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금란가사가 법회를 주관할 수는 없다.

오늘의 쉼터 2009. 9. 21. 19:53



    금란가사가 법회를 주관할 수는 없다. 만약 절친한 친구가 대통령이 되어다면 호칭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대통령 각하’라 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이름을 불러야 할까? 회사에서도 간혹 격의없이 지내던 친구가 고속승진을 해서 상관이되었을 경우 부르기가 참 애매한 경우가 종종 있다. 인간적인 정리가 소중할 적에는 이름을, 존경을 표하고 싶을 적에는 직책을 또 남들이 있을 적에는 직책을, 둘이 있을 적에는 이름을 부르곤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너무 직책만 앞세워 사람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아니된다. 임제종의 고승으로 술, 고기, 여색을 즐기는 등 일본불교사에 매우 독특한 인물이었으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잇큐선사께서 교토의 한 부호 집에서 열리는 법회에 법사로 초청받은 적이 있었다. 약속한 날 잇큐 선사는 누더기 옷을 입고 온몸에는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채 거지꼴을 하고 부호집에 들어가려고 했다. 주인은 당장 내쫓으라고 고함을 쳤고 잇큐 선사는 하인들에게 매를 흠씬 맞고 쫓겨났다. 잠시 후 선사는 깨끗하게 목욕하고 화려한 금란가사를 몸에 두른 후 다시 그 집에 나타났다. 그러자 주인은 아주 공손하게 선사를 맞이하며 안으로 안내를 하려 하였다. 잇큐 선사는 문 앞에 서서 더 들어가지 않고 오히려 돌아가려 하였다. 그러자 주인이 놀라 그 까닭을 묻었고 선사께서 답했다. “방금 제가 누더기 옷을 입고 왔을 적에는 매를 쳐서 쫓아 내시더니 금란가사를 입고 오니 이렇듯 환대를 합니다. 주인께는 저 보다 금란가사가 더 필요한 듯 합니다. 옷을 드릴 테니 오늘 법회는 금란가사로 하여금 주관토록 하십시오.” 양포지구(楊布之狗)란 말이 있다. (楊布)가 외출할 때는 흰 옷을 입고 나갔다가 비를 맞아 검은 옷으로 갈아 입고 돌아왔는 데 양포의 개가 알아보지 못하고 짖었다는 뜻에서 겉모습이 변한 것을 보고, 속까지 변해버렸다고 판단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는 늘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는 진실된 속내가 훨씬 중요하다. 지위의 높낮이 보다는 지혜의 다과가, 명품 옷보다는 부패한 냄새가 나지 않는가 하는 것이, 어떤 아파트에서 살아가는가 보다는 어떤 품성을 살려 가는가 하는 것들이 보다 더 중요하다. 직책이나 옷, 겉모습에 굽신거리지 말고 얼마나 맑고 곧게 살아가는지, 공존과 배려의 진한 향기가 나는지 하는 것들을 감싸고 존중해 갔으면 한다. 모두의 인식이 바뀌고 모두가 실천만 해 간다면 세상은 훨씬 더 따뜻하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수필가 황태영> ********************************************************* 가족 여러분... 충남 홍성에 있는 용봉산 수련원에 쎄미나 때문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아침 일찍 일어나 군대식 체조로 몸을 풀고 기암괴석으로 치장된 용봉산을 함께한 지인들과 오르다가 내려왔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월요일이네요. 주변 지인들을 겉만 보고 판단은 안 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갖는 게 어떨까요? 임수홍 드림


'종합상식 > 세상사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 아파트로 이사와서   (0) 2009.09.23
◈ 오늘도 비가 내린다.  (0) 2009.09.22
어느 날의 e-mail-1  (0) 2009.09.17
관계-2  (0) 2009.09.16
관계-1  (0) 2009.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