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새의 방식으로 키워야 한다◈
‘장자’의 지락편(至樂篇)에는 극진한 봉양을 받다가 죽어버린 새의
우화가 있다. 노나라에 바닷새 한 마리가 성 밖 교외로 날아왔다.
노나라 왕은 이 새가 나라에 경사를 가져다줄 길조라 생각하고 궁으로
데려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묘당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왕은 새를 위해 주연을 베풀고, 가장 아름다운 음악인 구소를 연주하고
각종 고기의 가장 맛있는 부위와 산해진미를 대접했다.
그러나 그 새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리둥절해 눈만 껌벅이며 슬퍼할
뿐이었다. 구소도 시끄러운 소음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고 맛난
고기와 산해진미도 물고기 한 마리만 못하였다.
마침내 고기 한 점, 물 한 잔 먹지 않더니, 사흘이 지나자 죽어 버렸다.
이것은 사람이 사람의 방법으로 새를 기르려고 했기 때문이다.
새를 기를 적에는 새의 방식으로 길러야만 한다. 새의 습성에 맞는 환경
을 제공해 주어야 하고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라 새가 좋아하는
음식을 주어야 한다.
《중략》
딸 셋을 데리고 혼자 사는 어머니가 고아원에서 아이를 하나 더 데려
와서는 "이 애를 동생 같이 알고 서로 사랑하라"라고 일렀다.
하지만, 낯선 식구들 틈에서 아이는 계속 울기만 했다.
딸들이 먹을 것을 주고 인형도 준다고 하면서 달랬지만 아이는 계속
울기만 하였다. 그러자 큰언니가 "너, 왜 그렇게 자꾸 우니?" 하면서
같이 엉엉 울다가 쓰러져 잤는데, 그 다음 날부터 아이는 울지 않았다
고 한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함께 울고 웃으며 같은 키 높이로 뒹굴어 주는
사이 마음의 문은 절로 열리게 되는 법이다. 사랑은 나의 눈높이가
아닌 그의 눈높이가 기준점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을 할 때 사랑
은 더욱 성숙하여져 간다.
크리스마스 날 어머니가 아들을 데리고 쇼핑을 갔다.
거리마다 캐럴이 흐르고 거리는 화려하게 꾸며지고 산타클로스는
길모퉁이에서 춤을 추었다.
가게 앞에는 장난감도 잔뜩 쌓여 있으니 다섯 살 남자아이
는 틀림없이 눈을 빛내면서 기뻐하리라고 어머니는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아들은 어머니의 코트에 달라붙어서 훌쩍훌쩍
울기만 했다. 〃왜 그러니? 울기만 하면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지
않아요.”라고 아들을 꾸짖다가 구두끈이 풀어진 것을 보고 어머니는
무릎을 꿇고 앉아 아들의 구두끈을 고쳐주면서 무심코 눈을 들었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름다운 조명도, 쇼윈도도, 선물도,
즐거운 테이블 장식도 모든 것이 너무 높아서 보이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두꺼운 다리와 엉덩이가 서로 밀고 부딪치면서
스쳐 지나가는 거리뿐 이었다.
아이가 본 것은 너무나 삭막한 크리스마스 거리였던 것이다.
성숙한 사랑은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보는 것이다. 사랑에 미숙한 사람
들은 언제나 자신의 자리만을 고집하지만 성숙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늘 상대방의 자리에 자신이 서보려 노력한다.
새는 새의 방식으로 길러야 하듯 결국 사랑의 눈높이는 나의 눈높이가
아니라 그의 눈높이가 기준점이 되어야 한다.
상대의 눈으로 사물을 보려 하고 상대를 따뜻하게 배려해 간다면 세상은
훨씬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수필가 황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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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이 혼례식 준비를 하면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대학교에 다닐 때부터 엄마와 떨어져서 살았지만 보내야 하는 마음
아파서 울었고,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울기도
하였습니다.
막상 보내고 돌아서니 이리도 허전한 것을 좀 더 잘 해주지 못하고
가슴 아프게 해서 보낸 것 같아 또 눈시울 붉어집니다.
황태영 작가님의 글을 보면서 새삼 깨닫게 되는 많은 것이 있지만
하나뿐인 딸이어서 다음번이란 것이 없기에 더욱 안타깝기만 합니다.
평생에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남들보다 더 잘하진 못해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멋진 시간을 만들고 싶었을 아이,
그런 마음에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을 결혼 당사자인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꾸지람하다 얼싸안고 울었던 기억들……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대가 없이 그냥 주는 것인데 아이의 깊은
속내도 모르고 "내가 이만큼 너를 생각하고 있으니 너도 이만큼 엄마를
생각해주면 안 되겠니?" 하는 마음으로 서운해 하며 아이를 대했던
날들이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사랑하는 국보 가족님!
무조건 사랑을 준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받을 사람의 처지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받을 사람의 눈높이에 맞는
사랑을 베푸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 느껴집니다.
오늘 하루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편에 서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심으로 고운 하루 보내십시오.
♣김미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