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 오늘도 비가 내린다.

오늘의 쉼터 2009. 9. 22. 12:49


    ◈ 오늘도 비가 내린다. ◈ 오늘도 비가 내린다. 조금 전까지 화창하던 날씨가 비바람이 거세다. 갱년기 우울 앞에 선 내 맘 같기도 하다. 날씨 덕에 한가해진 시간이 날 미치게 하고. 가슴이 폭우 때 쓰러지던 한길가의 버드나무처럼 요동을 친다. 아, 난 뭘 위해 달려온 것일까? 내 맘의 깊이엔 무엇을 키우고 있었는가? 미래를 향한 믿음은 없었던가? 위로만 무성하게 자란 버드나무처럼 매 날이 사랑, 소망 타령만 요란했던가? 뿌리내리지 못한 소유욕과 집착만을 사랑이라 굳게 믿었던가? 그 사랑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늘 앙탈로 세월을 허비했던가? 난 모두를 그렇게 사랑했던가? 그러면서 단호히 사랑이라 믿었었던가? 버려지지 않는 이기와 아집이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이토록 외롭고 힘들게 만들었는가? 나름 여기까지 오기위해 얼마나 고된 날들의 연속이었는데... 얼마나 많은 용기와 인내와 자신과의 싸움이 치열했었는데... 아무리 오늘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초보자의 길이라 해도 나이가 있는 것인데... 곰곰 생각해보니 나이에 걸 맞는 진지함 책임감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순간 순간의 즐거움 행복에만 눈이 멀었을 뿐... 수많은 날들과의 전쟁은 허울 좋은 핑계이기만 했나 보다. 그러니 모든 상실감도 자초하고 견딤도 자초해야지! 하지만 더 이상은 정말 더 이상은 못 견딜 일이다. 어차피 한 번은 넘어야 할 우울이라면 이것으로 이대로 마무리되길... 올해까지만 이러다가 그냥 이대로 잘 아물어지길... 지금은 단호히 욕심 비우고 잘 견뎌 내고 싶다. 이제는 생각 없는 사람이고 싶다. 아니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고 싶다. 늘 생각 없이 산다는 핀잔은 더 듣고 싶지 않다. 비가 내려서 좋다. 커피도 맛있고 밥도 맛있고 저녁에 한 잔 술도 달콤하겠다. 오늘은 내 나이도 좋다. 죽도록 사랑할 수 없는 미치도록 좋아할 수 없는 적당함과 대충이 몸에 베여있는 가슴이 없어진 이 나이가 참 좋다. 열심히 득과 실을 따지고 이론적이지 아니하고 도덕적이지 아니하고 다분히 감정적인 표출이 가능한 내가 많이 큰 것 같아 대견스럽다. 누구에게나 웃을 수 있고 누구에게나 화낼 수 있는 내가 이제는 어른이 맞구나도 싶다. 어른은 감성은 죽여야 한다. 현실에 불을 켜고 덤비고 싸워야 한다. 오직 가족만을 위해서라는 명분이 붙어야 한다. 나는 벌써 버렸어야 했을 달콤함만을 꿈꾸고 산 것이었다. 나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올 여름은 친절하게 잘 일깨워주고 떠났다. 그토록 여름은 비와 함께 나에게 잔인했다. 이젠 싱싱하게 일어나 지지 않는 플라스틱 꽃이 되든지, 종이꽃이 되든지, 헝겊 꽃이 되든지, 늘 그 자세로 빳빳한 조화가 되리라, 어차피 향기 없는 꽃이었다. 어차피 여운지는 향기마저 사그러질 나이이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내게는 사랑하며 산다는 사람을 산다는 일은 늘 버거웠다. 늘 버겁고 힘이 들었다. 사랑 없이 사람이 산다는 건 무의미에 건조함에 없어진 눈물보다 더 빡빡한 노안 같은 삶이, 바삭바삭 말라진 홑이불 같은 일상들이, 평생을 두고 날 괴롭게 했다. 어깨가 늘 전기로 지지는 것처럼 아프다. 오십견이란게 이런 걸까? 내 숨 쉬는 통로 옆에 얹어진 사랑들이 내가 사랑해야 할 것들의 무게가 이런 것일까? 이처럼 뭔가 내가 무겁고 힘들게 아파야 한 줄기 빛처럼 환희 한 방울씩 떨어지는 사랑 행복 따윈 필요 없다. 감질 나는 그 사랑과 행복에 더 이상은 쩔쩔매고 싶지가 않다. 이제는 정말 이제는... 이 가을은 늘 철딱서니 없는 어른애를 어른으로 거듭나게 해 줄려는지? 지금 초가을비가 차갑고 매섭게 후두루 패며 내리고 있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시커멓게 휘몰아쳐 내리고 있다. <시인. 수필가 황범순> ::::::::::::::::::::::::::::::::::::::::::::::::::::::::::::::::::::::::::::::::::::::::::::::::::: 가족 여러분... 비가 내리는 날은 샹송을 들으면서 진한 커피와 젊은 시절의 회억을 함께 버무려 시간 여행을 떠나는 차표를 구입하고 싶어지지는 않는지요? 화요일입니다. 중년의 생기를 찾는 추억 여행을 그려보세요. ♣임수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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