

"하지만 식량은 어쩌지요? 지금 우리가 가진 것으로는 한참 모자랄 텐데요?"

아하루가 병사들을 가르켰다.

"우리에겐 능숙한 사냥꾼이 넷이나 있잖아? 식량은 그때 그때마다 해결하면 돼"

카미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지요"

아하루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자 출발하자"

아하루의 말에 한동안 쉬고 있던 일행들이 군말없이 아하루의 뒤를 따랐다. 


가문의 멸망을 넘어 한마을 전체의 멸절이라는 엄청난 일을 당한 아하루의 일행의 마음은 


어딘가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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