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철없는 아이

오늘의 쉼터 2010. 1. 25. 10:53

    ♡ 철없는 아이 ♡ 커피숍 창문 너머로 해는 뉘엿뉘엿 넘어 가고, 서투르게 봉지를 씌운 복숭아 나무위에 빙그레 웃고 계시는 어머니 얼굴이 걸려 있는 듯하다. 소화가 잘되지 않아 위 내시경 검사를 받으러 가기로 한 날이다. 남들은 간단하다고 했지만 왜 그렇게 겁이 나는지 꿈에 시달렸다. 수면 내시경을 하기로 하고 병원을 갔지만 의사 선생님께서는 위험 할 수 있으니 전에 하던 방식으로 하자고 하셨다. 무사히 검사는 끝났다. 결과는 염증이 조금 있어 이주일 가량 치료를 받기로 하고 병원을 나왔다. 혹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나 주섬주섬 정리를 하며 나온 일에 웃음이 슬며시 났다. 병원은 아들 친구네 집이었다. 아들 친구 엄마들 세 명과 가벼운 마음으로 일산으로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암이 아닐까 아니면 다른 병일까 밤새 고민하다 괜찮다는 소리에 가벼워진 마음이었다. 점심은 나를 위해 아침 일찍 움직인 고마움에 내가 사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찻집에 앉아 우리들은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나보다 훨씬 어린 그들이 이제는 아픈 곳이 많다며, 병원 가는 것이 월중 행사라고 푸념들을 했다. 짧은 인생길을 이야기를 하며 밖을 보고 있는데 복숭아나무에 봉지를 씌워 놓은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도시에서 어릴 적 우리 과수원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며 아련히 옛 추억에 잠기어 보았다. 과수원을 하고 있던 우리 집은 사철 바빴다. 복숭아 봉지를 씌우기 위해 겨울에도 봉지를 만들어야 했다. 봉지는 신문지로 만들며 크기는 신문지 사분의 일장 정도였다. 복숭아 열매는 알이 좋은 것만 남겨 두고 모두 속아 낸다. 그 위에 봉지를 씌우는데 복숭아 색깔이 예뻐지고 벌레가 먹지 못하게 씌워 놓게 된다. 봉숭아 봉지 씌우는 일로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데 친구를 좋아하던 나는 집으로 스물세명이나 데리고 간 일이 있었다. 도시로 나가서 공부를 하는 나는 토요일이면 집으로 가야 했다. 일주일 동안 먹을 반찬과 용돈과 가지러 집으로 가는데 많은 친구들을 데리고 갔던 것이다. 엄마에게 말씀도 드리지 않은 채… 봄에 딸기를 따서 팔아 학비도 하고 생활비도 써야 되는데 딸기를 따먹으라며 친구들을 밭으로 하나 가득 데려다 풀어 놓았다. 바쁜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말이다. 눈치코치 없이 철없는 딸이 야속하셨겠지만, 내색을 전해 안 하시고 빵을 한 솥 쪄서 내 놓으시던 어머니셨다. 밭에 일하러 오신 아주머니들 점심과 내 친구들 점심을 힘겹게 지어 주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친구들은 도시를 벗어나 넓은 시골로 나오니 신기하고 재미있어 과수원을 누비며 놀고 있었다. 밭을 보니 일을 하시는 아주머니들 머리에 두른 흰 수건과 뛰어 다니는 내 친구들이 어우러져 잔칫집 분위기였다. 산에 올라가 나물도 뜯고 딸기밭에서 실컷 딸기도 따 먹은 내 친구들 손에는 딸기가 들려져 있었다. 정이 많으신 엄마가 집에 돌아가는 친구들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힘든 엄마는 아랑 곳 없이 친구를 데려오는 일은 몇 년이 계속 되었다고, 그것도 모자라 내 자취방에 까지 안 와 본 친구는 거의 없었다. 딸 많이 낳았다고 기도 못 펴고 사시던 어머니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얼마나 눈치가 보였을까. 그것도 손자도 아니도 손녀딸이 그러고 다녔으니 말이다. 어른이 되고 나니 어머니께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머니의 편치 않았을 세월이 마음에 걸렸다. 몸이 열 개로 쪼개져 일을 하여도 일손이 모라서 바쁜데 주일마다 친구들은 왜 그렇게 많이 데리고 갔는지… 반성을 해 보라는 뜻인지 자식 중에도 나와 똑같은 녀석이 하나 있다. 둘째 딸인데 녀석 친구들은 나를 모르는 애들이 별로 없다. 극성스런 성격에 친구들 퍼다 주는 것도 일등이고 집으로 몇 십 명씩 데리고 왔다. 파티 한다고 법석을 떨어 집에서 떠밀려 나간 일도 수 없이 많았다. 남은 두 녀석도 친구 좋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힘들고 귀찮을 때가 많았지만 어릴 적 어머니를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대접을 하곤 했다. 자식을 키워 보니 이제야 엄마 마음을 알 것만 같다. 철없는 아이였음을 깨달으며 후회를 하여도 이제는 소용이 없는 일, 늙으신 어머니께 남은 시간이라도 잘해 드릴 수밖에… 마음이 넓고 깊으신 어머니를 닮아 가는 철없던 아이가. < 수필가 이 규 자 > ^*^*^*^*^*^*^*^*^*^*^*^*^*^*^*^*^*^*^*^*^*^*^*^*^*^*^*^*^*^*^*^* 이제는 부모님 뵙기가 두려워집니다. 팔십을 훨씬 넘기신 두 분이 살아 계심이 감사한 날이지만 떠나실 날이 다가옴을 느끼니 마음이 바빠집니다. 한 손에는 지팡이 한손은 잘 가라고 손을 흔들고 계시는 모습이 마음 아파 못 본 척 앞만 보고 옵니다. 휴일에는 가 뵈어야지 마음먹었지만 지키지 못한 마음 죄송하여 모든 부모님께 아침편지로 띄워봅니다. 가족 여러분… 휴일 잘 지내셨는지요. 1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 시작합니다. 휴일에 충전한 에너지 마음껏 발휘하시며 신나는 한 주를 열어 보세요. 좋은 일 감사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가족 여러분 파이팅! ♣ 이 규 자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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