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눈물 없는 여자

오늘의 쉼터 2009. 8. 28. 22:35

 



    눈물 없는 여자 귀한 수필집 한권을 받았다. 수필 반 선배의 첫 수필집이다. 다 같이 그 수필집으로 공부를 한다. 낭독해 가면서 교수님은 목이 메여 더듬거린다. 고요가 흐른다. 눈물을 훔친다. 뒷자리의 수필가 두 분이 훌쩍거린다. 어쩔 줄 몰라 두 눈만 책에 꽂고 있다. 눈물 훔치는 소리가 귓전에 째깍이는 시계초침 소리만큼이나 선명하다. 슬프다. 눈물이 없어진 가슴이 너무 아프다. 가끔 생각을 해 본다. 사람에게는 한정된 눈물샘이 있는데, 사용량만큼 소진되어 버리고 마는 건 아닐까? 언제부터인가 울지도 못하는 여자가 되어 버린 메마른 가슴이 바삭거린다. 가뭄 날 갈라지는 논바닥처럼 아픔만 클 뿐이다. 어릴 때부터 뭐가 그리 슬펐는지 유난스런 울보였다. 자다가 일어나서도 구석에 기대 앉아 울고, 하늘이 너무 파래서도 울었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도 울고, 주사바늘이 무서워서도 울었다. 어버이날 노래를 부르면서도 울었고, 토끼의 눈이 너무 빨개서도 울었다. 뒷동산 솔밭에 앉아 내려다보면 길게 누운 시냇물과 지붕의 고요가
    눈물나게 하고,팍 퍼진 햇살의 고즈넉함과 산뜻한 바람 한줄기에도
    눈물이 그냥 솟구쳤다. 그러나 내가 울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노처녀의 결혼은 눈물을 바가지로 가져왔다. 자식 앞에선 늘 죄인처럼 절절매기만 하던 엄마를 생각하면, 그냥 목이 메여 가슴을 뜯었다. 걸레질을 하면서도 울었고, 천장만 바라봐도 눈물이 났다. 밥 끓는 소리에도 울었고, 된장 고추장을 푸면서도 울었다. 적응 안 되는 결혼생활은 눈물바다였다. 숨이 넘어갈 것 같은 가슴은 언제부터인가는 꺼이꺼이 소리를 토해 내고 있었다. 그리고 울보 딸 하나를 낳았다. 술로도 달래지지 않던 우울 속에서 울보 아들을 낳았다. 결혼7년이 되던 해, 어느 날 갑자기 앞이 안 보이는 일주일을 보내고 한 달을 자리보전하고 누운 후, 한 3년 더 울고는 울지 않는 여자가 되어버렸다.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지 않는 막막함은 눈물 콧물 빼던 시간들보다 더 슬펐다. 자기 집 인양 편안하게 자리 잡고 있는 건망증도, 나이보다 많아 보이는
    잔주름도,두루뭉실하다 못해 흘러내리는 뱃살도, 그 보단 슬프지 않았다. 눈물이 많아서 덕본일이라곤 눈물바다만 이루는 삶을 산 것 밖에는 없는데, 무슨 미련이 있어 남의 눈물을 부러워하는가? 그녀들의 눈물이 아름답다. 너무 아름다워 샘이 난다. 평온한 삶을 산 사람들은 그 평온에 작은 파문만 일어도 가슴이 열리고, 눈물샘이 솟구치는 모양이다. 그러니 아름다이 고요로운 그 호수가 어찌 부럽지 않으리. 지금쯤은 잃어버린 가슴을 다시 찾고 싶다. 정말 작은 것에도 감사 할 줄 알고
    나눌 줄 알며, 꽃띠 소녀처럼 감탄사가 퐁퐁 쏟아지는 그런 가슴을 갖고 싶다. 삶 속에서 기쁨을 올리는 펌프 하나를 박아 내려, 오늘도 그 감사함에 뜨거운 눈물을 환한 웃음과 함께 마구 잦아 올리고 싶다. 정말로 비단같은 눈물을 휘감고 사는 고운이가 되고 싶다. 그녀들처럼. <시인. 수필가 황범순> ********************************************************* 가족 여러분... 수필은 '내 삶의 진솔한 고백이요, 향기'라고 합니다. 그래서 생명의 문학이라고도 하지요. 언젠가부터 우리에겐 눈물이 없는 로보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내면으론 울고 있으면서도, 표정으론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요? 금요일입니다. 영화 한 편을 보면서도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감성적인 사람이 되어보세요. <임수홍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