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담아두고 살아야◈
줏대가 없어 담으면 담는 데로 담긴 그릇 따라 저를 바꾸며 세상에
순응하며 살아온 물, 물은 담아두고 써야 한다.
아니면 열심히 펌프질하여 퍼 올려 쓰던가, 팔이 아프게 두레박질하고
목 아프게 양동이로 길러다 응달에 옹기 놓아두고 쓰는 게 세상사는
이치 속의 물이었다.
안 하던 짓 하면 죽을 때가 다된 거라며 사람은 자고로 살던 대로 살라
했는데 언제부턴가 물은 담아두고 사는 게 아니라 쌓아두고 산다.
차곡차곡 쌓인 세월이 강줄기도 바꾸어 놓고 인심도 모질게 바꾸어 놓더니
물동이 숨을 조이고 물을 장작 쌓듯 하는 요지경인 세상,
이것이 과연 좋아진 것일까, 산에 살아야 할 것은 산에 두고,
들에 있어야 할 것은 들에 두고, 마당에 두어야 할 것은 마당에 두어야
하건만 자꾸만 변해가는 세상이 누구를 위함인가, 하늘 향해 뱉은 침은
다시 내게로 돌아오는 이치를 혹여 잊었음인가.
장기간 파업으로 작은 도시가 흔들렸던 수십일, 철망 두른 담 아래 목마른
낭군님께 물 한 바가지 전하고자 악을 쓰던 아낙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죽기 살기로 가족을 위해 한 몸 던진 가족 최후의 보루 가장, 내 속
타는 것보다 지옥 같은 곳에서 목마름에 힘겨워 할 가장을 위해 물 한 병
전해 달라 애 끌이던 모습들이 뉴스 시간 국민의 가슴을 짠하게 하였다.
우여곡절을 겪고서 서로의 등 두드리며 화합하는 모습이 또다시
보는 이의 가슴 울컥 이게 한 뒷날 물 한 바가지의 절규는 그저 낭군님을
걱정하는 아낙의 기우이었을 뿐……
그들이 떠난 창고 가득 물이 쌓여 있었다.
커다란 옹기에 작은 양동이로 먼 공동우물까지 모진 겨울바람을 뚫고
물을 길어다 담아두고 사람도 먹고, 짐승에게도 먹이며 한 바가지 물조차
아끼느라 손 씻고 세수하고 그 물로 걸레 빨고, 설거지 한 물 모아 쇠죽
끓이던 모습이 그리 먼 옛날의 모습이 아닌데, 쌓인 물병을 보면 수백 년
지난 어제에 내가 경험한 듯, 아득한 옛일처럼만 느껴진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자연의 법칙은 바뀔 수 없는 것,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자연의 순리로 살면 거슬리는 것 없이 세상은 순탄할 텐데.
물은 쌓아두고 살지언정, 세상살이는 살던 대로 살아오던 방식대로 알콩달콩
정 나누며 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시인, 수필가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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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이 지난 일입니다만 병약한 몸 때문에 다니던 직장에 병가를 내고
쉬던 중, 집안일조차 힘들었는지 끙끙대며 베란다 청소를 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 귀에 들리는 소리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술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참기 어려운 고통은 아픔보다 더 심한
목마름이었습니다.
타는 듯한 갈증을 견디지 못해 물 한 방울만 먹게 해달라는 절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의사와 보호자들이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슬리퍼 속에서 철퍼덕거리는 물 한 방울도 소중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흙탕물을 만나면 흙탕물을 보듬고 맑은 물을 만나면 맑은 물을 끌어안고
아래로 아래로 흘러 큰 바다를 이루는 작은 물방울처럼 우리네 삶도
너와 나를 보듬고 우리를 보듬어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마음들이라면 더위에 지친 목마름도 거뜬하게 이겨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은 내가 속해있는 주변을 돌아보고 이웃의 목마름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으로 냉수 한 대접 건네 줄 수 있는 영혼이 맑은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국보 가족님!
더위를 식혀주는 비 소식에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좋은 하루 보내시고
폭포수처럼 흐르는 평안함과 행복이 고운님의 가정과 직장에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건강하십시오
♣김미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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