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카르페 디엠 (Carpe diem)-16
“어, 용준. 어디?”
“앗! 실장님. 이 밤에 웬일이세요? 술 한잔한 목소린데….”
용준의 반색하는 목소리가 쩌렁하게 울린다.
“용준씨, 전에 명품가방 살 때 제값 다 주고 사니까 억울했지?”
“똑같은 걸 두 개나 사려니 더 억울하더라고요. 세일도 안 하고….”
“야, 오늘 세일인데 올래?”
“예…?”
“명품은 웬만해선 세일 안 하는데 오늘 세일한다.”
“가방요?”
“ㅋㅋㅋ… 아니, 나를.”
“허걱!”
“싫어?”
“그럴 리가요. 당장 달려가야죠.”
“오늘 죽을 각오하고 와.”
“아싸! 그 손에 죽으면 행복하죠. 아주 그냥 죽여줘요. 제발요.”
유미는 오늘 밤,
심란한 마음자리 때문에 누군가와 화끈한 잠자리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할 거 같았다.
약이 없으면 잠을 못 잔다는 인규처럼 되고 싶진 않다.
식물은 척박한 환경에서 더욱 꽃을 피운다고 한다.
인간 역시 불안하면 강렬한 섹스의 욕구가 생긴다.
유미는 오늘 밤 강렬한 섹스를 하고 싶었다.
그게 유미의 솔직한 욕망이다.
그렇다고 밖에 나가 헌팅을 하긴 싫고,
그렇다고 넓적다리에 바늘을 찌르며 참고 잘 수도 없다.
이왕이면 윤동진이 적격이겠지만,
그는 유미가 원할 때면 대부분 해외에 나가 있거나 연락 불통이다.
그와 결혼한 후에도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한다면
화려한 결혼 생활도 재고해 보아야 할 일이라고 유미는 가끔 생각한다.
핸드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부에는 하룻밤 유혹할 남자들이야 있겠지만,
유미는 용준을 러브콜했다.
이런 날은 상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유미는 오로지 자신의 불안과 잠재되어 있는 광기와 폭발 직전의 수류탄 같은
욕망을 마구마구 터트리고 싶었다.
누군가가 안전핀을 제거해 주길 원했다.
용준이 총알처럼 유미의 집에 당도했다.
잠자리 날개처럼 투명한 네글리제의 앞섶을 헤친 유미의 뽀얀 젖가슴을 보더니
용준은 희희낙락했다.
앗, 아닌 밤중에 이게 웬 떡이냐, 하는 얼굴이었다.
유미를 따라 침실로 쫓아 들어온 용준에게 유미는
다시 한 번 클림트의 유디트를 흉내 내었다.
“오늘 밤, 우리 쌤, 예쁘게 취하셨네.”
“벗고 이리 와 봐.”
용준이 잽싸게 옷을 벗었다.
“오늘 밤 죽고 싶다 그랬지?”
용준이 입술에 침을 묻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용준, 뭐 생각나는 거 없어? 이거 알아맞히면 오늘 밤 무한 리필이다.”
“뭐 퀴즈 풀어야 해요?”
유미는 용준의 고수머리를 덥석 잡고 자신의 아랫도리에 무릎을 꿇리게 했다.
“저 거울 좀 봐.”
유미는 할 수 있는 한 온몸의 색기를 동원해서 에로틱한 표정을 지었다.
“이 그림 생각나는 거 없어?”
“아, 클림트의 유디트!”
“오우, 빙고!”
역시 미대 출신의 용준은 달랐다.
그러자 용준은 거울을 보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혀를 빼물고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아아, 얘 제법이네. 귀여워.
기분 좋게 유미의 몸에 취기가 돌면서 유미의 몸도 뜨거워졌다.
유미는 용준의 머리통을 자신의 아랫도리에 처박고는 벌렁 침대로 나가떨어졌다.
용준의 부드럽고 뜨거운 혀가 꿀병의 입구를 핥듯이 유미의 ‘작은입술’을 핥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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