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만남 (3)
강안여자 만남 11~15
11.
"1억8천을 받았습니다."
강한이 노란색 봉투를 탁자 위에 놓으며 말하자
유경금융 사장 박기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그것, 참. 임윤호를 어떻게 찾아냈지?"
"우연입니다."
거침없이 말한 강한이 소파에 등을 붙였다. 유경금융 사장실 안이다.
만일 유경의 직원이 임윤호의 정보를 대성 측과 교환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불편할 것이었다.
돈은 받아서 좋겠지만 제 회사 정보가 유출된 것을 좋아할 사장은 없다.
봉투를 열고 내용물을 쏟아낸 박기준이 곧 만족한 듯 머리를 끄덕였다.
확인이 끝난 것이다.
"맞군. 그런데 임윤호는 지금 어디 있어?"
"천호동 제일병원 712호실에 입원하고 있습니다."
"손 좀 댔나?"
"예."
박기준이 쌓인 수표 중에서 100만원 권을 추리더니 이윽고 강한에게 내밀었다.
"딱 20%야, 3천6백."
"감사합니다. 사장님."
박기준과는 안면이 있지만 이렇게 마주앉기는 처음이다.
수표를 받은 강한이 주머니에 넣었을때 박기준이 물었다.
"대성은 잘 되나?"
"예, 그럭저럭."
"이 일은 물론 대성 고 사장이 모르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사장님. 제가 알바 한 겁니다."
"정보가 여기서 나간 것 같은데."
박기준이 혼잣소리처럼 말하고는 다시 물었다.
"어때? 이왕 알바 한번 했겠다, 또 한 건 맡아주지 않을래? 이번 건은 꽤 큰데."
강한은 가만 있었고 박기준이 말을 이었다.
"연예계 일이야. 탤런트 하나가 내 돈을 썼는데 받을 게 5억5천이 돼."
"……."
"윤리지 알지?"
알다 뿐인가.
톱 탤런트 중의 한 명으로 스캔들 한번 일어나지 않은 청순가련형의 미녀.
강한이 좋아하는 탤런트 중 한 명이다.
박기준은 강한의 표정을 보더니 빙긋 웃었다.
"놀란 모양이구만. 윤리지가 뜬건 2년밖에 안돼.
뜨기 전에 조그만 프로덕션에 다녔는데 그때 나한테 돈을 빌렸지.
프로덕션이 보증을 서고 말야."
"……."
"그런데 그 프로덕션은 공중분해가 되고 채무가 윤리지한테 넘어갔지. 그게 5억5천이야."
강한이 심호흡을 했다.
윤리지가 처음에 빌려간 돈이 얼마냐고 물을 뻔하다가 만 것이다.
그 질문은 이 업계에서는 금지된 사항이었다. 현재의 채무가 중요할 뿐인 것이다.
그때 박기준이 탁자밑의 서랍을 뒤지더니 구겨진 봉투 하나를 꺼내 강한 앞에 놓았다.
"윤리지의 채무 내역이 있어. 각서도 있고. 가져가서 봐라."
"사장님."
머리를 든 강한이 박기준을 보았다.
"유경 팀원을 시키시지. 왜 저한테…."
"나한테도 세 팀이 있는데."
입맛을 다신 박기준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세 팀이 한번씩 다 맡았지. 그런데."
박기준이 머리를 저었다.
"그년 덕분에 셋이 구속되었다가 겨우 풀려나왔다.
경호원 둘이 붙어 있는데 두 놈 다 한 가락씩 하고. 또."
"……."
"그놈들이 KK단하고 줄이 통하는것 같단 말이다."
12.
커피숍 안으로 들어선 김양희가 안을 둘러보다가 주춤하고 얼굴을 굳혔다.
구석쪽 테이블에 앉아있던 네 사내가 일제히 시선을 주었기 때문이다.
강한과 팀원 셋이다.
회사 내에서는 강한 팀이라고도 불리는 네 사내. 팀워크가 좋고 실적도 가장 좋았다.
김양희가 다시 발을 떼었는데 뒤를 여자 하나가 따르고 있다.
긴 머리가 물결치듯 흔들렸고 키가 큰데다 날씬했다.
용모도 수준급. 김양희의 얼굴이 빨개져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당당한 시선을 이쪽에 보내고 있었다.
"오오."
팀원 중 행동대 역할인 백용철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끝내준다. 저게 누구지?"
물론 김양희 뒤를 따르는 여자를 보고 한 말이다.
김양희와 물결머리가 다가서더니 잠자코 앞쪽 의자에 앉았다.
여섯이 테이블 두 개를 사용하게 되었다.
"유경금융 미스 최예요."
하고 김양희가 소개하자 물결머리가 강한을 향해 생긋 웃었다.
흰 이가 드러났고 갑자기 주변이 환해진 느낌이 들었다.
"최지현입니다."
"제가 백용철이올시다."
강한 옆에 안은 백용철이 정색하고 대답했다.
최지현의 시선이 힐끗 백용철을 스치고 다시 강한에게 머물었다.
강한은 팀원한테도 유경금융의 정보 제공자를 데려온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반갑습니다. 덕분에. 내가 강한입니다."
최지현에게 머리를 끄덕여보인 강한이 모두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까불던 백용철도 입을 다물었고 모두의 시선이 모여졌다.
저녁 8시 정각. 회사에서 사거리 하나 떨어진 길가의 이층 커피숍 안이다.
강한이 입을 열었다.
"최지현씨 덕분에 알바를 맡았고 1억8천을 받았어."
그만큼 받은 것은 최지현도 알 것이다. 강한이 주머니에서 봉투 6개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유경 박 사장 한테서 20% 3천6백 받았다. 그래서 6백씩 6등분을 했어."
그리고는 빙긋 웃었다.
"나누기 쉽더구만. 자. 하나씩 가져."
"아니, 이거."
또 먼저 백용철이 나섰다.
이놈은 항상 말보다도 손이 빨랐는데 오늘은 말이 먼저 나갔고 봉투에 손을 대지 않았다.
"형, 우리는 모르고 있었는데 이렇게 나눠줘도 되는거요?"
"아유, 그럼 안되죠."
하고 팀의 행정 담당인 황택수의 얼굴은 벌써 빨갛게 상기됐다.
놈은 흥분하면 이런다.
"어머. 전."
최지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한을 보았다.
이쪽도 정색하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전혀 달라졌다.
차가운 느낌. 눈동자가 더 검어진 것 같다.
"전 그냥. 저한테까지."
그러더니 최지현이 머리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아요."
옆에 앉은 김양희가 그때서야 머리를 커다랗게 끄덕였다.
김양희의 얼굴은 이미 굳어져 있다.
그때 강한이 말했다.
"자, 넣어. 어서."
그리고는 강한이 봉투 하나를 집어 주머니에 넣더니 일어섰다.
"분배는 똑같이."
그리고는 강한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쓰는 건 자유다."
"형, 내가 한잔 사지요."
봉투를 집어든 백용철이 따라 일어서며 소리쳤으므로 분위기가 풀어졌다.
"늦게 나오는 놈이 찻값 내."
발을 떼면서 강한이 말하자 남자들이 우르르 따라 왔으므로 여자 둘만 남았다.
커피숍을 나온 강한의 옆으로 남자 셋과 여자 둘이 다시 모였다.
"제가 술 살게요."
김양희의 팔을 끼었지만 강한의 옆으로 바짝 다가선 최지현이 소리쳤다.
"좋은데로 가요. 팀장님."
"무슨 말씀을. 우리가 사야지."
백용철이 눈을 치켜뜨고 말을 받았다.
"아, 우리를 뭘로 보고 그러십니까?"
13.
최지현이 안내한 곳은 대학가 근처의 재즈바.
좁은 바 안은 손님들로 미어터질 것 같았는데 외국 남녀가 절반이 넘었다.
머리가 흔들릴 것 같은 음악, 쉴 새 없이 터지는 함성과 비명.
손님들은 안쪽 플로어에서 입추의 여지가 없도록 모여 서서 춤을 춘다.
광란의 춤이다.
아우성, 흔들림.
"저것들 약 먹었어!"
강한의 귀에 대고 백용철이 꽥 소리쳤다.
그들은 겨우 테이블 하나를 배정받았지만 의자가 넷 뿐이어서 둘은 섰다.
백용철이 눈으로 플로어를 가리키며 다시 악을 썼다.
"형, 약 가져올까?"
강한의 시선을 받은 백용철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냥 한 말이었다.
반 년쯤 전에 스트레스를 받은 황태수가 정체불명의 알약 두 개를 먹었다가 강한한테
두들겨 맞고는 똥물까지 다 토해내고 이틀 동안이나 누워있다가 일어났다.
그 후부터 팀에서는 감기약 소리도 안나온다.
"저기. 양희씨, 나하고 같이."
하고 천상태가 버럭버럭 소리치면서 김양희의 손을 잡아 끌었다.
"비비자구!"
"아, 싫어!"
했지만 이제는 뒤에서 백용철이 밀어 붙였으므로 김양희는 끌려갔다.
"형! 나두 나갔다 올게."
눈치빠른 황택수가 분위기를 모를 리가 없다.
강한의 귀에 대고 소리친 황택수도 따라서 플로어로 나가는 바람에 테이블에는
강한과 최지현 둘만 남았다.
소음으로 귀가 멍멍했지만 적응이 되자 견딜 만했다.
음악이 제대로 들리고 어느덧 머리가 가벼워진 느낌도 들었다.
그때 최지현이 어깨를 기울여 강한의 귀에 대고 소리쳤다.
"헤이, 형아."
시선을 든 강한에게 최지현이 한쪽 눈을 감았다가 떴다.
"팀워크가 아주 좋아. 형아."
눈만 크게 뜬 강한의 옆으로 최지현이 바짝 다가앉았다.
어깨가 부딪쳤고 최지현의 입술이 귀에 닿았다.
"형아, 우리 잠깐 나갔다 와, 응?"
"어디로?"
강한이 묻자 최지현이 듣고 있다 맥주병을 내려놓았다.
"따라와."
최지현은 어느덧 반말을 했지만 강한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머리를 돌린 강한은 플로어를 보았다.
인파에 묻힌 일행은 보이지 않았다.
최지현을 따라 바 입구로 나왔을 때 강한은 심호흡을 했다.
맑은 밤공기가 폐에 들어차자 정신이 들었다.
그때 최지현이 강한의 팔을 끼었다.
"저쪽으로, 형아."
강한을 이끈 최지현은 익숙하게 옆쪽 골목으로 들어서더니 다시 왼쪽으로 꺾어졌다.
그러자 강한은 바로 정면의 건물 입구에 조그맣게 붙여진 팻말을 보았다. '모텔'이다.
강한이 눈을 크게 떴지만 최지현은 팔짱을 낀 자세 그대로 제가 어깨로 유리문을 밀고 들어섰다.
"방요."
한 평도 안되는 로비 바로 앞쪽 프런트에 앉은 젊은 사내에게 최지현이 말했다.
눈을 똑바로 뜨고 당당한 표정이다.
"특실루요."
그리고는 주춤거리는 사내에게 최지현이 말을 이었다.
"쉬었다 갈거거든요?"
"예, 5만원입니다."
사내가 말하자
그때서야 팔짱을 푼 최지현이 코트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 데스크 위에 놓았다.
그러더니 키와 세면도구를 받아들고 다시 강한의 팔을 끼었다.
14.
"나아, 참."
엘리베이터에 둘이서 탔을 때 강한이 마침내 한마디 했다.
쓴웃음을 지은 강한이 최지현에게 몸을 돌렸을 때였다.
갑자기 최지현이 몸을 붙이더니 강한의 목을 감아 안았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얼굴을 내밀었다.
"어색하면 먼저 키스부터."
최지현의 붉은 입술이 조금 벌어졌다.
" 나아. 참."
했지만 강한이 최지현의 허리를 두 팔로 안고 이마에다 입술을 뿥여다가 떼었다.
그러자 최지현이 눈을 떴다.
" 에개개."
눈을 홀긴 최지현이 아랫배를 따악 븥이더니 활짝 웃었다.
" 어머. 섰네. "
그때 엘리베이트 문이 열렸으므로 둘은 떨어졌다.
키를 쥔 최지현이 앞장을 서서 방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따라 들어선 강한은 방안이 의외로 깨끗한 것을 보았다.
가구도 세련도돼서 근쳐 젊은 손님들을 상대하는 곳 같지 않았다.
" 형아. 나 금방 씻고 나올게."
코트를 벗어 의자 위에 던지면서 최지현이 강한을 보았다.
" 같이 씻어도 괜찮아."
" 어휴. 이게."
쓴웃음을 지은 강한이 머리를 끄덕였다.
" 좋아. 그러자."
옷은 강한이 먼저 벗었다.
욕실로 들어선 강한이 샤워기 밑에서 물을 맞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시선을 든 강한은 숨을 멈추었다
알몸의 최지현은은밀한 부분도 가리지 않았다.
강한의 시선을 받더니 빙긋 웃고는 거의 물줄기가 둘의 몸에 쏟아졌다.
강한이 이제는 머리를 숙여 최지현의 입술을 빨았다.
그러자 금방 뜨겁고 말랑한 혀가 강한의 입안으로 들어와 휘저었다.
" 으음."
낮고 굵은 최지현의 콧소리.
최지현은 아랫배를 딱 붙였다가 문득 강한의 남성을 느끼고는 두 손으로 그것을 잡았다.
" 어머. "
놀란듯 최지현의 두 눈이 둥그레졌다
" 너무 커. "
강한의 입술이 최지현의 턱을 지나 젖꼭지로 내려왔다
최지현의 젖가슴은 풍만했다.
체격도 허리는 잘록했고 하체는 쭉 빠졌다.
" 형아. 나 급해. "
하고 강한의 남성을 주무르면서 최지현이 헐떡였다.
" 발리 해줘. "
강한은 최지현의 몸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최지현이 손을 뻗어 샤워기의 물을 잠궜다.
몸을 닦지도 않고 밖으로 나온 강한이 최지현을 침대 위에 내려 놓았다.
그러자 최지현이 두 팔과 다리를 벌리며 말했다.
" 형아. 나 달아올랐어. 그냥 해줘. "
강한은 말대로 최지현의 몸 위에 엎드렸다
다음 순간 몸이 합쳐졌다.
" 아아악."
뜨겁다
넘쳐 흐른다.
강한의 온 몸도 불덩이가 되었다.
방안은 가쁜 호흡과 비명같은 신음으로 덮여졌다.
그것이 점점 더 거칠어졌고 거침없어졌으며 나중에는방안이 터져 나갈 것처럼
뜨거운 열기와 소음으로 가득찼다.
그리고는 최지현이 폭발했다.
흐느낌과 절규 최지현이 늘어졌다가 의식을 차린 것은 절정에 오르고나서
5분 쯤이나 지난 후였다.
눈을 뜬 최지현이 탁자에 붙은 전광 시계를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
" 어머. 벌써 한 시간이나. "
상반신을 일어킨최지현은 창가에 서 있는 강한을 그때서야 보았다.
" 어머.형아. 벌써 옷 다 입었어? "
" 그래. 너도 얼른 씻고 옷 입어."
"아유우."
침대에서몸을 일어켰던 최지현이 갑자기 허리를 굽히면서 다시 않았다.
그리고는 머리를 들더니 강한에게 눈을 흘겼다
" 형아 . 너무 좋았어. "
강한의 시선을 받은 최지현이 알몸의 하체를 비트는 시늉을 했다.
" 지금도 여운이 남아 있어서 그래. "
" 다음 기회에. "
쓴 웃음을 지은 강한이 다가와 최지현의 턱을 손끝으로 들러올렸다
" 너도 참 괜찮은 애다. "
그러자 최지현이 강한의 손가락을 쥐었다.
" 나. 가끔 만나줘. 섹스 상대로만. "
15.
눈을 뜬 장미는 벽시계를 보았다.
오전 10시 반. 어젯밤 늦게 터미널에 도착했기 때문에 피곤해서 늦잠을 잔 것이다.
침대에서 일어난 장미는 가운 차림으로 창가에 다가가 섰다.
오피스텔에서 내려다 보이는 거리는 초가을의 맑은 햇살에 덮여 아늑하게 느껴졌다.
오가는 사람들도 여유있어 보인다.
두 손을 치켜들고 발끝까지 올린 장미가 기지개를 켜고나서 소파에 앉았다.
20평형 원룸 오피스텔이어서 혼자 지내기에는 넉넉했다.
가전제품도 모두 신형이었고 옷장에는 명품만 가득 걸려 있다.
어제 고속버스로 대구에서 오는 동안에는 호구가 걸리지 않아서 공쳤지만 당분간은 지낼 만했다.
KTX에서 사채업자 팀장을 턴지 사흘 후에 유진그룹 명예회장 유상택을 만나 1500만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돈에서 절반을 뚝 떼어 김희선에게 주었지만 생활비는 충분했다.
탁자 위에 놓인 핸드폰이 진동으로 제 자리에서 돌았으므로 장미는 몸을 돌렸다.
핸드폰 3개 중 흰색. 이 핸드폰은 가족용이다.
발신자 번호는 일반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지만 모르는 번호였다.
그때 핸드폰의 진동이 끊기더니 다시 울렸다.
장미는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언니."
먼저 울리는 목소리. 예상했던대로 동생 장선이다.
공중전화를 하는 것이다.
"응. 웬일이니?"
불안한 예감이 든 장미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워졌다.
그러자 장선이 말했다.
"엄마가 알았어."
그 순간 숨을 멈춘 장미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다.
가장 우려했던 일이 터진 것이다.
다른 일은 얼마든지 견딜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어머니가 자신의 행각을 알면 쇼크를 먹을 것이고 그때는 수습이 어려워진다.
빌어먹을.
"어. 어떻게?"
장미가 겨우 물었을 때 장선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잠깐 나갔다가 온 사이에 경찰에서 엄마를 만나고 갔어."
"……."
"엄마가 울었어."
"……."
"어제 점심 때부터 엄마는 아무것도 안먹고 누워만 있어."
"……."
"그리고는 나한테 언니 찾아오래. 난 언니하고 연락하는줄 아나봐."
"절대로 말하지 마."
갈라진 목소리로 장미가 말했다.
"절대로. 넌 모른다고 해."
"알았어."
"그런데 그 자식들이 와서 뭐라고 하고 간거야?"
"인터넷 사기액이 6천5백이라고."
"……."
"언니가 지금 수배 중이라는 것까지 다 말해버렸어."
"개놈들."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장미가 다시 확인했다.
"그것 뿐이야?"
"그렇다니까."
"좋아."
마음을 굳힌 장미가 말을 이었다.
"엄마한테 그래. 순 오해였는데
언니가 한달 안에 그 문제를 해결하고 엄마한테 갈 테니까 일어나 밥 먹으라고."
"언니. 정말야?"
"정말이라니까."
단호하게 말한 장미가 눈을 치켜떴다.
"엄마가 밥 안먹고 누워만 있으면 언니는 약 먹고 죽어 버리겠다고 말해.
엄마보다 먼저 죽어버리겠다고."
"언니."
장선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너무 그러지 마."
"꼭 그렇게 말해. 그리고 나한테 다시 전화해. 알았어?"
"알았어."
"한달안에 꼭 해결한다고 말하는 거 잊어먹지 말고."
"글쎄 알았다니까."
"잘 부탁한다."
그러면서 장미는 가늘게 숨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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