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가슴 콩닥이는 새로운 경험

오늘의 쉼터 2009. 6. 19. 12:02



    ◈ 가슴 콩닥이는 새로운 경험 ◈ <상략> 일요일 이면 주례행사처럼 찜질 방을 드나든다. 한 주일 동안의 피로를 풀 겸 뜨거운 열기 속에서 잠시의 사색이 즐거워 꽤나 오래 전부터 몸에 밴 나 혼자 만의 스트레스 해소 법, 휴가 마지막 날 가만히 집에 있자니 휴일 인 듯 착각이 들어 찜질방 가야지 하며 이것 저것 챙기는데 앞머리가 제법 길게 자라 제멋대 로 흘러내리고 있다. 나이 든 사람이 단정치 못한 머리 모양새이면 겉 모습이 후줄근해 보일까 하는 노파심에 이발을 해야겠다 마음먹는데 아차, 찜질방 이발사가 바뀌어 고민스 럽다 어쩔까 하다가 문득 생각난 사람, 집 사람에게 언니라 부르며 친동생 보다 더 살가운 미용사가 생각이 났다. 하지만 헛 나이 먹었음 인지 아직도 여자들 앞 에만 나서면 주눅이 들어 목덜미 까지 붉게 물들이는 변변치 못한 사내. 업무상 필요한 프레젠테이션이면 수백의 여자들 앞에서도 당당 할 수 있는데, 생활에선 그게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아내에게 애교를 떨 수 밖에 함께 가자고 잠시 같이 가서 이발 시작하면 가도 된다고, 남들 보면 참 다정한 부부 라 부러 워 할만큼 소곤소곤 이야기 나누며 들어간, 48년 살면서 난생 처음 들어가본 미용실, 향기가 벌써 이발소와는 다르다. 반가이 맞아주는 미용사, 손님이 없어 참으로 다행이라 한숨을 쉬며 앉으라는 의자에 앉았다. 남자의 투박한 손길과는 달리 부드러운 손놀림 가끔 귓불을 스 치는 감촉, 자꾸만 얼굴이 붉어진다 그런데, 더 큰 고민은 이발소 거울에는 상 반신만 보인다. 그런데 미용실 거울 은 전신 거울이다. 다리에 검은 털이 숭숭 난 늙은이가 작은 미용실 의자에 앉 아있는 자세부터 엉거주춤이다. 그런데 눈길을 둘 데가 없다. 바로 보고 있자 니 이쁜 미용사 훔쳐보는 것 같고, 외면하자니 그것 또한 이상하고, 눈을 감고 있자니 뒷머리 자르는데 눈 감고 있는 폼 상상만 해도 웃기는 폼일 것 같고, 이 럴 줄 알았으면 좀더 일찍 경험을 해 두는 건데, 일각이 여삼추라 했던가 잠시 면 끝날 그 시간이 왜 그리도 긴지 윗머리 머리핀으로 고정하고 귀밑머리 다듬 고, 오른쪽 왼쪽 머리핀을 옮겨 꽂을 때 마다 거울 속에 보이는 모습, 웃음이 절로 난다. 히---죽--, 웃다가 들켰다. 미용사도 소리없이 웃는다. 먼저 가지 않고 기다려 주는 아내가 참 고맙다. 다른 손님이라도 오면 어쩌나 조바심이 나는데 다행히(?)머리 손질 끝날 때 까지 나 혼자다. “머리 기장 이만큼 이면 되겠어요?” “아, 예” 겨우 한마디 할 동안에 머리 손질이 끝났다. 샴푸 하자 한다. 하이고, 텔레비전에서 보니까 뒤로 누워 샴푸 하던데, 이발소 에선 앞으로 엎드려 샴푸하니까 아무 생각 없이 엎드려 있으면 되지만 뒤로 누워 샴푸하다가 이쁜 아줌마랑 눈길 마주 치면 어쩌지 걱정이 태산이다. “아닙니다 목욕탕 갈 겁니다. 가서 하지요” “수고 하셨습니다.” 만원짜리 한 장 꺼내놓고 잔돈 받을 자신 없어 “잔돈은 당신 가져” 서방님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무덤덤한 아내에게 기분 좋게 잔돈 넘겨주고 줄 행랑, 아니 마음은 더 있고 싶은데 도저히 어딘가 간지러워 더 앉아 있질 못해 “또 오세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동차에 올라 시동을 건다. 48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다. 이담엔 혼자 오라 했는데 치과 무서워 엄마 치마 폭에 매달린 아이처럼 이담에도 혼자선 도저히 못 갈성 싶다 색다른 경험 아직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숱한 일들 그 경험이 이런 즐거움이면 하나하나 다 해보고 싶다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진 머리카락 샴푸 하지않아도 부드럽게 잘도 넘어간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생각 나 입가에 미소 떠날 줄 모르니 아직도 여린 감성 이 남아 있었나 보다. << 시인, 수필가 이기은 >> ::::::::::::::::::::::::::::::::::::::::::::::::::::::::::::::::::::::::::::::::::::::::::::::::::: “거짓말도 자꾸 하면 는다”는 말이 있지요, 그렇듯 세상일 정말 알다가 모를 일 이 참 많습니다. 4년 전만해도 그렇게 쭈뼛거리고 드나들기 힘들던 미용실이 이 젠 제법 익숙해진 곳이 되어 한 달에 한번쯤은 드나든답니다. 미용사 혼자 있을 땐 괜찮은데, 아주머니들이 많이 있으면 골목길을 두어 바퀴 돌아서 조금 한산해지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장족의 발전을 하였답니다. 사람이 하는 일 다 그런가 봅니다. 이력이 생기면 그리 힘들고 부끄럽던 일도 스스럼없이 할 수 있으니까요, 군대 3년 어떻게 살까 했지만 몸에 배면 군 생활 도 할 만한 생활이고, 처음으로 직장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익숙지 않아 몇 날이 나 다닐까 걱정도 되지만 그것도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한 일상이 됩니다. 국보가족님! 혹여 오늘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해야 하시는 분들, 생경스런 일을 만나 어찌해야 할지 망설여지시는 분들, 아무런 걱정 마시고 부담 갖지 마시고 부딪쳐보세요.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일도 마음 다져먹고 적 극적으로 임하면 아니 될 일 없습니다. 용기 잃지 마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는 하루이길 기원합니다. ♣이기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