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향기 - 2부 4장
성관계는 가장 단순한 언어의 절정이며 어떤 감정보다 절박한 표현일 것이다.
가쁜 호흡을 몰아쉬는 은영의 숨소리!
분비물의 마찰 소리!
극한 절정에서 내뿜는 나의 숨소리!
이따금 끈끈한 시선을 주고받는 그녀와 나는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의 결합이다.
강렬한 오르가즘의 정상을 헤매는 그녀가 상체를 들어 올리며 매달린다.
결국은 그녀도 지쳤는지, 부르르 떨다가 ‘풀썩!’ 침대위에 늘어진다.
“하 앙! 주, 죽겠어.......그, 그만.........”
“허 걱! 으, 은영..........”
페니스를 옥죄이던 보지속의 근육이 풀어지는 감촉에 나는 영혼을 빼앗기는 것만 같다.
땀으로 범벅이 된 은영의 몸을 부둥켜안고 경직한다.
보지 깊숙이 박힌 페니스에서 뜨거운 정액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간다.
용암 같은 정액을 자궁 깊숙이 받아 드리는 은영의 입에서 탄성의 신음소리가 흐른다.
수많은 생명의 씨앗이 그녀의 몸속으로 스며들어 갈 것이다.
그것은 환희의 결정체이다.
정액으로 흥건한 보지 속에 페니스를 채운 상태로 은영과 나는
한동안 거칠어진 호흡을 진정 시켰다.
유리창 밖 정원에서는 이름 모를 새의 날갯짓하는 소리가 한 밤의 정적을 깬다.
들새였는지 아니면 짝을 부르는 비들기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영혼을 함께하는 파랑새이고 싶다.
그녀의 가슴에서 내려와 나란히 누웠다.
그녀가 습기어린 목소리를 흘린다.
“나.......! 어떡하지?”
“왜!? 무슨 일 있어?”
“자기가 너무 좋아........”
“난 또. 무슨 일이라고! 은영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니까!”
은영의 말을 듣는 순간 은영의 모든 것을 가진 것 같다.
남자는 여자에게 모든 것을 달라고 한다.
요구대로 여자가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하면 남자는
그 무게에 짓눌려 고통스럽다고 한다.
고통스러워도 은영을 영원히 소유했으면 좋겠다.
옆으로 누워 은영의 몸을 끌어안는다.
그녀는 보조개를 깃들인 미소를 짓고 서슴없이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사랑스런 나의 여신!
그녀가 이제 나의 표정만으로도 즐겁기 바란다.
그녀의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돌돌 말아 세운다.
금방 손끝의 놀림에 반응하는 그녀의 눈빛이 끔을 꾸는 것 같다.
밑으로 손을 뻗쳐 쾌감의 눈물로 젖어있는 보지를 쓰다듬는다.
젖어있던 클리토리스가 손끝에서 돌기를 일으킨다.
그녀가 나의 입술을 움켜쥐며 눈을 흘긴다.
“미워 죽겠어. 하지 마! 또 이상해지잖아.”
“또 하면 안 돼!?”
“나, 힘들어! 내가 죽어도 괜찮아!?”
“은영은 영원히 내 심장속에서 살아 있을건데........”
“집에 안 들어가!? 연락도 안하고........언니 기다리겠다. 언니한테 잘 해줘”
“지금 아무 생각하기 싫어. 은영이만 있으면.......”
은영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몸을 사리며 등을 지고 돌아눕는다.
그러나 그녀의 등을 껴안은 내 손끝은 쉬지 않고 그녀의 민감한 살갗들을 자극한다.
젖가슴을 주무르고 어린아이가 장난하듯이 젖꼭지의 돌기를 일으킨다.
드디어 나의 손끝이 돌아누운 그녀의 둔부 사이로 들어갔다.
그리고 습진 보지 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다시 일어나는 흥분을 견디지 못하겠는지 숨을 몰아쉬던 그녀가 다시 돌아누우며
습기어린 목소리를 흘린다.
“자기 때문에 미치겠어. 나 어떡해. 하 으.......!”
“밤새도록 은영일 가질 건데........”
“피 이.......!”
“내 사랑.......!”
삐죽 내미는 은영의 입술을 덮어 누른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발가벗은 몸 위를 점령한다.
앙큼한 표정을 지었던 그녀는 나의 가슴 아래에서 파르르 떤다.
이미 나를 기다리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그녀의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돌진시킨다.
어찌 보면 성욕으로 인한 쾌감은 애잔한 아픔이다.
그녀는 아픔을 호소하듯이 나를 끌어안으며 흥겨워한다.
그녀는 능동적으로 다리로 나의 허벅지를 감아 당긴다.
이제는 눈빛만 보아도 상대가 어느 부위에 얼마만큼 쾌감을 느끼는지 느낄 수 있다.
새벽이 동트는 시간까지 몇 번의 성교를 했는지 모르겠다.
시선을 마주하고 잠이 들었다가 잇닿은 피부의 촉감에 눈을 뜨고 사랑의 행위를 했다.
출근시간이 되어 눈을 뜨니 피로가 엄습한다.
그리고 뒤늦게 아내에게 연락도 없이 집으로 들어가지 않은 것에 당황한다.
하지만 아내에 대한 두려움은 당장 생각하고 싶지 않다.
출근해서 어떻게 변명할 것인지 생각해 볼 작정이다.
은영도 나의 두려움을 알 것이다.
나를 위해 아침 식사준비를 하는 그녀의 뒷모습에 깊은 애정을 느낀다.
그녀의 등 뒤로 다가 끌어안는다.
보조개를 띠우고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에 입맞춤을 한다.
세면장에 들어갔다 나오니 그녀가 잣을 띠운 인삼차를 찻잔에 받쳐 들고 온다.
“피곤해서 어떡해!?”
“괜찮아! 대신 가슴에 영원한 징표를 새겼으니까!”
“징표! 그게 뭔데.......!?”
“조은영! 은영이 스스로 내 여자라고 했잖아!”
은영이 배시시 눈웃음 지으며 얼굴을 붉힌다.
인삼차에는 꿀을 탔는지 그녀의 입술처럼 달콤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출근을 서두른다. 그녀는 의상실에 나가는 것을 서두르지 않는다.
평상복 차림으로 철문 앞까지 따라 나와 먼저 출근하라고 한다.
아마도 동네 사람들을 의식하는 모양이다.
하루저녁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은영의 집에 머물었던 느낌이다.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아내의 얼굴을 떠 올린다.
내가 연락을 안 해도 전화를 했을 텐데,
휴대폰에는 아내에게 전화가 걸려온 흔적이 없다.
아내가 두렵기도 하지만, 어딘가 허전하다.
이제는 아내의 마음마저 나에게서 멀어진 것일 가!
아니면 그만큼 나를 신뢰한다는 말인가?
질투는 사랑이 존재한다는 표현이다.
그런데 아내의 무관심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
결혼당시에 서로 사랑했다는 마음이 시들어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아내와 나는 의무적인 부부의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직장에 출근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은영과의 운명적인 만남과 수진에 대한 발랄함에 느끼는 욕정!
그 이면에는 아내의 무표정한 얼굴이 떠오른다.
책상 위의 수화기를 집어 들고 집의 전화번호를 누른다.
신호 벨이 한참 울린 뒤에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네......, 연지네 집인데요.”
“여보! 나야! 어제는 대전 출장 갔다가 늦어 못 들어갔어. 연락 못해서 미안해.”
“그랬구나........! 나는 머리가 아파서 일찍 잠들었지.”
“목소리가 왜 그래! 또 어디 아파?”
“응, 그렇지 않아도 병원에 가보려고 하는데, 감기가 들었나봐. 자기 식사는.......?”
“나는 걱정 마! 해장국 사 먹었지.”
“일이 바빠도 식사 거르지 마.”
“알았어! 병원에 다녀오고 저녁에 봐.”
다행인가! 아내는 조금도 나를 의심하지 않는 눈치이다.
오히려 나를 걱정하는 말! 아내는 정말 나를 의심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성적인 욕구에 방황한다고 나에 대한 배려인가.
어쨌든 긴장이 풀리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서류철을 집어 드는데 한지영이 다가온다.
착 달라붙은 티셔츠 때문인지 불룩한 젖가슴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한지영이 결제 판을 책상위에 올려놓으며 헤픈 웃음을 흘린다.
“강부장님 컨디션이 안 좋은지, 피곤해 보여요.”
“음, 조금.”
“술 사주신다는 약속 잊었나 봐요?”
“하하~! 사 줘야지.”
묘한 미소를 지어보이도 돌아서서가는 한지영의 농염한 둔부가 좌우로 흔들린다.
그러나 업무를 시작하면서 머릿속에는 여자에 대한 생각이나 아내에 대한 생각도 사라진다.
점심 식사시간이 된 것도 모르고 바쁘게 일을 하였다.
휴대폰 벨이 울려 벽시계를 보니 한시가 가까워지고 있다.
은영에게서 온 전화였다.
점심식사 안했으면 같이 하자고 한다. 대부분 내가 전화를 하였고,
그녀가 전화를 해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은영과는 점점 밀착된 생활을 하는 것 같다.
남자와 육체적인 깊은 교감은 여자의 마음마저 지배하는 것일 가!
은영의 가슴 속에도 내가 깊이 자리 잡은 것이라고 믿고 싶다.
사무실에는 교대하는 직원만 남아있다.
은영과 같이 만나서 눈빛을 교환하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은 즐겁다.
더욱이나 은밀한 스킨십은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숨겨진 감각들을 일으켜 세운다.
그런데 처음에는 내가 은영에게 집착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도 나에게 집착하는 것을 느낀다.
일이 바빠서 연락을 못하면 새침한 목소리로 뽀로통해진다.
어느 날은 직원과 대화중이라서 은영에게서 온 전화를 받지 못했다.
다시 전화벨이 울려 받았더니 왜 전화를 안 받느냐는 은영의 새침한 목소리가 들렸다.
회사 근처의 커피숍에 와 있다는 것이다.
커피숍에서 만난 은영은 토라진 표정으로 또 다시 왜 전화를 안 받느냐고 한다.
나의 집착 이상으로 그녀의 나에 대한 집착이 깊어가는 것을 느낀다.
투정이 깃든 말투를 흘린 그녀는 이내 눈웃음을 지으며 어제 저녁은 잠을 설쳤다고 한다.
내가 꿈속에 자꾸 나타나서 깊은 잠을 이룰 수 없다면서 얼굴에 홍조를 띠운다.
그녀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달성하고 내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닌지!
그녀의 관심과 말이 어색하게 느낀다. 같이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도 그녀는 머뭇거린다.
회사 업무가 바쁘지 않아서 근처를 거닐다가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얼마 만에 영화 구경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각박한 시간 속에서 살았고,
모처럼 여유를 느끼는지도 모른다.
영화의 내용은 상투적인 유럽 애로물인데 남녀 간의 정사 장면에 충동을 받았다.
슬그머니 은영의 어깨를 껴안고 스킨십을 하였다.
사람들도 많지 않아서 진한 키스를 하고 젖가슴을 애무했다.
은영이 주위 눈치를 살피더니 스르르 나에게 몸을 맡긴다.
젖꼭지의 돌기를 일으켜 세우니 그녀가 습한 열기의 호흡을 흘린다.
대담해진 손끝이 스커트 속으로 들어가 음모를 쓰다듬으니
흥분한 그녀의 보지가 촉촉하게 젖는 것을 느낀다.
보지 속으로 손가락을 넣으려하니 그녀가 뿌리치며 눈을 흘긴다.
“하 잉! 안 돼! 못 됐어.”
“후후........! 왜!?”
영화관을 나올 때, 새침했던 은영의 표정에는 환한 미소로 가득하다.
오히려 내 팔에 매달리며 유혹의 눈빛을 보낸다.
그녀의 눈빛을 보니 성관계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녀는 평소 정숙하고 조순한 자태를 보이지만
성관계를 할 때는 정열적이고 요염한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고 육체관계를 하고 싶다는 노골적인 표현을 하지는 않는다.
정숙한 모습이 남자를 사로잡는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눈빛과 표정만으로 은영의 욕구를 감지한다.
아니면 그녀가 나의 욕망의 불꽃을 일으키는지도 모른다.
대로변을 벗어나 모텔이 즐비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곁눈질로 나의 의도를 살피는 그녀가 다소곳이 따라온다.
결국은 밝은 낮에 모텔로 들어갔다.
그녀는 오래된 부부처럼 내 가슴에 안겨 달아오른다.
시간이 갈수록 그녀는 성감에 민감해지는 것을 느낀다.
정숙한 여인의 자태와 청순함이 배어있는 몸매, 불같이 타오르는
열정의 표정은 나를 열광시킨다.
가슴에 안겨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나를 받아 드리며 몽롱한 눈동자로
쾌감에 젖어드는 그녀의 눈빛은 나를 매혹시킨다.
엑스터시에 젖은 그녀의 모습은 나를 격정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제 그녀는 내 앞에서 서슴없이 발가벗은 몸을 비틀며 오르가즘의 쾌감을 만끽한다.
나는 그녀의 자궁 속 깊은 곳을 향해 사랑의 생명을 쏟아 넣는다.
격렬한 쾌감에 감탄하는 그녀의 보지는 페니스를 옥죄이며 격정의 샘물을 흘린다.
한차례의 뜨거운 열기가 지나간 후에 내 가슴속에 얼굴을 묻은 그녀가 긴 속눈썹을 깜박인다.
“정말.......! 재희 언니하고 안하는 거야?”
“안하는 것보다. 적응을 못하고 힘들다는 군.”
“전에도 그랬어?”
“아니, 이 년 전인가부터.......”
“무슨 병 있는 거 아닌가?”
“종합 진찰에도 이상 없다던데.”
“나.......! 진짜 이혼하고 혼자 살까봐!?”
“왜.......!?”
“마음을 의지하고 산다지만, 새장에 갇힌 기분이라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는지!?”
“.........!”
“참 불공평해.......!”
“왜.........!?”
“지환씨가 재희언니를 만나기전에 나하고 만나지 못했을 가!
재희 언니만 없다면 우리 자유롭고 행복할 텐데........”
“은영씨도 그 사람이 있잖아?”
“그거야 뭐........!”
은영에게서 혼자 살고 싶다는 말은 여러 번들은 것이다.
남자는 언제나 여자의 최초 애인이 되고 싶어 하지만,
여자는 남자의 마지막 애인이 되고 싶다고 했던가!
그녀의 물음에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가슴에 기대어 젖꼭지를 둥글게 만지는
그녀의 손끝에서 오는 짜릿한 촉감을 느끼고 있었다.
낮 시간을 이용해 그녀와 정사를 갖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와 정사를 하고 모텔을 나와서 헤어지는 순간에 감정은 특별했다.
저물어가는 노을로 반짝이는 그녀의 눈빛은 나를 향한 마음이 가득 담겨 보였다.
업무 시간에 만나서 정사를 하고나니,
시간에 관계없이 만나 육체관계를 하고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게 되었다.
나도 홀아비가 아닌 독신생활을 해서 섹스에 대한 욕망이 커졌지만,
은영도 관계를 가진 후 참았던 성욕을 가두었던 금단의 문이 열린 것 같다.
어떤 때는 밤에도 남편 몰래 전화를 해서 외롭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출장을 다녀오면 어디에 누구와 다녀왔냐면서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한다.
아내가 관심을 갖고 해줬으면 하는 역할을 은영이 하기 시작한다.
은영에게서 하루 한 번씩은 전화가 온다.
그리고 만나서 점심식사를 같이 하는 것이 일상생활이 되었다.
은영과 식사를 같이 하지 않으면 혼자서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수진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수진이 연습하느라고 바빴고, 나도 회사일도 바빴지만 은영을 만나느라
수진에게 신경 쓸 사이가 없었다.
단지, 수진이 돈이 필요하다면 여건이 되는대로 통장에 넣어 주었다.
한해가 저무는 12월로 들어섰다. 하루는 오랜만에 수진과 점심을 같이 하던 날이었다.
은영이 친구를 만난다고 하기에 혼자서 식사를 하기가 싫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진에게 전화를 했더니 나의 회사 근처에 있다고 한다.
적적한 마음이었는데 수진의 기다렸다는 듯이 반기는 목소리가 무척 즐겁다.
몇 분도 걸리지 않아서 수진이 생글생글 웃으며 왔고, 그녀와 같이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 수진은 자신이 소속된 엔터테이너 회사인 제트라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음식을 먹으면서도 쉬지 않고 연습 과정과 같은 멤버에 대한 이야기를 종알거린다.
식사를 마친 후, 회사로 가는데 따라오는 수진이 팔에 매달리며 종알거린다.
“오빠 생각 많이 나! 그런데 요즘 연습이 막바지라.........”
“집에도 잘 안 들어온다면서?”
“며칠 못 들어갔어. 엄마가 전화로 아예 들어오지 말라고 악을 써.
그런데 엄마한테 남자 생긴 것 같아......”
“남자!?”
“그 남자하고 좀 된 것 같은데, 엄마 일하는데서 몇 번 본 남자 같아........”
“수진인 어떻게 생각하니?”
“엄마는, 엄마 인생이지 뭐........그런데, 오늘 늦게 집에 갈 거 같은데,
오빠서재에서 자면 안 돼?”
“음.......! 안 돼는 거. 수진이가 더 잘 알잖아!”
“피 잇!”
“........!?”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녀의 입술이 다가올 것 같다.
앙증맞게 삐죽 내미는 입술을 깨물어 주고 싶었다.
오늘따라 청바지를 걸친 수진의 작고 아담한 엉덩이가
싱그럽기도 하지만 성적 매력이 돋보인다.
은영과는 다른 수진의 싱그러움은 항상 나를 유혹한다.
수진도 나와 관계를 떠 올리고 있는 것일까!
그녀는 일부러 젖가슴을 내 팔에 마찰 시키는 것 같다.
회사 앞에서 무언가 아쉬운 듯이 머뭇거리던 수진이
윙크를 하고 돌아서 간다.
깡충거리는 걸음으로 걸어가던 수진이 뒤돌아보며 손을 흔든다.
인파속으로 멀어져 가는 수진의 뒷모습을 보다가 돌아서는데 누군가 앞을 막아선다.
아뿔싸! 뚫어지게 바라보고 서있는 은영이었다.
“어디 다녀와요?”
“아~! 점심식사하고, 식사했어?”
자책감인가! 왠지 은영의 눈빛이 평범하게 보이지 않는다.
멀리 수진이 사라지고 인파를 힐끔 돌아본다.
은영이 언제부터 여기 있었지! 혹시 수진을 만난 것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먼저 수진에 대해 변명하는 것이 더 어색할 것 같다.
정색을 하는 은영에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대답 없이 바라보는 은영의 손을 잡고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능청스럽게 엽차를 마시는데, 그녀가 입을 연다.
“수진이는 왜 온 거야?”
“응! 식사하고 오는데 길에서 마주쳤어.”
“응......., 그랬구나! 재희 언니는 몸 아프다더니 괜찮아요?”
“응, 항상 그렇지.......!”
재희!?
아내의 이름이 김재희였다.
어느 사이에 은영이 아내를 ‘재희언니’라고 부를 만큼 가까워졌는지!?
그것보다 나와 수진에 대한 은영의 감정이 궁금하다.
만약 은영이 오랜 시간 보고 있었다면,
수진의 행동이나 표정을 평범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리라.
분명히 은영이 무언가 예감으로 느꼈을 텐데 별다른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은영의 의심을 피했지만, 그 후로 은영의 나에 대한 집념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나를 귀찮게 하거나, 피곤하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은영은 간혹 토라진 표정을 보이지만 이내 자잘한 미소로 마주한다.
내 사생활에 관심을 갖고 집착하기 시작했지만,
항상 다정하고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그녀는 정숙하고 차분하지만 성적 매력이 넘치고 내면에는
불같은 마력의 열정이 깃들어 있다.
그녀는 활짝 핀 꽃이라기보다는 은은하고 깊은 향기를 전해온다.
그녀와의 습관화 되어가는 만남에도 그녀에게서만 흘러나오는
향기의 늪 속에 빠져 있음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거리에 떨어진 낙엽을 밟고 걷던 사람들이 옷깃을 올려 찬바람을 막으며 지나다닌다.
벌써 겨울의 문턱에 다가선 모양이다.
머지않아 첫눈이 내리는 거리를 거니는 연인들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이 변덕스러운 것인가!
여름이면 겨울을 생각하고, 추위가 닥치면 옷을 벗어 던지는 바캉스 계절을 떠 올린다.
잠시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가로수의 앙상한 가지 밑으로 오가고 있는 도심지의 모습이 왠지 낯설어 보인다.
한쪽에서는 텔레비전 앞에 직원들이 모여 있었다.
음악 프로그램을 하는지 흘러나오는 여자 그룹의 노래 소리가 흥겹다.
직원들의 대화하는 소리를 듣고 돌아서서 텔레비전 화면을 주시한다.
“신인그룹이라는데, 요즘 여자그룹이 많아서 제대로 인기 끌겠나.......”
“어떤 그룹은 나왔다가 금방 사라지더군. 쟤네들 이름이 뭐지? 제법 괜찮은데.”
“며칠 전에도 봤는데, ‘와일더’ 라고 하던가?”
“어린여자들이 상품화 되는 거지 뭐!”
“아예 벗고 나오겠네.”
“하하하~!”
팬티 같은 반바지에 가슴이 들어날 정도의 티셔츠를 걸친 어린 여자들 삼인조가
댄스를 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짧은 티셔츠와 바지가 사이가 들어나 엉덩이가 보일 정도이다.
화면의 선정적인 율동을 보다가 내 눈을 의심했다.
분장을 했지만 어딘가 낯익은 얼굴과 몸매!
아! 분명히 수진의 모습이었다.
앙증맞은 표정과 눈매는 그대로 들어나 보인다.
더욱이나 또 한명이 수진의 친구인 미정의 모습인 것 같아서
수진이가 확실함을 증명한다.
머지않아 데뷔를 하기에 연습이 한창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수진이 삼인조 여성그룹으로 벌써 데뷔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그룹의 댄스와 노래가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어딘가 어색하였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텔레비전 화면에 수진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연예계 여성그룹의 멤버가 나와 은밀한 육체관계라는 뿌듯함인지도 모른다.
직원들에게 말 할 수 없지만 공연히 우쭐하는 마음이 든다.
어찌되었든 수진이 희망하는 데로 성공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얼마나 수진이 실망할까!
가슴속에서 성욕의 불길 속에서 오르가즘을 느끼던 수진의 모습이 영상 필름처럼 떠오른다.
그런데 대부분 직원들이 퇴근하고 책상을 정리하는데 휴대폰 벨이 울렸다.
그렇지 않아도 만나고 싶었던 것이 우연인가!
그런데 휴대폰에서 들리는 수진의 목소리에는 흐느낌 속에 들린다.
“오, 오빠! 흐.......흑! 어떡해?”
“왜! 왜, 무슨 일이야!?”
“으 흑! 사장님한테 욕먹고 기압 받았어.”
“어딘데!? 아직 회사야?”
“아니, 미정이하고 술 마셨는데. 혼자 있어. 으 흑!”
“바보같이 울긴! 어딘데?”
“무교동.......”
“내가 지금 갈게, 기다려.”
낮에 텔레비전을 데뷔 무대를 보았을 때는 무척 만족하고 기뻐할 수진이었다.
그런데 울먹이는 소리를 들으니 걱정이 앞선다.
부리나케 회사를 나와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탔다.
무교동에 도착하여 두리번거렸으나 수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전화를 걸어 수진이 있다는 지역을 확인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2부5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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