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아낌없이 주는 사랑 - skin ship( 스킨십)

오늘의 쉼터 2011. 6. 10. 23:45

 

 

    아낌없이 주는 사랑 - skin ship( 스킨십)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요즘 세계적인 대화록인 페이스북을 열면 그 속의 작은 네모상자는 내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화두처럼 겨울 내내 묻고 또 물었지만, 여전히 지금 내게 또 묻고 있다. 마을 뒷산에는 노란 산수유 꽃이 봄을 재촉하는 비를 맞으면서도 아랑곳없이 봉우리를 터뜨리고 있고, 산 너머 개울가에도 파릇파릇 봄의 전령들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샛노란 카펫을 깐 야산에는 이름 모를 작은 무덤이 있는데, 눈 녹은 물이 아직도 채 마르지도 않은 주위의 돌 틈새로 연두색 풀꽃들이 서로 양팔을 벌리며 봄의 교향악을 연주하고 있다. 따스한 봄 산책을 가는 날이면 나는 조용히 페이스북을 열어 나의 작은 네모상자에게 어릴 적에 뛰어놀던 고향 언덕길에서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들려주며, 나는 지금도 고향생각을 자주하는 만년 소녀라고 얘기하고 싶어진다. 얼마 전 나는 하버드 의대교수인 제롬 그루프먼이 지은 닥터스 씽킹(How doctors think ) 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의료계에 들어선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가 나의 화두이다. 의사들을 괴롭히는 ‘오진의 짐’은 현대의학의 상업적 한계와 보험체계라고 저자는 얘기하고 있다. 그중 수많은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받았지만 15년 동안 먹은 음식을 토하다가, 마침내 죽음을 앞두게 된 한 환자가 있었다. 이 환자에 대한 극적인 치료는, 역시 환자와 의사의 ‘대화’와 ‘신뢰’가 그 돌파구임을 보여준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의사의 진료 중 오진의 80%는 결국 환자와의 ‘소통의 실패’라는 것이다. 환자들은 의사가 자신을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보는지에 따라 놀라울 정도로 민감해진다. 여기서 오진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최근 많은 의료과신이나 분쟁이 결국 기술적 실수가 아니라 의사의 사고의 결함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고 보면 환자에게 주는 아낌없는 사랑이 결국 환자를 치유할 수 있는 비법 중의 하나가 되는 셈이다. 나는 매일 환자를 볼 때마다 한 사람 한 사람 기도하는 마음으로 진료한다. 지금 내 앞에는 83세의 할머니가 앉아계신다. 일주일 전만 해도 허리가 ‘ㄱ’자로 구부러져 웃음을 잃고 계셨지만, 지금은 미소를 띠면서 얘기하고 있다. “자신도 20대에는 보기 드물게 훤칠한 키에 허리 28인치의 미녀였다”고, 그럴 것이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냐면 165㎝ 정도의 키가 큰 할머니였기에, 허리가 저렇게 구부러졌을 것이리라.. 통장에는 ‘3천 원’밖에 없지만 키우는 손자가 전재산이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할머니.... 이 할머니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의 사랑은 과연 어떤 방법이어야 할까? 3개월의 시한부인생을 살던 79세의 Y할아버지... 위암이 복강내로 번져 항암치료 마저 포기하며 치료받던 그 할아버지, 5년만 살게 해 준다면 뭐든지 다하겠다던 그 할아버지는 13년째 지금 살아있다. 자신의 생일은 병 때문에 생략을 한지가 13년째지만, 매년 내 생일날 난초향이 가득한 화분을 보내고 있다. 오래 살려면 주치의가 필요하다며 손수 병원쇼핑(?)을 한 후 찾아오신 96세의 K할머니.. 5년 전 개업한 후 바로 찾아오신 할머니는, 오래 기다리지 못하시는 게 험이지만, 지금은 돈을 벌수 없다며, 성경에 쓰여 진 것처럼 120살까지 살려면 돈을 아껴야 한단다. 그런 즉 치료비를 무조건 50% 할인 해달라고 떼를 쓰신다. 우리의 상식을 넘어 죽음을 이기고, 새로운 삶을 잘 살아가는 사람들...... 나는 치료할 때 마다 이들의 마음을 skin ship하듯 쓰다듬고 보듬어 준다. 주사를 줄 때에도, 약을 쓸 때에도 이들의 마음을 skin ship하듯 안아주고 , 주치의의 아낌없는 사랑을 전달한다. 그리고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최선을 다하며, 함께 기도하듯 치료한다. 누가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내게 묻는 다면, 난 아마도 이렇게 대답을 할 것이다. "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하고 ,낫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중입니다." 라고. 15여 년 전 뉴욕의 한 소아 병원에 근무할 때가 생각난다. 병원 앞에 붙어있는 슬로건은 ‘Hug Me!’(안아주세요!) 이다. 아직도 차가운 이 계절, 완연한 봄이 오기 전, 우리 굶주린 이웃들에게 따스한 사랑의 포옹을 보내지 않으실래요? 언젠가는 이름 모를 무덤처럼, 죽음을 마주 대해야 할 그대... 이봄, 살아있다는 기쁨만으로, 가난한 이웃들에게 상생의 비법인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것 또한, 우리들의 젊음을 100세까지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이 아닐 런지요? <소화기내과 전문의 박언휘 종합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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