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1
30분, 1시간, 1시간 30분이 지나도록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약속시간에 딱 맞춰 전화한 어떤 엄마는
누구엄마랑 둘이 2시에 교실로 바로 갈게요. 했을 뿐,
바쁜 점심시간에 식당 상을 두 칸이나 차지하고 앉아
민망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연락처도 모르니 안절부절 일 뿐 달리 방법이 없었다.
뒤 늦게 다슬기 탕 한 그릇을 시켜 삼키면서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이렇게 인과관계란 맺기가 힘이 드는 일인데,
작년 1년 동안 얼마나 버리려고 애를 썼던가?
남들에게 서운한 소리야 못했었지만 서운함을 느끼게 두문불출한
시간들을 어렵게 깨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시점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목구멍을 아리게 하는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흘러
입맛도 씁쓸했다. 시간도 없었다.
부리나케 교실로 가다가,
굳어진 밥값으로 아이들 사탕이나 사다주어야지 슈퍼로 가서
막대사탕 2통과 하우스 귤 한 박스를 샀다.
요즘은 다 바쁜 주부들이니 아까 그 엄마들처럼
교실로 바로 올수도 있는 일이다.
청소하고 나눠먹으면서 얘기도 좀 하고 와야지 할 심산이었다.
교실에는 착실한 엄마 둘이 벌써 청소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 두 엄마는 완전 청소 전문가였다.
구석구석 얼마나 잘 닦아내고 정리정돈을 잘하는지
금방 교실이 훤해졌다.
몸에서 병균들을 다 뽑아낸 것처럼 개운했다.
다른 엄마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청소를 끝내고 우리 집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수첩에 아이 이름이랑 전화번호도 적었다.
이 동네로 이사와 처음으로 차 한 잔하고 가라고 집으로
들인 사람들이다. 나의 약점이 노출되기 시작한 시간이기도 했다.
잠자리에 누웠다가 다시 '관계'에 대해서 뒤 꼭지가 알알이
젖어지는 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오늘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중이다.
오늘은 아들의 학교 엄마들하고 밥 먹고,
교실 청소를 해 주기로 한 날이다.
누가 들으면 4학년이나 되었는데 저희들 청소 저희가 하지 그러겠지만,
구석구석 솜털처럼 뭉쳐 굴러다니는 그 먼지들과 창틀에
켜켜이 쌓여 아예 흙이 되어 굳어진 먼지들.
엄마들이 한 번씩 청소해 주는 건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다.
내 사랑하는 아이들 건강을 위하는 일이고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그리고 신학기이고 보니 대청소 한번은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서로 얼굴들도 익혀야 할 것 같아서,
지난주 학부모 총회 때 약속을 한 날이 오늘이었다.
<수필가, 시인 황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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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여러분...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며, 부딪히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새삼스레 생각해 봅니다.
어제 내 핸드폰은 문자와 전화로 정신이 없을 정도로
퇴근 시간 혼잡한 강남역 사거리를 방불케 했습니다.
가족들이야, 당연히 기억한다지만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이 남의 생일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지요.
그래서 어제는 고마운 마음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화요일입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문자나 전화를 하면 어떨까요?
임수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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