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카르페 디엠 (Carpe diem)-12
겁에 질린 남자는 인규가 맞았다.
그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그런데 누, 누구 차를 타고 온 거야?”
“어, 차? 내 찬데….”
아, 맞다. 인규는 그 사이에 차를 바꾼 걸 모른다.
“응, 그 사이에 나 차 바꿨어.”
인규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도 복잡미묘해졌다.
“그런데 인규씨는 차를 어디 뒀어?”
“차 안 갖고 왔어. 택시 타고 왔어.”
“왜?”
“차에 도, 도….”
인규가 주위를 살피더니 유미의 차문을 열고 얼른 올라탔다.
옆에 앉아있는 허름하게 차려 입은 남자가 인규가 맞는 걸까?
유미는 인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좀 어때? 정말 많이 걱정했어.”
유미의 걱정스러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인규는 계속 불안하게 차안을 살펴보았다.
“이거 웬 차야? 이거 이상한 장치 돼 있는 거 아니지?”
“장치? 장치야 최신형이지.”
“몰카나 도청장치 돼 있는 건 아니지?”
비로소 유미는 그가 어떤 과대망상이나 강박증에 빠져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냐. 안전한 내 차야.”
유미가 인규의 손을 토닥이며 안심시켜 주었다.
“이 정도만 해도 인규씨 정말 다행이야.”
“죽다 살아났지.”
“그러게 말이야.”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뻔 했는데 말이야.”
“아이, 무슨 그런 소릴! 보고 싶어도 맘대로 볼 수가 있나.
연락을 맘대로 할 수가 있나? 나, 답답해서 미치는 줄 알았어.”
“나도 답답해 미치겠어.”
“왜?”
“도대체 이해를 할 수가 없어. 내가 돈 건지, 세상이 돈 건지 모르겠어.”
“무슨 소리야? 이제 멀쩡해진 거 아니야?”
“멀쩡하기는 처음부터 멀쩡했어.
다만 어디선가 나를 감시하는 눈이 있어.
그래서 실어증에 걸린 바보시늉을 했던 거야.”
“뭐라구?”
“누군가 나를 노리고 있는 거 같아.”
“왜?”
“복수를 하려고.”
“복수?”
“응, 처절한 복수.”
“……?!”
“이유진이 살아있는 거 같아.”
“뭐라구? 미쳤어?!”
“그렇지 않으면 그가 당한 대로 내가 똑같이 당할 리가 없어.”
“그건… 뭐 그런 수법이야 우연의 일치 아니야?”
그런데 그 말을 하면서 유미도 얼마 전에 받은 이상한 메일을 떠올렸다.
그러자 소름이 쫙 끼쳤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상한 일을 당했어.”
인규가 긴장을 하며 물었다.
“무슨 일?”
“이상한 메일을 받았어.”
“누구한테서? 이유진한테서?”
인규가 침을 삼키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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