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관계-2

오늘의 쉼터 2009. 9. 16. 08:25



    관계-2 서울을 몇 번 와보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생활을 서울에서 시작하면서 '서울은 눈 깜짝 할 사이 코 베어간다'는 말이 무섭고, 그 당시 한창 봉고차가 실어가면 실종이 되어버리는 인신매매가 유행이어서 문 밖 출입도 조심스러웠었다. 집으로 들어가면 바깥이 무서워 나오기가 싫고 나와 보면 그런대로 사람 사는 곳이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만난 사람들마다 다 좋은 사람들이었고 내게 더 이상의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졌다. 우리 집 현관문은 늘 열려있었고 그 문틀이 닳도록 사람들은 들락거렸다. 매일 식당 아줌마처럼 된장찌개, 김치찌개를 끓여대었어도 불만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13년이 지난 어느 날 현관문을 닫고 1년을 두문불출 했다. 내가 배신감을 뼈저리게 느끼는 사이 그들은 나를 잊어 주었다. 그랬다. 서울 인심이란 것이, 그리고 서울은 쥐도 새도 모르게 코 베어가는 곳이 맞았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것도 보았고, 발 없는 말이 천리 가는 것도 확인했다. 그 무서운 세월은 눈치껏 살게 하는 어른을 만들어 주는 중인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오늘 별것도 아닌 일에 예민해진 것도 혹, 얍삽한 사람들과 알고 지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불길함을 떨칠 수가 없어서 일 것이다. 아이의 담임은 불면 날아갈 것 같은 19홉 소녀처럼 여리고 예쁘게 생긴 첫 담임을 맡은 병아리 선생님이시다.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까지 느낄 정도였다. 그래서 오늘의 약속도 이루어졌는데, 다들 화사하게 웃으며 '그래요. 그래.'라고 강한 긍정을 보이던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음으로서 씁쓸해 지는 기분 끄트머리에 자꾸만, 별스럽다고 소문난 선생님이었으면 그랬으랴, 선생님의 눈빛이 조금만 맵차보였어도 이랬으랴, 하는 생각의 꼬리 때문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라도 철부지로 살고 싶다. 사 람을 쉽게 믿어서 손해 보는 일이 혹간 있을지라도 흐흐거리며 바보처럼 살고 싶다. 오늘 같은 날에도 부질없는 생각에 잡히지 않고 무슨 사정들이 있었으려니! 서로 나 하나쯤 했었으려니! 이해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 사람이 좋아서 간 쓸개 다 빼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들과 그렇게 더불어 살고 싶다. 그러나 난 아직 서늘해지는 가슴을 느낀다. 지난날이 상기되는 우울한 하루였다. 다시 살아나는 기억들에 갇혀서 며칠을 또 기운이 없을지도 모를 일이기에, 그리고 살아가는 동안에 맺어야 할 관계들에 대해서 불신감이 앞설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대하여 오늘밤 또 다시 윤동주보다 더 괴로울지도 모른다. 7년 전 신학기가 시작될 무렵의 일기이다. 그 때만 해도 지금보다 더 상처를 쉬 입던 시절이었나보다. 그러나 그 날 이후 맺어진 7명의 엄마들은 지금 찰떡처럼 엉겨 히덕거리며 최고의 이웃으로 살고 있다. ' 관계'에 미리부터 너무 예민했던 그 날 내 생각을 여물게 나무라듯... 그리고 반성하면서 난 모든 스치는 인연에 대하여 질러 생각하지는 말자 쪽으로 마음을 접었다. 간혹 뒷통수를 호되게 맞는 일도 있지만 거의 다 오히려 나 보다 훨 순수하고 인간미를 폴폴 풍기며 아름다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사람은 확실히 꽃보다 아름답다. <수필가, 시인 황범순 > ********************************************************* 가족 여러분... 새로운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질 때마다 일과 관계된 사람을 생각해 봅니다. 이익이 거의 없는데도 무조건 함께 동참하려는 분들을 보면서 더욱 더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해 봅니다. 멋진 수요일 보내시고요~~~ 임수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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