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의 아내 / 안나 아흐마토바
그리하여 그 죄 없는 남자는 빛을 발하는 천사의
거대한 자취를 쫓아 검은 산을 넘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한 음성이 끊임없이 이 여인을 괴롭혔다.
“아직 너무 늦은 건 아냐. 지금 돌아보면 볼 수 있어.
네가 태어난 고향 소돔의 붉은 성채들이며,
네가 한때 노래 불렀던 광장, 물레질하던 헛간,
이제 내다보는 사람 없을 그 높다란 집의 창문들
자식을 낳아준 네 부부의 침상이 있는 그 집을.”
한 차례 힐끗 돌아본 순간, 무슨 소리도 내기 전에
날카로운 고통이 바늘처럼 여인의 두 눈을 찌른다. . .
여인의 몸뚱이는 하얗게 바스러져 투명한 소금기둥이 되고
서둘러 걷던 여인의 두 다리는 땅에 뿌리박혀 버렸다.
누가 이 여인을 슬퍼해 줄 것인가? 이 여인은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너무 하찮은 존재 같지 않는가?
하지만 내 마음은 이 여인을 결코 나무랄 수 없다.
돌아보기를 택했다는 이유로 죽음을 당한 이 여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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