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카르페 디엠 (Carpe diem)-13
“바보야. 이유진은 죽었잖아!”
너가 죽였잖아.
유미는 그렇게 덧붙이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았다.
그러나 인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멍한 얼굴로 유미를 바라보았다.
“그럼 누가 보냈는데?”
“그게… 홍두깨라는 아이디였는데… 메일이 문제가 아니라 동영상 파일이….”
“동영상?”
“으음… 그게 이유진이랑 찍은 거였어.”
지나간 과거지만, 인규에게 무언가
기분 나쁜 일을 생각나게 하는 거 같아 유미도 조심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인규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잡년놈들!”
“뭐라구? 인규씨!”
유미는 그렇게 불러놓고는 할 말이 없었다.
인규가 가출해서 유미의 집에 예고 없이 찾아온 날,
그날 밤에도 유미는 윤동진과 뒹굴고 있었다.
그걸 인규는 목격했을 것이다.
인규에게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어쨌든 인규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현장 속의 유미는 잡년일 수 있겠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이상한 건….”
일부러 유미는 화제를 돌렸다.
“이유진이 죽고 난 후 인규씨가 그 집에 가서 그 사람 물건 다 정리한 거 아니었어?
그렇다면 그 동영상 파일 같은 게 어디서 난 건지 모르겠어.”
“내가 대충 처리하긴 했는데…
나머지는 그때 그 집 주인 폴에게 정리해달라 그랬어.”
“뭐야? 예전엔 그렇게 얘기 안 했잖아!”
“그럼 시간이 없는데 어떡해? 아무도 눈치 못 챘을 거야. 폴도.”
폴이라면 이유진에게 아파트를 빌려준 주인이자
유미가 알고 지내던 프랑스인 화가였다.
폴은 한글을 모르니 그런 메일을 보냈을 리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유진이 살아있는 거 아닐까? 그런 무서운 생각이 들어.”
“바보 같은 생각이야, 인규씨. 인규씨가 충격으로 마음이 약해져서 그래.”
“그럴까?”
“나도 두려워. 하지만 우린 마음 강하게 먹어야 해.”
“차라리 이유진이 살아있으면 정말 좋겠다.”
“우리 확인…했었잖아.”
“으음. 그래… 그 당시는 몰랐는데 요즘 그 벌을 받고 있는 거 같아. 자주 꿈에 나타나.”
“사실은 나도 정말 두려워. 그 동영상 파일을 유포하겠다는 의미의 메일을 받으니
하늘이 노래지더라.”
“어쩌면 그 벌을 우리가 받는 거야. 복수가 시작됐는지 몰라.”
인규가 떨리는 목소리로 음산하게 말했다.
유미가 인규의 무릎을 치며 나무랐다.
“재수 없는 소리 좀 하지 마.”
“우리, 떠날까?”
“뭐?”
“다 버리고 떠날까?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땐 말이야.”
“떠나긴 어디로 떠나? 세상 어디나 다 감옥일 텐데….”
“베네치아로 숨어들어서 평생 살지….”
인규가 힘없이 말했다.
“그놈의 베네치아….”
유미가 저도 모르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때 갑자기 인규가 유미의 멱살을 왁살스럽게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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