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 수진리 연가-1 ◈

오늘의 쉼터 2009. 9. 2. 12:43



    ◈ 수진리 연가-1 ◈ 물동이 호미자루 내던지던 바람난 동네처녀였다. 막 시작한 걸레질을 팽개치고 성남으로 날아가는 내내 구름위에 앉아 있는 나는 영락없이 바람난 아줌마였다. 뭐가 그리 바쁜지 사나흘 걸레질도 못하고 살았다. 양심에 오늘은 남편 퇴근 시간 전에 치운 표시라도 내려고 호당 호당거리다가 막 걸레질을 시작하던 터였다. 닌네닌네닌네닌네 전화벨이 울린다. '언니 살아 있네. 미란이라~' 시작해서 한 삼십분 떠들다가 '왜 그리 발걸음도 안해, 지금 갈까?' 아주 신이 났다. 해지면 바깥출입을 웬만하면 금하는 터였으나, 지금은 성남이다. 울컥하는 그리움에 몇 시까지 간다고 약속을 해 버렸다. 성남 수진리고개는 인정과 사랑이 샘물처럼 퐁퐁 솟아나는 곳이었다. 결혼을 해서, 남편이 자취를 하고 있던 잠실 다세대 지하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였다. 첫 아이가 태어나자 셋이 누우면 남편은 다리를 구부려야 했다. 방향을 바꾸어 다리를 펴면 셋이 누울 수가 없던 방값이 600만원에서 1000만원, 그 다음해는 1600만원이 되었다. 할 수 없이 변두리 변두리를 헤매어 다녀도 방 두 칸짜리 방은 지하라도 엄두를 못 내었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아이의 병원 행을 생각해 돈이 되어도 가기 싫은 지하방이었다. 하루 종일 켜놓는 불빛에 아이의 눈도 한쪽으로 쏠려져 있었다. 방을 보러 다닐 때, 소리 없는 눈물을 참 많이도 훔쳐 내었다. 그러다 내곡동 세곡동을 거쳐 성남까지 갔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부동산이 있었고, 부동산 몇 집 건너 골목 둔덕에 2층 단독이 1800만원이었다. 대궐 같았다. 지하도 아니다.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그 골목집들은 그의 20평에다 지어진 단독이었는데 넓은들 얼마나 넓었었겠는가? 그러나 우린 장마철에 이사를 하면서도 참 좋았다. 이사하는 날 지지바 둘을 위해 머슴아 하나가 그 먼데까지 그 고생을 하고 다녀야 하냐고 신세 한탄, 심술 보따리를 줄줄이 펴는 시어머니 속은 알바도 아니었다. 요 자리를 펴다가 '이렇게 펴도 저만큼이나 남아' 하는 남편의 뿌듯해 하던 말만이 그냥 힘이었다. 안방만 해도 지난번 두 배나 되고 부엌에 냉장고도 들어가고 내친김에 중고 식탁하나도 들여 놓았다. 작은방도 지난번 방만 하다. 욕실은 다섯 배는 되었다. 옥상도 나 혼자 쓰면 된다. 더구나 연탄불도 아니고 석유보일러다. 갑자기 엄청난 부자가 된 듯 했다. 그렇게 수진리 연가는 시작되었다. 장맛비가 개인 날 현관문을 활짝 열고 청소를 하고 있는데, 맞은편 집 새댁이 머리를 내밀고 '정리 다 했어요? 와서 차나 한잔해요. 신고식 하셔야죠~ 한다. 건너갔더니 아줌마들 댓 명이 앉아 있었다. 다 옆집 앞집 또 옆집 여자들이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엄마 수만큼 놀고 있었다. 그 후로 성 하고 부르면, 골목 한쪽에 놓인 들마루 위에선 이미 보리밥에 생나물 넣고 된장 넣은 비빔밥이 완성이다. 내려가면 숟가락 하나를 턱 건넌다. 누가 볼까 민망해 쭈삣 거리던 것은 잠시, 그 맛과 즐거움에 금방 동요되어 갔다. 눈만 뜨면 모인다. 아이들은 저희끼리 지지고 볶고 싸우고 울고 웃고, 엄마들은 엄마들끼리 즐겁다. 그러다 날이 추워지면서 우리 집이 아지터였다. 할머니가 일 나가고 안계시니 눈치 볼 주인이 없는 것이다. 그러다가 할머니께서 농장일 다녀오시면 바리바리 이고 오신 셀러리, 케일, 양상치, 방울토마토를 나눠 가지고서야 아쉬운 이별들을 했다. 그곳에 사는 동안 우리는 비싸고 좋은 것만 먹고 살았다. <내일 2편 나갑니다.> (시인, 수필가 황금순) ::::::::::::::::::::::::::::::::::::::::::::::::::::::::::::::::::::::::::::::::::::::::::::::::::: 가족 여러분... 위 글을 읽으면서 우리가 살아왔던 진솔한 삶의 향기를 느껴봅니다. 신혼부터 몇 번의 힘들었던 이사도 이제는 우리에게 하나의 추억이 되었으며 따스한 커피를 마시면서 지난 날을 이야기 할 수도 있게 되었네요. 가족 여러분... 2박 3일 동안 제주지회 현판식에 잘 다녀왔습니다. 현판식을 차질없이 준비한 제주지회장을 비롯하여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수요일입니다. 가을의 여유를 느껴보십시요. ♣임수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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