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 금순아 잘 있었니 ♤

오늘의 쉼터 2010. 3. 18. 17:13

    금순아 잘 있었니? 며칠 전 아내가 모는 차의 조수석에 합석하여 시골로 내려왔다가 어제 귀경하는 차의 조수석에 앉아서 귀경했다. 어제는 내 진갑이었다. 아내는 평소보다 더 정성을 들인 생일 미역국을 끓여주었다. '혼자서도 서울 갈 수 있어요.' 하는 아내의 자신있는 말을 못 들은 척하며 조수석에 앉았다. 운전 실력이 아직은 불안한 아내를 혼자 보내기가 우려한다는 이유였다. 아내는 혼자서도 차를 몰고 장거리를 뛸만큼 충분한 실력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 염려와 걱정이 모두 기우였다고 어제 귀경하면서 판단했다. 하루가 지난 오늘은 일요일. 고층 아파트의 이중 창문을 통해서도 햇볕 실루엣되어 빛난다. 정오가 되면 겨울햇볕이 정면으로 쪼일 것 같은 쾌청한 날씨다. 그런데도 내 몸은 천근만근이나 된 것처럼 묵직하고, 마음은 심연으로 차악 가라앉았다. 어제의 여독旅毒이 덜 풀렸다기보다는, 지난 겨울내내 움추렸던 울울함이라기보다는, 겨울이 지나가는 길목에 선 요즈음의 나른한 봄기운이 먼저 스며든 것 같다. 심신이 지치고 늘어져서 부기가 덜 빠진 얼굴, 멍롱한 눈을 억지로 뜬 뒤에 밥 한술 챙겨먹고 pc자판기를 두들긴다. 이웃집 사내(외지에서 온 가난한 농사꾼)가 선물로 준 인형(흙으로 빚은, 시골처녀)한테 이름을 붙여 준 노모. '금순아, 잘 있었니?' 심심해서 말을 먼저 건다는 노모. '친구야 나 왔다, 너는 왜 말 한마디도 없니? 잡것!.' 동구밖에 있는 무덤에 가서 말을 걸고 온다는 노모. 이런 노모를 혼자 놔두고 어제 서울로 올라 온 나는 벌써부터 시골로 내려갈 궁량을 댄다. 월요일인 내일에는 정형외과 병원에 들러서 오십견(나한테는 육십견)을 검진한 다음 익일인 화요일에는 시골로 내려가야겠다고 나를 위로한다. <수필가 최윤환> ********************************************************************* 가족 여러분... 노모를 그리는 마음은 자식입장에서는 누구나 같을 겁니다. 말벗이 없어 인형과 대화를 하는 노모를 생각하면서 바삐 시골로 떠나려는 아들의 마음이 절절하기만 합니다. 황사 경보가 밖으로 나가려는 마음을 잠시 멈짓하게 하네요. 살아계신 부모님께 전화 한 통 하는 목요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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