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신행마동

第 十三 章 기가막힌 變身

오늘의 쉼터 2016. 6. 2. 11:43

第 十三 章 기가막힌 變身

 

무림(武林),
삼성무림청의 거대한 악의 발굽에 짓밟혀 가고 있던 무림엔

엄청난 희비(喜悲)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정(正)의 하늘에는 찬란한 영광이, 사(邪)의 하늘엔 검은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이다.
한 사람,

단 한 사람이 출현하므로 중원 정사(正邪)의 판도는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푸른 계곡의 처참한 대혈전(大血戰)으로부터

무림에 엄청난 대폭발을 터뜨린 신행마동 소일초!

기가 막힌 열 세 살 짜리 꼬마가 그 돌풍의 주역이었다.
그는 처음의 공언대로 과연 삼성무림청의 멸망시키는 전초단계로

그 주력인 삼혈단(三血團)을 몰살시켜버렸다.

그리고 전력의 팔할에 해당하는 삼혈단을 잃어 버린 삼성무림청은

그들이 벌여놓은 싸움의 곳곳에서 패하고 있었다.
가히 파죽지세(破竹之勢)같이 치닫던 삼성무림청의 가공하던 힘과 세력은

여기저기서 피를 뿌리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신행마동 소일초!
천하는 그 동안 그에게 주었던 눈총을 거두고 찬사를 퍼붙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중원어디에서나 신행마동의 이름은 높아 갔고,

잠자는 사자(獅子)들의 숲, 백인장을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백인장에는 금족령을 당해서 밖으로 나올래야 나올 수 없는 속터지는 도객들이 한둘이 아닌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신행마동의 이름과 함께

시간은 쉬임없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다.

* * *

파양호가 멀리 보이는 여산(廬山)의 백인장(百刃莊),
내전 깊은 곳의 침상에 한 사람의 중년인이 누워있고,

그 앞에서는 절색의 미부가 의자에 앉아서

따뜻하게 익힌 낙화생을 까서 중년인의 입에 넣어주고 있다.
침상에 누워있는 중년인은 정기늠늠하여 도저히 누워있을 사람같지는 않은데,

부드러운 눈길을 미부에게 주면서 말했다.
{요즘처럼 편안하게 살았던 적이 여태 없었던 것 같소.

말썽꾸러기 아들 녀석은 무림에서 이름을 더날리고 있고,

아름다운 부인이 장내의 모든 일을 대신 처리해 주니...

나는 다만 이렇게 누워서 음식만 받아먹으면 되는군.}

{그런 말씀만 마시고 당신도 빨리 일어나셔서 그애를 도와주셔야죠.}
{하하하! 그 녀석이 백인장의 모든 사람들의 발을 묶어 놨는데 나도 별 수 있소.

일어나 봤자 갑갑한 장원안에서 칼질이나 하고 있겠지!}
눕고, 앉은 채 다정스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이 두 사람,

바로 백인장의 장주부부인 소선풍과 조예진이었다.
소선풍은 소일초가 비성성 편으로 보내준 불사환혼단(不死還魂丹)을 복용한 후

신체의 회복이 급속도로 빨라져 이제는 말도 할 수 있고 음식을 받아먹을 수도 있었다.

그가 완전히 일어나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
{아무튼, 파양호 안의 옛 장원에 당신이 일초를 데리고 들어온 날은 볼만 했지!}
{...!}
{멀쩡한 아이더러 사부니 뭐니 하면서 법석을 떨어대니 천하의 일초 그 놈도 울고 말더군.

그때 나는 속이 답답해서 미칠 것만 같았지.

결과적으로 그게 복이 되기는 했지만...}
{대체 몇 번 이나 더 그 애길 해야 그만하겠어요.

쑥스럽게 자꾸 그때 이야기 하시면 더이상 낙화생을 드리지 않겠어요.}
조예진이 은근히 먹는 것으로 남편을 협박한다.
{그때만 생각하면 항상 즐거운 걸...!}
{그래도 절 위해 이제 그만 하셔요.}
소선풍이 먹는 것을 포기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묻는다.
{정말 일초녀석의 무공이 그렇게 높아졌나?}
{몇 번이나 말했어요.

전설적인 검객인 검마의 진전을 물려받았다고요.}

조예진이 혀를 쏙 내밀면서 말한다.
{아마 당신도 이제 못당할 걸요?}
{글쎄... 내가 일어나기만 하면 나는 다시는 누구에게도 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설사 당신 사부어르신이라고 해도....}
{아이구 무서워라!

누워서 허풍만 세졌어요? 어떻게 사부님을 이길 수 있단 말이예요?}
조예진은 남편의 호기가 살아나는 것을 반가와하면서도

자기 사부도 이길 수 있다는 말에 살짝 빈정댄다.
{내가 누워있는 동안 깨달은 무공이 있거든!

마도구식을 바탕으로 한 건데... 단 이초식의 도법으로 집약이 되지!}
{그렇게 그게 대단해요?

그럼 사부와 겨뤄보기 전에 먼저 나와 한번 겨루어봐요.}
소선풍이 벌떡 일어서는 그녀를 보고 눈이 둥그레 지는데,

조예진의 몸이 그를 덮쳐서 눌러버렸다.
{윽-!}
소선풍이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갈까봐 비명도 크게 못지르는데

조예진의 팔은 그의 목을 휘감고 눈섭을 깜짝거려 소선풍의 귀를 간지럽혔다.
{나를 이길 수 있어요? 없어요?

빨리 대답해요. 안그러면 더 잔인한 고문을 할 거예요.}
소선풍은 간지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아직 입만 살아있는 그가 어떻게 피할 도리도 없다.
{항복! 항복! 당신이 천하제일고수요. 항복! 하하하!}
참다참다 말하는 바람에 결국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조예진은 미소를 지으며 소선풍의 옆에 누웠다.
그리고 잔잔한 음성으로 말했다.
{여보! 사부께서는 지금 어디서 무얼하실까요?}
{전번에 만났을 때 느낀 것이지만,

그 어르신께서는 인생을 전혀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실 작정인것 같았어.}
{...}
{어쩌면 무림인이 아닌 아주 다른 모습으로 살고 계실 지도 모르지!}
{휴! 저는 사부님을 뵙고도 몰라봤으니...

빨리 소아와 어르신께서 만날 수 있도록 해야겠는데...

사형들이 그렇게 변했다니 믿어지지가 않아요.}
{그들은 사악한 무공을 섞어서 사용했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마교(魔敎)의 마공(魔功)들인 것 같아!}
{어디서 그런 마공들을 익혔을까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해.

그때 소아를 데리고 나오지 못했다면

소아도 아마 지금쯤 철저히 그들의 살인병기로 화해버렸겠지!

그때도 이미 삼갑자의 내공을 주입한 상태였으니까!}
{여보! 정말 소아의 무공에 대한 재질은 사부님을 그대로 닮았어요.

우리 일초보다 결코 재질에 있어서 뒤지지 않아요.}
{한데 일초와 소아가 잘지내고 있을까?}
{그야 모르죠. 애들이니까 싸우기도 하고 그렇게 지내겠죠.}
{내가 일어나기만 하면,

우리도 함께 무림에 나가 유람이나 합시다. 얼마나 통쾌하겠소.}
소선풍은 벌써 마음이 들떠는 것 같았다.

{제발 빨리 일어나기나 해요.

생과부 삼 년에 당신 몸무게까지 잊어버렸어요.}
조예진의 투정에 소선풍은 고개를 돌려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그리고...
{요즘은 내가 당신 몸무게를 알고 있잖아!}

× × ×

섬,
이곳은 차가운 서북풍이 매섭게 몰아치는 장강의 물결이

금방이라도 덮쳐버릴 듯한 조그만 섬이다.
갈대숲이 섬 전체를 뒤덮고 있는데...

그 무성한 갈대를 헤치고 걸어나오며

차가운 장강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 소년이 한명 있었다.
허리에는 이가 빠진 시커먼 철검을 찬 이 소년은 바로 소일초였다.

그 옆에는 주소아가 따르고 있었고...

{틀렸어! 이곳도 전혀 기억에 없어. 다른 곳으로 가보는 게 나을 것 같아.}
주소아가 낙담한 표정으로 내뱉는다.
그때 살짝 주소아의 신비롭도록 아름다운 입술을 주시하던

소일초가 장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때부터 불과 한 달 도 지나지 않았어!

너무 성급하게 서두를 것 없다구! 그리고 천천히 기다리면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 거야!}
{그래! 잊어버린 셈 치면 되지 뭐!

지금이 행복한데 까짓 옛날 생각나지 않으면 어때?}

그렇게 말하는 주소아의 표정에는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소일초는 녹림맹에서의 사건 이후로 주소아를 아주 존중해 주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주소아의 미모에 넋을 잃는 것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강한 질투심이 생겼던 것이다.

자연히 주소아를 더 잘 대해주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소아에 대한 장난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장난은 점점 도를 더해가서

요즘에는 아예 잠잘 때에는 주소아를 알몸으로 만들어 놓기 일수였다.
아슬아슬했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소일초는 여체의 신비를 여기저기 엿보았고

눈을 감고도 주소아의 몸을 훤히 상상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 짖궂은 장난만 아니라면

주소아는 소일초에게 최고대접을 받고있는 것이다.
지금 그녀의 아름다운 동공은

소일초의 얼굴에 피어오른 미소를 넋잃은 듯 바라보고 있으니...
자기보다 작은 소일초의 어깨를 손으로 감고 머리를 푹 수그렸다.
그리고 금시 그 아름다운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살며시 소일초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제... 어떻게 따돌리지?}
{직접 부딪쳐 볼까?}
소일초도 슬며시 주위를 곁눈질 하며 말했다.
{안돼! 상대방도 엄청난 고수야!

일부러 자신의 존재를 우리에게 알리는 것 같아!

그렇지 않으면 우릴 미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할 뻔 햇어!

혹시 정말 할아버지가 우릴 따라다니시는게 아닐까?}
대체 이들은 또 전혀 그런 척 하지 않으면서 또 무슨 말을 주고 받는 것인가?

따돌린다니...?
엄청난 고수라니...?
{절대 아니야. 그 형씨...

아니 네 할아버지는 아무런 기도가 없어.

그리고 나를 보셨으면 납작 잡아서 혼을 내려고 드실 걸?}
{왜?}
들릴락 말락한 소리로 물어보는 주소아다.
{실은... 내가 사기를 조금 친 적이 있거든... 전에도 조금은 말했지!

내가 배운 무공 중 일초검공 말고

다른 절기들은 다 젊은 할아버지 한테 사기쳐서 배운거란 말이야!}
{그럼, 우리 다시 따돌려 보자.

그리고 우리가 역으로 한 번 정체를 파헤쳐보는게 어때?}
{좋아, 오늘 밤에 해보자.}
소일초는 주소아의 손을 잡으며 안개속에 파뭍쳤다.
그리고 안개가 흩어졌을 때 이미 그는 주소아와 손을 마주잡은 체

까마득히 장강을 가로질러 날아가고 있었다.

사르르르!
소일초와 주소아가 사라진 갈대숲에 백의를 단정히 차려입은 젊은 부인이 나타났다.
머리는 옥잠(玉簪)을 꽂고 어깨에는 고색창연한 장검이 걸려있었다.
아름다운 얼굴에는 어딘지 모르게 수심이 어려있는데...
{태봉(太峰)아! 많이 자랐구나.}
미소부는 소일초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헌데 태봉(太峰)이라면 바로 소일초의 원래 이름이 아닌가?

그것을 이 미소부가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이 백의미부는 바로...?

{이 어미가 무정한 네 아버지는 잊을 수 있겠지만,

어찌 너를 잊을 수 있었겠느냐...}
혼잣말 처럼 중얼거리는 여인,

바람에 갈대는 날리고,

바람에 검병의 수술도 날리고 고독이 배어나는 목소리는 짙은 처량함이 감돈다.
{네가 보고 싶어서 남몰래 백인장을 찾아 갔던 적이 몇 번인지 모른다.

한데... 그 여자는 정말 너와 네 아버지에게 너무 잘 해주더구나.

나는 부끄러워서 그때마다 도망치듯이 돌아오고 말았단다.

너는 이 어미는 생각도 않고 자라는 것 같더구나.}
그녀의 눈에서 맑은 눈물이 넘쳐 두 볼을 타고 내렸다.
그렇다!

이 미소부가 바로 소일초의 생모(生母)인 이주용(李珠蓉)이었다.
그녀는 소일초가 두 살 되던 해에 백인장을 떠나가 버렸다.

어떤 일로 소선풍과 심한 말다툼을 한 후에...
{네 아버진 무정한 사람이었어.

몇 년 동안 백인장을 찾아가지 않았으니 그 사람도 많이 변했겠지!

그러나, 무슨 이유로 어린 너를 혼자서 험한 강호에 내보냈는지 모르겠구나.}
휘이이!
회한에 잠겨 긴 한숨을 토해내는

이주용의 옷깃을 차가운 서북풍이 매몰차게 휘감아 지나고 있었다.

* * *

자신의 생모인 이주용이 쓸쓸한 갈대섬에서 깊은 감회에 빠져 있을 때

소일초는 주소아와함께 객점(客店)에 들어가고 있었다.
객점 후원의 깨끗한 별원(別院)에 방을 얻어 들어간 두 사람은

저녁으로 국수를 시켜 먹은 후 침상에 마주 앉아 술을 마셨다.

그것은 저녁 마다 있는 그들의 일과 중 하나였다.

{전에 색귀한테 들은 애긴데...

여자는 눌려 있을 때 오히려 더 좋아한다고 하더군.}
술단지를 놓고 마주 앉자 마자 흘러나오는 소일초의 막되먹은 소리였다.
{말도 안돼는 소리하지마. 내가 겪어보니까 답답하기만 하더라!}
{색귀 말이 틀렸을 리가 없어! 네가 잘못됐으면 잘못됐지!}
고개를 내두르는 소일초다.
{그럼 네가 한 번 눌려볼래? 갑갑한가 아닌가?}
{싫어. 계집애 한테 눌린다는 것은 꼭 지는 것 같아서 싫어.}
{나도 마찬가지야. 역지사지(易之思之)라는 말을 잊지마.}
{그래도 내가 위에 있을 땐 마치 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던데...}
{그 기분도 없으면 힘들게 일해서

마누라 먹여 살릴 골빈 남자가 세상에 어디있겠어?

다 상부상조하는 거지!}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소일초가 술을 들이키며 말했다.
{그럼, 나는 당연히 네 위에 올라갈 권한이 있는거네.

네가 먹고 자는 모든 것이 내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니까.}
주소아가 콧웃음을 친다.
{그런 소리마,

그렇게 따진다면 나에게 물이라도 한 잔 준 놈은 몽땅 다 한 번 씩 태워줘야 잖아.

그럼 네 기분이 좋겠어?}
{그건 절대 안돼지, 절대로...!

만약 그런 꿈이라도 꾸는 놈이 있으면 껍질을 홀랑 벗겨서 죽여버릴거야.}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기라도 하는 듯이 소일초가 흥분하면서 소리친다.
{거봐. 겨우 몇 푼 안돼는 돈 좀 썼다고 내 몸을 아예 말등처럼 오르내릴 생각을 하면 안된다구.

요즘은 내가 너한테 지니까 할 수 없이 봐주는 거지만...!}
{...}
{다음에 내가 좀 더 강해지면 그땐 내가 올라가서

네 그 하늘을 나르는 것 같다는 기분을 좀 느껴봐야겠어!}
끝없이 술을 퍼부어면서 계속되는 대화이기에

어느새 그녀의 얼굴은 술이 올라 빨갛게 되었고

입에서는 혀꼬부라진 소리가 연방 나왔다.
소일초는 술단지를 내려 놓았다.
{그만 자자.}
주소아가 휙 하니 술잔을 던져 탁자위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게 놓으며 뒤로 벌렁 누웠다.
{이리와.}
주소아의 말에 따라 소일초가 그녀의 몸에 자기의 몸을 얹었다.
그의 얼굴이 주소아의 얼굴을 마주 보는데,
{단번에 외워. 정말 취한 것 같다구.}
주소아가 낮은 소리로 말한다.
{이건 내가 역근천골공(易筋遷骨功)이라고 이름을 붙쳐 봤는데...}
주소아!
그녀는 정말 조부인 혈기자의 혈통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엄청난 무학의 기재였다.
생사보록(生死寶錄)의 무공을 깊이 터덕했을 뿐만 아니라

거의 어떤 절학도 한 번 보기만 하면 그 근본 원리까지 파악해 내곤 했다.

그리하여,

벌써 몇 가지의 괴상한 무공을 만들어 냈는데

역근천골공(易筋遷骨功) 역시 그 중의 하나였다.
이는 근육을 마음대로 바꾸고 뼈마저 줄였다 늘였다 할 수 있는 괴상한 무공으로

그녀가 소일초에게서 무림에는

축골공(縮骨功)이란 무공이 있다는 말을 듣고 며칠을 생각해서 만든 것이다.
소일초는 가만히 그녀의 입을 주시하면서 한 자도 빠뜨리지 않고 머리 속에 담고 있었다.
{겨우 그거야? 아주 간단한 것 같은데?}
주소아의 말을 다 듣고서 그녀의 귀에다 대고 소일초가 소근거렸다.
{그건 네가 이미 무공의 큰 줄기를 꿰뚫고 있어서 그런거야!

이게 시시한 게 아니라구.}
{지금 한 번 해볼까?}
{응.}
소일초는 잠시 역근천골공을 운용하다가 뚝 멈추었다.
{큰일날뻔 했다.}
{왜?}
{옷이 다 찢어질 뻔 했잖아.

더 어둡기 전에 미리 큰 옷을 사다놓아야겠어.}
{안돼! 지금 밖으로 나가면 들통이 날 수도 있어.

점소이를 불러 시켜. 가장 좋고 예쁜 옷으로 두 벌 사오라고...}
그녀는 말을 다끝맺지 못하고 잠이 들고 말았다.

깊은 밤,

이상한 느낌에 주소아는 또 소일초의 장난이거니 하면서

눈을 부시시 떴다가 비명을 질렀다.
{끼악-!}
자기의 몸에는 여느 밤처럼 실오라기 하나 걸쳐져 있지 않은데

굵직한 팔하나는 자신의 머리를 받치고 있고

다른 커다란 손 하나가 자신의 전신을 더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의 주인은 육척은 좋이 될 거한이 아닌가?

그것도 알몸으로 누워있는...!
그러니 주소아가 비명을 지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의 비명은 채 다 나오기도 전에 사내의 커다란 손에 의해 막혀버렸다.
{쉿! 나야, 나.}
맑은 눈에 덩치는 크다랗지만 얼굴은 여전히 수염하나 없는 동안(童顔)이다.
이 육척의 사내는 바로 소일초인 것이다.

그는 주소아에게서 한번 들은 역근천골공으로

왜소하던 자신의 몸을 건장한 성인 남자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휴...! 깜짝 놀랐네. 이 바보야! 미리 말이라도 해야지.}
이내 사정을 알아차린 주소아는 손톱을 바짝 세워서 소일초의 가슴을 팍 긁어버렸다.

그러나 날 때부터 금강체(金剛體)인 소일초의 몸이 그정도로 손상이 갈리가 없다.
{어때? 감쪽 같지?}
{시꺼. 사람 간떨어지게 해놓고...}
소일초의 몸을 슥 훑어보는 주소아가 눈을 크게 떴다.
[안 변한 부분도 있잖아!]
{응... 여기?

여기는 본래 그대로야. 아무리 해도 더 커지지 않던데...}
주소아의 말에 소일초도 자신의 어느부분을 내려다보며 머리를 긁적엿다.
{아차! 나한테는 그게 없어서 미처 그걸 크게 만드는 법문은 만들지 못했어!

내 몸에 달린건 다 되는데...}
이마를 치며 자책하던 주소아는

이내 자신이 말을 실수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입을 다물었다.

{넌 된다구? 그럼 직접 한 번 해봐!}
{그래, 잘봐.}
정말 잘보고 배워놓으라는 듯이 눈길을 준 후

주소아는 소일초를 한쪽으로 밀쳐 놓으며 누운자세를 반듯이 했다.
젖빛으로 뽀얀 주소아의 알몸은 아직 완전히 발육하지는 않았지만

약간 봉긋한 가슴 밑으로 펼쳐진 나신은

매일 보는 것이지만 소일초의 숨을 막히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일순간 그녀의 조그마한 발이 다리와는 불균형을 이루면서 커졌다.
다리가 쭉 가늘게 늘어나더니 다시 살이 오르며 정상적으로 되어가는데,

이번에는 잘록하던 허리가 스물스물 길어지며 상체가 한꺼번에 커지고 있었다.
목도 더 자라고 머리(頭)도 더 굵어졌으며 마지막으로 손과 팔이 늘어나고 커졌다.
{이건 얼마만큼 하면 좋을까?}
{크게! 무조건 크게!}
조그마한 유방을 보면서

주소아가 하는 말에 소일초의 주문은 무조건 크게이다.
{바보야, 적당한게 더 이뻐.}
직접 손으로 크기를 가름하면서 유방의 크기를 조절했다.

어느새 그녀는 완전히 성숙한 여인이 되어버렸다.
침상에서 커다랗게 자라버린 소일초를 보면서

성숙하게 변해버린 주소아는 조금 부끄러움을 느끼는데...
{내것도 크게해줘 빨리! 이건 불공평해.}
{안돼. 네건 본래부터 나이에 맞지 않게 큰 거였어.

더 크면 여자가 견디지 못해.}
{그런 법이 어디있어?

흥. 빨리 방법을 생각해 내지 않으면 아마 괴로울 걸?}
주소아!

그녀도 뭘 알기나 하고 하는 소린지!
아무튼 아침에 주루를 나가는 한 쌍의 젊은 부부를 보고

점소이는 언제 저 손님들을 맞았을까 생각하며 어리둥절 했다.

그는 그 부부가 맨발인 것을 보고 더 이상하게 생각했다.

* * *

소일초와 주소아는 여유만만하게 북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벌써 신을 사 신었다.
서로의 변한 모습에 킥킥대로 장난을 치면서 얼마를 걸었는지 모른다.
소일초의 그것도 과연 커졌을까?

안보니까 모르는 일이고...

{지금 쯤, 그 미행자는 사라진 우리를 찾느라고 허둥대고 있겠지?}
{히히! 어쩌면 우리한테 와서 어린 꼬마 둘 못봤냐고 물어볼지도 모르지!}
소일초가 고소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누가 우리 이름을 물어보면 뭐라고 할까?

그냥 주소아, 소일초하고 대답할 수는 없잖아.}
{물론 그렇게 대답할 수는 없지.

주일초(朱一招), 소소아(蘇小阿)라고 해야지! 윽!}
태평하게 말하던 소일초가 옆구리를 움켜쥐고 캑캑 거렷다.

주소아가 소일초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꽉 친 것이다.
{좀 진지해 질 수 없어? 덩치는 뭐 만해가지고...}
{좋아. 씨... 그럼 나는 무적검(無敵劍)이다.}

{그럼 난 승무적(勝無敵)이야.}
{그럼 난 무적검 안해. 승소아(乘小阿)라고 할테다.}
다시 주소아의 주먹이 그의 옆구리를 쳤지만 허공인듯 아무 감각이 없었다.

소일초가 이환공(移幻功)을 일으키고 미리 준비한 것이다.
{제길... 무적검을 이기는 승무적이나,

주소아를 밤마다 타는 승소아(乘小阿)나 그게 그거지!}
{알았어, 무적검(無敵劍)해. 나는 불패도(不敗刀)할테니까. 대신...}
{...}
{이번엔 내가 양보했으니까,

다시는 소아를 타느니 뭐니 하는 소린 꺼내지도 마!

남이 듣기라도 하면 어쩔려고 그래...}
주소아의 말투가 약간은 달래는 듯 하다.
{그래도 밤마다 내가 널 타는 건 사실인데...}
{그래도 안돼!}
주소아는 소리를 꽥 지르고 소일초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었다.
{삼성무림청을 뿌리 채 뒤흔들어 버릴 수 있는 일침이 생각났어!}
{무슨 계획인데?}
주소아의 음성도 들릴락 말락 낮아졌고,
{이번엔 직접 삼수(三秀)를 상대하겠어.}
순간 자기보다 커져 버린 소일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걷고있던

주소아의 몸이 제자리에 딱 멈췄다.
{무...무슨 말을 하는거야 지금?.}

하나 오히려 어른의 얼굴 만큼 커진 얼굴에 빙긋이 미소를 짓는 소일초였다.
{그정도로 놀라긴 뭘 놀래. 이제 삼수와 직접 붙어 볼 때도 됐지.}
우뚝!
석상처럼 한 곳에 멈춰버린 주소아가 소일초를 노려보며 물엇다.
{무슨 좋은 계획이라도 있는 거야?}
소일초의 눈을 염려스러운 듯이 빤히 쳐다보며 물어본다.
{없어. 그냥 너죽고 나살자는 식으로 무식하게 대결해 보는 거지.}
{말도…안돼!}
휘이이!
주소아의 떨리는 외침이 차가운의 북서풍에 휩쓸려 사라졌다.
그리고 한 곳에 굳은 주소아는 도대체 움직일 줄 모른다.
반짝반짝!
다만 별빛을 향한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고여 넘친다.
그녀의 몸에서 겨우 들릴 정도로 낮은 휘파람소리마저 잠잠해 진 듯 한데,
(이렇게 하는 말은 장난이 아니야! 정말로 싸울려고 하는 거야.)
소일초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걱정마! 나는 무적검이잖아!}
{바보야! 내가 지닌 생사보록(生死寶錄)의 원래 주인이 누군지 알아?

바로 그들, 할아버지의 못된 제자들인 삼수(三秀)란 말이야!

그 사람들 협공에는 고모부도 당해내지 못하고 부상을 입으셨단 말이야.}

{걱정말래두! 나는 검마의 진전을 이은 유일한 제자야.

일초무적검(一招無敵劍)이라구.}
이어 그녀를 안은채 걸음을 옮겨가는 그의 등에 희미한 겨울 햇빛이 내렸다.

* * *

소문...
무림에 전례없던 소문의 바람이 몰아닥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엇다.

-신행마동이 삼성무림청의 수뇌부에 도전장(挑戰章)을 냈다.
-일대일(一對一)의 결투를 원했다. 누구도 참여할 수 없는...
-장소는 화산(華山)의 옥녀봉(玉女峰)이지만 날짜와 시간은 알 수 없다.

소문, 이처럼 무림에 전례(前例)없던 열 세 살 짜리 꼬마와

한 문파의 수뇌와의 결투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 것이다.

중원천하의 모든 시선은 이들의 대결에 초점이 모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휘이이잉...
대지(大地)는 부는 차가운 북풍(北風) 도 일었다 자는데

무림인의 사이에 분 이 소문의 바람은 자는 법도 없이 더욱 거세져 가기만 한다.

* * *

손(手),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그 손은 여자의 것이었다.
더할 나위없이 희고 아름다왔으며 고결해 보이기까지 한 이 손에는

지금 짤막한 서찰(書札)이 들려있었다.
이 손의 임자는 바로 혈기자의 막내제자인 천외비연 조예진이었다.
굵은 황촉불이 사방을 밝히는 이곳은

백인장 중에도 좀더 정확히 말하면 도왕 소선풍의 침실이다.
그녀의 앞에는 영문을 모르고

그녀의 얼굴을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는 도왕 소선풍이 침상에 누워있다.
한 순간 서찰을 바라보던 조예진의 동공에

애써 참으려하던 고통스러운 눈물이 솟아났다.
뚝뚝...
그리고 두 방울의 눈물이 서찰에 떨어졌다.
{여보! 무슨 일이오?}
아내의 눈물을 보고 불길함을 느낀 소선풍이 고개만을 움직이며 그녀에게 물었다.
서찰을 보낸 사람은 주소아였다.
그리고 그 서찰의 내용은 바로 소일초가

삼성무림청의 수뇌부인 삼수에게 도전장을 냈다는 것에 관한 것이었다.
눈!

조예진의 그 아름다운 두 눈은 솟은 눈물을 감추려하지 않는다.
{소아가 보낸 것이예요.}
그리고 그 눈물로 가득한 시선으로 서찰을 소선풍에게 읽어 주었다.

<고모부!
이제는 말씀도 잘 하신다고요?

고모도 잘 계시겠지요? 일초와 나도 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일초가 삼수에게 직접 도전을 했답니다.

일초는 자신있으니까 아무 염려 마시라고 하는 군요.
제가 말렸지만 들으려고 하지 않아요.

자기 말로는 검마의 제자는 일초무적이라나요?
빨리 나으셔요.
주소아 올림 >

조예진의 두 눈에 동글동글 솟아 오는 눈물은 닦을 틈도 없이 두 볼을 타고 흐르고

소선풍은 아무말 없이 묵묵히 있었다.
조예진이 그의 가슴에 얼굴을 뭍고 터뜨리는 오열은 더욱 짙어지고

손가락도 움직이지 못하는 소선풍의 시선이

바닥에 떨어진 서찰의 위를 힘겹게 움직인다.
그리고 깊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조예진을 부른다.
{여보! 삼수의 무공이 가공할 것이기는 하지만 일초 역시 그다지 뒤질 것은 없지 않소?

일초가 검마의 진전을 완전히 이었다면 승산도 점칠 수 있고...}
{흑흑! 우리 일초는 아직 어린 말썽꾸러기라구요.

흑... 어떻게 진짜로 사형들 같은 고수들과 싸울수 있겠어요? 흑흑...!}
흐느끼면서 조예진이 말했다.
{어쨌든, 백인장을 나가 삼성무림청을 상대한다고 할 때부터 예정되어진 일이 아니겠소?}
{누가... 흑... 직접 그들과 싸우랬나요?

단지 삼성무림청이 정말 사형들이 만든 것인가만... 흑흑... 확인해 주길 바랐죠.}
조예진은 자신의 말이 모순됨을 그녀 스스로도 알고 있다.
소일초가 무림에서 승승장구할 때는 아무 걱정도 없다가

갑자기 진짜 고수인 그녀의 사형들과 결투하기로 했다니까

걱정이 되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 그녀였다.

그녀의 가슴은 부풀어 터질 것처럼 안타까운 연민에 가슴이 아렸다.
이 백인장에 오직 소선풍만 바라보고 들어와서 그의 전처였던 이주용이 낳은 두 살 박이 괴물같은 아기,

온갖 저질을 다 해대는 그 천하의 말썽꾸러기 때문에 얼마나 속상했던가?
아기를 가질 수 없는 그녀였기에 온갖 정성을 다해서 길렀는데

그래서 이제는 자기가 낳은 아기나 조금도 다름없는 일초인데,

그 아들이 수 천리 타향에서 아버지의 복수를 직접 계획하고 있다.
그의 적이 얼마나 고강한 고수인지도 모르면서 겁없이 직접 겨루려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