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언덕위의 작은 집-2

오늘의 쉼터 2009. 9. 29. 17:39

언덕위의 작은 집-2(9월 29일 화)



    언덕위의 작은 집-2 “이 선생님 제가 이 선생님을 사랑해도 될까요?” 마음속의 숨겨 놓았던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며 부끄러워하시고 계셨다. 처음 받아보는 프러포즈였다. 콩닥거리는 가슴을 숨기며 당황스러워 대답도 못하고 오는데, 우리 등 뒤로 그림자 둘만 따라오고 있었다. 하루는 며칠을 결석하는 학생 집으로 가정방문을 갔다. 아파서 못 나오나 했으나 학비와 농사일이 바빠 학교를 못 다니겠다고 하였다. 밭에서 방금 따온 참외를 부끄러워하시며 대접하던 학부형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여유 없어 자식을 학교를 못 보내던 아버지마음과, 부모의 처분만 바라고 하교를 못나온 학생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근심스럽게 아버지를 쳐다보던 그 아이의 동그란 눈동자가 마음에 걸렸는지 선생님들께서 조금씩 학비를 내어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었다. 내가 방과 후에 가르쳤던 주산이 취업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며 정혜가 편지를 보내 왔다. 정혜는 매사에 야무지어 유난히 예뻐하던 아이였다. 오랫동안 소식을 몰랐는데 나를 찾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왈가닥 동복 이는 죽었단다. 비가 오면 개울물이 불어 학교를 못 나오던 동복이가 자살을 하였다는 소식에 마음 아프다. 개성이 강하고 샘도 많고 욕심도 많던 동복이가 무슨 고민이 그리 많았는지. 방과 후 저녁 늦게 까지 교재 준비 하느라 검은 잉크 묻혀가며 등사기에 프린트하시던 선생님들, 스승의 날 선물대신 꺾어다 주던 한 묶음의 장미 다발이 그리운 날이다. 요즈음은 스승의 날 촌지다 뭐다 말이 많아 학교장 재량으로 공부를 하는 학교가 있고 아예 휴교를 하는 학교가 있다. 스승을 스승처럼 대하지 않는 이 시대를 바라보며 지금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반문을 해 보게 된다. 선생님께 고구마를 삶아 와서 부끄럽게 놓고 나가던 순수한 마음은 어디로 가고 낯설게만 느껴지는 아이들뿐이다. 선생님들은 월급을 받고 가르칠 뿐이라고 생각하는 요즘의 아이들, 또 교직에 계신다는 사명감은 없으시고 직장을 다닌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이 계신한 이런 모습은 영원이 남아 있지 않을까. 아직 그 곳에 살고 계시는 선생님 한분이 계신다. 구정 다음 날 동창회를 하는데 선생님들을 모신다는 연락이 왔단다. 연락을 받고 마음 같아서는 금방이라도 달려가서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아직 못 갔다. 무보수였지만 진정한 사랑으로 만났던 아이들이었다. 여름에 개울에 나가 제자의 등을 밀어 주시고, 어려움을 같이 나누었던 선생님들이야 말로 진정한 선생님이 아니었을까. 몇 분 선생님이 지금까지 초등학교에 교사로 근무를 하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까지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 때의 사랑과 열정으로 교직에 계실 줄 믿고 싶다. 때 묻지 않은 처음 사랑으로... 나에게 사랑 고백을 하고 쑥스러워 하시던 J 선생님은 어떻게 변하셨는지 까마득한 옛 일이지만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져 온다. 언덕위의 작은 집에서 생활했던 그 날들은 행복했었다. <수필가 이규자> ********************************************************* 가족 여러분... 추억속에 살아있는 언덕위의 조그만 집, 순수와 열정만이 있었을, 젊은 시절의 초상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화요일입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문자나 전화를 하면 어떨까요? 임수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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