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 미끼-14
“뭐 신문에 크게 나오고 싶으신가 보네.
요즘 의붓아버지가 딸을 건드려 쇠고랑, 아니 전자발찌 차는 기사가 많이 나오던데….”
“흐흐… 그러게 말이야.”
“제 말은 이제 노구를 정착하실 때도 됐다는 말이에요.
주거부정에 주민등록 말소에 아직까지 그렇게….”
“유미야, 난 한 밑천 잡으면 대한민국 떠날 거다.
이 코딱지만 한 나라에 아등바등 죽기살기로 붙어사는 거 미련 없다.
너도 한몫 잡으면 나 따라 나서지 그러냐?
큰 고기는 큰물에 나가 놀아야지.
이런 가두리 양식장 같은 데서 너도 참….”
“생각해줘서 고맙네요.
전 제 갈 길 알아서 갈 테니 아저씨나 제발 잘하세요.”
큰물 좋아하시네. 큰집 드나들지 마시고요.
그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으나 유미는 삼켰다.
모두들 모른 척했지만 조두식이 눈에 안 보이면 그러려니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도 조두식에게 그 부분에 대해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조두식조차도.
그가 다시 나타날 때면 그는 배를 타고 먼 곳을 다녀왔다고 했다.
어쩌면 그것도 사실일 것이다.
“흐흐흐… 너나 잘하세요.”
조두식이 유미에게 말했다.
“너도 언젠간 내가 필요할 거다.”
조두식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술 취한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속으로 유미는 안도했다.
술 취한 조두식이 막무가내로 뻗어버리면 난감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예전처럼 유미에게 집적대기라도 한다면….
아아, 정말 조두식은 필요악인 존재다.
“걱정하지 말아라. 나, 간다.”
눈치 백단인 그가 현관으로 향했다. 유미는 인사삼아 말했다.
“정말 집밥이 너무 그리우면 연락하세요. 엄마보다야 못하겠지만….”
그 말에 조두식이 갑자기 유미를 안았다. 유미가 찔끔 놀라 몸을 빼려 했다.
“너 같은 딸이 정말로 하나 있으면 좋겠다.”
조두식이 유미의 머리칼에 고개를 묻고 등을 토닥였다.
유미는 그 말에 몸을 빼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그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조두식이 손을 한 번 들어서 작별인사를 대신하고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
조두식의 말이 자꾸 떠올랐다.
불가근불가원. 미끼를 물듯 말듯 꼬리춤을 추라고?
그를 경멸했지만 듣고 보니 언중유골이라고,
그의 말에 촌철살인의 인생철학이 들어있는 것도 같았다.
하나씩 흘리는 정보가 구체적이진 않아도 왠지 그의 말에
크게 의심이 가지 않는 것도 예전과 다른 마음이었다.
윤 회장이 ‘수빈’의 홍 마담과 그렇고 그런 관계였다고?
그런 관계였으니 윤 회장은 사랑을 실수라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그런 꼬장꼬장한 인간일수록,
또 입지전적인 인물일수록 자신의 신화를 만들고 싶어하니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이미지는 커트해 버리고 싶을 것이다.
어쩌면 내 과거가 드러나면 윤 회장은 나를 더욱 더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그토록이나 나를 반대하는 건,
윤 회장이 나의 과거를 이미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유미는 언젠가 윤동진이 자신을 스카우트할 때 했던 얘기가 생각났다.
누군가 유미에 관한 음해성 투서를 했노라고.
그러나 자신은 유미를 믿기 때문에 그런 걸 전혀 신경쓰지 않고 안중에도 없다고.
누군가가 이미 윤 회장과 윤동진에게 자신의 과거에 관한 정보를 준 게 아닐까?
누가? 그리고 어디까지?
유미는 미치도록 궁금해서 그 부분에 대해 윤동진에게 물어볼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스스로 제 무덤을 파려고 삽질을 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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