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늘 혼자인 여자◈

오늘의 쉼터 2009. 10. 15. 12:32



    ◈늘 혼자인 여자◈
    오후 청초한 가을 햇살이 밖에서 부르고 있다. 가슴 깊은 곳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과 쓸쓸함이 초가을 문턱에서 나를 힘들게 한다. 왜 인간은 늘 고독 속에서 저당 잡힌 채 살아야 되는지 의문을 가지며 고독이라는 원 속에서 맴돌며 어지러운 그네를 태우고 있다. 백합꽃을 유난히 좋아하는 C 선생이 갑자기 떠오르며 어느새 차를 돌려 그곳을 향해 가고 있다. 잠시의 위안을 받으며 또 다른 삶을 체험하라고 손짓하는 그곳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짙은 향내가 코끝을 자극하며 이질감에 나를 움츠려 들게 하고 있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찬불가가 서글프게 들려오는 유행가처럼 들리며, 우울한 나를 겹겹이 쌓인 산속으로 들어온 착각 속에 잠시 머뭇거리게 한다. 이 집이 경복궁보다 더 좋다고 생각을 하는 C 선생 책상에는 “맞아요! 그렇게 하겠습니다.”라며 한 여인네가 귀를 쫑긋 세우며 진지하게 듣고 있다. 마루에는 근심이 많아 보이는 여인 셋이서 말없이 앉아 순서를 기다린다. 세상 근심을 다 짊어진 듯한 얼굴,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세 사람의 얼굴을 마주 보기가 민망하여 잠시 시선을 다른 곳을 보며 딴청을 부려 본다. 한 시간가량 상담을 하고 가는 그 여인네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웃음이 가득하고 무슨 희망을 주었기에 저리도 가볍게 나가는지 궁금함이 나를 유혹한다. C 선생을 만난 것은 사 년 전…… 우연히 인연이 된 그분. 그 후 잠깐 내 인생 상담을 했지만, 이제는 나를 보면 위안을 받는다는 사이가 되었다. 붉게 물들어 가는 C 선생의 눈자위를 바라보며 나도 곱게 찧어 놓은 봉숭아 물이 되어 사연을 듣는다. 소녀 같은 눈가에 붉은 기운이 돌며 나직이 심호흡을 하는 C 선생의 담배 연기가 천장을 향해 올라가며 함께 그곳을 향해 가 본다. C 선생의 아버지는 아들을 낳으려고 부인을 다섯 명이나 두셨단다. 동경 유학을 마치고 온 신세대 여성을 넷째 부인으로 맏이 하여 늦게 얻은 딸로서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어느 날 아버지가 운명하시고 혼자 남은 딸은 어렵게 독학을 한다. 그가 어렵게 혼자됨은 아버지 살아생전에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새엄마들을 괴롭혔기 때문이다. 혼기가 찬 그분은 일본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가난한 총각과 결혼을 한다. 박사가 되기까지 같이 고생을 했고 학교도 세웠단다. 그러나 C 선생은 남편과 사이에 아이가 없다. 부총장이라는 명예와 부를 얻은 남편이 어느 날 잘생기고 훤칠한 사내아이를 하나 데리고 나타났다. 하늘이 무너지는 배신감에 떨었던 시간은 잠깐이고, 아이를 낳은 그 여인은 명예와 아이를 미끼로 결혼을 요구했다. 어렵게 박사가 된 남편과 아버지가 남기고 간 재산으로 학교를 세운 그 모든 것이 백지가 되겠기에 포기하고 맨몸으로 나오게 되었다. 남편을 사랑하고 있었기에 왜 이런 신세가 되었을까 회의에 빠져 있을 즈음 우연한 기회에 철학을 배우게 된다. 불교 대학을 거처 유명한 스님의 제자가 되어 공부해 보니 모두가 내 팔자더란다. 어릴 적부터 이 길을 오기까지 아픔은 계속되고. 몸이 아파 병원에서도 손을 놓아 버리고 장례 준비를 하던 끝에 살아난 인생이다. 욕심도 버리고 마음도 비워야 하건만 생은 끈을 놓지 못하더란다. 하나를 얻으면 둘을 바라고 둘을 얻으면 셋, 열을 얻으면 막무가내 가는 인생사의 길을 터득했다는 그분. 가족도 멀리하고 살아온 13년 세월이 흘러가고 지난겨울 그리던 가족과 상봉을 한다. 내 잘못이라고 엎드려 빌던 남편도 용서를 해주고 난 후, 살아오면서 제일 후회가 되는 일이 이혼이었단다. (내일 이어짐) <<수필가, 이규자> ************************************************** 가을이 아니어도 쓸쓸함과 외로움에 길들여 살아 온 지 강산이 바뀌고도 몇 해가 흘렀건만 찬바람에 뒹구는 낙엽을 보면 허허로운 마음은 더해가기만 합니다. 온 가족 손이라도 마주 잡고 웃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거나 정 많은 부부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을 때면 나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작아지는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요즘 너무도 쉽게 “이혼”이란 말을 거론하고 실제로 이혼을 하는 가정이 점점 늘어나 사회적인 큰 문제로 이슈가 되기도 했었지요. 물론 개개인의 사유가 있겠지만,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가다 잡은 손 놓아버린 채 영영 만날 수 없는 이승의 안타까운 이별 앞에 아파하며 통곡하는 사람들을 한 번쯤 생각해 보았더라면 누구든 쉽게 이혼을 한다거나 이혼을 떠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봅니다. 국보 가족님! 우리 가족님들은 그럴 리야 없으시겠지만, 혹여 작은 다툼이나 만족스럽지 못한 일이 있더라도 서로 원망이나 미워하는 마음 대신 바라만 보아도 살갑고 아름다운 가시버시 사랑으로 날마다 행복한 삶을 이어가신다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붉은 사과향기가 가슴을 상큼하게 해주는 아침, 쌍을 이룬 까치가 재잘거리다 포로롱 날아갑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많이 웃으시고, 더 많이 사랑받고, 행복해하는 예쁜 하루를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하십시오. ♣김미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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