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의 e-mail-1 ◐
e-mail을 열어보니 한통의 편지가 와 있었다.
“나 너무 힘들어. 나 잊은 거 아니지? 외로워” 라고
적혀 있는 편지를 읽고 있으려니 마음이 찡해왔다.
IMF가 오기 전까지 평범하게 살던 친구가
남편이 명퇴를 하면서부터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잠시 쉬면서 일을 찾아보기로 하였지만 육 년째나 실업 상태에 있게 되었다.
몇 년 놀면서 남아 있는 재산을 축내고 있으려니 불안했던 모양이다.
실의에 빠져 있는 남편이 다른 일을 찾지 못하게 되자
친구가 작은 가게를 차리면서 고생은 시작 되었다.
삼년 전에 친구는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건강을 챙길 시점이지만 살아 갈일이 막막하다고 직업 전선에 나가게 되었다.
군대 간 아들이 제대 후 복학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짠한 마음에 친구를 집으로 불렀다.
요즘 들어 목이 아프고 건강 상태가 안 좋다는 말을 들으니 걱정이 앞섰다.
마음고생, 몸 고생에 암이 다른 데로 전이 되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
그만 둘 것을 권했다.
친구의 상심한 마음을 헤아리다가 괜히 어지러운 나라 때문이라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요사이 신문을 보면 빈부 격차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강남의 집값은 상상을 초월하고 오르고 강북은 불균형 발전으로
불만이 가득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바라만 볼뿐 별 도리가 없을 뿐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여도 상승폭을 따라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명퇴를 하여 시작하는 일이 서투른 장사나 주식에 투자하여
전 재산을 몽땅 날린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한다.
외환위기가 올 당시는 은행에 돈이라도 빌려 당장 쓰고 지냈지만
이젠 카드까지 바닥이 나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부동산이 있던 사람들도 팔아서 줄여가며 살다보니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게 되었다.
한편 생각하면 정부 탓만 할 것도 아닌 것이
너무나 나태하게 지낸 국민들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
올 여름 심각한 경험을 했다.
회사에 잘 다니던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사업을 해 보겠다고 해서 일어난 일이다.
직장을 그만 둘 때에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꾸었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부딪치는 일들이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밤잠을 설치며 거실과 방을 오가며 고민하는 남편을 바라보며
참 많이 괴로워했다.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고
얼마 안가서 미련을 버렸던 그 직장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불면의 밤을 보내며 고민하는 남편을 묵묵히 바라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다섯 식구의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 져야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고통 이었는지를.
내가져야할 고통은 남편의 십분의 일도 되지 못했다.
그저 남편이 잘되면 편안을 누리면 된다는 막연한 기다림이었다.
다행히 좋은 동업자를 만나 안정이 되고 평온을 찾았지만
몇 달간의 일들이 너무나 길게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그간 남의 고통을 잘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가장으로서
책임이나 고통들이 얼마나 큰 짐이 되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니 당장 먹고 사는 일에 고통스러운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에는 어떻게 재산을 늘리며 살아갈까 그 궁리를 했는데
끼니 걱정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심각함을 느낀다.
<수필가, 이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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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여러분...
인생이란 우리가 굴곡을 바라지 않아도
끊임없이 다가오나 봅니다.
주변을 보면,
안스럽고 안타까운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목요일입니다.
내 주변을 세세히 살피는 날이 되게 하소서.
임수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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