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씨감자와 빨간 감을 기억하자

오늘의 쉼터 2009. 3. 24. 14:31



    씨감자와 빨간 감을 기억하자 감자는 아직 겨울이 채 지나지 않은 초봄에 심어 한여름이 되기 전에 수확한다.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 감자는 주린 배를 채워주던 생명의 은인이었다. 구워먹어도 삶아 먹어도 국 끓여 먹여도 그저 감칠맛 나던 감자의 고마움은 아직도 기억이 새롭다. 주렁주렁 매달린 감자의 풍성함은 씨감자 고행의 결실이다. 모두가 다 씨감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말라비틀어지더라도 인내하며 발아하지 말아야 하고 자신의 몸을 잘라내는 살을 에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흉년 배고픔에 못 견뎌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내년 농사에 쓸 씨감자는 절대 먹지 않았다. 이원수님의 ‘씨감자’라는 시는 노래로도 애창되었다. 감자 씨는 묵은 감자, /칼로 썰어 심는다 토막토막 자른 자리 /재를 묻혀 심는다// 밭 가득 심고 나면 /날 저물어 달밤 감자는 아픈 몸 /흙을 덮고 자네// 오다가 돌아보면 /훤한 밭 골에 달빛이 내려와서/입맞춰 주고 있네.// 주역 64괘 중 다 빼앗기고 단 하나의 가능성만 남아있는 상태, 언제 나락으로 전락할지 모르는 절망의 상태를 나타내는 박괘(剝卦)의 효사(爻辭)에 '석과 불식(碩果不食)'이라는 구절이 있다고 한다. 이 말은 '씨 과실은 먹지 않는다.'라는 뜻이고 더욱 구체적으로 해석하면 '씨 과실은 먹히지 않는다.'라고 할 수 있다. 무성한 잎사귀를 모두 떨어뜨리고 겨울의 입구에 앙상한 나목으로 서 있는 감나무는 비극의 표상이다. 그러나 그 가지 끝에서 빛나는 빨간 감 한 개는 아름다운 ‘희망’이다. 그 속의 씨가 이듬해 봄에 새싹이 되어 땅을 밟고 일어서기 때문이다. 절망의 상황에서 희망의 언어는 자라나고 있다. 떨어진 잎사귀가 씨앗을 키우고 나무를 자라게 하듯 절망은 희망을 싹 틔우는 밑거름이 된다. 말라비틀어진 조각난 씨감자가 있는 한, 추위와 맞서는 빨간 감 한 개가 있는 한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비록 굶주려도 씨 과실을 먹지 않고 봄을 준비해 가면 풍요로운 그날은 반드시 온다. 삶이 힘들 때에는 ‘씨감자’와 ‘빨간 감’을 주문처럼 되뇌여 가슴에 새기며, 절망 속에서도 삶을 아름답고 희망차게 가꾸어 갔으면 한다. <수필가 황태영> ^*^*^*^*^*^*^*^*^*^*^*^*^*^*^*^*^*^*^*^*^*^*^*^*^ 이틀 전 이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데 음식물 수거함 옆에 상자 하나가 놓여있었습니다. 새벽이었지만 가로등 불빛이 새어나와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가 있었습니다. 상자 안에는 싹을 틔운 물기 마른 감자가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어느 집 베란다에서 잠을 자던 감자가 날이 따뜻한 봄이 되자 싹을 틔우고 메말라 먹지 못하고 버리게 되었나 봅니다. 참 아깝다는 생각을 하며‘못 먹어 버리게 되기까지 뭐 했을까? 차라리 이웃에게 나눠 라도 줄 일이지……‘라고 혼잣말을 하며 그 자리를 떠나왔습니다. 오늘은 자기 몸의 진액을 뽑아 싹을 틔워 버리게 된 감자와 몸이 말라비틀어져도 오래 참음으로 싹을 틔우지 않고 살을 에는 고통을 감내하는 씨감자의 두 모습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국보 고운님! 우리 고운님들은 혹여라도 작은 절망 앞에 쉽게 무너지고 주저앉아 이웃에게 외면당하거나 버림받은 자가 되지 않고 인내함으로 참고 견디어 희망의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리게 해주는 씨감자 같은 삶을 살아가시는 고운 님들이 되셨으면 하는 소망을 해봅니다. 기온이 낮아진 날씨에 피어나던 봄꽃들이 다시 움츠러들까 걱정이 되는 아침입니다. 고운님!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도 가슴 가득 기쁨이 솟아나는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 행복하십시오. ♥김미옥 드림♥

 

'종합상식 > 세상사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정출두   (0) 2009.03.26
무논에 거름 내야할 삼월  (0) 2009.03.25
오프라인에서  (0) 2009.03.23
더불어  (0) 2009.03.20
아까운 거  (0) 2009.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