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인간◈
나는 글을 쓰면서 두 가지를 염두에 둔다. 하나는 이 글을 읽는
독자를 생각하며 무엇인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자 한다.
그리고 나를 발가벗기는 정직한 마음으로 필을 든다는 것이다.
정직한 마음이 상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지론이 있기도 하다.
세상에는 작가도 많고 글도 넘친다. 짤막한 글을 읽고 독자가 감동을
받고 무언가 가슴에 담을 메시지를 받는다면 작가는 이에 더 큰 기쁨과
보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며칠 전에 신문에서 나의 이런 까다로운
입맛에 맞는 글을 읽었다. ‘해운대’라는 천만 명 관객을 동원한 영화감독
윤제균의 ‘10년 전, 10년 후’란 제목의 에세이다.
인간은 자기의 부끄러운 면을 감추려는 마음이 본능적으로
발동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작가는 돈이 없는 가난함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 말하자면 직장 동료는 휴가에 해외여행을 가는데 국내 여행을
할 여유도 없어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고 자책하며, 친구를 찾아가려 해도
소주 한잔 살 돈조차 없는 처지가 한심해서 그러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10년 전 IMF 외환위기에 직장에서 한 달간의 무급휴직을 당한 때의
이야기다.
이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는 새옹지마(塞翁之馬)였다. 10년 전 평범한
샐러리맨이 10년 후의 천만 명 관객동원 영화감독이 된 것은 이때에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골방에서 시나리오를 쓰게 된 것이 첫걸음
이었다고 한다. 10년 전 하루빨리 승진해서 풍족한 급여를 받는 임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샐러리맨은 10년 후 유명 영화감독이 되었는데 이는
100% 자기 의지와는 상관이 없는 상황이라며 10년 후의 자기 모습은
어느 사람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글로 쓰고 싶었던 것이다.
잘나간다고 좋아할 것도 없고 못 나간다고 낙담할 것도 없는 새옹지마의
인간 철학을 자기의 인생경험을 통해 독자들에게 던졌다.
현재를 비관하지 말고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좋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꿈과 희망을 던져 준다.
유명 영화감독이 되어 인터뷰가 쇄도해 질문받았던 “10년 후 어떤 모습일
것 같습니까?”라고 질문을 다시 해 준다면 “나도 정말 궁금하다.”라고
대답할 것이란 그 글을 읽고 우선 영화를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해운대’란 영화 CD를 사서 단숨에 보았다.
영화는 10분 후에 밀어닥칠 쓰나미를 모르고 사랑하고 싸우고 돈만 벌려고
아웅 대는 인간의 연약하고 미련한 한계를 매우 잘 그려냈다.
내일 일도 모르고 10분 후의 일도 모르는 인간의 대책 없는 교만을
질타한 영화다.
(중략)
공교롭게도 오늘 남태평양과 인도양에서 규모 7.9~8.0의 강진이 발생하여
사모아에서 쓰나미로 한국인 2명 포함 120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매몰되었다는 기사가 일면 톱에 바닷물에 잠긴 사모아 파가토고 마을 사진과 함께 실렸다.
‘쓰나미’라는 단어는 5년 전인 2004년 12월 규모 9.1의 강진으로
동남아에서 23만 명이 사망하여 세계가 놀란 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생소한 단어였다. 그 일이 엊그제 같은데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진 그 단어가 영화의 주제가 되고 다시 그 사건이 오늘
실제로 되풀이 되듯 일어났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5년 전만 해도 들어보지 못했던 쓰나미라는 단어를
곱씹어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느긋하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잘 된다고 교만하지 말고 실패하고 하는 일이 안된다고
낙심함이 없이 최소한 걱정만은 하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깊은 생각에
잠겼던 하루다.
<<수필가 권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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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으로 친구가 문병을 왔습니다.
손에 가득 선물 꾸러미를 들고 말입니다..
반가움에 주삿바늘이 꽂힌 줄도 모르고 벌떡 일어서려다 주춤하며
친구를 바라보았습니다.
기업가와 결혼하여 호화로운 삶을 꾸려가며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았던
그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병실을 지키는 내 모습보다 더 초췌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봅니다.
말없이 마주 잡은 손에 전율이 흐릅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친구는 남편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지자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 주변을 정리하다 펼쳐든 앨범에서 나를 보게 되었고 남편을
가슴에 묻고 오랜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내 모습에서
새로운 힘을 얻어 병실까지 찾아오게 되었다는 말을 합니다.
그토록 내가 부러워했던 그 친구가 말입니다.
우린 ‘모진 게 목숨이더라.’라는 말을 하며 서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호화롭던 삶이 언제 무너질지, 고달프다 포기하려 했던 가난이 회복되어
언제 부유하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삶이 윤택하다고 거드름을 피우거나 교만해서는 안 될 것이며,
지금 내게 처한 상황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나보다 더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계획을 세워 현재의 삶에 충실하다면
언젠가는 환하게 웃으며 지난날을 이야기할 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랑하는 국보 가족님!
억새의 머리카락을 솔바람이 쓰다듬어줍니다.
코스모스 하롱거리는 가을 들판을 달려 보고픈 오늘도 우리 님들의 가슴엔
따순 온기만 가득하여 풍요로움으로 채워지는 아름다운 하루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행복 하십시오.
♣김미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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