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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가을이◈
풋 가을이 열린다.
한 입 베어 물면
신물이 툭 터질 것 같은
스며진 색깔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마음에 쏙 담아지는
맑은 수채화로 그려지고
새콤달콤 맛 들어가는
중년이 다가온다.
물오른 진초록이야
누구나 싱그러웠지
그러나 지금
빨강 노랑 주홍 아직은 초록이
이제는 역력히 보이는 삶의 빛깔이
얼마든지 솔직한 아줌마의
편안한 아름다움으로
전설 속의 신비로운 섬처럼
그렇게 다가온다.
나 혼자만 설익은 과일처럼
조급증이 앞서고
도태되어 버린 듯한
불안의 우울함이 깊어가건 말건
몽골 몽골
풋 가을이 열린다.
나이가 든다는 거 슬프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내 아이가 그만큼 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중년이야말로 최고로 아름다울 수 있는 꽃 시절이란 생각도 듭니다.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고 투자할 수도 있고 즐길 수도 있는 최적의
시기란 생각이 듭니다. 저야 늦은 결혼과 늦은 출산으로 아직 고1의 아들이
있지만, 어지간히 자식 키워놓고 시집살이 친정살이에서 적당히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고 개발하고 가꿀 수 있는 조금은 한가해진 나이 이 중년이란
나이가 오늘은 참 예뻐 보입니다.
이기은 선생님의 아침편지 (낙엽이 가는 길)을 보면서 새삼 느꼈습니다.
다만, 얼마나 아름다운 빛깔로 누군가의 가슴에 심어질지가 의문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런 강박 관념조차도 가슴 답답하지 않게 다가오는 이 어여쁜
배 불뚝 아줌마의 나이가 황금 가을 들판의 풍요처럼 뿌듯합니다.
제가 이렇게 긍정의 힘을 얻어 이뿐 생각을 하기까지 자상하신 말씀과
따뜻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많은 분 때문입니다.
올가을 님들 덕분에 참 행복합니다.
<<시인, 수필가 황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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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서른쯤이었나 봅니다.
아들을 데리고 간혹 시장이나 산책하러 나가면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모랑 놀러 왔구나.” 하며 한마디 툭 던지고 지나갑니다,
유난히 앳되게 보인다는 말은 들었지만, 엄마를 이모라니…….
그 후론 나이가 어려보인다는 것이 왜 그리도 부끄럽던지 누가 묻기라도
하면 얼른 내 나이보다 두어 살 올려 말을 하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피식~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일이지만 그땐 나이 드신
어른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자식은 시시콜콜 부모의 간섭이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고 어느 정도
삶이 안정된 중년이 되고 보니 ‘중년이란 참 아름답고 행복한 나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국보 가족님!
풋 가을이 농익어 홍엽은 지고 나무들은 앙상한 채 하루를 버티고 서서
떨어야 하는 겨울의 초입에 들어섰지만, 중년이란 나이가 부끄럽지 않은
우리 님들은 오늘도 곰삭은 묵은지처럼 값진 삶을 껴안고 입가에 번지는
미소로 보내는 하루하루의 삶이 참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오령을 흔들며 하루를 여는 두부장수의 외침이 오늘따라 정겨운 아침입니다.
감기 환자가 많은 요즘 건강에 특별히 신경 쓰시고 오늘도 가슴 가득
따스함이 느껴지는 행복한 하루를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김미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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