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반지와 목걸이

오늘의 쉼터 2010. 6. 18. 19:29

(6월 17일 목)

    반지와 목걸이 70년대 초 서울 시흥동 모 학교에 근무 할 때의 일이다. 그 때도 오늘처럼 오후 늦게까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학교 담장에 넝쿨 장미가 만발했던 5월로 기억 된다. 중간고사 후 오후 이른 퇴근 길 시내버스에 올랐다. 당시만 해도 비포장 길이 많아 비만 오면 신발에 진흙이 많이 묻었다. 마침 맨 뒤에 자리가 있어 앉으려고 갔다. 그런데 우측 중간에 있던 젊은 남자가 잽싸게 뒷자리로 갔다. 나는 多幸이다 싶어 중간 자리에 앉았다. 多幸이 서있는 사람이 없었다. 버스가 다음 정거장에 도착하자마자 뒤에 따라 오던 버스가 추돌 했다. 그 충격으로 버스 뒤창 유리가 박살났다. 그 파편이 맨 뒤 좌석에 앉은 사람의 목덜미를 쳤다. 다친 사람이 네 명으로 기억한다. 하나 같이 목 뒤를 칼로 벤 듯이 가로 상처에서 유혈이 낭자했다. 모두들 인근 병원으로 치료차 보내고 버스가 좀 늦게 출발했다. 나는 담장도 없는 가슴이 덜컹 했다. 나는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나는 그 남자에게 속으로 感謝했다. 그 빈자리를 내가 앉았더라면 내가 다쳤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상처가 깊지 않기를 기도 했다. 성경 시편 23편 목자의 시가 생각이 났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찌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는 성구를 암송했다. 우리는 순간순간 아찔한 생명의 위협 속에서 살아감을 實感했다. 한치 앞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人生이라 생각하니 무상했다. 어느새 비는 그치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밝게 퍼졌다. 햇살이 버스 안을 비추었다. 버스 안 의자 밑 흙덩이 속에서 햇살을 받아 유난히 반짝이는 것이 눈에 띠었다. 나는 무엇인가 발로 흙덩어리를 비벼 보았다. 그런데 콩알 크기의 보석 루비였다. 나는 보석 알을 휴지로 닦았다. 루비의 십자성이 햇볕에 반짝이였다. 주변을 살펴보니 백금 반지가 보였다. 누가 잃어버린 반지를 승객들의 발에 밟혀 알이 빠지고 반지가 찌그러졌다. 잃은 사람을 찾아 주어야지, 그 생각도 잠시였다. 나는 누가 볼까봐 종이에 싸서 주머니에 넣었다. 잠시 아내의 얼굴과 반지가 떠올랐다. 결혼 초에 월세를 전세로 바꾸느라 돈이 모자라 아내의 결혼 패물을 팔았다. 그리고 10년이 되도록 반지하나 제대로 해주지 못해 마음에 걸렸다. 한 달 후면 아내의 생일이다. 나는 가슴에 찌르는 양심을 속이고 금은방을 찾았다. 금은방 주인은 값이 꽤 나가는 반지인데 왜 알이 빠졌느냐 물었다. 나는 대꾸도 하지 않고 수리해 달라 했다. 반지 케이스에 넣어 예쁘게 포장했다. 나는 생일날 외식하는 자리에서 생일을 축하한다며 반지를 끼워 주었다. 아내는 고맙다고 말 하면서도 “이 반지 어떻게 된 것이냐?” 물었다. 나는 그동안 용돈을 절약해 구입했노라 얼 버무렸다. 그 후 30년 후 내가 정년 하던 해 그 반지 사연을 고백 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반지 주인을 찾아 주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지난주일 조카 결혼식에 가던 날 아내의 자수정 반지를 처음 보았다. 나는 처음 보는 것이라 “그게 무슨 반지에요.” 하고 물었다. 큰 딸 애가 오래전에 유럽 출장 다녀오며 반지와 목걸이 세트 알만 사다 주었단다. “왜? 다이아 반지는 어찌 하구요.” 물었다. 아내는 “여보! 아껴야지요.” 하고 대답했다. 마주보는 얼굴에서 愛情을 느꼈다. 70된 노인이 앞으로 얼마나 산다고 반지를 아껴, 나는 혼잣말로 중얼 거렸다. 어쩌면 알뜰한 아내 德에 노년을 편하게 산다 생각하니 고마웠다. “목걸이는 어디 있어요.” 물었다. 아직 만들지 못했다고 해서 6월 생일날 선물하기로 약속했다. 아내는 “여보! 고마워요.” 돈이 어디 있어 약속 할까 의심하는 눈치다. 매달 용돈 몇 푼 타서 쓰는 주제니 그럴 만도 하다. 지금 까지 봉급 이외로 돈을 벌어 본적이 없다. 정년하고 나니 잡수입이라는 것 한 푼도 없다. 신문사와 잡지사 원고료 모은 돈으로 목걸이 하나 선물하고 싶다. 지금도 밖에는 왠지 서글픈 봄비가 부슬부슬 가슴에 내린다. <시인, 소설가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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