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어느 글쟁이 아내의 푸념

오늘의 쉼터 2011. 6. 30. 16:57

    어느 글쟁이 아내의 푸념 내가 아는 부인이 있다. 이제는 칠십 줄에 든 분이지만 아직 정정하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또렷한 눈매만 봐서는 칠십 줄에 든 여인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구부정한 어깨, 그리고 흰머리가 노년임을 알릴 뿐이다. 그 분은 평생 직업다운 직업을 가져보지 못한 남편 때문에 한평생 피아노 교습을 해서 가계를 꾸려나갔고, 애들 공부도 시켰다. 남편이 대학 졸업 후 군에 입대하여 월남에 파병되었고, 그 곳에서 돌아 와 육군 중위로 제대한 이후로는 직장다운 곳에 발을 붙이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월급봉투 한 번 만져보지 못했단다. 남편은 수입이라곤 한 푼도 없으면서 자존심만 내세워 늘 집안을 시끄럽게하였는데, 시를 쓴다고 갈데 못갈데를 구별하지 않고 돌아다녔고, 돈을 벌어 보겠다고 큰 소리치고 다니다가 어느 반반한 여인에게 마음을 주어 그 여인에게서 아이가 있네 없네 시비에 휘말리는 등, 혼란스럽기 이를데 없었다. 이런 삶을 살아오기 오십년, 가슴이 숯검뎅이가 되었단다. 일생동안 이사 다닌 것을 세보면 스무번도 더 넘는데 아직도 전세살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단다. 자식들 셋을 기르는 동안 학자금 한 푼을 변변히 내놓지 못하는 남편인데도 버젓이 아버지 노릇을 하는 꼴을 보면 씨가 그렇게도 중요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탄하면서 다시 태어나면 글쟁이하고는 만나기도 싫다고 한다. 한 평생 쓴 시가 세권의 시집으로 묶여 나왔지만 누구 한 사람 그 시를 논의하거나 입에 올리는 꼴을 못보았으니 별 볼 일없는 시인이라고 비하하기도 하지만 남편이기 때문에 차마 욕을 할 수 없단다. 신세가 이런데도 밤낮 큰 소리만 치는 시인 남편, 그 글쟁이는 푼수없이 돈을 쓰는데 하루에 일 만원 짜리 한 장도 모자라 더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일이 종종 있어 싸움이 되고, 며칠씩 말을 하지 않기도 하는데 이제 살림이 싫증났고 마주치기도 싫단다. 누구나 아는 이 시인의 딱한 사정 때문에 여기 저기서 수근대지만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자기가 제일이란 생각으로 잘난체 하는 까닭에 다른 글쟁이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한국문학을 대변이라도 하는 양 떠들고 다니는 꼴을 그의 부인이 듣고 보면서 한탄하는 소리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찌른다. “분수도 모르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단체의 대표가 되고 대표가 된 다음 회비를 걷어 따로 주머니를 만드는 꼴을 아는 많은 사람들은 아예 상종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도 정작 본인은 날마다 거짓말을 꾸미고 일을 많이 하는양 부 산 떨고 다니는 걸 보면 보는 사람 쪽에서는 기가 막힐 뿐이다. 시인은 언어로 시를 짓는 예술가다, 때문에 시인이 쓰는 말은 진실해야 하고 아름다워야 한다. 그런데도 하는 말, 모두가 거짓과 꾸밈이라면 누가 시인의 말을 믿겠는가 이런 시인과 일생을 살아 온 그 부인은 “나도 음악을 했지만, 그 사람같이 시를 쓴다면 시인이란 예술가가 이 세상에 없었으면 좋겠다”고 푸념한다. 이 말의 진실을 깨우쳐야 한다. 예술이 사람의 삶을 아름답게 하는 데 이바지 하지 않고 되레 고통을 안기는 원인이 된다면 큰 일이다. 예술가(시인 포함)도 밥을 먹고, 자식들 공부도 시키고, 늙어 밥 굶지 않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게 보장되지 않아서 거짓말이나하고 남을 속이는 행동이 몸에 밴 시인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 세상은 어지러워진다. <문학박사 성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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