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깍두기

오늘의 쉼터 2010. 6. 22. 08:01

(6월 22일 화)

    깍두기 아내의 종합 건강 검진 결과 상담 차 부부동반 서울 나들이를 했다. 봄날 오후는 맑고 쾌청하여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창 밖이 아름다웠다. 차내에는 조용한 세레나데 음악이 흘렀다. 아내는 옆에 앉아 콧노래를 부르고 가끔 미소지우며 나를 바라본다.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여보!”하고 부른다. 나는 “왜요”하고 대답 했다. 아내는 “우리 언제 경치 좋은 바닷가 한 번 가요.”말했다. 나는 짧게 “그럽시다” 대답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여보! 旅情은 戀情이라 했는데, 갑자기 여행이요.” 나는 되물었다. 아내는 빙그레 웃으면서 “글쎄요 봄이 나를 오라 부르네요.”하고 싱겁게 대답 했다. “봄은 여자의 가슴으로 온다는데.....”하며 말을 얼 버무렸다. 아내는 “글쎄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오늘은 기분이 그러네요.”하고 얼굴을 붉힌다. 나는 정말로 아주 오랜 만에 아내로부터 愛情 어린 感情을 느꼈다. 나는 구청에서 운영하는 실버댄스를 몇 달째 배우고 있다. 아내와 함께 배우고 싶었으나 취미가 맞지 않는다하여 나만 다녔다. 같은 아파트 단지 여인들을 파트너로 댄스를 하기에 아내에게는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파트너 10쌍이 동아리를 만들어 푸르네 댄스 동아리라 불렀다. “여보! 이달 29일 푸르네 댄스 동아리에서 삼척에 가요.” 하고 말했다. 나는 아내의 반응이 궁금했다. “누구랑 가는 데요” 아내는 물었다. “아마 남녀 10명이상 갈 거예요.” 대답했다. 아내는 “여자들도 가느냐.” 반문했다. 나는 여자 특유의 질투심을 느꼈다. “당신도 같이 가지” 물었다. 나는 이어서 “영덕 게도 먹고, 생선회도 먹고, 하루 밤 자고 오는 거야.”하고 눈치를 살폈다. “영덕 게도 먹어?” “그래요.” “그럼 가지.” 아내는 뜻밖의 반응이다. 그동안 아내는 낯 설은 사람과의 부부동반 여행은 처음이라 망설일 줄 알았다. 아내와 함께 영덕게도 먹을 겸 여행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차가 서부 간선도로 입구에서 차량이 정체 되었다. 40여년을 함께 살아오면서 남편 뒷바라지와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여자들은 지난날 고생했던 기억은 생생하게 기억하는가 보다. 정년 후에 집에 있다 보니 가끔 젊어서 나만 즐기면서 살았다고 푸념을 한다. 나는 앞으로 잘 할 터이니 지나간 이야기는 그만 하자고 통 사정을 한다. 그러나 아내는 무기인양 가끔 나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근래 서로의 마음을 열어 식탁에서 자주 사랑 표현의 대화로 愛情을 느낀다. 多幸이 아내의 종합검진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단다. 아내나 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 졌다. 시계를 보니 오후 6시가 가까웠다. 고대구로병원을 출발했다. 병원 입구에서 군밤 한 봉지를 샀다. 아내는 군밤을 까서 나의 입에 넣어 주었다. 아내는 군밤 다섯 알을 손자에게 준다고 남겼다. 이것이 여자의 잔잔한 情인가 보다. 아내는 “여보”하고 말을 걸었다. 나는 “왜요”하고 대답했다. 아내는 “우리 수원에 가서 저녁으로 소머리 국밥을 먹어요.” 했다. 나는 “그래요.” 짧게 답했다. 나는 소머리 국밥집에 들려 따로 국밥을 시켰다. 반찬 중에 깍두기가 맛이 있었다. 나는 깍두기 한 그릇을 추가 했다. 나는 아내에게 “대전 한밭식당 깍두기 기억나요.” 하고 물었다. 결혼 이듬해였다. 우리 큰형님의 사업부도관계로 시골 천석지기 전답을 탕진하여 가세가 어려웠다. 나는 어렵게 결혼하여 대전에서 교직을 시작했다. 가끔 아내와 특별 외식으로 대전 역 앞 한밭식당 설렁탕을 먹었다. 그때 먹었던 깍두기는 정말로 맛이 있었다. 오늘 먹는 깍두기 맛이 대전 깍두기 맛과 비슷했다. 방 깍두기 조리사가 일주에 한번 서울에서 새마을호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출장 온다고 했다. "여보! 대전 한밭식당 깍두기 맛과 같아.”하고 말했다. 아내는 우리가 어렵게 살았던 신혼 생활을 말했다. 아내가 말하기를 우리 대전에 살 때 설렁탕 한 그릇을 시켜 아내를 주고 나는 국물만 먹었다고 했다. “당신은 기억 못하지.” 하며 말했다. 나는 전혀 기억이 없다. 지나간 옛 일이지만 감회가 새롭다. 나는 고생한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당신이 참 고맙소!” 맑은 하늘에 노을이 붉게 물을 드렸다. 지금 까지 봉급 이외로 돈을 벌어 본적이 없다. 정년하고 나니 잡수입이라는 것 한 푼도 없다. 신문사와 잡지사 원고료 모은 돈으로 목걸이 하나 선물하고 싶다. 지금도 밖에는 왠지 서글픈 봄비가 부슬부슬 가슴에 내린다. <시인, 소설가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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