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터
김월석
내가 세상 태어나
나에 반려 심 여사를 맞이하고
남이 인정하지 않고 웃을 째
어려운 일 마다 않고 괄신 천대 감수하며
둘에 노력으로 장만한 터에
손수 지을 집 모양
이 모양 저 모양내고 내며
세상 풍파 헤치며 살아온 30여년 나에 자 욱
손수 밑그림을 그려보고
자식들 키우고 남은 돈 저축하여
만든 늘그막 삶에 보금자리
가을 날 황혼녘에 인생에 안식을 찾고 져
땀내 배 헌 집터에
다지고 두들기고 돌 주어다 계단 쌓고 흙 벽 발라
옛 향기 물씬 나는 초가집 지어놓고
정원엔 소나무 동백나무 그림같이 심어놓고
찾아오는 아낙들을 벗 삼아
지난해 토방에 묻어놓은
오디술 머루술 반가움에 한잔, 흥에 겨워 한잔하다
시 한수를 읊어가며 세월을 낚아 볼까나
꿈이 될지 현실이 될지
머지않은 삶에 희망을 갔고
자손에게 부담주지 않고 노력하며
생을 마치는 게 소원이라 노년에 밑그림을 그려 본다
<<국보문학 13기 시부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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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석양에 우렁우렁 천둥이 울고 우박과 비가 내렸습니다.
깊은 밤 혹여 많은 비가 내릴까 염려하는 마음으로 창문을 꼭꼭 닫고
잠이 들었습니다.
이른 시간, 잠에서 깨어 거실로 걸어 나오는데 장미 향기가 다리를
휘청거리게 합니다.
며칠 전 친구가 보내준 꽃바구니에 담긴 장미가 밤새 향기를 품어냈나 봅니다.
집안은 구석구석 향기로운 냄새로 가득 채워졌지만, 창문을 닫아놓아 탁해진
공기 탓인지 장미는 시들시들 고개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것 중의 하나가 공기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값없이 받아 마시면서도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아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칠 때가 얼마나 많은지요?
푸른 소나무 늘어선 마당에 고운 햇살 놀다간 자리……
초가지붕에 하얀 박꽃 피어나는 여름이면 동네 아낙 도란도란 모여 앉아
정겨움에 마시는 오디주 한 잔에 마음을 내려놓고 시 한수 읊어가며
세월을 낚고 싶어 하시는 시인님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나도 누군가에게 공기처럼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하고 정겨운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국보 가족님!
오늘도 나라는 슬픔 속에 잠겨 있지만 우리 님들은 슬픔 속에서
한줄기 환한 빛을 발견하는 아름답고 고운 하루를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김미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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