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 31장 후계자 [5]
(647) 31장 후계자-9
“이태영은 타슈켄트에 머물고 있습니다. 장관님.”
앞자리에 앉은 유병선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바이어인 경찰청 부청장을 두 번 만났습니다.”
서동수가 눈동자의 초점을 잡고 유병선을 보았다.
집중하는 표정이다.
서류를 편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통화로 직속상관인 1부장에게 보고했는데 타슈켄트에서 200여㎞ 떨어진 반군과의 교전 지역에
가서 3일 동안 머물면서 반군 지휘부 일원인 모하마드를 만났다고 말했습니다.”
“어허.”
서동수의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뱉어졌다.
며칠 전 우즈베키스탄으로 단독 출장을 떠난 이태영은
서동수의 특별지시로 비밀리에 보호를 받고 있다.
따라서 보호팀도 따로 유병선에게 보고서를 올리고 있다.
“그놈 대단하군. 반군 지휘부까지 만났다니 말이야. 그래서?”
“이태영은 반군이 타슈켄트를 함락하면 빅 오더를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제는 서동수가 눈만 크게 떴고 유병선이 서류를 계속 읽는다.
“생필품은 물론 건설 오더도 하겠다는 겁니다. 그 대신에….”
“말해봐.”
“미화 현찰로 300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겁니다.
군 장비를 사는 데 필요하다면서 말입니다.”
“반군이 말인가?”
“예, 그래서 이태영은 거절했다고 합니다.
만일 일이 잘못되면 정부로부터 반군 일당으로 취급될 테니까요.”
“잘했어. 그래야지.”
“거절은 했지만 인연을 맺었으니 향후 정국이 어떻게 되건 유리할 것이라고 보고했답니다.”
이것이 이태영의 현지출장 구두 보고다.
적지에 뛰어든 용사 같은 행위이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을 때 유병선이 다른 서류를 펼쳤다.
“이것은 현지 파견관 보고서입니다.”
현지 파견관은 유병선이 따로 고용한 이태영의 보호 역이다.
국정원 출신의 노련한 수사관이 현지의 KGB 출신과 팀을 이루고 있다.
힐끗 서동수에게 시선을 준 유병선이 서류를 읽었다.
“이태영은 교전 지역에 가 있었다는 3일 동안 타슈켄트의 호텔 풀장과 사우나,
클럽에서 여자하고 즐기고 있었습니다.”
외면한 유병선이 서동수 앞에 사진 여러 장을 내려놓았다.
서동수는 시선만 준 채 집지 않았고 유병선의 말이 이어졌다.
“이태영은 거짓말한 것입니다.
교전 지역에 잠입하는 데 필요하다고 현금 5만 달러까지 송금받았습니다.”
서동수는 눈만 껌벅였고 유병선이 다시 사진 몇 장을 서동수 앞에 놓았다.
“여기 이태영의 정부 사진입니다.
이태영은 이 여자에게 아파트도 얻어주었고 차도 사주었습니다.
이름이 스텔라지요.”
그때야 서동수가 사진을 집어 들었다.
여자는 검은 머리칼의 미녀다.
이태영과 함께 수영장 안에서 껴안고 있었는데 둘 다 활짝 웃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에 둘이 서 있는 사진도 있다.
한국산 중형차 운전석에 앉아 있는 여자 사진을 보면서 서동수가 감탄했다.
“이 자식, 이런 미인을 데리고 살다니.”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던 여자였습니다.”
“그러면 어때?”
“위험한 놈입니다.”
“뛰어난 놈이야.”
그때 유병선이 잠자코 서류를 내려놓았다.
더 이상 말할 것이 없다는 표정이다.
(648) 31장 후계자-10
아파트 벨이 울렸으므로 스텔라가 문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누구세요?”
“소피아야.”
이웃집에 사는 친구다.
몸을 돌린 스텔라가 거실에 앉아있는 이태영을 보았다.
“소피아도 이번 파티에 초대할까?”
“네 맘대로 해.”
다시 TV로 시선을 돌리면서 이태영이 건성으로 대답했다.
TV에서는 반군과의 교전 내용이 방영되고 있었는데
본사에 보고할 때 요긴하게 써먹을 수가 있다.
그때 문이 열리더니 스텔라의 놀란 외침이 들렸다.
“누구세요?”
머리를 돌린 이태영은 소피아 뒤에 서 있는 사내들을 보았다.
사복 차림의 세 사내는 스텔라를 밀어젖히고 방으로 들어섰는데
시선이 모두 이태영에게로 쏠려 있다.
이태영이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다가선 사내 하나가 물었다.
“당신이 코리안 미스터 리인가?”
“무슨 일이요?”
이미 얼굴이 하얗게 굳어진 이태영이 묻자 사내 둘이 이태영의 양쪽 팔을 잡았다.
스텔라는 입만 딱 벌린 채 벽에 붙어 서 있었고 문 여는 데 앞장섰던 소피아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앞쪽의 사내가 말했다.
“널 반란군과 접촉한 죄로 체포한다.”
“뭐요?”
이태영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때 팔을 낀 사내들이 이태영의 양팔을 뒤로 젖히더니 수갑을 채웠다.
이태영이 팔을 흔들면서 소리쳤다.
“내가 반란군하고 접촉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 난 반란군을 알지도 못한다고!”
“넌 반란군 간부 무함마드를 만났어.”
앞에 선 사내가 정색했다.
“무함마드, 기억나지 않나?”
“처음 듣는 이름이야!”
“넌 닷새 전에 치쿠로 내려가서 무함마드를 만나고 이틀 전에 돌아왔다.
사흘 동안 치쿠에 있었던 거야.”
“천만에!”
그러고는 이태영이 헛웃음을 지었다.
“난 그때 이곳에 있었어. 여기 스텔라가 증인이야!”
“거짓말 마!”
“스텔라하고 수영장, 사우나, 밤에는 나이트클럽을 갔어! 증인이 100명도 넘어!”
“우린 네가 네 상관한테 보고한 통화 내역을 갖고 있어.”
눈을 가늘게 뜬 사내가 말을 이었다.
“네 출장 보고서 말이야. 우린 다 번역을 해서 갖고 있다고.”
“아, 아니…….”
그때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이태영이 더듬거렸다.
“그, 그것은 모두 거짓말이야!”
“이 자식, 거짓 보고를 했다고? 대답이 궁색하군.”
입맛을 다신 사내가 이태영의 팔을 끼고 있는 두 사내에게 지시했다.
“이놈 사물을 챙겨.”
“이것 봐, 나는…….”
그때 옆에 선 사내가 손바닥을 휘둘러 이태영의 뺨을 쳤다.
전자밥통 뚜껑 같은 손바닥이 날아가 뺨에 부딪치자 이태영은 소파 위로 넘어졌다.
“아이고.”
이제는 더럭 겁이 난 이태영이 소리쳤다.
“전화를! 내 회사에 전화!”
“네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 이 반역자!”
“저기, 동성 회장실로 전화를! 동성 회장이 바로 신의주 장관이야!”
“이건 오바마가 나서도 안 돼, 이 새끼야.”
사내가 뱉듯이 말하고는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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