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손자병법

4篇 (5) 눈에 비치는 것을 속속들이 통찰하라.

오늘의 쉼터 2017. 12. 25. 11:26

손자병법(孫子兵法) 4篇 <군형편(軍形篇)>
‘군형’이란 군의 배치형태를 뜻한다.

군의 힘을 최대로 발휘하는 것은 세력이다.

그리고 이 세력은 군의 배치 형태에 따라서  강하거나 약하게 된다. 

군의 행동은 개개인의 행동의 집합이 아니라 군이라는 한집단의 일부분으로서

개개인의 행동이 존재한다.






(5) 눈에 비치는 것을 속속들이 통찰하라.


見勝不過衆人之所知(견승불과중인지소지)
승리를 보는 것이 중인이 아는 바에 지나지 않음은,
非善之善者也(비선지선자야)
선의 선이 아니다.
戰勝而天下曰善(전승이천하왈선)
전쟁에 이겨서 천하가 선이라 함은,
非善之善者也(비선지선자야)
선의 선이 아니다.
故擧秋毫不爲多力(고거추호불위다력)
그러므로 추호를 드는 것은 많은 힘으로 치지 않고,
見日月不爲明目(견일월불위명목)
일월을 보는 것은 밝은 눈으로 치지 않고,
聞雷霆不爲聰耳(문뢰정불위총이)
뇌정을 듣는 것은 밝은 귀로 치지 않는다.
古之所謂善戰者(고지소위선전자) 勝於易勝者也(승어역승자야)
옛날의 소위 선전하는 자는 승리하기 쉬움을 승리하는 자이다.


이처럼 서로 구지(九地) 밑에 감추어 숨긴 수비 태세를 찰지하고

쌍방의 실력을 비교 검토한 후, 전쟁으로 돌입 한다는 사전의 복잡한 작전이 있어야

비로소 승리를 획득할 수 있다. 

따라서 누구의 눈에나 뚜렷하게 예견되는 승리라면 결코 손뼉을 치며 칭찬할 만한것이 못된다.

 또 악전고투 끝에 겨우 이겼다고 말하는 승전은 진정 훌륭한 승전이 아니다.

이것은 가벼운 솜털을 들어 올린 것이 대단한 완력이라고 말할 수 없고,

달이나 해를 보았다고 해서 시력이 대단하다고 할수 없으며,

우렛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예민한 청력이라고 보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예로부터 전해 오는 말과 같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전이란 이겨야 할 것을 이긴 것이다.

결코 무리하게 이긴것은 아니다.


이길만한 준비와 이유가있어서 쉽게 이긴것만이 진정한 승리라고 할수 있다.
진리는 평범한 것에 있다는 데, 공통되는 생각이다.

병법의 진리도 극히 평범한 사실에 기인하는 것이다.

세상의 평판만큼 믿을수 없는 것이 없다는 점 또한 언급하고 있는 듯하다.

"개가 사람을 물면 화제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그것은 화제가 된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곳에 부자연한 이상함이 있어야만 화제가 되는것이므로,

영웅이라 불리고 명장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사적이나 전적등은 어떠한 의미에서는

선의 선이 아닌지도 모른다.

선전하는 자는 승리하기 쉬움을 승리하는 자라는 말은 주목할 만한 생각이다.


[예화] 눈에 비치는 것을 속속들이 통찰하라
擧秋毫不爲多力(고거추호불위다력)
그러므로 추호를 드는 것은 많은 힘으로 치지 않고,
見日月不爲明目(견일월불위명목)
일월을 보는 것은 밝은 눈으로 치지 않고,
聞雷霆不爲聰耳(문뢰정불위총이)
뇌정을 듣는 것은 밝은 귀로 치지 않는다.


형가(荊軻)는 위(衛)나라 사람이다. 

그의 조상은 원래 제나라 사람이었으나, 위나라로 이주한 것이다.

위나라 사람은 형가를 경경(慶卿)이라고 불렀다.

그후 그는 연(燕)나라로 옮겼다. 연나라 사람은 그를 형경(荊卿)이라 불렀다.

형경은 독서와 격검(擊劍)을 좋아하여, 술(術)로써 위나라의 원군(元君)을 설득하였으나

쓰려고 하지 않았다.

형가는 일찍이 유차(楡次)를 지나다가  개섭(蓋聶)이란 사람과 검에 대하여 서로 논하게 되었다.

이윽고 개섭이 화를내며 노려보자, 형가는 나가 버렸다.


사람들이 형가를 다시 부르려고 하였으나 개섭이 말하였다.
"아까 검에 대한 논쟁을 하였는데 이상한 소리를 하므로, 노려 보았더니 나가 버렸네.

이미 어디론가 가 버렸을 테니 이 근처에는 없을 거야"
사람을 보내어 찾아 보니 과연 형가는 이미 수레를 타고 유차에서  떠나 버린 후였다.

한단에서 머무르고 있을때, 형가는 노구천(魯句踐)과 쌍륙놀이를 하다가 말다툼이 벌어 졌다.

노구천이 화를 내며 소리치자, 형가는 말없이 도망쳐 버리고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연나라로 오자, 형가는 축(筑)을 잘하는 고점리(高漸離),전광(田光)과 교제하였다.

형가는 술을 좋아하였기 때문에 매일 개백장, 고점리 등과 함께 시장에서 술을 마셨다.

술이 거나해 지면 고점리는 축을 치고, 형가는 그에 맞추어 노래하며 서로 흥을 내다가는

감정이 고조에 달하면 서로 부둥켜 안고 엉엉소리내어 우는 등 방약무인한 태도로 보냈다.

그 후 연나라 태자 단(丹)의 간청으로 형가는 진(秦)나라  왕을 자살(刺殺) 하는 일을 맡았다. 

 

전광은 스스로 목을 쳐 형가를 격려하였다. 

그러나 진의 왕을 자살하기 위해서는  먼저 진왕의 신용을 얻어서 면회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형가는 목에 천 금과 만호의 촌(村)이라는 상을 걸고 쫓기고 있는 예전의 진나라 장수

번어기(樊於期)를 남모르게 만났다.

그목을 가지고 가서 신용을 얻으려는 생각에서였다.

번어기는 형가의 말을 듣자, 즉석에서 스스로 목을치고 죽었다.

번어기의 목을 손에 넣은 형가는 한 자루의 단검을 숨기고 노래를 부르며

역수(易水)를 건너서 진나라로 들어 갔다.


바람은 고요하고 쓸쓸한데 역수는 차고도 차구나 장사(壯士) 한 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과연 그노래대로 형가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단신으로 진나라의 궁전으로 침입한 형가는 왕의소매를 잡으면서 칼을날릴 순간

실수로 인하여 실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형가는 몸에 여덟 군데의 상처를 입고 살해되었는데, 죽기 직전에 고함을 질렀다.

"내가 실패한 것은 살려놓고 위협을 하여 침략당한 토지를 반환 시킬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 후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 왕은 시황제라 불리게 되었다.

시황제는 축을 잘 치는 고점리를 사랑하여 눈을 멀게한 다음 측근에 두었다.

고점리는 축에 납(鉛)을 장치하여 시황제를 죽이려고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못하고

결국 시황제의 손에 죽고 말았다.

노구천은 형가가 진의 왕을 죽이려고 하였다는 말을 듣고 혼자 중얼거렸다.


"아아, 아까운 노릇이로다. 형가가 단검술을 습득하고 있지 않았다니.

아니, 그것보다도 내게 사람을 보는눈이 없었다는 건 이 무슨 실수냐.

이전에 내가 소리쳤을 때 형가는 아마도 나를 인간으로 취급할 수 없는 놈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형가의 인격을 통찰하지 못한 노구천의 안타까움은 대단하여 밤마다 눈을 뜨고 이를 갈았고,

머리를 쥐어 뜯으며 안절부절 못하고 괴로워 하였다.

무튼 형가나 고점리나 전광이 서로 그 인간을 통찰한 데 비하여,

개섭이나 노구천은  단지 형가의 겉모양만 보고 그 인격을 판단한 데

지나지 않기 때문에 실수를 한 것이다.

그러므로 손자는

"가을에 나는 솜털을 들어 올렸다고 해서 힘센 장사라고는 할수 없다..."라고 말하였다.

외형이 그 사람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형체 속에 들어있는 것을

잘 통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