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버찌의 추억

오늘의 쉼터 2009. 7. 9. 10:11



    ◈버찌의 추억◈ 지금은 그 화려하던 벚꽃은 지고 없다. 대신 거기에는 버찌가 무르익어 보란 듯이 가지마다 맺혀 있으나 누구 하나 거들떠보는 이 없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땅에 뒹군 버찌는 오가는 행인의 발에 밟히고 터져 길을 더럽히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나는 오가는 공원 길에 잠시 멈추어 벚나무에 달린 빨갛고 까만 버찌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파란 하늘에 보석처럼 박힌 알알이 열매를 조심스럽게 따서 입속에 넣는다. 쌉쌀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에서 감돈다. 분명히 맛은 있되 맛이 당기는 열매가 아님을 깨닫게 되고 옛 맛을 되새기려 애를 써보나, 어느덧 내 입은 옛날의 그 맛을 잃어버렸다. 빛바랜 사진을 보듯 어린 날의 추억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 그때는 눈깔사탕 하나로 하루를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던 시절이다. 봄이 되면 벚나무 버찌가 우리를 기다린다. 다른 어떤 주전부리 감보다 빛 곱고 맛이 좋아 일등 먹을거리지만 따기가 그리 수월하지 않았다. 나무들이 거의 키가 커 손에 닿지 않으니 우리는 그 위로 올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나무에 오르는 것을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처럼 아무 때나 나무에 올라갈 수도 없었다. 재수 없이 공원관리인에게 들키기라도 하는 날에는 영락없이 얻어맞거나 한바탕 벌 받을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판단이 끝난 대장의 행동개시 신호가 떨어지면 나무에 오른 아이에게 긴 막대기가 건네지고 버찌 털기가 시작된다. 밑에 있던 우리는 그릇에 주워담으랴 입속에 넣으랴 한동안 버찌를 줍는 일에 정신이 없다. 일을 끝내고 집을 향해 오는 우리들의 손과 입은 온통 버찌 물이 들어 우스꽝스런 볼거리를 만들어주어 동네가 웃음바다였다. 지금은 어릴 때의 그 맛을 찾으려야 찾을 길이 없다. 맛이야 온데간데없더라도 그 시절을 돌아볼 방법은 없을까? 해서 생각한 것이 바로 버찌 술을 한번 담가보리라 마음먹은 것이다. 버찌야 예나 지금이나 정열적인 진홍빛으로 고운 자태를 품고 있어 투명한 술에 담겨 있으면 한해를 두고두고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플라스틱병 하나 허리를 잘라 열매 담을 그릇을 만들어서 밖으로 나섰다. 동네에도 벚나무는 지천이라 어디를 가나 버찌는 널려 있다. 물론 나무에 오를 필요도 없고 그 누구를 살필 필요도 없다. 오늘따라 해 맑은 날씨에 마음도 상쾌하다. 가지를 붙잡은 체 버찌를 따려 하니 어찌나 잘 익었는지 건드리기만 해도 제물에 떨어진다. 설익은 빨간 열매로도 구색을 갖추어본다. 부지런히 소주를 사와 버찌열매가 담긴 페트병에 부어 책장 한편에 밀어 넣었다. 일 년 정도 묵히면 고운 빛깔의 과일주가 탄생할 것이다. 지금은 자서전도 써가는 중이니 일 년 내내 병을 지켜보면서 그때 일들을 한편씩 떠올려 보리라. (2009년 6월 12일) <<수필가, 이진영>> ************************************************************ 집 앞 큰 길가, 담벼락을 타고 즐비하게 서 있는 벚나무를 바라보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다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무리 몰래 따 먹어도 입가에 물든 붉은빛 때문에 들킬 수밖에 없었던 버찌와 오디…… 이미 버찌는 떨어진 지 오래지만, 벚나무 이파리들은 짙은 녹색으로 물들어 화려했던 봄날을 추억해주고 있습니다. 점점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먹을거리와 입맛도 따라 변하지만 아무리 맛이 있는 음식이라도 그 옛날 맛을 찾을 수 없는 걸 보면 아마도 모자람이 없이 풍족해 남아돌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은 잔잔한 미소가 묻어나는 작가님의 글을 보며 일 년 뒤 탄생할 빛 고운 버찌주 맛은 어떨까 궁금해졌습니다. 국보 가족님! 앵두 대신 체리와 감보다 오렌지를 좋아하는 요즘이지만 우리 님들은 우리 몸에 맞는 우리 먹을거리로 건강을 지키고 잃었던 입맛도 다시 찾아 더운 여름을 활기차게 보내시도록 예람이가 빌겠습니다. 오늘도 빨간 접시꽃처럼 크고 화려하게 웃음 웃는 행복한 날 되시고 건강하십시오. ♣김미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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