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부창부수(夫唱婦隨)

오늘의 쉼터 2009. 9. 24. 12:13

(9월 24일 목 )



    부창부수(夫唱婦隨) 나는 직장생활을 유한양행에서 시작하였다. 취직이 어려웠던 70년대에 공개경쟁 시험을 거쳐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합격했을 때의 그 기쁨은 지금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많은 월급에 보너스도 600%로 업계 최고였으며 일비(日費)라 하여 점심과 교통비도 제공되어 제법 저축을 하며 여유 있는 생활을 하였다. 판촉부라는 마켓팅 부서로 영업이 잘 이루어지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부서였는데 항생제를 제공하는 미국 회사의 아시아 지역 본부가 있는 홍콩에 출장을 가기도 했다. 짧은 영어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친구들과 홍콩의 밤바다에서 선상파티를 즐기던 때가 엊그제 같다. 그 시절에 영업부나 판촉부에서 직장생활을 함께 하였던 동기와 선후배들이 유목회 라는 친목단체를 만들어 10여년을 격월로 둘째 목요일에 만나서 친목을 이어오고 있다. 9월 모임은 부부동반으로 과천 대공원 산책로를 걷고 저수지 둑길 그늘진 장소에서 점심을 하고 돌고래 쇼도 보며 부부간 자유 시간을 갖는 순서로 계획을 잡았다. 집에서 점심을 싸오던 관례를 깨고 이번에는 사모님들을 편하게 해 준다는 취지로 점심 도시락을 현지로 배송받기로 한 것이 탈이 났다. 이번에는 전직 사장을 역임한 회원도 3명이나 참석하여 함께 시원한 산책로 걷기를 끝내고 둘러앉아 점심 도시락을 먹을 기대에 부풀어 있는데 총무 왈 대공원에서 도시락 반입이 어려워 몇 명이 직접 내려가 갖고 와야 한다는 것이다. 부인들과 고령 회원만을 남겨두고 도시락 운반을 위해 자원하여 내려가는데 다행이 관내유람 버스가 있어 올라타니 기사가 관광가이드를 겸해 설명을 함에 즐거운 마음으로 내려가 도시락 오기를 기다렸다. 정문에서 코끼리 열차나 리프트로 이용해야 되는데 불허되어 이런 돌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일식 고급도시락인데 포장이 너무 크고 4~5개씩을 가슴에 안고 나르려니 날씨도 더워 숨이 막혔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 했던가, 배가 고팠을 부인들도 기다리다 못해 이만큼 마중을 나와 나눠 드니 훨씬 가벼워 졌다. 아내덕에 수월하게 도시락 배달을 했는데 남은 몇 분은 시간을 죽이려고 어느 회원이 공급한 오가피주에 불콰한 얼굴들이었다. 모두가 불평 한마디 없이 2시가 넘은 점심에도 큰 포장 곽을 엎어 놓고 밥상삼아 즐거운 소풍기분을 되살렸다. 과공비례(過恭非禮)라고 부인들에게 잘 해주려고 한 것이 이렇게 되었고 모두 너그럽게 이해를 했는데도 총무가 뛰어다니며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다리에 쥐가 올라 대공원 의무실에서 치료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아내와 리프트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쐬며 귀가하면서 부부가 한마음이 되어 도시락을 나른 일이 나는 너무 즐거워 씩 웃어주니 아내는 영문도 모르고 따라 웃는다. 젊을 때 황제같이 큰소리치며 군림하던 동료들이 이제 힘없는 하인이 되어 점수 좀 따려고 부인을 섬겨보려다 과공비례가 된 웃기는 하루였다. <수필가 권영이> ********************************************************* 가족 여러분... 나이를 들어 부부끼리 손을 잡고 한강변을 거니는 모습을 보면, 어찌나 보기에 좋던지요. 오늘 점심에 김용오 시 부문 심사위원장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곱게 늙어가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자기창조인 글을 쓰면서 멋진 노후를 그려보는 하루 되세요. 임수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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