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사범 ♡
얼마나 즐거워야 할 여행지에서 하나도 즐겁지가 않았다.
남편 나름대로 애를 썼지만 속은 자꾸 부글 부글댄다.
처음으로 타 본 유람선에서 그 좋은 절경 앞에서 시퍼런 수심 밑으로
가라지는 마음을 남편의 손을 잡고 띄워 올려보려 해도 허사였다.
남편 또한 눈은 먼 곳에 있었다. 그의 마음도 무지 허한가 보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앰프를 타고 흐르는 노래를 나직이 따라 하고 있었다.
내가 노래 한 번 해보래도 절대 안하던 사람이다.
노래방에서도 쑥스러워 더듬대는 사람이다. 그런데 사랑은 아무나 하나?
동조라도 하듯 소리를 내서 부른다.
그의 허해 보이는 모습을 보노라니 더더욱 씁쓸했다.
나보고 30만원 용돈 쓰고 자기가 살림을 살아볼까 한단다.
그럼 뭔가? 30만원에 빌붙어 사는 인생,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속 끓이는 값이 30만원 밖에 안 되는 저임금의 인력이란 말인가?
괜한 화딱지가 자꾸 난다.
그래도 난 늘 남편과 동급이라 생각했다.
봉급도 그가 받는 만큼 나도 받는다고 생각했다.
같은 돈이지만 그이는 회사에서 받고 나는
남편에게 봉급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만큼 나도 고임금의 인력이라 자부했다.
내가 받은 봉급으로 우리 가정을 먹여 살리고 지켜나가는데
아낌없이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낌없이 베푸는
것이라고 전장에 총받이처럼 살았다.
그래서 아무리 마이너스가 생기더라도 힘들다는 소리를 하지 못했다.
그의 봉급이 몽땅 통장으로 들어오는 이상 말 할 수조차 없었다.
늘 분수에 맞게 살라는 것이 그의 구호였으나, 나의 임무는 늘 과중했고
쩔쩔매는 생활은 벗어날 길이 없었다.
어디 가서 도둑질 해 오라는 소리 아닌 이상 말할
필요가 없었음을 스스로 닦달했다.
나날을 견디며 이끌어가려 애썼다.
내가 이 가정을 관리 운영해 간다는 막중 책임감 때문이었다.
엄마의 위치, 아내의 위치, 맏며느리의 위치라는 존재이유를
달아 참는다는 것에 뿌듯함도 느꼈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아니다. 아내란 애시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며느리의 의무감은 과중했고, 엄마자리도 실패한 성 싶다.
물론 경제정책도 빵이다. 그 덕분에 이런 처분이 내려진 것이겠지만
아무것도 인정받는 부분이 없음이 무지 슬프다. 뭔가 모를 상실감이 크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 650만원 지하 전세방에서 5년째 접어들며
집장만을 했고 7년째 접어들며 또 하나의 집을 장만했다.
얼마 후 새 아파트로 입주하면서 마지막 잔금에 새 살림까지 빛이 조금 생겼다.
빚지는 일을 10원도 못 참는 성격의 남편이 한숨을
오르내리쉬면서 내놓은 방안이었다.
그동안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전혀 이해 받지 못했다는
상실감이 이렇게 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남편에게 30만원 용돈 받아쓰는 것으로 오감하게 붙어살아야
한다는 건 정말이지 더 이상의 치욕은 없다. 그날 이후 자꾸만 싸워진다.
꿈속에 미운 짓조차 못 참고 싸워댔다. 남편은 어젯밤에도 잠꼬대를 해댔다.
'미안해, 미안해, 사랑해요, 미안해' 겨우 잠이 들려는 찰나'왜?
또 내가 뭘 잘못했어?'소리를 꽥 지르다가 자기바람에 놀라
벌떡 일어나는 걸 보니 밉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했다.
머리카락이 서고 가슴이 옹쳤다. 뭐야? 뭔가 수상하게 보니 더욱
수상해지는 그의 행동이 더 꼴밉고 못마땅하다.
곰곰 생각하니 잠꼬대도 누구를 향한 것인지 선명치가 않다. 그래서 또 싸웠다.
10여 년 전 어느 우울한 날 한 잔 술에 썼을 것이다.
난 그 날 이후 열심히 살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돌려받은 통장 하나가 또 다시 되돌아갔다.
나 보고 제발 혼자서만 잘 해결하고 살아주면 고맙겠단다.
그러나 그때만큼 슬프지 않았다. 우울하지도 않았다.
실은 아무런 감정도 생기지 않았다.
아! 지금부터 뭘 먹고 사나~?
쓴 한 숨 한번만 쉬어주고 쿨쿨 꿈나라로 가버렸다. 어젯밤엔.
<시인, 수필가 황 범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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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원 스타면 부인은 투 스타가 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아내들은 남편이 출세하면 덩달아 아내의 위치가
올라가는 자부심으로 살아간답니다.
작은 실수가 있더라도 감싸주고 또 믿어주고 열심히
살아가는 아내들의 노고를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을 먹고 사는 이슬 같은 아내를
남편들은 많이많이 사랑하여 주세요!
가족 여러분…
마음속으로는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오늘은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내에게 혹은 남편에게
쑥스러워 건네지 못한 사랑한다는 말 건네며
미소 지을 수 있는 날이 되소서.
♣ 이 규 자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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