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신행마동

第 二十九 章 주소아의 一招劍功

오늘의 쉼터 2016. 6. 7. 17:39

第 二十九 章 주소아의 一招劍功


{동선장(童仙莊)의 꼬마들은 잘있을까 모르겠네!}
{집사가 잘 돌보고 있겠지!}
{그 애들에겐 내가 엄마처럼 생각되겠지?}
{얘들하고 별로 놀아주지도 않았으면서...아야!}
주소아가 소일초의 코를 잡았다.
{엄마가 바쁘면 그럴 수도 있는 거야!}
어두운 광통거변을 나란히 걸어가며 도란도란 하는 얘기에 지칠 줄 몰랐다.
{동선장에 들러본 후엔 곧장 정천보로 들어갈 거지?}
{그래야지, 정천보에 삼수가 숨어있는 것이 거의 확실하니까.}
소일초가 말했다.
{백인장에 통보했으니까 동선장에 들렀다 가면

정천보로 집결하는 날짜와 대충 비슷해 질거야.}
그렇다.

그들은 백인장에 그들의 무사함을 알리고 삼수가 숨어있을 정천보로

모든 고수들을 집결 시켜 줄 것을 부탁한 것이다.
어쩌면, 소선풍을 위시한 백인장의 모든 고수들이 지금 달려오고 있을 지도 모른다.
삼수(三秀)!
그들을 찾아서 복수를 해야만 한다.

그들 사부의 손녀인 주소아의 천재적인 재질을 탐내어

그들을 위한 살인병기로 만들려고 했던 그들을 벌해야 한다.

소일초는 그들을 반드시 제거해 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주소아를 위해서 일망타진 해야 하는 것이다.
동선장을 찾아가는 것은 삼수와의 마지막 결전을 하기전에

주소아는 자기 손으로 모았던 아이들을 한 번 더 보려고 하는 것이다.
{아까 그 일초검공 말이야!}
주소아가 소일초의 눈치를 보면서 슬그머니 말을 꺼냈다.
{왜...?}
{나한테 가르쳐 주면 안돼?

그건 도저히 보기만 해서는 배울 도리가 없어.}
소일초는 그녀에게 혀를 찼다.
{또 병이 도졌군, 사마귀한테 사백자요결(四百字要訣)배웠으면 이제 그만 만족해!}
{그것만 가르쳐 주면 더 배우려 하지 않을 께, 응.}
주소아는 교태를 부린다.
{그래도 소용없어, 무공을 배우기만 배우고 이 핑게 저 핑게로 한 번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아기 못 가질 까봐서 그런 거지!

그 일초검공 말이야! 사실... 내가 비슷하게 한 번 만들어 보기는 했는데...

도무지 같은 위력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소일초의 눈치를 보면서도 주소아는 오직 무공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못한다.
소일초는 그녀가 일초검공을 비슷하게 만들었다니 어리둥절했다.
일초검공은 드러난 것과는 달리 깊은 변화와 위력을 간직하여

아무리 많이 본다고 해도 요결을 모르면 배울 수 없는 것이다.
{무슨 말이야, 일초검공을 혼자서 만들었다고...?}
주소아의 뛰어난 머리를 알고 있는 소일초지만 잘 믿기지 않았다.

일초검공이 어떤 것인데...

{만들긴 했어도 네 것과는 같이 되지는 않아. 보고 지적좀 해줘.}
{그걸 어떻게 만들었어? 그렇다면 보통 큰 일이 아닌데...}
소일초의 표정은 심각했다.

일초검공을 보기만 하고도 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일초검공을 절학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늘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음! 먼저 겉을 꾸미고,

그 겉을 만들 수 있는 속을 꾸며나가는 방법으로 연역해서 만든 것인데...

음! 그 속을 만드는 모든 요결들은 내가 아는 무공들을 종합해서 만들다 보니

비슷하면 서도 네 것과는 아주 다른 것 같아져 버렸어!

아직은 연결도 잘 되지 않고...}
주소아가 말했다.
그녀가 만든 일초검공이란 결과에서 원인과 수단을 유추해 들어간 방법으로 만든 것이니

검마가 수단과 방법을 종합해서 만들어낸 귀납적인 검공과 같을 리가 없는 것이다.
중간에서 조금만 달라도 아주 달라지는 것이 절정 무공에서 드러나는 특징들인 것이다.
소일초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거... 이렇게 되면 정말 내가 영원히 밑에서 깔릴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은데...한 번 해봐.}
주소아가 불숙 손을 내밀었다.
{...?}
{난 검이 없잖아!}
소일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역시 불숙 손을 내밀었는데 그 손에는 마황검이 들려져 있었다.
{그것도 신기한데... 언젠가 그 비밀을 밝히고야 말겠어.}
주소아는 소일초의 손에서 솟아 오르듯이 튀어나오는 마황검을 손으로 받아들었다.

마황검은 아주 둔중하다,

족히 칠십 근은 될 것이다.

주소아는 처음 들어본 마황검이다.
신중하게 별빛이 내려있는 광통거 물결을 향해서 검을 뻗었다.
소일초도 긴장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주소아의 검을 쓰는 수법은 소일초의 일초검공과 완전히 동일했다.

뻗어나가면서 원을 그렸다.
순간 십여 장 밖의 물에서 회오리가 일어나며 물기둥이 치솟았다.
물기둥은 주소아가 검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서 위로 올라가더니 둥글게 모이면서 터져버렸다.
팡! 쏴아아아!
물은 그들의 머리로 폭우가 되어 쏟아졌다.
{엇차! 이게 무슨 짓이야!}
{일부러 그랜건 아니야. 이게 지금까지의 한계란 말이야.}
그들은 비맞은 새앙쥐 꼴이 되어버렸다.
온몸이 흠뻑 젖어서 옷이 몸에 착 달라붙었다.

몸의 굴곡이 옷위로 선명하게 드러났다.
소일초가 공력을 움직여서 옷을 말리며 주소아를 안았다.

주소아 역시 옷을 말리느라 그들의 몸에서는 김이 연기처럼 솟아올랐다.
{이상하게 공력을 더 많이 써서 검의 기운을 움직이려고 하면

그것이 터져버린단 말이야! 도무지 방법이 없어.}
주소아가 그의 품에서 하는 말이다.
{그건... 음!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주소아의 눈이 반짝 뜨였다.

{빨리 말해봐! 궁금해 죽겠어.}
{뭐줄래?}
{선물, 좋은 것! 이 번엔 진짜야. 진짜로 허락할께.}
주소아는 다급했다.

그녀의 최후의 무기가 나온 것이다.
전에도 사용했지만 소일초는 얻지 못했다.

주소아가 아무래도 안되겠다면서 후에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럼 또 두 말 하기 전에 먼저 받고 가르쳐 줄께.}
소일초도 이번에는 만만히 넘어가지 않았다.
{그건 안돼! 그럼 내가 몸파는 여자같잖아.}
{나한테 파는 건데 어때. 그럼 나도 안돼!}
순간 그들의 대화가 뚝 끊어졌다.

눈을 마주 본 후 몸을 날렸다.

미세한 호흡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 * *

사사사사!
광통거 변의 갈대가 파도처럼 출렁이고 있었다.

어둠의 공간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갈대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문득 갈대를 헤치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곳에서 붉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분명 사람의 그림자였다.

어둠 속이었기에 그 그림자는 희미하게 드러나고 있었지만...
그 그림자는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전신은 피투성이가 된 채 심하게 피를 흘리고 있었다.

{헉헉...!}
날카롭고 거친 호흡소리가 적막한 어둠을 가늘게 울리고 있었고...

피투성이 붉은 여인의 아름다운 손이 다급하게 갈대를 헤치고 있었다.
붉은 그림자는 여인이었던 것이다.

희미한 어둠 속에서 드러난 홍의 여인의 얼굴은 붉으스레한 노을 빛이 었다.
하나, 그 얼굴은 이때 심하게 창백해져 있었고 피에 젖어 있었다.
그 얼굴, 바로 사은상(史銀祥)이 아닌가?

차가운 얼굴의 얼음처럼 풀려나는 한기를 지녔던 그녀,

삼수(三秀) 중의 하나인 천수마영(千手魔影) 사진성의 제자가 아니었던가?
{헉헉! 사...살아야 한다.}
처연한 독백이 갈대에 떨어지고 있는 피만큼이나 처절해 보였다.
{아아! 이대로... 내가...주...죽을 수는 없다.

백인장으로 가야한다.

아니 최소한 백인장의 사람이라도 만나야 한다.}
그녀가 무슨 일로 이렇게 쫓기면서 백인장으로 가려고 하는가?

이미 백인장은 무림에서 종적을 감추고 보이지 않는데...

모를 일이다.
한데, 그녀가 백여 장이나 앞으로 나아갔을까?
삐이익!
돌연 어디선가 날카로운 소성(簫聲)이 어둠을 가르며 들려왔다.

칼날처럼 인간의 몸을 후벼버릴 듯 울리는 이 소리는

분명 광통거의 물결을 타고 들려오고 있었다.
{아아...저들이 어느 새 이곳까지!}
순간 사은상의 얼굴에 창연한 절망이 가닥가닥 풀어져 떠오른다.
{무...무서운 자들! 이곳까지 이르렀거늘... 끝까지 추격해 오다니...}

하나 사은상은 체념하지 않는다.

그녀는 더욱 빠른 몸놀림으로 무성한 갈대를 헤치고 있었다.
그녀의 가여린 체구는 여전히 빨랐다.
한데 그 순간,

또다시 그의 전면의 갈대밭을 뚫고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무량수불...!}
사은상은 걸음을 멈추었다.
{이미 틀렸어!}
울컥 한모금의 선혈이 토해졌다.
{아미타불...!}
이번에는 불호가 좌측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젠장할...! 이 밤중에 이게 무슨 고생이람.}
이번에는 우측에서 투덜거림이 들려왔다.

심하게 취해 있는 듯 혀가 뒤틀린 소리였다.
사은상은 완전히 포위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래. 허허... 틀렸어!}
사은상은 마지막 희망이 사라짐을 느끼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
{헉헉! 주...중원의 어디에도... 백인장의 사람들은 찾을 수 없으니...}
달빛이 그녀의 눈에 아리게 파고 들었다.
{하늘은... 하늘마저... 꼬마 너의 복수를 바라지 않는구나!

귀여운 악동(惡童)!이제야 나도 네 곁으로 가는 구나!}
한데 그녀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한줄기 나직한 음성이 조용히 어둠 속에서 솟아 나와 사은상의 귓전으로 파고들었다.
그 소리는 사은상을 편안하게 하는 힘을 담고 있었지만,

사은상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누...누구!)
중상을 입은 몸이지만 아직은 백 장 밖의

낙엽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청력이 그녀에겐 있었다.
한데 음성의 주인공은 기척도 없이 사은상의 가까이에 접근해 있는 것이다.

자기의 상상의 범주를 벗어난 무공의 소유자 이리라!
사은상은 힘없는 시선으로 한 곳을 주시했다.
언제 어떻게 나타났는지 그녀의 면전에는 한쌍의 남녀가 고요하게 서 있었다.

손을 서로 잡고 있는 그들은 결코 약관은 넘지 않은 듯 한 인물이었다.
희미한 달빛과 초롱한 별빛이 그자의 몸에 은가루처럼 부서지고 있는 가운데...
사은상은 아득한 심연의 충격을 맛보았다.
(아아... 이 세상에 저토록 수려한 남녀가 있었다니...)
그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잠시나마 그 황홀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있었다.
한 쌍의 남녀,

그들은 바로 소일초와 주소아였던 것이다.
(한데 저 모습들은 어디선가 많이 대한 듯...)
사은상은 흐릿한 의식 저 건너편에서 부터 솟아 오르는 또 한 가지의 충격을 느낀다.

이번의 충격은 전율을 일으킬 만한 것이었다.

자신의 앞에 선 이 생면부지의 남녀가 왜 이리 낯이 익단 말인가?

하나 아무리 의식 저 편을 뒤져 보아도 그들을 어디서 보았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때, 소일초와 주소아는 그녀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심 놀라는 중이었다.

그녀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 쫓기고 있단 말인가?
{상처가 심하군! 우선 상처부터 치료해줘.}
소일초의 말에 주소아가 사은상의 곁으로 가까이 접근했다.
그러자,
{이봐요! 가...가까이 오지 말아요! 그리고... 어서 이곳을 떠나!}
{그 사람은 마음씨가 착해서 아마 죽어가는 당신을 이대로 둘 수 없을 텐데...}
소일초의 말이다.
{아...안돼요! 그러면 당신들도 죽음을 당해요!}
진심으로 사은상은 소일초와 주소아를 걱정해 주고 있었다.
주소아가 소일초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사은상도 많이 변한 듯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소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더욱 가까이 접근해 왔다.
{천하의 누구도 우릴 죽일 수는 없어요. 걱정말고 상처나 치료해요!}
{헉헉! 그럴 수는...없어요. 당신들은 그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요!}
사은상은 뒤로 주춤 물러섰다.

그녀는 자신을 추적하는 무리들이 얼마나 가공할 인물들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주소아의 말을 단지 만용으로 받아 들이고있는 것이다.
이때,
{헉...}

사은상은 주소아가 어느새 자신의 팔을 잡는 것을 느끼고 경악했다.
(이런 수법은... 전에 그 꼬마의...)
그녀는 소일초를 처음 만났을 때 그의 손에 제압되던 그때를 생각해 내고 놀랐던 것이다.

주소아의 수법도 바로 그 수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새삼 주소아의 얼굴을 주시하며 불가사의함을 느꼈다.
주소아는 천천히 사은상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주소아의 손이 그녀의 상처를 스다듬으면서 지나가자

그칠 줄 모르고 흐르던 피가 사르르 멈추었다.

그녀의 손이 스쳐지나는 곳마다 마치 얼룩을 닦아내듯 사은상의 상처가 없어져 버렸다.
사은상은 주소아의 기적의 손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주소아와 소일초의 백송균화에서 얻었던 신비한 능력은

다른 사람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데 그때,
{멈추시오.}
우렁찬 외침이 저멀리서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면전에서 들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희미한 어둠의 한 자락을 헤치며 사방에서 여섯 명의 인물이 등장했다.
승(僧), 속(俗), 도(道)의 그들은 세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수려한 인물들이었다.
먼저, 불진을 든 해맑은 용모의 청년승(靑年僧)이 구름을 밟듯

허공을 두둥실 가로지르며 소일초와 주소아의 면전에 나타났다.
(도봉(渡峰)?)
소일초와 주소아는 두 눈에 이채를 피워올렸다.
그렇다.
연대구품(蓮臺九品)의 경신술을 발휘하며 날아온 그는

바로 소림의 제일기재인 도봉이었던 것이다.

과거 녹림맹의 푸른 계곡에서 황녹천을 도와 소일초와 주소아를 핍박하려 했던 바로 그였다.
하나 소일초와 주소아의 모습은 마장탑에 있었던 이후로

너무나 큰 변화가 있었기에 그로서는 소일초와 주소아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 좌측에 나타난 인물은 청포를 걸치고

어깨에 비스듬히 검을 멘 한명의 도인(道人)이었다.
이십 사오 세 가량으로 보이는 그의 얼굴에 세상을 벗어난 듯,

아무 것에도 미련을 두지 않는 듯한 탈속의 기운이 있었다.
바로 무당파의 젊은 장로(長老)인 선인일검자(仙人一劍子)이다.
이어 심한 술냄새를 풍기며 머리에는 붉은 띠를 두른 걸인 청년이 나타났다.
(홍건거지!)
소일초와 주소아는 나타난 거지가 바로 개방의 팔결 장로인 홍건개임을 알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모습은 과거와 다를 바 없었다.
소일초가 가장 싫어 하는 자가 있다면

그 중에서 이 거지가 제일 먼저 뽑힐 가능성도 있었다.

주제도 모르고 감히 주소아를 넘보았던 녀석 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더욱 타락해 보였다.

그의 입에서 연신 쏟아져 나오고 있는 주절거림이 그것을 말하고 있었다.
한편 나머지 세 명의 인물 또한

앞서 세 사람에 비해 손색없는 용모와 기도를 보이고 있었으니...
소일초와 주소아는 이들 모두가 바로

명문정파의 최고 기재기녀들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가 있었다.

그들 역시 강호에서 돌아다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강호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에도 무림인들에게 전설적인 존재로만 알려진 채

오랫 동안 활동을 하지 않던 구파일방이다.

한데 그런 구파일방의 인물들 중의 몇 사람이 지금

소일초와 주소아의 면전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이놈의 구파일방은 나하고 전생에 무슨 원수가 져서 꼭 내앞에만 나타난단 말인가?)
소일초는 심히 못마땅했다.
스스스...
갈대가 파도처럼 출렁이는 가운데

소일초와 주소아는 여섯 사람을 하나하나 살피고 있었다.
도봉과 홍건개, 그리고 선인일검자(仙人一劍子)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

-파옥검(破玉劍) 정지일(鄭指一)!

서생차림의 그는 무림인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문인에 가까운 부드러운 용모의 소유자인 그는 화산파의 자랑이었다.

-은소선자(銀簫仙子) 남군미(南群美)!

그녀는 아미파의 속가제자였다.

은소(銀簫)를 병기로 사용하는 그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람이 다시는 무공을 펼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은소에서 흘러나오는 음률은 사람의 내공을 흩어버리는 것이다.

-점창파의 제일기재 점창비검녀(點蒼飛劍女),

일곱 자루의 칠성비검(七星飛劍)을 뜻대로 부리는 조화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각 문파를 대표할 만한 젊은이들이었다.

또한 이들은 그들 문파의 차기 장문인으로 내정되어 있기도 하다.
지금 소일초는 그들을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있고...

주소아는 다시 태연히 사은상을 스다듬으며 치료해 주기시작했다.
철저히 여섯 명의 추적자들을 무시하는 태도였다.
{이봐요! 저들이 당신을 쫓는 사람들인가요?}
주소아의 물음에 사은상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자 성미 급한 점창비검녀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멈추라고 하지 않았느냐?}
{목소리 큰 여자는 소박 맞기 쉽상이지! 내가 직접 목도한 바니까.}
소일초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점창비검녀는 흠칫하며 입을 다물었다.

소일초의 영준하기 이를 데 없는 얼굴을 보면서 소리를 지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소아는 하던 동작을 계속하고 있었다.
사은상의 눈이 불안하게 그들을 쳐다보았다.
주소아는 그런 그녀를 고요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움직이지 말아요. 외상은 별게 아니지만 내상을 치료하자면 시간이 좀 걸려요.}
이 말에 사은상의 몸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아예 눈을 감고 모든 것을 주소아와 소일초에게 맡게 버렸다.

문득 그들의 이런 태도에 화산의 선인일검자가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아는가?

지금 당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그의 음성은 부드럽게 울러나와 사람의 소리가 아닌 듯 했다.
스스스...
갈대는 야풍에 소리없이 흐느끼고, 선인일검자의 음성이 이어진다.
{지금 당신들이 보호하고자 하는 인물은 정파무림을 배신한 여인이다.

어서 물러나라. 그 여인을 치료함은 곧 중원의 안위를 무시하는 것...}
이때였다.

도봉이 앞으로 나서며 잔잔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미타불! 시주! 지금 들었다시피... 그녀는 정파무림을 배신한 악녀요.

그녀를 돕는다는 것은 곧 사마의 무리를 돕는 것이나 진배가 없는 것이오.}
도봉의 음성은 강한 설득력이 있었다.
하나 소일초와 주소아는 도봉의 말마저 외면하고 말았다.

소일초는 무심히 어두운 하늘을 보고

주소아는 계속하여 사은상의 몸에 장심을 붙치고 치료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젠장할...! 술이 취했는가?

그것도 아니면서 저 멍청한 년놈이 미쳐버렸는가?}
홍건개가 벌컥 술을 들이키며 소일초의 면전으로 가까이 접근했다.
그리고는...
{어디 보자. 그 얼굴... 아니 그 면상...

어떻게 생겼기에 이렇게 멍청하게 구는 것인지!?}
다짜고짜 홍건개는 소일초의 턱을 잡아 채려고 손을 뻗었다.

순간,
짝-----!
{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짧은 비명이 울리고,

홍건개가 뺨을 감싸며 뒤로 날아가 쓰러졌다.
{홍건개! 그 무례한 버릇은 도무지 못버렸구나,

몇 해 전만해도 목을 베어버렸을 것이다.}
소일초가 차갑게 말하며 여전히 하늘을 보고 있었다.
다섯 명의 추적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

홍건개가 입에서 피와 함께 이빨을 뱉어냈다.
{확...확실히...내가...이 홍건개가 술이 취한...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비틀비틀 그의 몸이 일어나면서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다섯 명의 나머지 추격자는 일제히 살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주소아가 사은상의 치료을 마치고 일어서서 소일초의 옆에섰다.
순간,
{아...!}
{음!!}
그들은 소일초와 주소아의 얼굴을 보며 그만 탄성을 억제하지 못했다.

주소아와 소일초 같은 천상의 남녀인 듯한 아름다운 남녀가있다는것은

그야말로 듣도 보도 못한 인물이 아닌가?
경악과 경탄과 의혹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 어우러지고,

소일초와 주소아는 사은상을 뒤로 두고 여섯 추적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삐리리리...!
은소선자 남군미가 은소로 한 번 소리를 내며 그 맑고 신비로운 혜안을 굴렸다.
{다시 말하지만... 당신들이 치료한 그녀는 정파무림의 배덕자예요.

필요에 따라선 그녀를 강제로라도 포박해야만 하니...

당신들은 순순히 물러서도록 하세요.}

그녀 음성에는 듣는 이의 영혼을 은은히 다스리는 힘이 실려 있었으나 떨려나오고 있었다.
소일초와 주소아는 옷자락을 표표히 날리며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남자들은 남자들 대로 여인들은 여인대로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단지 저자의 모습을 대하는 것만으로...

내가, 이 남군미가 이토록 격동하고 있다니...)
그녀는 믿을 수 없는 자신의 마음에 새삼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한데 은소선자의말에 이어 떨어지는 소일초 대답...
{정파무림의 배덕자라!그런가?}
그의 입가에 기이한 미소가 떠올랐다.
남군미와 점창비검녀의 가슴에 연분홍빛 야릇한 마음을 심어 주는 황홀한 미소였다.
{그렇다면... 나의 이름으로 보아

나는 더욱 이 사람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순간 최초로 사은상의 얼굴에 강한 의혹의 빛이 떠올랐다.
그리고, 여섯 추적자들의 얼굴에 일제히 분노의 빛이 나타났다.
{아미타불! 지금 시주의 말에는 뼈가 있는 것 같은데,

시주께서는 사문내력을 말씀해 주실 수 있겠소?}
도봉이 모두의 분노를 억누르며 합장의 자세로 물었다.
소일초는 여전히 시선을 허공에 둔 채 말했다.
{나의 사문을 안다면 너는 그렇게 있을 수 없다. 이미 오래전에 너에게 말한 적도 있다.}
순간 도봉은 이해할 수 없어 어리둥절했다.

그로서는 도무지 소일초와 주소아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많이 변했을 뿐 아니라

그들은 이미 수 년 전에 화산 옥녀봉에서 죽었다고 알려져 있었기에...

여섯 추적자는 그의 안중에 두지도 않는 말에 분노를 터뜨렸다.
{무...무엇이...감히 우리를 모욕하다니...}
{건방진 자 이제...더이상 참을 수가 없다.}
파라락!
스슷!
소일초의 말에 분기탱천한 점창비검녀와 파옥검 정지일이

벼락처럼 소일초와 주소아를 향해 덮쳐들었다.
점창비검녀의 소매에서는 어느새

일곱 자루의 단검이 돌아가며 쥐어지고 눈앞은 검광으로 가득찼다.
파옥검 정지일은 신검합일의 자세로 소일초를 쪼개오고...
소일초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만한 무공을 쌓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무조건 손부터 쓰고보는

그들의 경망스런 행동이 마치 자기들의 얼마 전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허나 그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명문정파의 제자라는 것들은

자기외의 사람은 도무지 사람같이 보지도 않는 것이 아닌가?
{말은 힘의 사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만 사용하는 모양이지!}
주소아가 비꼬는 투로 말했다.

하나 여전히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이봐요! 피...피해!}
사은상의 다급한 음성이 터졌다.
이때였다.
소일초의 손이 주소아의 손에 닿고

주소아의 손에는 한자루 시뻘건 검이 들려지며 빛살처럼 퍼지며

짓쳐들어오는 일곱자루의 비검과 검신합일로 자기를 쪼개오는 파옥검을 향해 뻗어갔다.

파옥검과 점창비검녀는 오랜 경험으로 미루어

자신들의 공격이 완벽한 성공을 거둘 것이라 생각했다.

한 자루의 가볍게 찔러오는 검은 그들의 공격 앞에서 나약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한데, 주소아의 손에서 뻗어나온 검은 빙글 돌면서

그들을 휘감는 기류를 형성시켜버렸다.
일곱자루의 비도도 그 기류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검신합일로 쪼개오던 파옥검의 검세도 방향이 비틀리며 두 사람을 한곳으로 몰아버렸다.
{피하시오.}
순간 도봉과 선인일검자가 동시에 다급히 외치며 주소아를 향해 일장을 뻗었다.
파옥검과 점창비검녀는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도봉의 염화옥장(捻花玉掌)과 선인일검자의 양의장(兩儀掌)은

양쪽에서 주소아를 향해 밀려들었다.
지금 주소아는 자기가 만든 일초검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불완전 하나마 그녀가 오랫동안 고심해서 만든 것이데

겨우 이들의 공격에 무너질 리가 없다.
도봉과 선인일검자의 장력도 그녀의 검에서 퍼져나온 기류에 휘말리며

오히려 파옥검과 점창비검녀에게 몰려갔다.
그들은 대경실색했다.

서로가 상잔(相殘)을 할 처지에 이른 것이다.
지금 주소아도 힘들었다.

그녀의 검공은 소일초의 검공과는 달리 조금 더 유지하면

기류속에 휘말린 두사람은 공처럼 폭발해 버릴 것이다.
그녀는 검공을 풀고 검을 회수했다.

사람을 죽이기 싫은 것이다.
{으악-!}
{아악-!}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점창비검녀와 파옥검의 몸이 가랑잎처럼 날리면서 떨어져 내렸다.

붉은 피보라가 그들의 칠공에서 처절하리만큼 아름답게 쏟아져 내리고...

도봉과 선인일검자가 번쩍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그들의 몸을 받아들었다.
주소아가 펼친 검공이 형성한 기류에서 잠시나마 있었기에 심한 내상을 입은 것이다.

물론 즉시에 풀지 않았다면 그들의 몸은 폭발해 버렸겠지만...
주소아는 검을 소일초에게 돌려주었고

그 붉은 검은 소일초의 손에서 검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사은상은 벌떡 몸을 일으키고 주소아의 검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주소아가 펼친 검공 역시 본 적이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꼬마들의 사형과 사자들인가?

그들이 있어서 세상에 나왔단 말인가? 아...)
그녀는 오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아주 편안해 졌다.

무서운 침묵이 흘렀고,

도봉을 비롯한 선인일검자와 홍건개의 얼굴에 떠오른 빛은 경악의 그것...
그들은 할 말을 잃고 있었다.

주소아의 신비하도록 가공할 무공을 그들은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다.
무서운 무공이었다.

그들이 알고 있는 어떤 무공으로도 상대할 수 없는 가공할 무공이었다.
그들은 이 소일초와 주소아란 존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한데 그때였다.
{아아! 확실히 내가... 이 소화자가 취한 것이야!

천하에 저런 정도의 무공을 소유하고 있는 인물로...

정파의 배덕자를 보호하려는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자는

오직... 무적검(無敵劍)이라는 인물밖에는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왜 생각지 못했단 말인가?}

그는 이빨이 부러져 깨지고 새는 음성으로 말했다.
개방의 인물이었기에 그는 천하의 인물들에 대해 손바닥 들여다 보듯이 환히 알고 있었다.

지금, 비로소 그는 소일초와 주소아의 존재에 관하여 깨닫게 된 것이다.
이에 도봉 등은 경악하고 말았다.
{아...무적검이라고...저 여인이...?}
{무적검이 여인이었단 말인가?

그래서 이토록 무공이 강했더란 말인가?}
떨리는 음성이 그들에게서 흘러나왔다.
{천만에, 나는 불패도(不敗刀)일 뿐이야.

방금의 검은 빌려쓴 것이야. 무적검은 옆에 이 사람이지!}
주소아는 그들의 놀람을 일축하며 말했다.
그리고 소일초는 한소리 의미심장한 말을 흘러냈다.
{너희들은 이제야 내가 이 여인을 절대적으로 보호해야만 하는 이유를 알았겠지!?}
여섯 추적자는 세상에 무적검이라는 인물 만이 아닌

불패도라는 여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다시 놀라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내상을 입은 몸의 두 사람까지 다시 소일초와 주소아를 둘러싸고 들어왔다.

상대의 신분이 확인된 이상 절대적으로 사은상을 빼앗길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은상이 정파무림의 최고의 기밀을 알고 있는 배덕자라면

등천마세의 새주인으로 부각된 이 면전의 인물에게 사은상을 내어 주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들이 두 사람을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

단지 그들의 마음은 오직 살인멸구로 사은상을 제거하려는 것일 뿐이었다.

하나 이런 상황에서도 그들이 전율을 느끼고 있는 점은

바로 무적검이라는 인물이 이토록 젊은 데에 있었다.
무적검!
이 시대를 양분한 이대 세력의 주인으로 부상한 무서운 인물이 아니던가?
그가 이토록 젊고 아름다운 인물이라는 사실은

천하 무림인들에게 충격을 줄만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옆에 있는 불패도라는 여인은

무적검이란 이름보다 더욱 알려진 바 없는 신비의 미녀가 아닌가?
한편 정작 이들보다 놀란 인물은 따로 있었으니...

그는 바로 정파무림의 배신자라는 사은상이었다.
(이 이자가 등천마세의 주인인 무적검이라니...

나를 구한 이 자가... 아아... 모든 것이 허사가 되었다.)
그녀는 또 한 차례의 절망에 사로잡혔다.
(하늘은 끝내 나를 외면하고 마는가?

등천마세의 인물이 결코 나를 살려두지 않을 것인데...

내가 삼수의 제자였다는 것 만으로도...)
넘을 수 없는 산을 하나 넘었다고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산을 넘자 그보다 더욱 높은 또 하나의 산이 버티고 있는 격이었다.
(도망쳐야 한다.

이미 몸은 완전히 회복되었다. 단지 피로가 쌓였을 뿐...)
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이때 여섯 추적자들은 일남이녀를 둘러싸고 천천히 돌고 있었다.
{오늘같은 날은 살인을 피하고 싶다. 돌아가라!}
소일초가 나직하게 하는 말이 울려퍼졌다.

그러나 여섯 추적자들은 움직이고 있었다.
희미한 달빛이 광통거를 아늑하게 하는데

갈대는 여인의 마음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이때,
돌연
{물러가라!오늘은 그의 말대로 살생하고 싶은 날이 아니다.}
사위를 진동하며 울려 오는 무거운 음성이 방향을 감지할 수 없이 들려왔다.
순간 여섯 추적자는 이 새로운 출현자에 대해 흠칫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슷슷!
소일초와 주소아의 옆으로 백발의 아름다운 남녀 한 쌍이 허공에서 내려섰다.
바로 한천이기(恨天二奇)였다.
원천기는 소일초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행복찾아서 간 줄 알았는데 웬일이야.}
소일초가 그들의 등장에 어리둥절하면서 물었다.
{가다가 생각하니 너에게 신세진 것이 한 둘이 아닌 것 같아서 빚을 좀 갚을 까 해서...}
원천기와 한천녀가 야망과 저주를 포기한 후에

남는 것은 그들의 사랑과 그동안의 소일초 주소아와의 우정이었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자기들을 맺어준 사람도 그들이었고,

육십 년의 잠에서 깨운 것도 그들이었다.

게다가 목숨마저 살려주었으니...
그래서 등천마세로 돌아가려든 그들은

다시는 소일초와 주소아를 보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고

신세도 갚을 겸 쫓아온 것이었다.

{그동안 고락을 같이한 친구들이 힘든 일을 하려고 하는데 우리만 편할 수 있어야지!

그래서 이사람과 작으나마 자네를 좀 도울까 해서 왔어!}
원천기의 말에서 소일초와 주소아는 그들의 마음을 환히 읽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떠나서 친구로 지낸다면 그들로서도 나쁠 것이 없다.
주소아가 웃었다.
{이제야 두 귀신이 완전한 사람이 되었군.}
와하하하하!
호호호호호!
포위망 가운데서 그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일제히 터져나왔다.
한천이기의 어디에서도 한과 저주가 비쳐지지 않았다.

마음이 바뀌자 사람이 모두 달라진 것이다.
{이들은 내가 처리하도록 하지!}
원천기가 그들의 등장과 웃음에 놀라는 여섯 추적자들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포위라고 할 수 도 없는 상황이었다.

한천이기가 나타남으로 해서 소일초의 편이 다섯이 된 때문이다.
{오늘 좋은 기분 망치지 않게 잘해요.}
한천녀가 남편인 원천기에게 부탁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원천기의 음성이 울렸다.
{그대들은 어리석다. 이분이 무적검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소일초와 주소아, 한천녀가 얼굴을 마주하고 미소를 지었다.

원천기가 소일초의 본명을 밝히지 않고 무적검이라고 그대로 부른 때문이다.

{그렇게 경거망동을 하는 것은 죽음을 재촉하는 길이라는 걸 왜 모르는가?}
그의 말은 위엄이 담겨있었다.

등천마세의 진짜 주인으로서,
소림의 청년승 도봉은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기를 따지자면 살려준다고 할때 물러나야 하는 것이나

그들이 추적하는 사은상은 놓쳐서는 않되는 것이다.
그때 은소선자 남군미의 전음이 나머지 다섯 사람의 귓전으로 흘러들었다.
{더이상 생각할 여지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후의 일은 탕마사십사객(蕩魔十四客)에게 일임하고 이곳을 물러납시다.}
도봉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원천기의 시선은 그들이 물러날 것을 바라며 무언의 강요를 하고 있었다.
휘이잉--!
한 줄기 야풍이 스쳐불자 기다렸다는 듯이

도봉이 허공으로 신형을 날리며 침중히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무적검, 그리고 세 분 기억하시오.

오늘 밤의 일로 인하여 그대들은 정파의 대대적인 추격을 받게 될 것이오.}
스스스!
다섯 사람의 신형도 도봉을 따라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홍건개의 신형만이 느릿하게 허공을 가르고 있을 뿐이었다.
{확실히... 취한 것이야! 저 불패도라는 계집을 볼 때마다 ...

왜 이렇게 그 어린 계집애 얼굴이 떠오르는 것인지! 취했어! 확실히 취했어!}
그의 말소리는 웬지 애절함이 깃들어 있었다.

{저놈 만은 죽였어야 하는 건데...}
소일초가 화가 나는 듯 했다.
{왜? 지금 쫓아가서 죽여버릴까?}
{저놈이 전부터 소아에게 흑심을 품었단 말이야!}
주소아가 픽 웃었다.
{나도 그럼 너한테 흑심 품었던 취풍녀를 죽여버렸어야 했겠네?}
{그건 곤란하지. 그녀는 이미 말잘듣는 착한 사람인데...}
소일초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나는 너처럼 관대하지 못해,

만약 이 사람이 눈을 다른 데로 돌린다면 죽여버리고 말거야!}
한천녀가 주소아에게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날 밤처럼 아예 머리를 부숴버릴려고...?}
주소아가 혀를 내밀면서 말하자 한천녀와 원천기의 얼굴이 벌개졌다.
그들이 처음 관계를 갖던 날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천녀가 얼굴을 풀면서 말했다.
{취풍녀도 너만은 못하지만 보통이 아니야.

게다가 아주 노련하니 신경많이 쓰야 할걸?}
{걱정할 것 없어. 취풍녀는 없어도 눈하나 깜짝 않할 사람이지만

내가 잠시라도 없으면 못살 사람이니까...}
주소아는 자신만만했다.
이들을 지켜보는 사은상은 기이하기 짝이 없는 것 같았다.

두 쌍의 남녀가 주고 받는 말은 전혀 격의가 없고

옆에있는 자기도 의식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천이기는 세상을 아주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이고

소일초와 주소아 역시 정상적인 삶을 살지는 않았다.

그런 그들에게는 오히려 지금과 같은 행동들이 더 정상적인 것이다.
사은상은 도망치려고 생각했었으나 이들의 손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힘이 쭉 빠지며 주저앉고 말았다.
{우리가 깜빡 잊고 있어.}
주소아는 급히 사은상을 품에 안았다.
(아아... 이들은 진정 등천마세의 사람들이란 말인가?

이들의 행동은 더할 수 없이 부드럽고 자상한 것이 아닌가?)
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움을 느꼈다.
주소아의 손이 자신의 수혈을 누른 것을 느끼며

그녀는 아득한 혼미의 나락으로 떨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