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한국의 野史

고구려 궁중비사 / 1. 河伯의 딸 柳花

오늘의 쉼터 2018. 12. 6. 17:26

[고구려 궁중비사]



1. 河伯의 딸 柳花

 

고대 국가의 창업경위는 신비로운 전설을 통해 짐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상례이다.

 
하지만 고구려의 건국 설화(說話)는 유달리 농후한 로맨스로 비롯되었다는 점이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대단히 흥미롭다.
 
<이상국집 동명왕편(李相國集東明王篇)>, <삼국사기(三國史記)>, <삼국유사(三國遺事)> 등에는
그 건국 설화가 이렇게 전해지고 있다.
 
아득한 옛적 천제(天帝)는 태자 해모수(解募漱)를 부여의 고도에 보내어 나라를 세우게 했다.
이때 해모수는 오룡차(五龍車)를 타고 그 종자 백여명은 백혹을 타고 오색 구름에 싸여 주악소리도
장엄하게 하강했다고 한다.
머리에는 오우관(烏羽冠)을 쓰고 허리에는 용광검(龍光劍)을 찬 해모수는 아침에 그 곳을 내려와
백성들을 다스리고, 밤에는 다시 하늘로 도로 올라가므로 그 곳 사람들은 그를 천왕랑(天王郞)이라고
불렀다.
 
그때 북쪽 청하(淸河=지금의 鴨綠江) 연변에 하백(河伯)이란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에게는 세 딸이 있었는데 큰 딸은 유화(柳花), 둘째 딸은 훤화(萱花), 셋째 딸은 위화(葦花)라고 불렀다.
모두 다 신자염려(神姿艶麗)하여 보는 사람마다 침을 삼킬 만한 가인(佳人)이었다.
 
어느날 해모수왕이 사냥을 나왔다가 웅심연(熊心淵)가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세 처녀를 보자
첫눈에 몹시 마음이 끌렸다.
 
"거 참 좋은 처녀들인걸. 만일 비로 삼는다면 훌륭한 왕자를 낳아줄 거야."
 
좌우를 둘러보고 이렇게 말한 해모수왕은 서서히 말을 몰아 세 처녀에게로 다가갔다.
낯설은 남자가 다가오자 세 처녀들은 물 속으로 뛰어들어 몸을 감추었다.
유유히 다가온 해모수 왕은 빙긋이 웃음을 지었다.
 
"처녀들이여 어찌하여 나를 피한단 말인고? 나는 바로 천제의 아들 해모수,
이 고장을 다스리는 임금이거늘 어찌하여 나를 피한단 말인고?"
 
해모수가 연못을 향해서 이렇게 외치니까 수중에서 세 처녀가 고개를 내밀더니 각각 한마디씩 했다.
 
"천제의 아드님이시며 이 고장을 다스리는 어른이시면 더욱 부끄럽고 황송하와요."
 
"우리는 몸에 가린 것도 없는 몸… 어찌 그대로 뵈올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그렇겠군. 그렇다면 내 당장 이 자리에 집을 지어 줄 것이니
그 속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도록 하라."
 
이렇게 말하고는 말채찍을 들어 땅에 집 모양을 그리니 당장 그 자리에 장려한 구리집 한 채가 솟아났다. 그리고 그 구리집 속에는 세 사람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고 큰 술통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처녀들이어. 어서 들어가 옷을 갈아입으라.
그래도 부끄러움이 가시지 않는다면 그 통의 술을 실컷 마셔라."
 
해모수의 말을 듣고 세 처녀는 대단히 기뻐하며 그 집 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은 다음
서로 권하며 술을 흠뻑 마셨다.
세 처녀가 대취해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는데 불쑥 해모수가 들어왔다.
해모수의 두 눈은 술에 취해서 더욱 요염해진 세 처녀를 쏘아보며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세 처녀는 취중에도 위험을 느꼈다.
일제히 일어나서 그 집을 빠져나가려고 애를 써서 훤화와 위화는 빠져나가는데 성공했으나
유화만은 끝내 해모수왕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그대는 나의 비가 되는 거야. 늠름하고 강한 아들을 낳아 주어야 해."
 
해모수는 유화를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마침내 정을 통하고 말았다.
유화가 해모수에게 붙잡혀서 욕을 당했다는 기별을 듣자 유화의 부친 하백은 크게 노했다.
즉시 사람을 보내어 자기 대신 그 행패를 꾸짖게 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하백의 딸을 잡아 두는가?"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다. 하백의 딸과 혼인하고자 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당당히 중매를 놓고 청혼할 것이지 어찌 함부로 남의 딸을 가두어 두는가?
예를 몰라도 분수가 있지 않은가?"
 
그 말에 해모수는 자기의 경솔한 행동을 뉘우쳤다.
 
"내 즉시 하백에게 가서 사과하리라."
 
그는 하백의 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하백의 노여움은 풀리지 않았다.
문을 굳게 닫고 아무리 간청해도 열어 주지 않았다.
해모수는 하는 수 없이 유화를 가두어 둔 구리집으로 돌아갔다.
 
"그대의 부친이 그렇듯 노한 걸 보니 나와 그대는 인연이 없는 모양이라.
즉시 부친 곁으로 돌아가도록 하라."
 
해모수는 낙심하고 이렇게 권했다.
그러나 유화는 이미 해모수에게 깊이 기울어진 후였다.
 
"저는 이제 대왕의 곁을 떠날 수 없는 몸이에요.
비록 쫓아내신다 하더라도 가지 않겠어요."

 
유화가 고집을 부리니 해모수는 더욱 난처해졌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좋단 말이냐?
그대 부친의 승낙이 없는 한 그대는 내 비가 될 수 없지 않으냐?"

유화는 잠시 궁리에 잠기더니 바싹 다가앉으며 말했다.
 
"대왕께선 용차(龍車)를 타고 하늘을 마음대로 날 수 있지 않으시어요?"
 
"그야 그렇지."
 
"그렇다면 용차를 타고 공중을 날아가시면 우리 집 문이 아무리 굳게 닫혀 있더라도
담을 넘어 들어가실 수 있지 않습니까?"
 
"음, 그래서?"
 
"우리 아버님은 원래 힘과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소중히 여기는 분입니다.
대왕께서 하늘을 나시는 걸 보시면 마음이 변하실 것이에요."
 
해모수는 유화의 말을 옳게 여겼다.
즉시 하늘을 향해서 용차를 부르니 오색구름에 싸여 오룡차(五龍車)가 내려왔다.
해모수는 오룡차에 유화를 태우고 다시 하백의 집으로 향했다.
찬란한 구름에 싸여 용차를 타고 마당에 내려서는 해모수를 보자
하백은 '과연 천제(天帝)의 아들이시구나!'하고 감탄을 하며 융숭한 예를 갖추어 맞아 들였다.
그러나 따질 것은 잊지 않고 따졌다.
 
"혼인이란 원래 천하가 다 중히 여기는 것이거늘
어찌하여 예를 갖추지 않고 우리 문중을 욕되게 하는 거요?"
 
해모수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슬며시 딴청을 했다.
 
"내 하늘에서 자라나 지상의 예에 어두운 탓으로 그런 실례를 범했소이다."
 
"그렇다면 참을 수도 있는 일이오만 대왕이 과연 천제의 아드님이시라면
신기한 재주를 지니고 있을 것이외다. 어디 그 재주를 보여 줄 수 없으시오?"
 
"어렵지 않은 일이오.
무슨 재주로나 당신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니 당신이 먼저 재주를 보여 주시오."
 
해모수가 이렇게 도전하자 하백은 곧 한 마리 잉어가 되어 앞마당 연못 속에서 유유히 헤엄을 쳤다.
이것을 본 해모수, 즉시 물개로 몸을 변하여 잉어가 된 하백을 잡아 버렸다.
하백은 다시 사슴이 되어 날래게 숲 속을 뛰어 다녔다.
그런 즉 해모수는 이리가 되어 사슴을 또 잡고 말았다.
하백이 이번엔 꿩이 되어 하늘 높이 날아 올라가니 해모수는 매가 되어 당장에 잡아챘다.
그제야 하백은 본래의 몸으로 돌아와서 해모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대왕은 과연 천제의 아드님이시오. 미거하나마 내 딸을 길이 아껴 주시오."
 
그리고는 성대하게 예를 갖추어 혼인을 치렀다. 그러나 하백은 어쩐지 마음이 안 놓였다.
 
"내 해모수왕의 상을 보니 한 여자를 길이 거느릴 분이 아니란 말이야.
싫증이 나면 언제 내 딸을 버려두고 하늘로 도망칠는지 알 수 없으니 단단히 경계하도록 하라."
 
좌우를 향해 이렇게 일러둔 다음 춤과 노래로 해모수를 즐겁게 해주는 한편 독한 술을 자꾸 권하여
대취하도록 만들었다.
그 술은 이레가 지나야 깨는 술이었다.
 
해모수가 술에 취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 하는 것을 보자
하백은 큰 가죽 주머니를 만들어 해모수를 그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유화도 함께 들어가게 한 다음 가죽 주머니를 단단히 봉하고 용차에 태웠다.
 
"이렇게 해서 하늘에 올라가기만 하면 설마 내 딸을 쫓아 내리지는 않겠지."
 
하백은 비로소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해모수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이레가 되기 전에 독한 술에서 깨어난 그는 가죽 주머니 속에 갇혀 있는 것을 깨닫자 크게 노했다.
 
"남을 믿지 못하는 자는 마땅히 그 응보를 받아야 한다."
 
그는 유화의 머리에 꽂혀 있던 황금 비녀를 뽑아 가죽 주머니에 구멍을 뚫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울부짖는 유화를 가죽 주머니째 멀리 던져버리고 용차를 몰아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일이 이렇게 되자 하백은 펄펄 뛰며 야단이었다.
 
"그것 봐라. 이 못난 년아! 네 마음대로 사내를 택하더니
이제 이렇게 버림을 받게 되고 집안 망신을 시켰으니 그냥 둘 수 없다."
 
그리고는 사람들을 시켜 유화의 입술을 꿰매고 길게 잡아 뽑게 하니 그 길이가 석자나 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노비 두 사람을 달려 우발수(優渤水)가로 쫓아버렸다.
 
이때 북부여의 왕은 금와왕(金蛙王)이었는데 하루는 금와왕에게 부추(扶鄒)라는 어부가 와서
이렇게 호소를 했다.
 
"요즈음 물에 담궈 둔 그물 속의 물고기를 훔쳐가는 도적이 있사온데
사람의 짓인지 짐승의 짓인지 도무지 알 수 없사옵니다.
하오니 대왕의 힘으로 밝혀 주시기 바라옵니다."
 
이와 같은 호소를 받은 금와왕은 곧 사람들을 시켜 우발수에 그물을 치게 했다.
물고기를 없애는 기수(奇獸)를 잡아 보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얼마 후 그물을 건져 보니 무엇이 그렇게 했는지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음… 물짐승치고도 보통 물짐승이 아니로구나. 그렇다면 이번에는 쇠그물을 쳐보아라."
 
이렇게 명해서 다시 쇠그물을 쳐보니 돌 위에 앉아 있는 한 여인이 걸려 나왔는데
그 여인이 바로 유화였다.
우발수가로 쫓겨 간 유화 주종(主從)은 굶주림에 견디지 못해서 어부가 잡은 물고기를
훔쳐 먹다가 어부의 호소로 그물을 치니 유화만 금와왕에게 잡히고 만 것이다.
 
"너는 누구이며 어디서 온 여인인가?"
 
금와왕은 물어보았다.
그러나 입을 꿰매이고 석자나 잡아 늘린 유화가 어찌 대답을 하겠는가?
아무 말도 못하는 것을 보자 왕은 그 입술을 세 번 잘라 겨우 말을 시켰다고 하는데
이번 역시 해모수에게 욕을 당한 일이 부끄러워 입을 떼지 못하다가 왕의 강요로
겨우 말문을 열었다고 한다.
 
"해모수 어른의 사랑을 받은 몸이라?"
 
금아왕은 한편 놀랍고 한편 섭섭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금와왕은 유화의 꽃 같은 용모를 보고 단번에 마음이 동했는데
해모수의 애인이었다는 말을 듣고는 적이 실망했던 것이다. 
 
금와왕은 해모수의 아들인 해부루(解夫婁)가 늙어서 산천에 기도하여 얻은 수양아들이다.
그리고 왕위에 오르지 동부여로 천도하고 그 곳을 다스리고 있는 처지이니
유화는 말하자면 조모(祖母)뻘이 된다.
연정을 품기에는 너무나 난처한 처지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는 두 사람의 연령 차이인데 <이상국집 동명왕편>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아무리 계산해도 노파와 청년의 차이로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해모수는 신인(神人)이므로 연령에 구애되지 않는다고 간주하고 그가 유화와 관계를 맺은 것이 노년이라고 본다면 유화와 금와왕의 연령도 비슷하게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금와왕은 유화가 이미 몸을 더럽힌 여인이긴 하지만 담뿍 마음이 쏠렸다.
그래서 별실에 가두어 두고 밤낮으로 사랑을 속삭인 결과 유화는 마침내 임신을 하게 되었다.

이 경위 역시 <이상국집>이나 <삼국사기>에서는 신비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유화를 별실에 가두어 두었더니 햇빛이 비쳐들었으며 유화가 그 햇빛을 피한 즉 햇빛은 마치
유화를 그리워하는 듯 따라다녔다.
그 결과 유화는 잉태하고 얼마 후에 알 하나를 낳았는데 크기가 닷 되들이 만했다고 전한다.
 
사랑하는 여인이 잉태했다는 말을 듣고 금와왕은 대단히 기뻐했다.
그러나 막상 해산한 것을 보니 사람이 아니라 괴상한 알이다.
왕의 실망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 끔찍한 건 당장 내다버려라."
 
왕은 소리소리쳤다. 유화 역시 아무 할 말이 없었다.
그런 괴상한 물건을 낳은 것이 창피하고 죄스러워 왕이 하는 대로 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비록 알이지만 아쉬운 정은 금할 수가 없었다.
 
왕의 명을 받은 사람은 먼저 그 알을 무엇이나 잘 먹는 돼지에게 갖다 주어 보았다.
그랬더니 돼지는 고개를 외로 꼬고 슬금슬금 꽁무니를 뺐다.
소와 말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에 내다 버려 보았다.
그 발에 밟혀서 깨어져 버릴 것을 바란 때문이었다.
그러나 소와 말들은 그 알을 보고 소중한 물건을 대하듯 멀리 피해서 돌아갔다.
나중에는 인가가 드문 들판에 내다 버렸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모여든 새들이 그 위를 날며 노래를 부르고 날이 저물자
새들은 그 알을 깃으로 덮어 보온(保溫)해 주었다.
 
"어떻게 생긴 괴물이기에 그렇듯 이상한 일만 일으키느냐? 그것을 갈라 보아라.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나 속 시원히 보기라도 하자."
 
왕은 마침내 이렇게 명했다. 그래서 힘을 자랑하는 장사가 도끼를 힘껏 내리쳐 보았으나
갈라지기는 고사하고 상처도 나지 않는다.
왕은 더 어쩔 수가 없어 그 알의 모친인 유화에게 돌려주며 마음대로 처리하라고 했다.
유화는 역시 어머니였다.
그 알을 고운 비단으로 겹겹이 싼 다음 따뜻한 곳에 고이 놓아두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알이 깨지더니 그 속에서 한 옥동자가 나타났는데
준수한 용모, 늠름한 몸집은 장차 큰 인물이 될 것을 약속하는 듯 했다.
 
아기는 성장할수록 영특한 재질을 발휘했다.
전하는바에 의하면 한 달만에 말을 했고, 아장아장 걸어 다니게 되자
모친이 만들어준 활로 파리를 쏘아 죽였으며 나이 일곱 살이 되었을 때에는
나는 새라도 한 번 겨누면 백발백중(百發百中)이었다고 한다.
부여의 속어(俗語)에 활 잘 쏘는 사람을 주몽(朱蒙)이라고 불렀는데
이 소년도 사람들로부터 주몽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금와왕에게는 다른 여인의 몸에서 난 일곱 왕자가 있었는데 그들이 주몽과 어울려 놀 때에는
무슨 놀이에나 주몽을 당해내지 못했다.
그러므로 모두 다 주몽을 시기한 나머지 맏아들 대소(帶素)는 부왕에게 이렇게 참소했다.
 
"주몽이 하는 짓을 가만히 살펴보니 후에 반드시 나라에 화를 끼칠 염려가 있습니다."
 
"어떤 점이 그렇단 말이냐?"
 
왕은 물어 보았다.
 
"첫째 주몽이 태어난 내력이 보통사람과 다르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애가 즐기는 것은 말타기와 활쏘기뿐이니
장차 우리 은혜를 배반하고 난을 일으킬까 염려됩니다."
 
"그러니 어쩌자는 거냐?"
 
"일찌감치 없애버리는 것이 상책이겠죠."
 
금와왕은 유화를 극진히 사랑한다.
그러므로 그 몸에서 난 주몽은 다른 왕자보다 한층 더 아꼈으며 장차는 왕위를 물려받을 것이
틀림없는 일이고 보면 대소의 위치가 위태롭게 될 것이다.
그래서 주몽을 없애려고 온갖 술책을 쓰는 것이었다.
그것을 간파 못할 금와왕이 아니었다.
 
"내가 알아서 처치할 테니 너는 가만히 있거라."
 
이렇게 일러 놓았다.
그러나 이대로 두었다간 왕자들의 미움을 받아 어떤 화를 당할는지 알 수 없으므로
그 예봉을 피하기 위해서 주몽을 목장으로 보내어 말을 먹이게 했다.
주몽은 왕의 참뜻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아무 불평도 없이 말을 먹이고 있었으나 왕자들의 미움은 여전했다.
 아무래도 장차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어머니, 저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았지만 이 곳을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천한 마부 노릇을 하는 아들을 위로하러 찾아온 유화에게 주몽은 이렇게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던 참이다. 너 만한 재주를 가지면 어딜 간들 큰일을 못하겠느냐?"
 
"그렇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어머님 혼자 얼마나 외로우시겠어요?"
 
주몽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러나 유화는 오히려 아들의 손을 굳게 잡고 격려해 주었다.
 
"내 일은 그리 염려 마라. 너만 크게 된다면 외로운 것쯤 어찌 참지 못하겠느냐.
그렇지만 멀리 떠나자면 무엇보다도 좋은 말이 있어야 할 텐데…."
 
이렇게 말하다가 유화는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주몽을 데리고 마구간으로 갔다.
그리고는 주몽이 가지고 있던 채찍을 뺏어 들더니
마구간 속으로 뛰어들어 말들의 등을 함부로 내리쳤다.
말들은 모두 놀라 떼를 지어 도망했다.
그 모양을 이윽히 바라보고 있던 유화는 청황색(靑黃色) 터럭을 가진 말 한 필을 가리켰다.
 
"저것이다. 저 말이 바로 네가 타고 갈 말이다."
 
다른 말들은 모두 열어젖힌 문으로 도망갔지만 그 청황색 말만은 두길 난간을 가볍게 뛰어 넘어
도망쳤던 것이다.
그러니 준마(駿馬)임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자, 말들을 다시 모아들여라."
 
주몽은 말들을 불러 마구간으로 모아들였다.
그랬더니 유화는 말들 중에서 청황색 말을 찾아 입을 벌리고 그 혓바닥에 바늘 한 개를 꽂았다.
괴상한 거동이었다.
 
"어머니, 왜 그러십니까? 혓바닥을 상하면 먹이를 못 먹을 게 아닙니까?"
 
주몽이 놀라 물어보니까.
 
"그래야 한다. 그래야 이 준마가 네 몫이 되는 거야."
 
유화는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유화의 말대로 그 말은 혀가 아파서 먹지를 못하고 날로 여위어 갔다.
그러니 천리마도 한낱 둔마(鈍馬)처럼 보일뿐이었다.
그런지 얼마 후 금와왕이 마구간을 찾아왔다.
 
"네가 그 동안 말을 먹이느라고 수고가 많았으니
그 상으로 말 한필을 주겠는데 어느 말을 갖겠느냐?"

금와왕이 이렇게 물어본 데에는 따로 속셈이 있었다.
만일 주몽이 준마를 택한다면 왕자들의 말대로 딴 뜻을 품은 것일 것이고 둔마를 택한다면
별로 염려 할 필요가 없으리라는 것이었다.
주몽은 미리 혀에 바늘을 찔러서 먹지 못하고 야윈 말을 택했다.
 
"그 녀석 욕심도 없구나!"
 
금와왕은 흡족하게 웃으며 그 말을 선뜻 내주었다.
왕이 돌아가자 주몽은 즉시 말의 혓바닥에 꽂았던 바늘을 뽑고 좋은 먹이를 배불리 먹였다.
그러자 지쳤던 말은 당장 건강을 회복하고 어느 말도 따를 수 없는 날쌘 말이 되었다.
주몽도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떠날 날만을 기다리며 기회만 노리고 있는데
어느 날 밤 모친 유화가 그의 거처로 몰래 찾아왔다.
 
"얘야 오늘밤으로 이 곳을 떠나야 하겠다."
 
유화의 말을 들으니 대소를 비롯한 일곱 왕자와 여러 대신들이 마침내 주몽을 죽이기로 작정하고
이곳을 습격할 모양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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