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여자

2. 만남 (2)

오늘의 쉼터 2010. 10. 4. 18:19

2. 만남 (2)

 

 

강안여자 만남 6~10

 

6.

 

 

 강한이 청평의 모텔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3시 반.
약속 시간보다 30분 늦은 것은 오다가 차가 고장났기 때문이다.
회사차를 끌고 왔는데 갑자기 엔진이 꺼져버리는 바람에 길 가에다 두고 택시를 불러탄 것이다.

 

 "205호실."

 

 주차장에 세워진 검정색 승용차 조수석에 앉자마자 운전석에 앉은 천상태가 말했다.

 

 "넷이 다 들어갔는데 방에서 떼로 하는지 모르겠어."

 

 "문 사장이 데리고 들어갔다면서?"

 

 강한이 묻자 앞쪽에다 시선을 준 채로 천상태가 머리를 끄덕였다.

 

 "여자 대는거지. 하나는 제 애인이고."

 

 천상태는 강한의 팀원으로 추적 담당이다.

대성금융 영업부는 5개 팀으로 나뉘어 있었고 그중 1개는 정보팀이다.

정보팀은 채무자에 대한 모든 자료 수집이 주업무로 수사기관 출신의 팀장이 지휘한다.

그리고 각 팀은 행정, 추적, 수금 담당으로 세분화되었다.

행정은 서류 확인 및 증거 확보를 맡고 추적은 미행, 도청, 촬영 전문이다.

수금 업무는 팀장이 한두 명 정도의 악질과 함께 수행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문 사장이 나올 때가지 기다리자구."

 

 그렇게 결정을 내린 강한이 의자에 등을 붙였다.

문영수 사장은 대성금융의 고객으로 신용이 아주 좋았다.

1억대 단기 자금을 자주 빌려 썼는데 거래를 튼지 6개월이 넘었어도 실수 한번 하지 않았다.

중국과 무역을 한다고 했지만 밀수업자라는 소문이었다.

그 문 사장이 유경금융에서 돈을 떼어먹고 잠적한 부동산업자 임윤호를 보증인으로 한번

세웠던 사실이 대성금융 직원이자 고동표 사장의 애첩인 김양희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유경금융과 대성금융은 경쟁관계였고, 때로는 전쟁 일보직전까지 간 적도 있다.

안전빵인 대기업 동호그룹 어음을 서로 할인해 주려고 다퉜을 때가 그렇다.

 어쨌든 김양희가 유경금융에서 임윤호 사건을 알아내어 이쪽 자료와 검토해본 것은

서로 정보 교환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유경금융 쪽에 정보 제공자가 있을 것이었다.

 

 "형, 얼마라고 했지?"

 

 불쑥 천상태가 물었으므로 강한은 생각에서 깨어났다.

며칠전 KTX에서 약을 먹인 이장미를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뭐가?"

 

 강한이 묻자 천상태가 가는 눈을 더 가늘게 뜨고 턱으로 모텔을 가리켰다.

 

 "저기, 저 자식이 떼어먹은 돈 말야."

 

 "3억."

 

 "우리한테 얼마 준다는데?"

 

 "공식 대가는 받아야지."

 

 "몇 급?"

 

 "최하 2급."

 

 받기를 포기한 상태는 1급으로 그 돈을 받아냈다면 받은 금액의 절반이 공식 요금이다.

2급은 확률이 반반인 경우로 받은 금액의 20%가 수당이다.

 

 "그렇다면."

 

 다시 눈을 가늘게 떴던 천상태가 강한에게 물었다.

 

 "김양희한테는 얼마 주기로 했지?"

 

 "걔하고는 아직 이야기 안했어"

 

 "나한테는 얼마 줄건데?"

 

 강한이 잠자코 천상태를 보았다.

26세, 고아, 고졸, 나이트크럽 웨이터 경력 3년, 심부름 센터 경력 2년을 거친 후에

대성금융으로 옮겨왔고 군에는 가지 않았다.

강한이 겪어본 바에 의하면 눈치가 빠르고 민첩하지만 입은 무겁다.

믿을만했다.

그래서 이 일을 맡긴 것이다.

 

 "20퍼센트."

 

 "20?"

 

 눈을 치켜떴던 천상태가 곧 시선을 내리더니 머리를 끄덕였지만 기쁜 표정은 아니었다.

 

 "5등분이야."

 

 앞쪽을 향한 채 강한이 말했다.

 

 "김양희, 그리고 우리 네 명까지"

 

 "아니, 그럼."

 

 천상태가 머리를 돌려 강한을 보았다.

 

 "택수하고 용철이까지?"

 

   황택수와 백용철도 팀원이다.

 

 

 

7.

 

문영수와 여자 한 명이 모텔에서 나왔을 때는 그로부터 한 시간 반쯤이 지난 오후 5시경이다.

낮에 모텔에서 나온 남녀의 행동은 비슷비슷하다.

강한도 자주 채무자 뒷덜미를 잡느라 모텔 밖에서 기다린 덕분에 그 모습에 익숙했다.

둘은 외면한 채 차에 오른다.

꼭 싸우고 나온 것 같다.

웃는 꼴은 본 적이 없다.

초조한 모습.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문영수와 여자는 웃었다.

차에 다가선 문영수의 어깨를 여자가 주먹으로 치고 발끝으로 종아리를 가볍게 차기까지

하면서 웃는다.

 

 "지랄들 하고."

 

 차 안에서 그 꼴을 보던 천상태가 마침내 한마디 했다.

 

 "방에서 떼로 놀다가 온 모양이야, 형."

 

 천상태가 이제는 틀림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문영수는 여자와 차에 타더니 힘차게 언덕을 올라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제는 내막이 확실해졌다.

모텔에 숨어있는 임윤호에게 문영수가 여자를 붙여주고 간 것이다.

방에서 넷이 떼로 놀았는지 어쨌는지는 모른다.

 

 "자, 가자."

 

 강한이 여유있는 표정으로 말하더니 차에서 내렸다.

천상태는 조금 긴장한 것 같았다. 몸과 눈치는 빠르지만 천상태는 주먹이 약했다.

이 사회에서 말하는 주먹이란 깡이고 독기다. 실력과 함께 근성이 필요하다.

 대성금융에 입사한지 반 년만에 강한이 팀장으로 승진한 것도 이것 때문이다.

강한은 잔인했고 철저했다. 그리고 겁나는 싸움꾼이었다.

한번은 채무자가 경호원 둘을 데리고 덤벼들었다가 셋 다 전치 3개월의 중상을 입고 입원했다.

 강한의 싸움 기술은 태권도, 합기도, 유도, 가라테, 우슈, 킥복싱에다 이빨로 물고

손가락으로 눈이나 급소를 찌르는 방법까지 포함시킨 것이었다.

 

 강한의 기술을 본 팀장 하나는 대번에 얼어서

그후부터는 눈도 마주치지 못하다가 회사를 떠났다.

이 세계에서 소문은 금방 퍼진다.

강한은 특전사 출신으로 살인 기술 교관이었다는 소문이 났지만 천상태는 물어보지 못했다.

둘은 TV 연속극을 보느라고 넋을 잃고 있는 카운터 여종업원의 뒤를

소리없이 지나 이층 계단을 올랐다.

205호실은 복도 끝방이었다.

양탄자가 깔린 복도를 걸어 방문 앞에 섰을 때 강한의 눈짓을 받은 천상태가 노크를 했다.

천상태는 턱을 들고 눈썹을 내려깔면 아주 양순한 표정이 된다.

웨이터 생활에서 단련된 표정이다.

 

 "누구세요?"

 

 하고 안에서 여자 목소리가 울렸으므로 천상태는 턱을 더 들었다.

강한은 옆쪽 벽에 등을 붙이고는 천상태의 옆모습을 보았다.

 

 "예, 히터를 잠깐만 손을 보려구요."

 

 천상태가 한껏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지금 여자는 보안경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을 것이다.

 

 "1분이면 됩니다, 사모님."

 

 "잠깐만요."

 

 달그락 거리며 체인을 푸는 소리가 났다.

만일 여자나 또는 안에 있는 임윤호가 문을 열어주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들어갈 방법이 있다.

 이층이니까 뒤로 돌아서 베란다를 통해 올라갈 수도 있고 옆방을 통해 건너가거나

여차하면 문을 부수고 들어가도 된다.

물론 부서진 문값은 임윤호 부담이며 신고도 못할 것이었다.

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갔고 강한이 뒤를 따랐다.

 

 "어머머."

 

 하면서 여자가 놀라 비틀거렸지만 천상태가 문의 고리를 잠그면서 빙긋 웃어 주었다.

 

 "시바. 입 닥치고 가만 있어."

 

 강한은 그 사이에 침대 끝에서 엉거주춤 일어난 사내와 눈싸움을 하는 중이었다.

임윤호는 키가 컸고 체중이 꽤 되었다.

 1m85 정도에 100kg로는 될 것 같았다.

키는 강한과 비슷했지만 체중이 20kg 정도가 더 나간다.

그때 임윤호가 입을 열었다.

낮고 무거운 목소리였다.

 

 "두 놈이 온거냐?"

 

 

8.

 

 

지금까지 천상태는 강한의 실력을 못보았다.

그래서 문에 등을 딱 붙이고 숨도 죽인 채 둘을 주시했다.

여자도 사태를 눈치챈 것 같았다. 입을 두어번 벌렸다가 닫더니 벽에 붙어 선다.

그때 성큼성큼 다가간 강한이 임윤호의 1m쯤 앞에서 멈춰 섰다.

 어깨가 내려갔고 두 손도 늘어뜨린데다 상체까지 조금 앞으로 기울었다.

천상태는 강한의 자세가 꼭 고릴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굽어다 보는 고릴라.

 

 "너희들 누구야?"

 

 하고 다시 임윤호가 묻는다.

임윤호의 어깨는 치켜 올라갔고 두 손은 허리에 짚었다.

눈을 치켜뜨고 있어서 기세로만 보면 압도한 것처럼 느껴졌다,

 

 "이 새끼들이."

 

 임윤호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더니 손으로 강한의 턱을 가리켰다.

 

 "너희들, 유경에서 온 놈들 아니지?

 내가 그쪽 팀은 다 안다. 이런 시발놈들. 얼치기 현상금 사냥꾼 아녀?"

 

 강한은 그래도 가만 있었으므로 천상태는 입안에 고인 침을 삼켰다.

분위기가 점점 일촉즉발의 상태로 다가간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각이 둔한 사람이 하나 있었다.

벽에 기대섰던 여자다. 40대 초반이나 중반. 얼굴 화장이 다 지워져서 부석부석했지만

반팔 셔츠 밑에서 솟은 젖가슴은 풍만했고 반바지를 입은 다리도 잘 빠졌다.

여자가 임윤호의 기세를 믿고 소리쳤다.

 

 "당신들 누구야! 빨랑 안 나가! 젊은 자식들이 겁대가리 없이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서…."

 

 그 순간이었다.

천상태는 임윤호가 갑자기 허리를 꺾는 장면부터 보았다.

여자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그쪽에다 한눈을 팔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 신음이 터져나왔다.

 

 "어우."

 

 임윤호는 사타구니를 채였다.

그때부터 천상태는 강한의 동작을 똑똑히 보았다.

두 손으로 임윤호의 머리칼을 움켜쥔 강한이 무릎으로 얼굴을 찍어 올렸다.

 

 "찍!"

 

 "어억!"

 

 찍 소리와 어억 소리가 거의 동시에 울렸다.

임윤호가 비스듬히 옆으로 쓰러졌을 때 다시 강한의 발길이 날아가 허리를 찼다.

 

 "어이구."

 

 이제는 임윤호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울렸지만 강한의 발길질은 멈추지 않았다.

다시 허리와 가슴, 배를 찬다.

 

 "억, 억, 아이구우."

 

 고통의 신음이 겁에 질린 비명으로 바뀌어졌을 때 천상태는 벽쪽의 여자가

털썩 방바닥에 주저앉는 것을 보았다.

 얼굴이 노랗게 되었고 입을 쩍 벌렸는데 눈에 초점이 잡혀있지 않았다.

 

 "어이구, 살려주시오."

 

 마침내 꿈틀거리던 임윤호의 입에서 절규가 터져나왔다.

얼굴은 피로 범벅이 되었고, 말을 하면서 입밖으로 부러진 이가 튀어 나왔다.

그러나 강한의 발길질은 멈추지 않았다. 차고 차고 또 찬다.

그러더니 버둥거리는 임윤호의 한쪽 팔을 두 손으로 잡아 들고는 와락 꺾는다.

 

 "따악!"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마치 마른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하고 같다는 것을 천상태는 처음 알았다.

 

 "끄으으."

 

 하고 팔이 기역자로 부러진 임윤호가 온몸을 늘어뜨렸을 때

주저앉아 있던 여자도 그대로 앞으로 엎어졌다.

둘이 거의 동시에 기절한 것이다.

 

 "야."

 

 머리를 돌린 강한이 불렀을 때 천상태가 화들짝 놀라 눈의 초점을 잡았다.

 

 "에."

 

 대답소리가 그렇게 나왔다.

천상태도 반쯤은 넋이 달아난 상태였던 것이다.

 

 "여기 정리해. 저 여자는 침대 위에다 눕히고."

 

 강한이 턱으로 늘어져있는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서 지내야 될 것 같으니까 나가서 먹을 것도 좀 사오고.

그리고 약국에도 다녀와야겠다."

 

 

9.

 

 

   "로스앤젤레스가 그리워요."

 

 창밖을 보던 장미가 머리를 돌려 앞에 앉은 이석훈에게 말했다.

 

 "특히 해변이."

 

 장미의 눈의 초점이 희미해졌다.

마치 먼 곳을 보는 표정이 된 것이다.

저녁 8시반. 소공동 프린스호텔의 양식당 안이다.

주위 테이블은 모두 외국 손님들로 채워져 있었는데 분위기는 밝았지만 조용했다.

이곳은 비싸다. 한끼 식사로도 몇 십만원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석훈이 장미의 잔에 와인을 채웠다.

한병에 9만원짜리. 국일전자 영업팀의 3년차 사원인 이석훈에게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언제 돌아가려구?"

 

 이석훈이 차분한 표정으로 장미를 보았다.

미남이다.

서늘한 눈, 곧은 콧날과 단정한 입술, 티없는 피부까지 어느 한 곳 흠이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일류대 출신에 최고의 직장, 재력가 부모를 둔 환경까지 다 갖춘 남자.

이석훈의 시선을 받은 장미가 소리없이 웃었다.

 

 "몇 달 더 있다가요. 여기도 지내기에 나쁘진 않아요."

 

 장미가 와인 잔을 들면서 말을 이었다.

 

 "특히 지금같은 분위기는."

 

 "영광인데."

 

 쓴웃음을 지은 이석훈이 한 모금 와인을 삼키고는 장미를 보았다.

 

 "어머니가 장미씨 만나고 싶다고 하셔. 언제 시간을 낼거야?"

 

 "다음주 쯤."

 

 정색하고 말한 장미가 가늘게 숨을 뱉었다.

 

 "하지만 난 아직 준비가 덜 되었는데."

 

 "나도 그래."

 

 이석훈도 상체를 반듯이 세우고는 정색했다.

단정한 용모가 그림같았다.

 

 "어머니를 만족시켜 드리는 의미도 있지만 솔직히."

 

 "솔직히 뭔데요?"

 

 장미가 묻자 이석훈은 희미하게 웃었다.

 

 "나도 장미를 잡고 싶어. 형식이지만 그게 내 자신한테는 중요해."

 

 "유혹이 많아요?"

 

 "그쯤은 견딜수 있어."

 

 "압력?"

 

 그러자 이석훈이 머리를 끄덕였다.

 

 "주위에서는 장미가 가상의 인물인줄 알아.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

 

 장미가 한 모금 와인을 삼키고는 웃었다.

 

 "너무 그러다 실물을 보면 실망하겠네."

 

 "천만에."

 

 다시 이석훈의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랐다.

 

 "실물을 보면 더 놀라겠지. 장미는 그런 타입의 여자야."

 

 "내가?"

 

 "그래, 장미는 신비스러워."

 

 "흐흐."

 

 장미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이석훈을 만난 것은 석달쯤 전이었고 이번에는 비행기 안이었다.

제주도에 다녀오던 이석훈의 옆자리에 장미가 앉게 되었던 것이다.

그때 이석훈이 장미에게 명함을 주면서부터 관계가 시작되었다.

이석훈은 장미가 LA에 사는 교포로 안다.

물론 장미 아버지는 LA에서 유통업으로 성공을 한 재력가로 이번에 백화점을 설립할 계획인 것이다.

장미의 학력은 UCLA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석사이다.

이석훈보다 나으면 나았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한 모금 와인을 삼킨 장미가 손수건으로 입술을 가볍게 누르더니 이석훈을 보았다.

 

 "다음 스케줄은 뭐죠?"

 

 "스케줄?"

 

 놀란듯 눈을 둥그렇게 떴던 이석훈이 입맛을 다셨다.

 

 "그러지 마, 장미. 좀 흐르는대로 놔두자구. 자꾸 자르지 마."

 

 "방에 들어갈까요?"

 

 장미가 정색하고 물었는데도 이석훈은 못 알아들었다.

그래서 눈만 껌벅였으므로 장미는 눈살을 찌푸렸다.

 

 "키 받아 올래요?"

 

 그순간 이석훈의 눈 둘레가 와락 붉어지더니 입까지 벌어졌다.

이석훈과 석 달을 만나면서 섹스는 한번도 안했다.

 

 

 

 

10.

 

장미에게는 섹스도 비즈니스의 일부분일 뿐이다.

따라서 섹스에 대한 특별한 감흥이나 의미가 부여되지 않았다.

오직 한 가지, 섹스를 이용하여 목적을 이루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장미는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 섹스를 제공했는데 다 성공했다.

성적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남자는 한 놈도 없었으며 장미와 섹스를 한 놈들은 모두 넋이 나갔다.

남자들의 생리 구조는 대개 비슷해서 물총을 싼 후에는 바로 도망갈 궁리부터 한다는 사실도

장미는 안다.

어느 놈은 싼 직후부터, 그러니까 1초도 안되어서 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미를 만난 남자는 안그랬다.

싸고 나서도 한사코 들어가 있으려고 했다.

그것은 장미가 당사자들 한테서 직접 들은 말이었다.

너같은 여자는 처음이라고 했다.

네 그곳처럼 아늑하고 신비로우며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쾌락을 주는 구조는 생전 처음이라는 것이다.

그곳을 명기로 만들려고 장미가 1년간이나 집중적으로 단련해온 것은 아무도 모른다.

오직 왕년에 화류계에서 날렸던 오희선과 장미, 둘만이 안다.

오희선은 장미에게 이른바 규방비법을 다 전수해 주었다.

그리고는 너는 몸뿐만이 아니라 기질, 두뇌까지 삼위일체로 타고났다고 칭찬했다.

오희선은 30년전에 한국 정, 재계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을 휘어잡았던 여걸이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2년전에 경영했던 요정에서 장미를 만났던 것이다.

장미는 딱 한달만 요정에 나갔다가 오희선의 수양딸이 되어 교육을 받았다.

오희선은 장미를 분신처럼 내세워 자신이 이루지못한 꿈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오희선은 사랑했던 남자에게 배신을 당해 철저하게 무너진 경험이 있다.

남자의 약점은 무엇이고 어떤 것이 강점인지도 겪었다.

장미는 오희선의 살을 먹고 자란 독거미 새끼였다.

오희선의 모든 기술과 경험은 하나씩 장미에게 전수된 것이다.

 

 "아아아."

 

 하고 위에서 이석훈이 신음을 뱉었으므로 장미는 몸을 굳혔다.

그러자 이석훈이 주춤하면서 눈에 초점이 잡혔다.

 지금 둘은 정상위 자세로 섹스를 하는 중이다.

 

 "조금 아파서 그래."

 

 하고 장미가 허덕이며 말했을 때 이석훈은 상반신을 들었다.

온몸이 땀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입에서는 거친 숨이 뱉어졌다.

 

 "아파? 그럼?"

 

 했지만 이석훈은 몸을 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조금 전에 마악 터지려고 했던 상황인 것이다.

이때 참고 뺀 경우는 역사책을 뒤져봐도 없다.

 

 "해줘."

 

 하고 장미가 이석훈의 목을 다시 두 팔로 감아 안으며 말했다.

 

 "나도 좋아지는 것 같아."

 

 이석훈의 움직임이 다시 시작되었다.

조금 전에 몸을 굳힌 것은 이석훈의 물총 발사 시간을 약간 늦춰주려는 의도였다.

계획했던대로 이석훈운 잠깐 정신을 차린 덕분으로 1분쯤 발사 시간이 연장된 것이었다.

 

 "아아, 아파."

 

 하고 장미가 허덕이며 소리쳤다.

 

 "좋은 것 같아."

 

 다시 소리쳤을 때 이석훈이 터졌다.

 

 "아아아".

 

 장미는 이석훈의 목을 당겨 안으면서 소리쳤다.

 

 "엄마, 나 몰라."

 

 그리고는 이석훈의 하반신을 두 다리로 감아안았다.

남자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자세였다.

오희선은 이 순간에 남자는 여자의 자궁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받도록 해야 된다고 가르쳤다.

그래야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 좋아."

 

 장미가 허덕이며 말했다.

 

 "앞으로는 더 잘할게."

 

 이 말도 남자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효과가 있다.

대개 첫번째 섹스에서 남자는 서두르고 당연히 시간이 짧아진다.

지금 이석훈도 넣고 나서 3분 40초쯤 되었다.

잠깐 정지했다가 떠났어도 그렇다.

그러니 그 열등감을 덜어줘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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