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 미끼-13
“안 받았어요. 그 자리에서 찢어 버렸어요.”
“잘했다. 통 큰 년. 맘에 들어.”
조두식이 엄지를 추켜올리며 유미의 얼굴을 귀엽다는 듯이 쓰다듬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그렇게 해 버렸어요.”
“그래, 넌 태생이 대어야.
똥인지 된장인지 안 가리고 미끼를 한번에 팍 물어 버리면 대어가 아니지.
이걸 명심해.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미끼와 거리를 잘 유지하는 거야.
그러면 안달 나는 건 강태공이란 말이지. 윤 회장이 널 잡으려 했겠지만,
내가 보기엔 유미 네가 이미 윤 회장을 잡았다.”
“그럴까요?”
“윤 회장, 널 포기하지 않을 거다.”
뭘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무슨 뜻이죠?”
“네가 자기 아들과 결혼하는 걸 끝끝내 반대하겠지.”
“왜 그럴까요?”
“그 인간이 좀 그래. 집요하면서도 또 복잡해요. 너 꼭 결혼해야겠냐?”
유미가 조두식을 쳐다보았다.
“넌 그냥 미끼만 맴돌면서 물듯 말듯 꼬리만 치면 돼.
너 왜 줄듯 말듯 꼬리는 잘 치지 않냐? 흐흐흐….”
조두식이 술 취한 얼굴로 징글맞게 웃었다.
“그렇게 해서 최대한 한밑천 잡으면 되지. 결국 윤 회장은 너에게 줄 수밖에 없어.”
“무슨 근거로 그렇게 쉽게 단정하세요? 그런데 전 결혼하고 싶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아까 말했던 윤 회장의 썸씽을 좀 알려 주세요.
그렇게라도 압박해서.”
“그 정도는 별거 아냐. 내가 너에게 다시 한번 말하는데 불가근불가원. 잊지 마.
모든 건 너 하기에 달려 있어. 넌 그저 물듯 말듯 꼬리춤이나 잘 추면 돼. 알겠냐?
그나저나 넌 결혼도 해 본 년이 그렇게 결혼에 환장하냐?”
“그땐 어렸고, 지금은 그때의 오유미가 아니잖아요.”
“그래, 이젠 너무 커서 잡아먹지도 못해. 흐흐흐….
많이 컸다. 이제 재벌이랑 놀고.”
“아저씬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시잖아요? 엄마의 가난과 불행에서 벗어나려고….
그냥 한번은 그게 헛된 꿈일지라도 욕망의 꼭짓점에 올라가 보고 싶었어요.”
유미는 농담을 하고 있는 조두식의 눈을 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조두식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그래. 모든 건 사필귀정이야. 그게 네 운명이라면 그렇게 되겠지.”
조두식이 유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필귀정? 그래요. 언젠가는 엄마의 죽음도 밝혀질 거라고 믿어요.”
유미는 일부러 조두식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한쪽 눈썹을 꿈틀 올리더니 이내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참! 잊어버릴 뻔했네.”
그가 양복 안주머니에서 돈뭉치를 꺼냈다.
빳빳한 5만원 신권 묶음이 두 개 나왔다.
“고마워요.”
“고맙긴. 내가 고맙지. 널 은행으로 생각하고 맡겨 두는 거야.
이자 붙여서 언젠가 또 인출해 갈 거다.”
“그나저나 요즘 어디에 계세요? 혼자 지내세요?”
“왜 혼자면? 들어와 살랴? 하긴 너가 딸 같아도 아직은 나도 사내인가 봐.
아래에 신호가 오는 거 보면,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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