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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31장 후계자 [6]

오늘의 쉼터 2015. 6. 21. 00:04

<325> 31장 후계자 [6]

 

(649) 31장 후계자-11 

 

 

 

“어서 오세요.”

오후 9시 반,

손님 하나가 들어섰으므로 최정현이 반겼다.

두 번째 손님이다.

10시가 넘어야 손님이 모이지만 오늘은 뜸한 편이다.

포장마차 안을 훑어본 손님이 자리에 앉더니 최정현과 시선을 마주쳤다.

50대 초반쯤 되었을까. 양복 차림에 단정한 용모, 눈빛이 조금 차갑게 느껴졌다.

 

“뭘 드릴까요?”

 

최정현이 시선을 떼지 않고 부드럽게 물었다.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다.

이런 시선을 받으면 기가 죽었다.

전 남편 양준기의 영향이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다.

이 또한 서동수의 영향이다.

그동안 서동수의 별장에 세 번 다녀왔고 지금은 단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리듬이 맞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궁합이 아니다.

사는 것이 즐거워진 것이다.

 비록 포장마차 매상이 겨우 먹고살 만큼만 되었어도 배가 부른 것이다.

그만큼 생활에 여유와 활력이 생기고 있다.

 

“아, 저기, 에….”

 

사내가 안주 진열장을 보면서 더듬거렸으므로 최정현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때 사내가 안주에서 시선을 돌리더니 최정현에게 말했다.

 

“저기, 제가 장관 비서실장 유병선이라고 합니다.”

 

놀란 최정현이 들고 있던 순대를 어묵 냄비 속에 떨어뜨렸다.

그러나 국물이 튀지는 않았다. 여전히 정색한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장관께서 조선자동차 건설현장의 구내식당을 해 보시라고 해서 제가 찾아온 것입니다.”

 

이제는 유병선의 얼굴이 풀렸고 눈빛도 따뜻해졌다.

두 손을 든 유병선이 조금씩 흔들면서 말하는 것이 더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건설현장 근로자를 위한 식당이니까 손님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매일 세끼 식사를 만들어 줘야 되지만 식당 직원을 3교대로 운영하면 되겠지요.”

“…….”

“예, 제3식당을 맡게 되시는데 식당에서 밥 먹는 인원은 600명쯤 되겠습니다.

600명이 하루 세끼를 먹는 거죠.”

“…….”

“물론 식비는 다 회사에서 냅니다.

지금 운영되는 제1, 2식당이 한 끼에 5000원씩이니

그 기준으로 보면 매출은 하루 900만 원이 되겠습니다.”

 

그 순간 최정현이 숨을 들이켰다.

최정현은 회계에 좀 어둡다.

하긴 큰돈을 계산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포장마차의 하루 매상이 15만 원 정도였고 가장 많았던 때가 27만 원인가였던 것이다.

그런데 하루 900만 원이라니,

그것도 보장된 손님이, 그러면 한 달에 얼마인가.

눈동자의 초점이 흐려진 최정현이 겨우 입만 벌렸을 때 유병선이 작게 헛기침을 했다.

 

“저기, 내일 비서실 직원하고 만나서 식당에 한번 가보시지요.

직원이 자세히 설명해 드릴 것입니다.

식당에 필요한 집기나 주방기구는 모두 준비해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

“식당 고용원도 모집해 드릴 것이니까 맡겨 두시고요.

최정현 씨께서는 관리만 해주시면 됩니다.”

“저기.”

 

마침내 최정현이 상기된 얼굴로 손을 조금 들었다.

심장이 너무 세게 뛰는 바람에 딸꾹질까지 나오려고 한다.

 

“장, 장관님은요?”

 

그러자 유병선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빙그레 웃었다.

 

“장관님께서도 곧 연락하실 겁니다.”

 

 

 

 

 

(650) 31장 후계자-12 
 

오전 11시,

서동수가 평양 주석궁 접견실에서 김동일과 마주 앉아 있다.

오늘은 배석자도 없는 단 둘만의 만남이다.

김동일은 무거운 표정이다.

앞에 놓인 인삼차 잔은 손도 대지 않고 소파에 등을 붙인 자세로 앉아 있다.

이윽고 머리를 든 김동일이 서동수를 보았다.

 

“박세중 씨가 형님 후임으로 신의주 장관에 추천된다는 보도가 있더군요.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곧 지도자 동지께 대통령이 추천서를 보낼 겁니다.”

 

서동수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김동일을 보았다.

김동일이 형님이라고 불렀지만 오늘은 예의를 차리고 싶은 것이다.

 

“박세중 씨는 원만하고 신의주를 발전시키는 데 적임자입니다.

지도자 동지께서 승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형님께서 추천하시니 당연히 승인해야지요.”

 

외면한 채 말했던 김동일이 머리를 들고 서동수를 보았다.

 

“형님, 우리 북조선은 어떻게 될까요?”

 

김동일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다.

서동수의 장관직 사임을 보고 김동일도 자신의 거취를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그것을 에둘러서 말한 것이다.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시작이 있으면 다 끝이 있는 법이지요.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

“맛이 있다고 배부르게 먹으면 속이 거북한 경우하고 같지요.

적당하게, 조금 모자란 것같이 먹어야 뒤가 개운합니다.”

“그렇지요.”

 

김동일이 머리를 끄덕였지만 그늘진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다시 인삼차 잔을 내려다보던 김동일이 머리를 들었다.

 

“내가 원했던 자리가 아니었어요.

아버지의 후계자가 되었고 인민을 위한 의무라고 교육받았습니다.”

“…….”

“내가 맡지 않았다면 공화국은 격심한 혼란 상황에 빠져서 수백 만의 인명 피해가 났을 겁니다.”

“…….”

“북조선에도 기득권 세력과 개혁 세력이 공존하고 있어요.

갑자기 권력 공백 상태가 되었다면 내전(內戰)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길게 숨을 뱉은 김동일이 서동수를 보았다.

 

“나는 북남연방제를 합의하고 북남 공동정권의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에 물러날 예정입니다.”

 

서동수는 시선만 주었다.

그것은 5년쯤 후가 될 것이다.

내년에 북남연방제가 양국의 합의로 결정되면 연방대통령 선거는 4년 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는 한반도가 동북아의 중심이 된다.

제주도에 미국 태평양함대 사령부가 건설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신의주로 흘러들어온 중국의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한반도 친중화(親中化)의 상징이라면 제주도의 미 7함대 사령부 이전은 친미화(親美化)의 상징이다.

그렇다고 한반도가 100년 전의 조선처럼 열강에 휘둘리는 미약한 존재가 아니다.

핵을 보유한 세계 3위의 군사력을 갖춘 강국(强國)이다.

그러나 일본은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더 이상 미국의 등에 업힌 존재가 아니다.

동북아의 중심국 한국의 오른쪽에 있는 나라일 뿐이다.

그때 김동일이 다시 말을 이었다.

 

“형님이 장관은 물러나시더라도 우리 북조선의 직위 하나는 맡아 주시지요.”

“알겠습니다. 맡지요.”

 

서동수가 흔쾌히 수락했다.

이제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수시로 사업 현황도 말씀드려야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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