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장 난 자판기 ♡
집 앞에 이삿짐 차와 사다리차가 와 있었다.
그것을 보고도 어느 집이 이사를 하는구나! 하며 그냥 지나쳤다.
아파트 생활이란 수시로 이사를 들고 나고 해도 별
관심 없는 것이 보통이다.
낯이 익을만하면 떠나고 어느 날부터 낯선 사람이
자주 보이면 새로 이사를 왔구나, 생각할 뿐이다.
이웃을 만나도 반갑게 인사를 하거나 안부를
나누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어쩌면 그것이 아파트 생활의 예의이며 일상이 된 듯도 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이웃들과 차도 자주 마시고 친하게 지냈다.
세월이 지나면서 가깝던 이웃들이 하나둘 이사를 갔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모두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름대로 새롭게 형성된 문화생활이라 해야 할까나.
어쩌다 저녁시간이 되어야 이웃을 만날 수가 있다.
눈인사만 나누는 정도로 지나치고 만다.
한가한날이라도 이웃을 청하는 일은 쉽지 않다.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고 맛있는 음식이나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해줄 자신이 없어 머뭇거리게 된다. 그러다 기회를 놓치기 일쑤다.
그런 아쉬움 속에서도 꼭 초대하고 싶은 이웃이 있었다.
그녀를 맞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흐뭇했다.
언제쯤이 좋을까, 무엇을 장만할까, 무슨 이야기를 할까.
그런데 한동안 아래층에 사는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궁금해서 다른 이웃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녀가 이사를 갔단다.
꼽아보니 그날 사다리차가 그 집을 위해서 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없다니 허탈하기 그지없었다.
그동안 차 한잔하자는 말도 못해보고 말았다.
마음속으로만 벼르고 있던 일이 아무 소용없어졌다.
그녀는 다소곳하며 은은한 향기가 나는 듯 했다.
가볍게 눈인사만 할 뿐이지만 조용하게 웃는 모습은 참 맑았다.
갈증을 느끼다 시원한 생수 한잔을 마신 뒤의 청량감이라 할까,
기분까지도 새털처럼 가볍게 만들었다.
때로는 그녀에게서 겸손이란 저런 거구나! 하고 깨닫기도 했다.
날이 갈수록 그녀와 차 한 잔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는데.
모두 내 탓이기에 더욱 서운하고 벼르고 있던 일이
아무 소용없어져 속이 상했다.
나는 아름다운 이웃과의 만남을 간직하고 서로 좋은
이웃들로 남고 싶은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옮겨 보지 못해 그런 생각은
기억에만 남아 있을 뿐 못내 아쉬움만 남겼다.
순간 고장 난 자판기가 생각났다.
모양은 버젓이 갖추고 있지만 아무도 찾아주지도 않고
스스로도 차를 내 줄 여유를 가질 수 없는 고장 난 자판기.
내가 바로 실천을 못한 고장 난 자판기였다.
결국, 그 동안 많은 생각은 맛있는 차를 내놓을 수 없는
고장 난 자판기처럼 생각만 쌓여있다.
< 시인 이 희 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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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의 마음의 거리는 우리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며 멀리 있을 수도 있고 가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저녁 바쁘다는 핑계로 반상회를 가지
못한 일이 마음에 걸립니다.
우리가 먼저 마음을 열지 못해 이웃이 멀어져가는
것이 아닌지 더불어 산다는 것은 견고한
행복을 다지는 일 같습니다.
가족 여러분…
좁은 엘리베이터가 길게만 느껴지지는 않으신지요.
인사도 없이 오르내리는 작은 공간에서
내가 먼저 인사 건네며 일상의 안부라도 물어 볼 수
있는 이웃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르지 못한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저는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 이 규 자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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