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마동 (제1권)
第 一 章 天下第一人의 弟子들
누천년무림사에
일대 획(劃)을 그을 수 있는 절대무이(絶對無二)의 초고수가 당금에 있었다.
그는
전 무림인에 의해서 서슴없이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으로 불리어졌다.
어느 누구도 그의 적수가 될 수 없었으며,
심지어는 그가 사용하는 무공의 연원조차 아는 자가 전혀 없었다.
-혈기자(血旗子)!
바로
그였다.
저
소림의 달마대사나 무당의 장삼풍에 비견대는 무학의 일대조종(一大祖宗)!
고금을
통틀어도 그의 이름앞쪽에 설 수 있는 인물은 고사하고 비견될 수 있는 이름조차 찾기 힘들 지경이었다.
혈기자는
이미 오래전에 절대무적의 경지에 올라선, 가장 강하고 그래서 가장 고독할 수밖에 없었던 인물이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인간이기보다는 무신(武神)이나 선인(仙人)으로 취급되었다.
누구도
감히 그의 신성불가침함에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천하제일인이 오래 전에 은거에 들어갔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천하무림은 결코 그의 존재를 잊을 수 없었고,
그렇기에 조용히 칩거하는 이 거인을 깨우지 않기 위하여 정사(正邪)가 모두 자중하고 있었다.
혈기자의 별호에서 보듯이 이 천하제일인을 잘못 건드리면
어느
누구도 피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실로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혈기자의 아들 부부가 무림에 나왔다가 일단의 사파무리에 의하여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등천마교(騰天魔敎)!>
바로
이들이 범인이었다.
저
전설속의 비밀결사인 마교(魔敎)의 후예임을 자처하는 광폭한 이 무리들이
자신들의
위세를 과신한 나머지 혈기자의 피붙이를 살해하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자신들
뿐만 아니라 전 무림에 가공할 재앙을 불러들인 등천마교는
사실
당금의 강호무림을 분할하고 있는 가장 강대한 네개의 세력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름하여
신주사패천(神州四覇天)-!
등천마교는
그 신주사패천중에서도 연원은 가장 일천(一淺)한 문파였다.
하지만
그들의 욱일승천하는 기세는 오래전부터 전무림인들에게 경계의 대상이 되어왔었다.
등천마교내에는
고수들이 즐비했으며 교주인 등천마황(騰天魔皇) 조천수(趙千壽)는
은연중에
마도대종사(魔道大宗師)로 여겨지고 있었다.
하지만
황산(黃山)의 절곡에 은거하며 아들 내외를 기다리던 혈기자가
종내 돌아오지 않는 아들 내외를 기다리다 못해 세상에 나선 순간 등천마교의 신화는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
안개가 뿌옇게 끼어 있는 어느날 새벽,
장강(長江)을 끼고 세워져 있던 등천마교의 총단(總壇)에서 갑작스런 비명이 울려퍼지기 시작했고...
안개가 완전히 걷혀져 유월(六月)의 햇살이 장강 일대를 아름답게 비추었을 때,
한명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단장(短杖)을 짚고 등천마교의 총단에서 유유히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모두 잠에서 깨어났어도 등천마교만은 깨어날 수 없었다.
등천마교
본단에 있던 모든 인간들은 이미 머리를 보존하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무림사에
유래가 없는 대살겁(大殺劫)이 바로 천하제일인 혈기자에 의해 자행되었다.
교주인
등천마황 조천수 이하 등천마교 총단의 이천칠백여 교도들은
반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모조리 죽음을 당했다.
그것도
하나같이 머리가 파열되어 분간할 수 없는 처참한 모습으로...
이
대살겁에서는 하물며 개와 고양이등의 미물들마저도 벗어나지 못했으니 천하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사람에 의한 거대한 문파의 몰살!
이
어찌 전율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무림의
모든 문파들은 행여나 이 전대미문의 살겁의 불똥이 자신들에게도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해 했다.
그러나
불행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혼자 손으로 천하사대거파중의 하나인 등천마교를 멸해버린 혈기자는
그길로
다시 황산 절곡으로 돌아가 산문(山門)을 닫아 걸어버렸다.
다만
혈기자의 제자들이라고 알려진 네 명의 남녀가 머리를 잃고 우왕좌왕하는
등천마교의 지단(支團)들마저 완전히 쓸어버렸을 뿐이다.
-혈기사신재(血旗四神才)!
천하제일인의
네제자들!
무려
이만여명에 달하는 등천마교의 교도들이
그들 혈기사신재에게 살해당함으로써 대살겁은 종식을 고하게 되었다.
이 전대미문의 대살겁에 소요된 불과 한달 남짓,
그러나
신주사패천중에서도 가장 호전적이라던 등천마교는 더이상 지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등천마교가
사라진 후 혈기사신재도 함께 세상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강호인들은 이 끔찍한 혈겁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무림은
이를 일컬어 혈기대살겁(血旗大殺劫)이라 부르며 전율로 기억했다.
어느
누구도 대적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천하제일인 혈기자(血旗子)의 이름과 함께...!
× × ×
-황산(黃山)!
무릇
황(黃)이란 오행(五行)의 중심이며 중원의 상징 색이 아닌가?
그러기에
황산은 중원의 중심이며 도교(道敎)의 본산(本山)이다.
인간의
발길이 미치는 황산의 골골에는 어김없이 도관과 사당들이 들어서있다.
하지만
그 황산의 너무도 깊고 깊어 인적이 닿지 않는 곳에는
두
개의 절봉 사이에 이만 여 평의 분지가 그림같이 펼쳐져 있었다.
세외선경이란
말이 잘 어울리는 이 분지에는
들쑥날쑥한
수많은 석순(石筍)들과 천년노송(千年老松)들이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여기가
바로 황산 제일의 금역(禁域)인 석송림(石松林)이다.
석송림이
금역으로 화한 것은 이곳에 한명 신인(神人)이 은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피빛의 혈기(血旗)를 신표(信標)로 삼는 천하제일인이...!
오후의
나른 한 햇살이 석송림을 눈부시게 비출 때,
[호호호!
재미있지 아가야?]
문득
옥슬같이 해맑은 웃음 소리가 석송림을 울렸다.
한명
아름다운 소녀가 세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아기를 안고 콧노래를 부르며
석순(石筍)들의
숲 속을 춤추듯이 걷고 있었다.
나이는
잘해야 열 일곱 살 쯤 되었을까?
세속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해맑은 용모의 소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콧노래
장단에 맞추어 아기를 번쩍 들어 올리기도 하고 빙글빙글 돌기도 하였다.
아기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도 까르르 들리고...
소녀의
청초한 웃음소리도 함께 들렸다.
그때였다.
[막내사매,
빨리 오너라. 다들 기다리고 있지를 않느냐?]
어디선지
굵직한 사내의 음성이 소녀의 귓전에 들려왔다.
{미안해요
대사형! 지금 가요!}
소녀는
즉시 대답하며 아기를 바짝 가슴에 당겨 안고 허공으로 몸을 뽑아올렸다.
화라락!
너울너울
춤추는 나뭇잎처럼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소녀의 자태! 하강한 선녀의 모습이 저러할까?
소녀가
오륙십장쯤 날아갔을 때, 문득 십장 높이의 거대한 돌기둥이 눈 앞으로 확 다가왔다.
수평으로
날아가던 소녀의 몸이 반쯤 비틀리더니 바람에 휘감기듯 수직으로 솟아올라 그 거대한 석순 위에 올라갔다.
{제가
조금 늦었나요?}
석순위에
내려선 소녀는 주위를 돌아보며 인사를 했다.
제법
넓고 평평한 그곳에는 세명의 신태비범한 젊은 청년들이 먼저와서 앉아 있다가 그녀에게 자리를 내 주었다.
{왔으니
됐다. 바로 본론에 들어가기로 하자.}
중앙에
앉아 있던 흑의를 입은 청년이 말했다.
나이는
이십대 중반쯤인데 네모 반듯한 얼굴에 사자(獅子)같이 위맹한 인상을 지닌 청년이었다.
{대사형!
지금 사부님께선 어디 계신지요?}
소녀가
묻자 대사형이라 불린 사자얼굴의 흑의청년이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묘시(卯時)
말에 무진동(無塵洞)에 들어가셨다.}
{마침
적당한 때로군.}
소녀의
왼쪽에 앉아 있던 청삼을 입은 영준한 청년이 대사형이란
흑의청년의 말을 받으며 눈을 번뜩였다.
[....!]
[....!]
잠시
네 남녀 사이로 심상한 침묵이 흘렀다.
그들의
눈빛은 은은한 두려움과 흥분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윽고,
대사형이라 불린 흑의청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사부님께서는
사제(師弟) 부부가 등천마교의 무리에게 변을 당한 이후로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리셨다.}
{...}
{사부님은
변했다. 나쁘게 말하자면 마성(魔性)에 빠지신 게지.}
[...!]
[지금
무진동(無塵洞)에 들어가 폐관(閉關)하신 것도 보다 살기가 강한 무공을 창안하기 위해서다.
만일 사부님께서 폐관을 마치고 나오시면 어떤 또 끔찍한 살겁을 자행하실 지 모르는 일이다!]
[무언가 대책을 세워야만 하오]
네 남녀의 심각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이어졌고...
마침내
그들은 어떤 결론에 도달한 듯 했다.
그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서 손가락을 물어 나온 피로 무언가를 맹세하는 혈서(血書)를 썼다.
바야흐로
역천의 모의가 이루어진 것이련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기는 그들을 방실거리면서 쳐다보았다.
× × ×
저녁무렵,
석송림의
가장 안쪽인 절벽 밑에는 아담한 석옥(石屋)이 몇 채 서있다.
그중
제일 좌측의 석옥, 방안에는 직접 손으로 만든 듯한 소박한 나무침상과 탁자가 놓여있었다.
막내사매라
불린 예의 소녀는 안고 있던 아기를 작은 침상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아기는
이미 깊은 잠이 들었는지 새근새근 숨소리만 내고 있다.
소녀의
이름은 조예진(趙藝珍),
그녀는 바로 저 천하제일인인 혈기자(血旗子)의 네 제자
혈기사신재(血旗四神才)중
막내로서 별호를 천외비연(天外飛燕)이라고 한다.
이곳
석송림은 바로 혈기자의 은거지다.
그
때문에 석송림 일대 백여리는 무림금지로 화한 지 오래였다.
그리고
천외비연 조예진이 낮에 석순 위에서 만났던 청년들이 혈기사신재의 다른 셋이었다.
-사면천왕(獅面天王)
위청천(衛靑天)!
-옥기린(玉麒麟)
대성화(代成華)!
-천수마영(千手魔影) 사진성(史震聲)!
이들 세 청년과 천외비연 조예진이란 소녀야말로 단 한달만에
등천마교(騰天魔敎)의 교도 이만여명을 척살하여 전무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장본인들이었다.
전대미문의
혈풍을 일으켰던 혈기사신재가 이제 겨우 이십전후의 젊은이들이라는
사실을 누가 믿겠는가?
천외비연
조예진은 나직히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지난
번에 강호에 나갔을 때 그분을 만나 보았어야 했는데...!}
그녀는
마음 속으로 한 사람을 생각해 내고는 얼굴을 붉혔다.
사실
그녀는 일년전 부터 한 사내에게 온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그녀 자신에게 애모의 대상이 생겼다는 것은 세 사형도 모르는 그녀만의 비밀이었다.
{확실히
사부님이 변하기는 했어. 대사형의 말처럼 이성을 잃었던 것도 사실이고...!}
그녀는
낮에 석순 위에서 했던 논의를 생각해내고는 표정이 굳어졌다.
혈기자는
늦으막히 얻은 아들 내외가 등천마교의 무리들에게 살해당한 후에 성격이 많이 변해 버렸다.
직접
등천마교의 본단에서 대살겁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젊은
네 제자들로 하여금 무려 이만명에 달하는 등천마교의 교도들을 살해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무진동에 들어가서 또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조예진은
자신의 세 사형들의 야심(野心)이 적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당금의 강호에서는 그들 네 사형제들의 무공을 당할 수 있는 인물이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사형들은 이번 기회를 빌어서 내심 사부의 그늘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조예진 자신도 사부가 요즘 들어 더욱 무서워지고 정신도 온전한 것 같지도 않아서 불안했었다.
석송림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그녀 역시도 간절했던 것이다.
물론
세 사형들처럼 야망이 아닌 다른 이유때문이긴 했지만....!
아무튼
사부 혈기자 몰래 석송림을 떠날 계책이 그들 네 사형제에 의해서 세워졌고...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사부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사부의 어린 손녀,
즉 등천마교도들에게 살해당한 혈기자 아들 부부의 소생인 주소아(周小阿)를 데리고 가기로 했던
것이다.
사부의
손길도 피할 수 있을 뿐더러
어린 주소아를 마성에 빠진 사부에게 맡겨 놓을 수도 없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사부님은 앞으로 영원히 이 석송림을 나오지 못하실 것이다.
휴!
아무리 사부님의 정신이 이상해 졌다고 해도 꼭 이렇게 까지 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녀는
죄책감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연세때문에 무공이나 줄어들면 아무 염려없이 모실 수도 있을 텐데...}
그렇다.
혈기자의 무공은 나이를 몰랐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더욱 고강해지고 있었다.
{무진동을
파괴한다고 해도 사부님은 이미 금강불괴의 몸이니 조금도 상처를 입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고 땅을 뚫고 밖으로 나오시겠지}
그녀는
우울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고 어둠이 깃드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주소아를 데리고 간다는 우리가 남긴 글을 보신다면
아마도
평생을 이 석송림 밖으로 나오시는 일은 없으시겠지!}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보며 탁자 주위를 돌았다.
{한데,
그분께서 만약 내가 사부님을 배신한 것을 알면 뭐라고 하실까? 나를 용서해 주시기나 하실까?}
그분,
과연 그분이 누구이길래 사부를 떠나기로 작심한 그녀가 사부보다 오히려 그를 더욱 염려한단
말인가?
사랑에 빠진 아녀자란 게 다 그런 것이긴 하지만...!
다음날
아침,
콰르릉!
요란한
폭음과 함께 석송림 안쪽 절벽이 무너져 내렸다.
수천관의
화약이 폭발하며 절벽 아래에 자리한 작은 동굴 하나가 파괴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절벽이 무너지며 일어난 자욱한 먼지를 뒤로 하고 네 줄기의 인영이 석송림을 빠져 나갔다.
그것이
무림사에 다시 없을 대겁풍의 서막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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