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신행마동

第 三十 章 恐怖의 魔物 蕩魔四十四客

오늘의 쉼터 2016. 6. 7. 17:41

第 三十 章 恐怖의 魔物 蕩魔四十四客


얼마가 지났을까?
사은상은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소중하게 어루만지는 느낌 속에서 번쩍 눈을 떴다.
{...!}
한 사람이 분명히 자신의 얼굴을 만지고 있었다.
아주 낯익은 듯한 아름다운 사나이 무적검,

바로 소일초가 자신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지 않은가?
소일초는 이때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람이 왜...?)
사은상은 의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이자는 등천마세의 주인이란 무적검이다. 한데...왜...)
문득, 그녀는 자신이 여자임을 자각하며 몸을 떨었다.
(혹시...나를 욕보이려고...?)
그러나 소일초는 왠지 깊은 추억에 잠겨있는 듯

그녀의 얼굴을 스다듬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두려워 하는 일을 저지를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두려움은 여전했다.

등천마세가 등천마교의 후신임을 알고 있기에

지금 그녀는 두려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삼수의 하나인 사진성의 제자인 것이다.

(혹시 이 자는 내가 지닌 비밀을 노리고 이런 가식적인 태도를...)
그럴지도 모른다.
하나 그녀는 이내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적어도 상대방은 무적검이라는 거목이다.

그런 그가 이런 알량한 방법을 사용할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이때 소일초는 그녀의 얼굴에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 그는 사은상이 정신을 차린 것을 알지 못한 채 밖으로 걸어나갔다.
사은상은 자신의 몸을 점검해보았다.

전신의 피로가 말끔히 가시고 상처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순간, 불패도라고 하는 아름다운 여인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녀는 하나의 옥쟁반을 들고 있었으며

그기에는 탐스럽게 구워진 닭고기와 몇 가지 음식들이 놓여져 있었다.
{정신을 차렸으면 이걸 먹도록 해요.}
그녀는 의자를 끌어당겼다.
사은상이 누워있는 침상 곁에 바짝 앉으며

천천히 죽을 떠다 그녀의 입에 넣기 시작했다.

상당한 정성이 깃든 동작이었다.
그때 백발의 미녀가 또 문을 밀고 들어왔다.
{당신이 바로 사은상인가요?}
{흡!}
누워있던 사은상은 놀라서 떠거운 죽을 꿀꺽 삼켜버렸다.

두려워 하던 일이 드디어 일어난 것이다.

이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자기를 알고 있는 것이다.
{어머! 어째 뜨거울 텐데...}
주소아가 가련하게 쳐다보았다.
이때, 한천녀가 다시 말했다.

{당신은 무적검과 불패도를 알고 있어요?}
순간, 사은상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얼굴이 낯이 익기는 하지만 전혀...}
주소아의 입에서는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수저를 놓았다.
이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사은상에게 말했다.
{안심하고 편히 쉬어요.

그리고 이곳에는 더이상 당신을 괴롭힐 사람은 없어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는 한천녀의 손을 잡아 끌면서 미련없이 문 밖으로 사라져 갔다.
이제 혼자 남은 사은상의 뇌리로 수많은 상념이 어지럽게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녀가 있는 곳은 아늑한 실내였다.

황촉불이 은은히 타오르고 있는 이곳은 객점의 한 방인 듯 했다.
(무적검! 그가 어찌 나를 알고 있단 말인가?

아니 불패도 역시 나를 알고 있는 듯 했다.

한데... 원수라고 할 수도 있는 나를 왜 죽이지 않을까?)
사은상는 침상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몸은 가뿐했고, 내공은 더욱 높아진 것 같다.
(이제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이들은 등천마세의 사람들...

백인장 만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인데...

무림에서 오직 그들만이...)
그녀는 나직이 탄식을 토했다.
(난감하다. 누구에게 이 기밀을 말하고 도움을 청한단 말인가?

누구에게 옥상을 구해달라고 부탁한단 말인가?)
그녀는 허탈하게 웃는다.
사은상이 누구였던가?

자기의 신세가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되어야 했던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서글프다.
한때는 삼성무림청(三聖武林廳)의 공녀 중의 하나로 위세를 보이기도 했었다.
무형혈수(無形血手)로 무수한 사람을 죽이기도 했었다.
헌데 그런 그녀의 일생은 어린 두 꼬마들을 만나면서 변해 버렸던 것이다.

마음이 변해버리고 행동이 변해버렸다.
사부인 천수마영 사진성은 끝없이 그녀를 불신해 오다가

드디어 온갖 약물로서 괴물로 만들어 버리려 한다.
그의 상념은 한없이 이어졌다.
한데 그때였다.
스스스!
황촉불이 팍 꺼져버리고 실내는 갑자기 무서운 적막에 사로잡혔다.
(아아...!)
사은상는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을 볼 수가 있었다.
어둠에 동화된 듯 본래 황촉불이 있던 장소에 고요히 서 있는 검은 그림자...
그를 보며 사은상는 전신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그... 그대는! 그대들 마저...! 사부가 나를 그렇게까지!}
그녀의 음성마저 무섭게 떨리기 시작했다.

천하의 사은상이 이토록 경악하며 전율하고 있었으니...
문득,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가?}
최초로 검은그림자는 입을 열었다.

죽음의 기운을 물씬 풍기고 있는 그런 어두운 음성이었다.

사은상는 한 걸음 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몸은 이미 침상에서 내려와 벽으로 밀리고 있었다.
{그...그대는 탕마사십사객(蕩魔十四客)중의 구혼객(求魂客)!}
{그래 잘 아는군! 이제 돌아갈 텐가 아니면...}
흑의인,

즉 구혼객이 소리없이 웃었다.
{나는 결코 돌아가지 않아. 이 괴물아...!}
{그렇다면... 죽어야지!}
찰나, 어떤 여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한쪽에서 들렸다.
{누가?}
{크아악...!}
갑자기 구혼객의 입에서 단발마의 비명이 터져나오며 그의 몸이 앞으로 엎어졌다.
털썩...!
이어 그의 몸이 썩은 짚단처럼 무너져 내리고 실내는 정적에 쌓였다.
사은상은 긴숨을 몰아쉬었다.
이때,
{괜찮아요!?}
예의 부드러운 여인의 음성이 들리며 실내는 다시 밝아졌다.
그러자, 사은상의 시야에 한 사람의 모습이 들어왔다.
청의에 면사를 쓴 여인,

취풍녀(吹風女)였다.
사은상은 고개를 끄덕여 감사의 인사를 보였다.
헌데 바로 그 순간,

{끼악----!}
쓰러져 있던 구혼객의 몸이 괴성과 함께 튀어 오르며 사은상을 향해 덮쳤다.
사은상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고 취풍녀가 맑은 기합을 질렀다.
{마왕수(魔王手)!}
그녀의 손에서 하나의 빛살같은 손이 뻗어나가

구혼객의 머리를 파괴해버렸다.
파아아아!
{이럴수가...!}
순간적인 틈을 이용하여 사은상의 무형혈수가 구혼객의 가슴을 쳤건만

머리도 없는 구혼객은 그래도 움직이며 달려들고 있다.
다시한번 취풍녀를 손에서 아수라권(阿修羅拳)이 격출되고

구혼객의 몸은 산산히 흩어져 버렸다.

방안은 온통 피와 흩어진 살점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취풍녀는 아수라권를 격출했던 자신의 손을 감싸쥐고 있었다.

구혼객의 몸을 강타했을 때의 충격은 쇳덩이 보다 더 강했던 것이다.
취풍녀도 제정신이 아닌 듯 했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탕마사십사객 중의 하나예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사은상이 말했다.

-탕마사십사객(蕩魔十四客)!

드디어 그들이 등장한 것이다.

* * *

광통거를 통과하는 선박들과 선객들이 쉬었다 가는

물가에 정운루(停雲樓)라는 주루가 있다.
이곳은 소일초와 백인장의 다섯 백인도객들,

그리고 취풍녀가 모이기로 약속한 곳이었다.
소일초와 주소아, 그리고 한천이기가

사은상을 데리고 이곳에 왔을 때 그들은 먼저 당도해 있었다.
그리고 밤은 깊어 삼경을 넘어가는데

탕마사십사객 중 구혼객이라는 괴물의 소동도 끝난지 얼마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구혼객의 부서진 잔해로 인해 방을 옮긴 사은상의 새 방,
황촉불도 꺼지고 다만 창가의 달빛 만 희미하게 들어오는데

사은상은 기이한 기분에 사로 잡혀있었다.
허전함, 바로 그것이었다.
(이들은 누구인가?

대체 누구이기에 이렇듯 나를 보호하고 있는 것인가?)
사은상은 그들이 분명히 등천마세의 인물들임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어 자꾸만 이런 생각에 빠지고 있다.
(내가 지니고 있는 비밀을 노린다면...

이런 식으로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나에게 편안함 만을 주려고 한다.)
사은상은 이들 이상한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신비를 느끼고 있었다.

그들의 행동은 도무지 등천마세와는 상관없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생각에 지쳐 천천히 잠 속에 빠져 들어가 버렸다.

× × ×

{개별적으로 행동을 하던 탕마사십사객들이

일제히 이곳을 향해 움직이고 있어요! 내말 듣고 있어요?}

한 별실(別室)에서 취풍녀가 소일초와 주소아를 향해 말했다.
소일초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쪽 침상에 누워있고,

주소아와 한천이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중 구혼객이란 자가 그 아가씨의 침실로 침입했었어요.}
{사은상을 꼭 죽여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 모양이지?}
주소아가 취풍녀에게 물었다.
{언니! 그것까진 물어보지 못했어요.

한데 하마터면 그 사은상이란 아가씨가 죽을 뻔 했죠.}
{넌 뭘했기에...?}
{그들은 괴물이었어요. 분명히 내가 심장을 관통시켜 죽였는데...}
한천이기와 주소아는 취풍녀를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심장을 관통당하고도 죽지 않고

머리가 부서져 없어졌는 데도 계속 공격했다는 말에 치를 떨었다.
무서움이전에 끔찍함이었다.
{탕마사십사객들 모두가 그런 괴물들인 모양이예요.}
취풍녀를 말을 침상에서 듣고 있던 소일초가 물었다.
{원천기! 뭐 집히는 게 없어? 그런건 네 전문이잖아.}
{약물과 마공으로 만들어진 괴물인 모양이야!

몸도 아수라권에 겨우 부서질 정도 같으면 금강불괴에 가까운 거야.

보통 수법이나 도검으로는 흔적도 못남기겠지!}
원천기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확실히 놀라운 일이었다.
주소아의 염려는 깊은 듯 했다.

그들은 일제히 정천보로 잠입해서 삼수를 찾을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정천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가공할 것 같은데...}
{취풍녀도 기습이 아니었고,

구혼객이란 자도 정면으로 당당하게 나섰었다면

이기기는 해도 상당히 힘들었을 거야!}
원천기는 침음성을 터뜨렸다.
취풍녀는 원래 등천마세에서 삼위에 해당하는 무공을 지니고 있던 고수임에도

그들 탕마사십사객 중 하나를 겨우 상대할 수 있다면 보통문제가 아니다.
만약 주소아가 미리 취풍녀를 사은상의 머물고 있는 객실에 투입하지 않았더라면

사은상은 귀신도 모르게 죽음을 당했을 것이다.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간파된 이상,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은상을 죽이려 들겠지?}
{그녀가 아주 중대한 비밀을 지니고 있음이 틀림없을 거야.}
한천녀가 주소아의 말을 받아서 했다.
소일초가 침상에서 내려왔다.
{탕마사십사객이 그녀를 노린다면 어차피 우리와 마주쳐야겠지.

그들이 괴물이고 마공을 익혔다면 반드시 삼수와 관련이 있을 거야!}
{이걸 정천보에 잠입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면 좋은데...}
주소아가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순간,
번쩍!
원천기의 손에서 두 줄기 붉은 혈광이 번갯불처럼 피어 올랐다.

그 핏빛 화살은 정확히 천정을 향해서 폭출이 되었고...
다음 순간,

{크악!}
{헉!}
처절한 비명이 천정을 통해서 들려왔다.
순간 한천녀의 몸이 연기처럼 천정을 뚫고 밖으로 사라졌으며...
그랬다고 느끼는 순간 그녀는 양쪽 옆구리에 한 사람씩을 끼고 들어왔다.
그들의 몸에는 원천기의 손가락에서 뻗어나간 지강에 의한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던져버려!}
주소아가 갑자기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다.
한천녀가 어리둥절 하는 순간 이미 소일초와 원천기가 그녀를 향해 달려들며

두 구의 시체를 낚아채 지붕밖으로 던졌다.
푸학!
동시에 소일초의 일초검공이 발출되고

두구의 시체는 섬?한 괴성과 함께 파열되어 산산히 흩어져 버렸다.
모두가 손에 땀을 쥐었다.
한천녀도 자기가 무슨 일을 했던 가를 깨닫고 원천기 품에 안겨버렸다.
원천기가 발출한 지강에 격중하여 쓰러진 두 구의 시체를

한천녀는 무심코 가지고 들어왔던 것인데,

그때 그 시체들은 다시 되살아나 한천녀를 공격하려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자들 역시 탕마사십사객들 중의 두 괴물이었던 것이다.
주소아가 재빨리 발견하고 소리를 치는 순간에

원천기와 소일초도 알아챘기에 한천녀가 살아날 수 있었다.
{정말 괴물이예요. 무서워요. 언니...}
취풍녀는 자기가 구혼객을 죽였다는 사실마저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두려워 하고 있었다.

죽었던 시체가 되살아나 다시 사람을 공격한다니...

스팟!
순간 원천기가 한천녀의 어깨를 다독거려 진정시켜 준 후 뚫어진 지붕으로 몸을 날렸다.

그에게 어떤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짐작이 맞지 않은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들어왔다.
{틀림없을 줄 알았는데...}
{뭐가...?}
소일초가 물었다.
{그때 그날, 동선장에 들어왔던 복면인들 생각나지!}
{그래, 어떻게 그날을 잊을 수 있나!}
{느낌 뿐이기는 해도 그날 그 복면인들은 정천보에서 왔던 것 같아.}
{어떤 단서라도 있어?}
{생각해봐! 그때 그들은 영적으로 공감대를 갖고 있었어.

한데 이 탕마사십사객들은 마치 영혼이 존재하지 않은 것 같아.}
동선장에 침입했다가 소일초의 손에 죽은 흑의인들,

그 주위에 수십여 명의 복면인들이 함께 죽어 있었었다.
그 당시, 한천이기가 뒤늦게 내린 결론은 그들이 영적으로 서로 맺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한 사람이 위기를 느끼면 그대로 죽음을 당함으로써

완전히 자신들의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데 지금 탕마사십사객은 그들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아예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 생각하고 움직이는 시체와도 같다.
이것은 양쪽 다 영혼을 다루고 있다는 데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한천이기는 등천마세에서 그런 수법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새로이 창조된 마공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탕마사십사객들이

그때의 복면침입자들과 같은 부류의 무리들이란 결론이 나오는군요.}
한천녀의 말에 원천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확실한 결론은

그때의 복면인들이 바로 정천보의 고수들이라는 것이지.}
{음!}
소일초가 다시 하나의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정천보에서 왜 그당시에 흑의인들을 동선장으로 보냈을까?}
{혹시 그들의 비밀 근거지가 동선장 부근에 있는 것은 아닐까?}
주소아가 조심스럽게 추측을 말했다.
시간이 좀더 지나면 밝혀질 것이다.

결국에 가서는 모든 사실이 드러나고야 마는 법이니까...
{조아저씨와 사마귀에게도 알려줘!

대적하게 되면 그들의 몸을 반드시 분시(分屍)해버려야 한다고...}
주소아의 말을 듣고 취풍녀가 밖으로 나갔다.
{이제 너희들 방으로 가서 잠이나 자둬. 우리도 방을 옮겨서 자야 겠어.}
{그래야겠지. 내일 보초는 우리가 될 것 같으니까.}
한천녀가 대답하고 원천기와 함께 그들의 방으로 갔다.
소일초와 주소아만이 실내에 남아 있다가 빈방을 찾아서 들어갔다.

주변을 열 명의 고수들이 경계하고 있을 테니 안심해도 될 것이다.

침상에 먼저 누운 소일초의 몸위에 엎드리며 물었다.
{사은상을 만나고 나니 감회가 새롭겠지?}
{조금은...!}
{내가 잠들면 몰래 사은상 만져보러 갈거야?}
주소아가 그의 눈을 빤히 보았다.
{어떻게 감히...}
소일초는 그녀의 허리로 팔을 두르면서 말했다.

그의 아랫도리 일부가 단단하게 팽창하며 주소아의 배를 압박하고 있었다.
{사은상을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그녀는 끝없이 쫓길 것 같은데... 대체 그녀는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 걸까?

우리가 옛날의 그 꼬마들이라면 표정이 어떻게 변할까?

아무래도 그녀는 우리와 인연이 깊은가봐.}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지 그래?}
말을 하면서 소일초의 손은 그녀의 옷속으로 파고들었다.
주소아가 그의 귀에 대고 소근거렸다.
{오늘은 옷을 벗을 순 없어! 그냥 이대로 있어.}
그리고, 그녀는 소일초의 머리를 잡으며 세차게 그의 입술을 빨았다.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참으로 사건이 많았던 길고 긴 밤이 물러가는 것이다.

소일초가 눈을 떴을 때 주소아는 얼굴 단장을 하고 있었다.
창문을 열자 멀리 광통거의 고요한 수면 위로 여명(餘命)이 움터오고 있었다.

소일초는 심호흡을 했다.
{좋은 아침이다.}
분명 좋은 아침이었다.
하나 그들에게는 좋은 아침일 수가 없지 않은가?

그들의 주위에는 정천보의 최고살수 조직인 탕마사십사객이 도사리고 있다.
그들은 언제 어느 때 사은상을 죽이기 위해 뛰어들지도 모른다.
탕마사십사객은 지금도 사십일 명이 남아있고

소일초 측의 고수들은 회복된 사은상까지 해서 십오 명이다.
그 탕마사십사객의 무공이 고강하기는 하지만

개개로 보아 그들에게 질 사람은 사은상 외에는 없다.
단지 그들의 몸을 분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큰 부담이었다.
분시되기 전에는 끝없이 달려들 그 탕마사십사객들은 그들을 치떨리게 할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살수였다.

어디서 암습할 지 모르는 것이다.
이제 소일초 일행은 죽음을 등에 지고 다니게 된 것이다.
좋은 아침이었다.
살인을 예고하듯 붉은 햇살을 보이며 가을해가 나타나있었다.

× × ×

북경(北京)의 동선장(童仙莊)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지 삼 일의 시간이 흘렀다.
소일초 일행은 번갈아 가며 경계를 하면서 천천히 북상하고 있었다.
백인도객과 사마귀, 그리고 취풍녀가 한 조가 되었으며,

한천이기가 다른 한 조 였고, 소일초와 주소아 역시 한 조 였다.

그들의 보호를 받으며 함께 가고 있는 사은상의 마음은 점차 초조해지고 있었다.
알려야 할 것은 있고 그 사람들은 만나지도 못했는데...
지금쯤 동생인 사옥상은 어떻게 되었을 지도 모르는데...
도무지 속셈을 짐작할 수 없는 경천동지할

고수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그녀의 머리는 터질 것만 같았다.
지금도 한 객점의 방안에서 그녀는 난초 향기 그득한 실내를 의미없이 돌고 있었다.
지난 삼 일 동안 다른 사람들은 자주 왔었지만

무적검은 단 세 번 그녀를 찾아왔을 뿐이었다.
그는 하루에 한 번씩 찾아와 그녀에게 안심하라는 말 만을 짧게 던져 주고 사라져갔다.
(등천마세의 주인인 그 사람, 정말 무적검 본인이란 말인가?

그 자체마저 의심이 든다.

어느 누구도 그들 일행 중 어느 누구도 그를 무적검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지금 그의 뇌리에는 소일초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그 동안 이들은 나에게 기밀에 대한 말은 단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그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걸까?)
웬지 가슴이 답답했다.

차라리 그들이 자신이 지닌 기밀에 대한 것을 물어 준다면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지는 않을 텐데...
그리고, 그녀는 지난 삼 일 동안 수십여 차례나 끔찍하기 이를데 없는 비명을 들었다.

그 비명소리는 거의 늘 자신에게서 멀지 않는 곳에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들이 말해주지 않고 자신이 보지 않아도 잘알고 있었다.

그 비명소리들은 자신을 죽이기 위해 나선 탕마사십사객들의 것임을...
(사부가 진정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십수 년을 함께해온 나를 죽이기 위해 그들을 동원하기까지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자기의 사부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었다.
순간,
{차라리 이들에게 말해 버리자. 그리고 도움을 청하자.

그 동안 보아온 이들은 도저히 마인이라고 볼 수 없는 선량한 사람들이었지 않은가?

어차피 백인장의 사람들을 만나지 못할 바에야

이들같은 고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옥상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중얼거리면서 결심을 굳쳤다.
{그래! 그들은 날 도와 줄 거야!}
한데 그 순간,
{무엇을 그렇게 힘들어 해요 언니? 보고 있기도 힘들어요.}
부드럽고 감미로운 음성이 바로 그녀의 뒤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사은상은 고개를 돌려보았다.
주소아가 그녀를 바라보며 가만히 서있다.
{지금이 녹림맹 푸른 계곡에서 보다 더 힘들어요?}
사은상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어떻게 나를... 어떻게 그걸... 설마...}
떨린다.

사은상의 몸이 말을 뱉어 내지 못할 정도로 무섭게 떨린다.
그녀의 눈은 오늘 따라 유난히도 아름답게 보이는 주소아의 얼굴에 못박혔다.
{그래요. 나는 그 때의 주소아예요. 그리고 무적검은 그 어린 색마구요.}
{주...죽지 않았었단 말인가? 오! 하늘이여!}

그녀는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녀의 노을빛 얼굴에서는 줄기줄기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소일초와 주소아의 얼굴이 왜 그리 낯이 익은 것이었던지!

그들의 무공이 왜 본적이 있던 것이었는지!
두 꼬마의 사형들이 아닐까 까지 생각했던 그들이 그 꼬마들이었다.
주소아가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닭고기와 음식을 녹림맹의 푸른성에서와 똑같이 준비를 했는데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지 못하더군요.}
{그 천하에서 제일... 악독한 두 꼬마가

이런 훌륭한 청년과 숙녀가... 되었을 줄을 누가... 어떻게 알겠어?}
그녀의 말소리는 여전히 떨렸고 몸은 감격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어찌되었거나 소일초는 자신의 몸을 낱낱히 다 만지고 부벼보고 했던 꼬마였다.
그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사옥상과 함께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자기도 모르게 그로부터 고통을 받는 동안에 미운정 미운 사랑이 생겨버린 것이었다.
지금 그가 살아있다.

그리고 그는 이제 아주 어엿한 청년이 되어있다.
그가 도와주기만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의 복수와 동생 사옥상(史玉祥)을 구하기 위해 백인장의 사람들을 찾았던 그녀였다.

* * *

소일초 일행은 길을 바꿔 마차를 타고 관도를 따라 북경으로 가고 있었다.

한대의 넓직한 사두마차안에 열 명의 남녀가 각기 편한대로 자리를 잡고 있다.
다섯 명의 도객들 중 한 사람은 마부석에 있고

 다른 사람들은 마차의 사방에서 호위하며 따르고 있다.
가을은 점차 깊어져 해가 있어도 바람이 쌀쌀했다.
관도를 오가는 사람들은 무림인들이 호위하는 마차를 힐끗힐끗 보면서 지나치곤 한다.
마차는 천천히 달리고 있는데

마차 속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야기 도중에 품이 허전해서 살펴보면

어느새 찾던 물건들은 투귀의 손에서 놀고 있곤 했다.
주귀의 기가막힌 거짓말은 마차안을 웃음바다로 만들었고,

한천이기와 주소아의 재치있는 말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취풍녀의 이야기가 소일초를 하늘에서 내려온

천인(天人)으로 착각했다는 데 이르자 모두들 배를 움켜쥐고 웃었다.
그러나 사은상의 이야기는 결코 웃음이라고는 흘릴 수 도 없는 것이었다.
삼수(三秀) 중의 하나인

천수마영(千手魔影) 사진성의 제자였던 그녀는 삼수에게 한을 품고 있었다.
화산 옥녀봉에서 소일초가 삼수에게 도전한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그녀는 도저히 그대로 있을 수가 없어 사옥상에게

자신의 의정패(依情牌)를 주면서 소일초를 찾도록 했다.
의정패는 한쌍이 서로 교감을 하는 것이었으므로

소일초와 주소아가 역근천골공으로 변신을 하고 있어도

사옥상이 그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소일초는 여전히 결투를 감행했고

옥녀봉 정상에서 석평이 폭발과 함께 죽고 말았다는 소문이 들렸다.
삼수는 전신에 심한 상처를 입고 삼성무림청으로 돌아왔다.

백인장의 도객들에게 당한 상처라는 것이었다.

그당시 삼수의 놀라움은 몹시 컸었다.

백인장의 원로도객들의 무서운 무공을 대하고서야

백인장이 어떻게 수 백년을 무림최강의 방파로 불리는지 알게된 것이었다.
만약 도왕 소선풍이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더라면

자신들은 삽시간에 목숨을 잃고 말았을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냉철한 판단이었다.
더우기 삼성무림청의 실체는 완전히 드러나 있었다.
백인장의 백인도객들이 일제히 몰려온다면

삼성무림청은 기와장하나 건지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그들은 백인장의 눈을 피해 새로이 힘을 기르기로 했다.
그후 얼마있지 않아서 그들은 어떤 수단인지는 몰라도

구파일방에 강력한 힘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언뜻 사은상 그녀가 사부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중원제일의 신비인이라는 녹림맹주 황녹천과 연관이 있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되어 삼성무림청은 구파일방의 그늘 속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한데 그들이 몸을 숨긴 것과 때를 같이하여

백인장과 청옥검궁도 강호에서 사라져 버렸다.
삼수는 그들이 일제히 자기들을 찾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의 스승인 혈기자(血旗子)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등천마교의 본단,

삼성무림청의 본단으로 사용했던 그곳에서 그들은 일찌기

등천마교의 조천수가 가지고 있었던

마교칠십이절기(魔敎七十二絶技)의 부본(副本)을 얻었다.
그것은 조천수가 정통마교의 성역 마장탑에서 가지고 나온 것이었고,

등천마세의 오공천과 마금석등이 익혔던 것은 부본의 부본이었다.
마교칠십이절기에 혈기자로부터 배웠던 무공을 결합시켜

마공과 정공(正功)이 융합된 새로운 무공을 창출해낸 그들은

혈기자마저도 그다지 두려워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백인장의 원로도객들에게 한번 당하고 나니까

혈기자에 대한 두려움까지 되살아났던 것이다.
더우기 인질겸 살인병기로 사용하려고 했던 혈기자의 손녀 주소아마저

삼 년 전 도왕 소선풍에게 뺏겨 버린 지라 완전히 신분을 감추고 잠복해버렸다.
그리고 그들은 힘을 재정비하면서 마공을 더욱 연구했다.

급기야 탕마사십사객이라고 명명된 마물들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그 와중에 적지않은 실패작들이 폐기되고 더러는 탈출하는 일도 발생했었다.
그 탈출한 무리들 중의 하나가 바로 동선장에 침입한 흑의인들이었다.
그들은 탈출했다 해도 약물을 주입받지 못하면 삼 일 이내에

흔적도 없이 녹아 없어져 버리니까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마침내 완전한 탕마사십사객이 만들어 졌을 때

그들은 정천보(正天堡)라는 이름으로 구파일방을 등에 업고 정파 무림을 통일해 버렸다.
그들이 그토록 쉽게 무림의 반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탕마사십사객이란 공포의 마물이 은밀히 활동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은상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후

매사에 소극적이었는지라 삼수의 신임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삼수는 탕마사십사객보다 더 무시무시한 괴물을 연구해 냈고

사은상(史銀祥)과 사옥상(史玉祥) 자매를 상대로 실험하려고 했다.
그리하여 사은상은 탈출을 감행하였는데 사옥상은 일찍 발각되어 잡혀가 버렸고

그녀만 탈출에 성공하여 소일초 일행을 만난 것이었다.
그녀의 생각으로는 삼수마저 놀라서 도망치게 했던 백인장 만이

삼수를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고 생각했기에,

백인장의 사람을 만나기만 기원했었는데

그녀의 소원을 하늘이 들어준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탕마사십사객은 먼저 만들어진 것 보다

후에 만들어진 것일 수록 더욱 신체도 강하고 무시무시하다고 했다.
제일 최후에 만들어진 탕마사십사객은 정천수호군주였던 왕혜려로

그녀가 가장 무서운 상대라고 했다.
어쩌면 벌써 괴물로 변했을지도 모를 사옥상을 생각하며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구파일방은 철저한 그들 삼수의 수족입니다.

그들은 삼수를 덮고있는 위장막이고

어쩌면 삼수에게 감쪽같이 속고있는 어리석은 자들입니다.}
사옥상의 긴 이야기가 끝났을 때 모두는 숙연해져 있었다.
흔들리는 마차는 관도를 끊임없이 달려가고 있는데,
한천녀가 그녀를 달래며 위로 했다.

한이란 가슴에 뭍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씻어 버려야 하는 것이라고...
그러면서 그녀는 주소아를 힐끗 보았다.

주소아는 그녀의 표정을 애써 모른 척 하고...

× × ×

마차는 북경에서 이백여 리 정도 떨어진 임청(臨菁)으로 들어섰다.
임청은 그리 큰 도시는 아니지만 작은 도시라고 할 수도 없는 곳이었다.
남쪽에서 관도를 통해 올라갈 때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곳을 지난다.

그리하여 임청은 행려객을 위한 많은 객점과 주루가 있는 곳이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탕마사십사객의 공격은 전혀 없었다.

완전히 방향을 바꾸어서 관도로 빠져 나온 것이 적중하여

그들은 아직도 광통거 주변을 뒤지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상대는 정파무림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세력,

한 시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밤길을 달리면 늦게서야 북경에 당도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오늘 이 임청에서 자고 내일 밝을 때 북경에 들어가기고 의견을 모았다.
대로에 늘어선 주루를 돌아서 그 뒤의 작은 주루에 거쳐를 정했다.
오늘의 파수군은 한천이기,

그들은 객점의 지붕에 엎드려 무엇을 하든간에 모두를 지킬 것이다.
자기들 방으로 올라가려는 소일초와 주소아를 보고 주귀가 큰소리로 불렀다.
{제자야! 술 좀 만들어 주고 가거라.}
{주루에 왔으면 돈주고 사먹을 생각을 해야지. 누구 장사 망칠 일 있어?}
소일초는 귀찮아서 한마디 쏘고는 주소아의 옷깃을 당긴다.
그러나 주소아는 자기가 했던 말이 있는 지라

다시 내려와서 여러 통의 술을 만들어 놓았다.
{역시 아름다운 우리 백인장의 젊은 여주인께서 마음씨도 최고야!}
{큰아저씨 입에서 나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닌 게 드물다는 것을 다 알고 있어요.}
주소아가 웃으며 소일초를 쫓아서 가버렸다.
주귀는 입맛을 적적다셨다.
{나도 참한 색시 하나 구해 봐야지. 짝이 없으니 서러워서 원...}
{형님 그나이에 누가 시집오려고 하겠어요. 나처럼 미리 마누라는 만들어 놨어야죠.}

색귀가 은근히 백인장에서 수절하고 있다는 자기 마누라 아정(阿貞)을 자랑했다.
순간, 사마귀의 세 사람이 일시에 눈을 부라리며 그를 노려 보았다.
{둘째형 때문에 우리가 고생한 걸 생각하면 형이 먹는 밥도 아까워요.}
투귀가 어지간히 독이 올랐는지 한마디 했다.
{그러는 너는 뭘 잘했었다고...

네가 청옥소도만 훔치지 않았어봐! 어떻게 소대협이 다시 돌아왔겠어?}
색귀는 투귀의 잘못을 질책한다.
좀처럼 말이 많지 않은 도귀가 정색을 한다.
{두 형 다 말썽만 피워대면서 서로 잘했다고 하는거요?}
{그래! 네 무공이 좀 낫다고 아예 형들을 깔아 뭉게는 구나.

네가 형하고 아우하고 다해먹어라.}
투귀가 다시 도귀에게 말했다.
그때 주귀가 벌떡 일어서면서 소리쳤다.
{시끄러! 막내 말이 맞기는 맞지.

세째 너나 아우해라.나는 아우할 생각은 꿈에도 없으니...}
소리가 높아지고 서로를 탓하는 말이 나오자 함께 술을 마시던 여러 도객이 그들을 달랬다.
때때로 싸워야 직성이 풀리는 그들 네 사람을

여기까지 오면서 도객들이 벌써 몇 번이나 말렸는지 모른다.
옥신각신 하면서도 헤어지지 못하고 모든 일을 함께 감수하며 싸울때 말고는

늘 주귀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는 그들을

백인장의 다섯 도객들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이 다투고 말리고 하는 지금 소일초의 방에서는

오랫만에 두 사람이 알몸이 되어 침상에 올라가 있었다.

이불도 덮지 않고 불도 끄지 않은 채 침상에 휘장만 드리우고 있다.
무릎을 꿇고 마주 보며 서로의 몸을 애무하는 그들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있었다.

뜨거운 숨결이 서로의 귓전에 와닿고

뜨거운 손이 부드럽게 서로의 전신을 스다듬는다.
모든 세포는 살아서 움직이는 듯 하고

신경은 발끝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팽팽하게 당겨져 있다.
그리고 흥분을 가누지 못하고 주소아가 소일초에게 달려들어 꼭 껴안고 몸을 부르르 떤다.
몸을 몸으로 마찰하며 터뜨려버릴 듯이 껴안았던 그들의 몸은 침상에 눕혀지고 말았다.
격정에 몸부림치며 아래위로 번갈아 구르던 그들은

긴입맞춤을 하면서 몸을 떤 후에 미소를 지으며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
이제 그들의 사랑행위는 끝이 난 것이다.
하지만 지붕위에서는 두사람이 몸살을 앓으며 여전히 끙끙대고 있었다.
바로 주소아의 청사무에 의해 수동적 교감을 갖게 된 한천이기였다.
기이하게도 아직도 동정과 처녀를 지니고 있는

주소아와 소일초가 사랑을 시작하면 그들도 교감을 갖게 되고

그들은 끝을 보아야 하는 것이다.
주소아와 소일초는 결합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희열과 환희를 느끼고 있었다.
그들의 역근천골공은 서로의 성기마저 조절할 수 있었기에

주소아가 열릴 때는 소일초가 줄어들고

소일초가 참을 수 없을 때는 주소아의 몸이 좁혀져 버리는 것이다.
주소아는 자기가 행위 중의 흥분으로 인해서가 아닌

진정으로 원할 때에 참된 관계를 갖기를 원하고 있기에

소일초 역시 존중해 주고 있는 것이다.
주소아는 영원히 그의 사람이고 그렇기에 조급할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성의 절제를 통하여 그들의 정신은 더욱 성장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였다.

절제는 모든 것을 가르치는 스승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사은상을 어떻게 할거야?}
주소아가 소일초에게 걱정스러운듯 물었다.
소일초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다면 대개의 경우 주소아도 모를 리 없는 것이다.
{그녀는 오직 너에게 의지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냉정하게 내칠 자신이 있어?}
{휴...나도 모르겠어.

그녀에게 못할 짓을 했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도 있기는 하지만...}
{내 눈치를 보겠다는 거야?

아니면 사은상을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이야?}
{둘 다. 악!}
{악!}
주소아는 소일초의 귀를 물어버렸다.

하지만 그 순간에 소일초의 금강체에 의해 깨문 그녀도 충격을 받아 비명을 질렀다.
피가 흐르진 않아도 선명한 이빨 자국이 그의 귀에 생겼다.
{그때 밤 잠을 자지 않고 지켰어야 하는 건데...

이 색마! 치사하게 포로로 잡힌 여자한테 손이나 대고...}
주소아는 강짜를 부리고 있었다.

물었던 그 귀를 다시 손으로 잡아당겼다.
{아야! 잘못했어. 앞으론 절대 그러지 않을께.}
{흥! 앞으로 다시 그랬다간 죽어버리고 말거야.

죽이기엔 내 힘이 딸릴 테고... 그냥 죽어버리겠어.}
소일초는 주소아를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그로서는 달래기위해 주소아가 만든 일초검공의 문제점을 해결해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취풍녀(吹風女)는 주소아가 먼저 나서서 허락한 여자였다.

주소아는 자기가 몸을 중시하는 만큼

소일초가 관계있는 여자들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취풍녀를 여리고 상처받은 마음을 도저히 저버릴 수 없어 먼저 손을 써준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자면 사은상도 사옥상도

다 소일초의 첩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되고 만다.
그녀는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밤마다 끼고 자야 할 하나 뿐인 서방이

장장 세 여자를 더 거느리게 되면 허전한 밤을 어떻게 보낸단 말인가?
지금 그녀가 분통을 터뜨리는 방의 옆은

취풍녀와 사은상이 함께 들어있는 방이다.
그들은 벽에 귀를 대고 소일초와 주소아의 말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들 한마디에 자신들의 운명이 결정지어질 판인 것이다.
{은상동생! 쉽지는 않겠지만 어떻게 될 것같기는 해! 나도 허락해 줬는걸...}
취풍녀가 낮은 소리로 사은상에게 속삭였다.
사은상은 얼굴을 붉힌 채 침상으로 돌아가버렸고

취풍녀는 여전히 귀를 대고 있었다.
{설마 나와 만나기 전에 다른 여자를 손댄 건 아니겠지!?

혹시 남만의 난장이나 머리가 빨간 양년이 있지는 않겠지!}
{절대 없어! 절대! 맹세코! 나에게는 소아뿐이야.

사은상, 사옥상과는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을 뿐이었고... 취풍녀는 네가 허락한 거잖아.}
{지금 그래서 잘했다는 거야? 당장 내가 시키는 데로 맹세해!}
소일초가 급히 하는 말이 들렸다.
{뭐든지 맹세할께. 말 만해!}

{좋아, 음! 혹시 이 다음에 취풍녀나 사은상과 관계를 갖더라도

잠만은 반드시 내곁에 와서 자야해. 이것 만은 철저히 지켜야해.}
{알았어. 맹세할께.}
취풍녀가 벽에서 귀를 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사은상이 그녀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가

그걸보고 불안한 생각이 들어서 일어나며 물었다.
{언니... 뭐래요?}
{휴! 혹시 우리 차례가 돌아오더라도 우린 베개나 안고 잘 수 밖에 없겠다.}
{...?}
{잠만은 항상 언니 옆에서 자겠다고 맹세를 하고 말았어!저분이...}
사은상도 성숙한 처녀다.

남녀의 일을 대충은 알고 있는지라

낯을 붉히면서도 은근히 걱정되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아직 무림에서 해결해야 할 일도 많고

초례도 치르지 않았는데 벌써 잠자리 다툼이나 할거예요.}
사은상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