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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속음식과 보양식◈
갈 곳도 할 일도 없어 소파에서 뒹굴던 한가한 점심나절. 책을 읽다가
살짝 잠이 들었다.
잠결에 볼이 따가워 눈을 뜨니 햇볕이 마루로 마실 을 온 것이다.
달궈진 마루가 싫어 일어나 눈을 부비다 시계를 보니 점심때가 넘었다.
점심을 먹어야 할 텐데 싶어 냉장고를 살폈지만 먹을 만한 반찬이 없었다.
먹지 말까 싶어 한참을 망설이다가 마지못해 식탁에 앉았지만 먹을
만한 게 아니라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별미를 찾아 나서려다 나가보아도 마땅한 메뉴가 없어 그냥
주저앉았다.
여름철은 후덥지근한 날씨 탓에 누구나 입맛을 잃기 쉽다. 더위 때문에
몸도 나른하고 식욕이 떨어지니 입맛을 돋우려고 저마다 기호 식품이나
보양식을 찾아 나선다.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외식 문화가
발달하였고, 육류 섭취도 많아져서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요즘은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들을 찾다 보니 영양 과다와 비만으로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다 보니 건강을 지켜보겠다고
헬스클럽이나 등산, 걷기 등 체중을 줄이려는 운동으로 자기와의
싸움을 한다.
그러면서도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이 되면 보양식 찾는다.
그런데 나는 그런 기름진 음식인 삼계탕이나 보신탕보다는 칼로리가
낮고 비타민이 풍부한 우리의 어른들이 즐겨 먹던 가볍고 산뜻한
토속음식을 좋아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절대 빈곤시대였던 50,60년대, 그때는 생활은 어려워도
운치와 낭만이 있었고, 아름답기만 한 시절이었다.
여름밤이면 마당 가 모깃불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대 평상엔
가족들이 둘러앉아 행복하게 식사를 했던 그 아름다웠던 추억이 희뿌연
안개처럼 스멀스멀 피어난다.
엄마는 마당 가 무쇠 솥에서 보리밥을 지어 놓고 매운 고추 넣고 양파와
멸치 방아 잎까지 넣어 된장국을 뽀글뽀글 끓여주면 시큼한 열무김치
송송 썰어 고추장을 넣고 비벼먹었다.
밥 위에 쪄낸 밥물이 배긴 그 호박잎 쌈은 왜 그렇게도 맛이 있었는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밥 한 그릇 뚝딱 먹어치우게 했던 밥 도둑이었다.
점심때가 되면 찬물에 밥을 말아 텃밭에서 고추 두세 개 따다가 장독에서
샛노란 된장을 꺼내어 쿡 찍어 먹었고, 바둑이도 뒤질세라 한 잎 달라고
킁킁거리며 따라다녔던 유년의 시골 풍경들…….
나는 올여름은 입맛 탓하지 않고 엄마가 해 주시던 장떡도 해먹어 보고,
수제비도 끓이고, 보리밥 등 토속음식으로 건강한 여름나기를 해 보리라고
마음먹었다. 유년에 먹던 정겨운 식단으로 시간 속 추억여행을 하다 보면
더위도 즐겁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나이 들면 추억 먹고산다는 말처럼
마음이 허기 저서인지 추억은 지치지 않는 그리움이다.
밥맛이 없어 숟가락을 그냥 놓다가 안갯속 같은 추억이 그리워 냉장고에서
땡초를 가져와 된장에 쿡 찍어 먹으니 고향의 맛인 어머니의 향이 얹혀온다.
옛것은 고향이고, ,바로 어머니의 향기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이 지혜롭게 만든 토속 음식이 오늘날의 보양식이
된 것이다.
<<시인, 수필기 전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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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람이가 살고 있는 광주엔 천둥을 몰고 온 장대비가 지붕을 뚫을만한 기세로
밤이 새도록 내렸습니다.
번쩍이며 어둔 방을 환하게 밝혀주는 번갯불은 복용하는 약 기운에 곤한 잠에
빠지리라는 기대를 앗아가 버리고 잠을 설치게 하고 모로 누워 뒤척이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보았지만, 소용없는 밤을 보내고 새벽을 맞이합니다.
간밤에 우리 님들은 편안한 잠자리 되셨는지요?
환하게 웃음 웃는 얼굴로 하루를 시작하여 온 가족 모두 식탁에 들러 앉은
아침 밥상이 복되고 가족의 정이 오가는 행복한 자리가 되시기를 기대하며
아침편지를 엮어갑니다,
요즘은 아침을 제대로 차려 드시는 가정이 별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바쁜 직장인들은 선식이나 우유 한 잔으로 아침을 대신하기도 한다지요.
하지만, 우리 님들이 받으시는 아침은 풍성한 식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의 수필을 읽어가며 이른 새벽 군침을 삼켜 봅니다.
우리 몸엔 우리 것이 최고라지만 언제부턴지 모르게 빵과 인스턴트식품이
우리의 먹거리를 몰아내고 있음을 봅니다.
오늘 점심은 잃었던 입맛을 돋우어 주는 신토불이(身土不二) 음식인 강된장을
얹은 호박잎쌈을 먹어야겠습니다.
그리 맵지 않은 풋고추도 곁들여서요.
국보 가족님!
고르지 못한 날씨에 무엇보다 건강 잃지 않도록 유의하시고 따순 마음으로
행복한 미소 지으시는 아름다운 하루를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김미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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