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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내리는 비 / 가브리엘 다눈치노

오늘의 쉼터 2011. 5. 9. 13:50

 

 


 

숲에 내리는 비 / 가브리엘 다눈치노

이제 여기엔
인간의 목소리 들리지 않고
다만 새로운 소리
물방울소리와 나뭇잎
소리만 저 멀리서 들려 오나니.
들으세요
흩어진 구름에서
비가 내리는구료

여름 더위에
찌들어진 상록수
나뭇가지에
소나무 솔잎에 비가 내린다

성스러운 이 나무들에
찬란한 노란 꽃송이 위에
모든 풀 위에 비가 내린다
우리의 즐거운 얼굴에
가리지 않고 있는 우리들 손에
우리의 가벼운 옷에
아무 관심이 될 수 없으며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는 그들로부터 항상
멀리 도피하고 있노라

내 고향 땅이건만 나는
혼자이며 이방인으로
이 봄을 지내는도다

이 마을의 축제날
해는 져서 저녁이 다가오니
사람들은 축연을 열게 되고
조용한 대기를 뚫고
종소리와 축포소리 울리며
그 소리는 집에서 집으로
멀리까지 전해지는구나
모든 이들은 예복을 입고
집을 나서 거리로 쏟아지니
젊은 남녀는 서로서로
쳐다보며 즐거워 하더라

나는 홀로 이 마을을
떠나면서 모든 유희와 즐거움을
다음 기회로 미루고
따가운 태양빛에 노출된
나의 얼굴에 따가움을 느끼면서
저 먼 산 너머 해가 지고
수평선 너머로 자취를 감추는 것을 보니
마치 축복된 젊은 시절도
저 태양과 같이 저물 날이
느껴지도다

너 외로운 새야
하늘이 너에게 준
생명의 끝 날이 다가온다 하더라도
너는 너의 외로운 지난 날을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라
모든 동물의 욕망은
그러하지 않건만
나 만일 늙기 전에 죽음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가질 수 없게 되어
나의 늙은 눈이 다른 이의
마음을 읽지 못하게 될 때
이 세상은 바로 공허이며
앞날은 더욱 지루하고
참기 힘든 시간일 것이다

고독을 찾아 헤매이는
이 나의 심정을
새롭게 된 마음을 간직하는
새로운 생각들에
어제는 에르미오네 너를
오늘은 나를 놀라게 한
그 짧은 이야기 위에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