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낯가림

오늘의 쉼터 2009. 2. 22. 09:57



    낯가림 전철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막 타려할 때 였다. 시골에서 올라온 듯한 노부부가 뭔가 연신 실랑이를 하더니만 바깥노인이 버럭 화를 내면서 소리를 냅다 지른다. 안노인이 무안했던지 고개를 숙이고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기려다 손목이 잡히고 또 다시 바깥노인에게 호되게 면박을 당한다. “괜찮다니까 왜 자꾸 그려, 내가 꼭 붙잡고 내려가면 될 거 아녀.” 안 노인네는 에스컬레이터를 처음 보는지 상기된 얼굴로 저절로 내려가는 계단을 보고는 긴장되고 난감한 모습이 역력하다. 나도 처음 이 자동계단을 처음대할 때, 신가함보다는 무언가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이제까지는 걸어서 오르내려야 하는 것이 계단의 역할이요 기능이었다. 까마득한 산동네 살 때에도 그랬고 학교나 회사를 다닐 때에도 역시 계단을 이용해 스스로 오르고 내려와야만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움직이는 계단은 걸어서 오르내려야 하는 건지 아니면 가만히 서서있어야 하는지 타기 전 까지는 언뜻 판단이 서지를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코미디 같기고 하지만 불쑥 나타난 문명의 이기 앞에서 도시사람이나 농촌사람이나 낮 설기는 매일반이다. 내 몸에 익숙해지기까지 숙련되어야할 문명의 이기가 어찌 에스컬레이터뿐이었으랴. 좌변기가 어색하여 그 위에 쪼그리고 용변을 보던 군(카투사)시절의 난감했던 일이나, 뷔페식당에서 그 많은 음식을 대하던 때라던가,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스스로 차를 몰아보던 기억을 떠올릴 때면 그 때의 난감했던 순간은 재미있는 추억거리다.  컴퓨터를 처음대할 때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TV로만 보아오던 화면(브라운관)을 내 자의로 조작 해서 이용되는 순간에 신기함도 신기함이려니와 이것을 내가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앞섰다. 그러나 이제는 컴퓨터 없이는 어떤 일이라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 하다못해 바둑 한수를 두거나 편지 한 장을 쓰려 해도 말이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알았기에 다른 동물과의 구별이 된다는 학교시절 물리선생님이 들려주던 이야기가 새삼스럽다. 사람이 하지 못하는 일을 로봇이 대신하고 가공할만한 첨단무기가 개발이 되어 전쟁수행까지도 기계들에게 맡기는 시대가 되었다. 암 발생을 태아 때부터 원천적으로 재거를 한다고 하니 암 정복의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이러한 첨단시대에 지금까지도 컴퓨터에 엄두조차 못내는 친구들을 보고 있노라면 버럭 소리라도 치고 싶다. “밥상 다 차려놨는데 밥까지 떠먹여주랴!” 윽박지름에 주눅이 들었던 노친 네가 제대로 목적지까지 갔는지 괜히 궁금해진다. <수필가 이진영> ************************************* 국보문학 가족 여러분... 오랜만에 주일 아침에 세상사는 이야기로 문을 엽니다. 이제 다가오는 3월에는 한국국보문인협회 광주시 지회장인 김미옥 수필가가 보강된 9명의 세상사는 이야기 필진들과 함께 국보문학의 얼굴인 아침편지를 이끌어 갑니다. 가족 여러분들의 따뜻한 마음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