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포 갓 바위의 사랑 ♥
목포의 아침은 바다 냄새로 시작되었다.
비릿하면서 소금기 섞인 공기와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낯설었지만 기분이 좋았다.
전날 여름휴가를 맞아 남쪽으로 떠난 길에 담양에
들렀다가 그곳까지 가게 된 것이었다.
딱히 갈 곳을 정한 것도 아니어서 우선 밖으로 나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거리는 한산했다.
가로수 나뭇잎들은 밤에 살짝 내린 비에 씻겨 어제보다
훨씬 더 푸르게 보였고 구름사이로 보이는 밝은 햇살은
비가 오면 어쩌나하는 근심을 덜어주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아침 먹을 만한 곳을 찾는데 도로가에
세워둔 표지판에 삿갓처럼 생긴 바위사진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목포8경의 하나로써
천연기념물 500호로 지정된 갓 바위였다.
아침은 천천히 먹기로 하고 우선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이정표를 따라간 갓 바위공원은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도착한 곳은 바다와 접해 있는 작은 동산이었다.
입구에서 바위는 보이지 않고 바다위에 떠있는 다리가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갓 바위를 잘 볼 수 있도록 설치한 해상 보행 교였다.
다리 길이가 270m인 이 보행교는
2008년 3월31일에 개통했다고 한다.
이 보행교가 있기 전에는 갓 바위가 산을 등지고 바다를
향해있기 때문에 배를 타야만 정면에서 볼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공원을 끼고 있는 산으로 올라가 위험을
무릅쓰고 해안에 접근해서야 겨우 바위의 측면을 볼 수 있었다하니
이 보행교가 생긴 후 이곳을 찾아 온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조심스레 땅에서 약간 경사진 다리를 몇 미터 내려가니
바로 바다에 떠 있는 다리와 연결되었다.
두 다리가 만나는 부위는 바닷물 수위에 따라 조절 할 수
있도록 서로 겹쳐져있고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바다에 떠있는 다리중간 쯤에 서니 뒤쪽으로는
넓고 푸른 바다가 펼쳐있고 눈앞에는 갓의 형상을
한 두 개의 바위가 떡 버티고 있었다.
높이는 약 6~8m가량 되고 갓의 넓이는 2~6m정도라는
이 바위는 삿갓이나 철모를 쓴 사람 같기도 하고 어린이
만화에 나오는 스머프의 집 같기도 했다.
바위 표면에 벌집모양의 구멍들이 숭숭 박혀 있고
군데군데 벗겨진 곳도 있었다.
이것은 바닷물이 들어차면 바위 표면이 염분에 젖었다가 물이
빠지면 수분이 용해되어 실리카 성분이 암석 표면에 남아
침전되면서 이와 같은 표면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몸통부분은 움푹 패여 비어있고 삿갓모서리는 만지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이 푸석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상상했던 크고 단단하고 우람한 바위가 아니었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비와 바람과 파도에 씻기었으면
저렇게 큰 바위가 속이 다 패였을까.
그 흐른 시간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에 비하면 사람의 인생은 얼마나 짧은
순간인가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오직 자연과 시간의 흐름으로 빚어낸 이 훌륭한 조각품을
바라보면서 자연의 위력을 새삼 실감 할 수 있었다.
또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이 작품을 만든 자연이
제일 위대한 예술가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잠시 해 보았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패여 있는 몸통이 마음을 서글프게 했다.
긴 세월 동안 모진 풍파를 피하지도 않고 다 받아준
바위가 자식들에게 속살을 파 먹히고 마른 껍질만
남은 어머니의 모습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텅 빈 속을 가지고도 의연하게 서 있는 바위는 속으로는
약하면서도 겉으로는 센척하는 아버지 같기도 했다.
눈길을 돌리니 바위의 전설을 소개하는 표지판이 있었다.
옛날에 한 젊은이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관을 실수하여 바다에 빠뜨렸다.
그 후 천하에 가장 큰 죄를 지은 자가 어찌 하늘을 볼 수 있느냐며
삿갓을 쓰고 그 자리에서 용서를 빌다가 돌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자식에게 헌신한 부모의 형상으로 보았는데
전설에 의하면 죄를 지은 자식이었다. 어느 쪽이 맞는 해석일까?
결국 자식을 사랑한 부모, 부모를 사랑한 자식,
양쪽 모두 사랑에 관한 이야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니 부모의 형상이든 자식의 형상이든 무슨 상관이 있으랴.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주 작은 새끼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헤엄치고 있었다.
수 천 년을 버텨온 바위와 갓 태어난 물고기들의 공존,
그렇게 세월은 이어지고 있었다.
<회원 글 김 영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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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마음과 육체를 지니려면 여행만큼
좋은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닫혀있는 마음을 여는 것도
인생을 돌아보는 일도 말이죠...
매일 하는 일이 여행이라면 기쁨도 작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바쁜 시간 짬을 내어 어렵게
다녀오기 때문에 행복지수가 높아지나 봅니다.
갓바위 사랑을 내려주신 예비 작가님의 소중한
글 마음에 새기며 아침을 열어 봅니다
가족 여러분!
겨울비가 촉촉이 내리는 아침입니다.
봄이 와 있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푸근한 날입니다.
새벽은 하루의 시작...
매일 맞는 새벽이지만 하루하루의 의미는 다 다르지요
오늘 하루도 알차게 꾸려 가시고
좋은 일 많으신 하루가 되시길 빌어 봅니다.^^*
♣ 이 규 자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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